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칼럼

2012년 한국 경제는..

일취월장7 2010. 5. 13. 16:46

2012년 한국 경제는
: 최용식   : 2010-05-11 : : 155

김영삼 정권 시절, 나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고집한다면 파국적인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임을 이미 1995년부터 줄기차게 경고한 바 있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994년 성장률이 8.8%를 기록했고 1995년에도 8.9%에 달했으므로 내 경고는 좀처럼 믿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1997년 초에는 경제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는데, 이때 돌아온 것은 공개적인 비난이었다. 1996년 성장률은 7.2%로 떨어졌고 1997년에도 경기하강은 지속되었으므로 정책당국의 불안감이 스물스물 커졌을 것이며, 그 불안감이 내 경고에 대한 비난으로 반사되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도 환율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것임을 경고한 바 있지만, 그리고 고위 당국자를 만나 직접 경고하기도 했지만, 끝내 외면당했다. 2005년과 2006년의 성장률이 연속 5% 이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고 물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었으므로, 내 경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환율을 인상하면 수출이 늘고 수출이 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미몽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했을 것이므로 내 경고는 기우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2008년 4/4분기의 성장률이 -18.8%로 떨어진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이제 위와 같은 경고를 또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내 경고는 또 공허한 결과만 남길 것이 빤하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자괴감을 갖게 한다. 2년 이상 지나야 벌어질 위기이므로 너무 먼 훗날의 얘기로 들릴 것이 빤하다. 더욱이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상승에 들어섰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경기상승이 지속될 것이므로, 내 경고는 쉽게 믿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 역시 희망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 경제는 이미 회복기에 들어섰고, 남유럽 발 금융시장 불안도 차츰 진정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석유가격은 다가오는 5월을 피크로 하반기부터는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이런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우리나라 수출은 양호할 것이고 국제수지도 대규모 흑자를 지속할 것이다. 이에 따라 환율은 당분간 하락을 지속할 것이며, 환차익을 노린 외국자본의 유입도 계속될 것이다. 외국자본의 유입은 해외 소득의 국내 이전을 의미하므로 국내 경기는 당분간 상승을 지속할 것이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성장률은 비교적 높을 것이다. 어쩌면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화폐발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환율 하락에 힘입어 안정을 유지할 것이다. 환율하락이 주요 자원을 비롯한 각종 수입품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경제위기는 거의 항상 경기 호조를 자양분으로 성장했다. 경기 호조가 인위적인 경우에는 경제위기는 더 심각해지곤 했다. 실제로 김영삼 정권은 화폐 증발과 재정 팽창을 통해 2년 연속 9% 가까운 성장률을 남겼다. 그래서 국민지지율은 한때 80%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세계사에서 가장 심각했던 외환위기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약 58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는데 이것은 당시까지 최고기록이었다. 참고로 이 기록은 최근 그리스가 약 1,400억 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받음으로써 갱신됐다.

내가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명박 정권은 김영삼 정권과 거의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경제 살리기’라는 국정목표부터가 똑 같다. 정책수단 역시 다를 것이 거의 없다. 재정지출 확대와 화폐발행 증대는 이미 시행했거나 시행하고 있다. 환율 방어는 김영삼 정권과 반대방향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그 결과는 다를 것이 없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종용과 같은 직접적인 관치금융을 시행했는데, 이명박 정권에서는 국고채 금리조작과 같은 간접적인 관치금융을 시행하고 있다. 이 결과 역시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은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더욱 떨어뜨릴 정책들을 추가로 시행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정책적 주택보급의 확대, 4대강 사업 등은 그런 대표적 사례 중 일부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정책들이 경제위기를 빠른 시일 안에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국내여건과 해외여건은 당분간 양호할 것이며, 이것이 위기를 더욱 키울 것이다. 석유가격의 점진적인 하락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은폐시킬 것이고, 미국 등 해외 경제의 점진적 회복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를 외면하게 할 것이다.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실현한 성장률도 점차 낮아질 것이고, 국제수지도 차츰 악화될 것이다. 그러면 정책당국은 또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고, 이것이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혹시라도 경기를 부양한다는 미명 아래 환율을 안정시켜 수출을 촉진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정책당국이 외환의 해외유출을 조장한다면, 국내 경기는 더 부진해질 것이고 부진의 기간은 더 장기화할 것이다.

장차 벌어질 파국적인 경제위기는 환율 방어정책이 촉발시킬 것이다. 현재 정책당국은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는 외환을 거의 무제한으로 매입하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에는 환율 하락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환율 하락은 환차익을 발생시킴으로써 외국자본의 유입을 촉진할 것이다. 정책당국이 외국자본이 유입시키는 외환을 아주 비싸게 사줌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국부를 그들에게 유출시키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환율 방어정책의 폐해는 이것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의 약화 속도가 현재와 같이 빠르게 진행한다면 머지않아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다. 아마 2012년 하반기쯤부터는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환율은 상승으로 돌아설 것이다. 경제위기는 환율이 상승으로 돌아선 그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환율 상승은 물가 불안을 일으키고, 물가 불안은 구매력 축소에 따른 경기하강은 물론이고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의 약화를 부를 것이다. 이때쯤 혹은 그 직전에 그동안 팽창시켰던 화폐발행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길 것이다. 통화 유통속도도 빨라져 있을 것이고 신용승수도 커져 있을 것이며, 통화기능도 커져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량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압력을 받을 것이며, 물가불안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국제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제경쟁력 약화에 따른 환율의 상승이 불러올 재앙이다. 환율 상승은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환차손을 일으킬 것이고, 외국자본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물밀듯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것이다. 외국자본의 유출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힐 곳은 주식시장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은 약 30%이다. 만약 외국인이 이런 대규모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을 팔아치운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만약 매도 규모가 전체의 절반에만 이르더라도 주가지수는 어쩌면 1,000도 지켜내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가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외국인도 손해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으로 돌아서는 순간부터 속도 조절을 해가면서 팔아치울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가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그럼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가지수가 1,500 아래로 떨어지면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설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투자자가 매입하는 정도에 따라 매도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투자이익의 감소를 최소화할 것이다. 주가지수가 1,300쯤에 이르면 국내 투자자의 불안감이 일어날 것이다. 이때는 외국인 지분의 상당 부분이 시장에서 소화된 뒤일 것이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외국인 투자자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머지 지분을 투매하려 할 것이다. 주가지수는 더 하락하고, 이번에는 개미투자자들도 여기에 가세할 것이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겠는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이 폭락 장세를 보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통화의 기능이 떨어지고, 통화의 유통속도도 떨어지며, 통화의 신용승수도 떨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량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경기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우리 몸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통화량이 줄어든다면, 경제의 활동력은 떨어지고 경제의 체력인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경기는 더욱 빠르게 추락할 것이다.

외국자본의 수익률은 더 떨어질 것이고, 외국자본의 해외이탈은 더 빨라질 것이다. 자본수지 적자가 커지면 국내 외환보유고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환율은 더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고, 이에 따라 소득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내수는 얼어붙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자본의 이탈은 국내 소득의 해외이전을 부름으로써 국내경기를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을 것이다. 결국 국내 경기는 추락을 면하기 어렵고, 기업들의 경영수지도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영수지 역시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경기추락에 따라 세수도 크게 줄어들면서 재정수지마저 악화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지금 당장 일어날 일이 아니다. 2년 이상 지나야 벌어질 일이다. 그 안에는 경기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경기호조가 먼 미래의 위기를 더욱 키울 것이다. 이런 내 경고를 제발 정책당국이 이번에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경제적 파국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초들이 경제난 때문에 신음하는 소리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경제도 미국이나 아일랜드의 1990년대처럼 초장기 경제번영을 누려봤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 나라들의 경제상황이 비교적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비난하는 것은 현재의 경제수준까지 도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망하지 않으려면 부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찌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거야 어떻던, 우리나라도 아일랜드처럼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국민소득이 10여년 동안에 세 배 이상 증가했으면 좋겠다. 경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하여 실업률도 크게 떨어졌으면 좋겠다. 실업률이 자연실업률까지 떨어져 평생직장이 아니면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직장도 없이 세상에 나가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설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가 장기간 호조를 보이면 주식시장도 장기간 호황을 이루기 마련인데, 이런 일이 제발 벌어져 개미 투자자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지속하면 국민연금 등의 수익률도 크게 향상될 터인데, 이에 따라 사회보장제도가 더 충실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행복한 일들이 벌어지기 위해서는 땀과 인내를 먼저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정책당국과 사회지도층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이제는 재인식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어디에 있는가? 사탕발림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는 일상사에서 자주 겪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제발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사회풍조부터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회풍조가 정치풍토를 조성하고, 정치풍토가 정책당국의 자세를 형성하지 않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