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칼럼

최근의 환율변동

일취월장7 2010. 5. 21. 15:49

최근의 환율변동
: 최용식   : 2010-05-20 : : 27

 지난 4월 26일 달러당 1,104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5월 19일에는 1.165원을 기록하여 불과 20여일 사이에 61원이나 급등했다. 최근 1주일만 따지더라도 무려 40원 가까이 올랐다(5월 13일 1,128원). 그 이유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태로 빚어진 유로의 약세인데,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것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둘째는 외국인의 국내투자 회수인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셋째는 정부의 강력한 환율방어 정책의 결과인데, 이 사실 역시 흔히 외면당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을까?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유로의 약세가 우리 환율을 떨어뜨린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었을까? 아니다. S&P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낮춘 사실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5월 7일이다. 그렇지만 우리 환율은 이미 5월에 들어선 직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4월말 1,108원이었던 환율이 5월 3일에 1,119원으로 뛰었고, 5월 6일에는 1,141원까지 올랐던 것이다. 물론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태가 국내에 알려진 5월7일에는 1,155원으로 급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환율은 이미 5월에 들어선 직후부터 급등했으므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태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나타난 불안심리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태로 인해 더 커졌을 따름이다.

최근 원화와 유로 환율의 변동추이(원/달러, 유로/달러)

구분

3. 31

4. 30

5. 4

5. 6

5.7

5. 13

5. 14

5. 17

5. 18

5. 19

원화

1,131

1,108

1,115

1,141

1,155

1,128

1,131

1,154

1,147

1,165

유로

1.341

1.324

1.319

1.283

1.268

1.268

1.253

1.227

1.236

1.219

자료 : 기획재정부 일일경제지표

사실, 유로가 최근 약세를 보인 원인도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태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2006년 약 1.3달러/유로를 기록했던 미국 환율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금융위기가 심각한 상태였던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1.4달러/유로 전후를 기록했었다. 만약 금융위기가 해소되어 미국경제가 살아난다면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추세를 보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럽의 금융위기가 심각해진다면 더 빤한 일이었다. 따라서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태는 유로의 하락에 기폭제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해야 한다. 사실 현재의 달러/유로 환율도 지나치게 낮은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2005년 말에는 달러 환율이 1.183유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로/달러의 변동추이

구분

2005

2006

2007

2008

2009

10. 5. 19

유로 환율

1.183

1.313

1.461

1.409

1.433

1.219

자료 : 기획재정부 일일경제지표

더욱이, 달러가 강세라고 우리 환율이 상승할 이유는 심리적인 영향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여전히 대규모 흑자를 지속 중이고, 당분간 그 추세는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성장률도 더 높고 다른 경제 상황도 훨씬 안정적이다. 예를 들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서 금융시스템 위기가 벌어질 확률은 그만큼 낮다. 정부의 재정수지도 미국에 비해 훨씬 양호하여 재정위기가 벌어질 확률은 훨씬 더 낮다. 기업의 부채비율이나 매출이익률 역시 우리나라가 훨씬 더 양호하며, 가계의 부채비율도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 우리 원화가 달러에 비해 약세일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 왜 우리 환율은 최근에 크게 상승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이 국내투자를 환수해갔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가 결정적이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약 11조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5월에는 19일 현재까지 4.9조원을 순매도하여 회수해갔던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왜 외국인은 순매도로 전환했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투자행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이, 미국은 헷지펀드의 천국이다. 관료주의가 만연한 대형 조직에서는 시장의 천재들이 실력이나 동물적 감각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우므로 금융시장의 뛰어난 천재들은 두세 명이 따로 모여서 헷지펀드를 운용한다. 기관투자자나 대형펀드들도 수익률이 높은 헷지펀드에 투자한다. 그런데 헷지펀드는 수익률이 낮을 경우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곤 한다. 일정한 수익률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미국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여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인의 최근 주식순매도는 그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다우지수는 5월18일에 1,0511을 기록하여 지난 4월말의 11,009에 비해 4.3%인 474포인트가 하락했다. 반면에 코스피지수는 5월19일 1,630을 기록하여 4월말의 1,742에 비해 6.4%인 112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런 국내주가의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외국인의 순매도였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국내주식을 5월에 들어선 뒤부터 순매도로 돌아섰을까?

외국인이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이 그 하나이고,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이 다른 하나이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매도한 데에는 환율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발생한 환차손이 주가상승에 따른 투자이익보다 훨씬 커질 우려가 점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환율은 4월26일 1,104원까지 떨어졌다가 그 후로는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는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섰고, 이들의 투자금 회수는 환율을 더 빠른 속도로 상승시켰다. 외국인 투자자가 달러를 사들였으니, 달러 가치는 더 빠르게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애초에 환율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환율방어 때문이었다. 4월중에만 외환보유고가 65.4억 달러가 증가했는데, 그만큼의 외환을 외환시장에서 사들였으니 환율이 상승할 것은 너무 빤했다. 정책당국의 환율방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산하기관의 자금까지 동원했다. 심지어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했다.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여 외국에 투자하도록 종용했던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에는 환율방어 정책을 아무리 강력하게 펼치더라도 환율은 장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환차손을 입어야 한다. 해외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에는 그 심리적인 영향으로 우리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차익을 누릴 수도 있지만, 투자이익은 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손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각설하고.

환율 역시 다른 경제지표와 마찬가지로 관성을 갖기 마련이다. 한번 상승을 시작하면 계속 상승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환율이 계속 상승하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만다. 환율의 지나친 상승은 물가 불안을 일으키고, 물가 불안은 경기를 하강시킨다. 경기 하강은 비관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환율 상승을 더욱 가속화시킴으로써, 외국자본이나 외채의 환차손을 일으킨다. 환차손은 국내 자본의 해외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이것이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심화시켜 국내 경기를 더욱 추락시킨다. 또한 국내 자본의 해외이탈은 자본수지 적자를 키우고, 이것은 국내 소득의 해외 이전을 부름으로써 국내 경기를 더욱 하강시킨다. 실제로 2008년에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지 않은가 말이다. 정책당국이 이런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2008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 중이었고, 이에 따라 환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 중이다. 환율은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거야 어떻던 환율이 장차 하락하면 국민연금의 투자손실은 피할 수 없을 터인데, 민초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 중요한 것은 환율방어 정책의 결과이다. 인위적으로 환율을 상승시킬 경우에는 국내 경기의 하락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환율방어 정책은 국고채와 통안채의 이자손실을 남기고 외환보유고의 환차손까지 일으킨다.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의 확충에 사용해야 할 한정된 국가적 자원을 이렇게 소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것이 더 걱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