최용식 칼럼

최근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

일취월장7 2010. 5. 29. 15:29

최근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①

입력시간 :2010.05.29 10:30

[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지난 4월말 1742까지 상승했던 코스피 지수가 5월에 들어선 뒤부터는 약세를 보였다. 다시 1620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한 때 1600이 무너지는 등 급락했다. 우리 주식시장이 왜 이처럼 빠르게 하락했을까? 해외 주식시장의 약세가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을까?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4월말 1만1009에서 26일에는 1만선 밑으로 하락했고 니케이지수도 하락률이 10%에 이르렀으니까. 상하이지수는 그 하락률이 더욱 커서 20%를 넘었다. 이처럼 세계 증시가 한꺼번에 급락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남유럽의 금융위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남유럽 금융위기는 얼마나 심각하고 앞으로는 어디로 흘러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남유럽 금융위기는 이미 최종 단계에 진입했고, 조만간 위기 해소의 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은 동반 급락했을까?

한 마디로 트라우마 현상 때문이다. 사람은 대형 사고를 당하면, 그 심리적 충격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심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대형 사고는 흔히 이처럼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남기곤 한다. 의사들은 이것을 트라우마,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른다.

세계 경제도 이런 집단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등 금융시스템을 위기를 불렀고, 이것이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었는데, 그 심리적인 후유증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가 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비교적 작은 충격이 주어져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은 집단적 트라우마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사실 이런 때가 주식투자자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가격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익률을 그만큼 더 크게 키울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때는 투자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장차 어떤 추세를 보일지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이처럼 좋은 기회도 없을 것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더욱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더라도 우리나라는 마지막에 금융위기가 벌어질 나라에 속한다. 무엇보다, 국내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 비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높다.

금융기관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킬 가장 중요한 변수인 기업과 가계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매출이익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나 GDP 대비 부채비율 역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정부의 부채비율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에 못지않게 급락세를 보였을까? 그것은 환율 급등 때문이었다. 잠시 그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외환시장과 정책당국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외환시장은 환율을 떨어뜨리려 하고 정책당국은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줄다리기를 계속해왔던 것이다. 환율이 1100원대를 위협받기 시작한 4월 말부터 정책당국의 시장에 대한 대응은 더 강력해졌다. 4월 26일(금요일) 환율이 1104원까지 떨어지자, 다음 개장일인 4월26일(월요일)에는 정책당국이 1115원까지 끌어올렸다. 하루만에 11원이나 상승시킨 것이다.

이렇게 정책적으로 끌어올려진 환율은 시장에 의해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고, 30일(금요일)에는 1108원까지 떨어졌다. 5월 3일(월요일)에는 정책당국이 다시 1119원까지 끌어올렸고, 5월4일에는 시장이 1115원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5월6일 정책당국은 화끈하게 1141원까지 끌어올렸다.

때를 맞춰 5월 7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인 S&P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신용평가를 강등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환율은 1155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5월 10일부터 14일까지는 환율이 1120원 대와 1140원 대를 오가면서 등락을 거듭했다.

환율이 이렇게 높은 수준을 비교적 장기간 유지하자, 이제는 시장이 태도를 돌변하여 환율을 오히려 끌어올리는 일을 저질렀다. 환율이 꾸준히 상승하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떠나기 시작했고, 이들의 달러 환전이 환율을 급등시켰던 것이다.

결국 환율은 5월19일에 1165원, 5월20일에는 1194원으로 폭등했다.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국내 외환시장이 석가탄생의 휴일을 즐기던 5월21일에는 역외시장의 환율은 더욱 폭등했던 것이다. 한 때 1248원까지 치솟았다가 121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을 끌어내리기만 하던 외환시장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셈인데, 이것이 시장의 무서움이다.

최근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②

입력시간 :2010.05.29 10:30

[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늦게나마 정책당국이 대책회의를 여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환율이 급등하면 그 파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2008년 하반기에 절절히 경험했을 터이므로,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당시에 정책당국은 국내 은행들에게 외채를 서둘러 갚을 수 있도록 외환보유고를 270억 달러나 지원해줬지 않았던가. 2008년 4/4분기의 전기비 성장률이 -18.8%를 기록했을 정도로 경기가 빠르게 추락했던 것도 정책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미 반복한 얘기지만,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나라가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구매력이 떨어져 경기는 하강으로 돌아선다. 특히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아져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고용과 투자가 줄어든다.

더 심각한 일은,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에 유입된 외채와 외국자본은 환차손을 입어야 하고, 이것을 피하기 위해 외채와 외국자본은 해외로 유출된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국내 소득의 해외 이전을 불러 경기를 하강시킴은 물론이고, 금융시장 전반에 극심한 신용경색을 초래한다. 역사적으로 모든 경제위기는 신용경색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신용경색은 파국적인 경제상황을 초래하곤 한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지려는 때에 정책당국이 대책회의를 여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정책당국이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절한 대응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게 한다. 제발 그래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 때에는 경제정책은 아무리 강력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정책이 밥은 아닐지라도 약으로서는 탁월한 성능을 역사적으로 자랑했지 않은가.

지난 주말 미국 주식시장은 막판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실로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인 5월20일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 현물은 매도했지만 선물을 매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로써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던 외국자본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정책당국이 작은 규모의 시장개입만 하더라도 환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그러나 적절한 대응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실망하여 떠나갈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면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다시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