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칼럼

일본 주식 시장의 변동에서 배우는 주식투자

일취월장7 2010. 5. 13. 16:42

일본 주식시장의 변동에서 배우는 주식투자
: 최용식   : 2010-05-02 : : 182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 주식시장은 주식 투자자에게 최상의 실전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묻지마 투자를 하더라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1980년대 말 이후에는 아무리 현명한 투자를 하더라도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말에 2천에도 미치지 못했던 니케이지수가 1980년대 말 때는 거의 4만에 육박하여 불과 20년 동안에 20배 이상 올랐으니, 이때에는 누구나 일본 주식을 매입하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반면에, 1980년대 말 이후에는 4만에 육박했던 니케이지수가 줄기차게 하락하여 2000년대 초에는 7천대 아래까지 떨어져 20여 년 동안에 1/4 토막이 났으니, 일본 주식을 매수한 사람은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주식시장이 이처럼 극단적인 급등락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왜 1980년대 말까지는 주가지수가 대체적으로 상승을 지속하였으나, 1980년대 말 이후에는 주가지수가 대체적으로 하락을 지속했을까?

그 정확한 원인만 알 수 있다면, 주식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정확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그 원인은 일본 경제가 기록한 성장률에 있었다. 성장률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에는 주가지수가 줄기차게 상승했으며, 성장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그 변동 주기가 잦고 그 폭마저 비교적 클 때에는 주가지수가 줄기차게 하락했던 것이다.

다른 가격과 마찬가지로 주식가격 역시 수요가 더 커지면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 주식 수요는 소득의 축적에 의해 이뤄지고, 소득의 축적은 성장률이 비교적 높고 안정적일 때에 더 많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때에는 주식가격은 당연히 상승한다. 반대로 성장률이 비교적 낮으며 변동주기가 잦고 그 진폭도 크다면, 소득의 축적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고, 주식 수요도 공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적게 늘어남으로써 주식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일이 일본 경제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다. 1980년대 말 이전까지의 경과는 이미 앞에서 살펴봤으므로 이제는 1990년대 이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세계 경제사를 둘러보면 거의 모든 경제위기나 경제파국은 금융위기를 동반했다. 이런 사실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심각한 경제위기나 경제파국이 닥친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금융위기가 심각하면 할수록 그에 따른 경제난은 혹독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금융위기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버블이 꺼질 때에 발생하곤 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을까?

부동산과 주식은 통화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통화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교환 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가장 기본적이다. 부동산과 주식은 이 두 가지 기본적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경기가 호조일 때에는 이런 기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금을 하기 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곤 하며, 적금을 해약하기 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서 돈을 쓰기도 한다. 따라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 통화량이 더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주식투자가 활발하고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때에는 국내경기가 흔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호조를 보이곤 하는 것이다.

반면에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통화량은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낸다. 통화로서의 기능도 떨어지고, 유통속도도 줄어들며, 통화의 신용창조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화량이 크게 줄어들면 경제활동은 그만큼 둔화되기 마련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면 극심한 경기하강이 나타나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신용창조의 역과정이 벌어짐으로써 극심한 신용경색 현상을 빚어내기도 한다.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하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현재 우리나라 화폐발행액은 약 40조원이고, 본원통화는 70조원에 육박하며, 협의통화는 거의 400조원에 달하고, 광의통화는 1,500조원을 넘으며, 광의유동성은 2천5백조원이 넘는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40조원의 화폐는 협의통화를 10배 증가시키고, 광의통화는 약 40배나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통화량이 증가하는 것을 신용창조라고 부르고 그 증가배수를 신용승수라고 부른다. 이렇게 신용창조가 일어난다면 그 반대기능인 신용수렴도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즉, 어느 한 분야에서 통화량이 줄어들면 신용승수만큼 통화량이 줄어드는 압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과 주식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그만큼의 통화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창조의 역과정이 벌어짐으로써 신용승수만큼 통화량이 줄어드는 압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일본경제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하락으로 돌아서면서 통화의 신용수렴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통화량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더욱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 결과로 일본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989년에는 600조 엔이 넘었는데 1996년에는 200조 엔에도 미치지 못하여 400조 엔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참담한 결과를 빚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격이 줄기하게 하락하여 600조 엔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주식과 부동산의 시가총액 손실액을 합하면 무려 1천조 엔 이상에 달한다. 1990년대 중반의 일본 GDP는 약 5백조 엔이었는데, 그 두 배 이상의 자산가치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런 정도라면 일본경제는 금융공황에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의 경제정책 당국은 이런 사실을 역사적 경험으로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금융공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금리를 0%대까지 낮췄고, 도산 위기에 처한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는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기관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금융기관으로 전염되면서 신용창조의 역과정이 치열하게 발생하고 결국은 금융공황으로 발전하는데, 정책당국이 이런 비극을 결사적으로 막아낸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서 공황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했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할 경우에는 자칫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수요 감소 → 매출 감소 → 고용 감소 → 소득 감소 → 수요 감소 등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까지 무려 132조 엔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여 경기를 부양하였다. 그 결과 일본경제는 금융시스템 위기는 물론이고 경제공황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다. 다만 그 효과는 금융시스템 위기와 경제공황으로 인해 단기간에 나타날 경제적 악영향을 수년에 걸쳐 분산하는 정도에 그쳤다. 물론 그 악영향의 규모를 크게 줄인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일본경제는 1992년 이후 0~1% 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2%대의 성장률을 회복했다. 겨우 경제가 확대재생산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진 것이다. 경제상황이 이런 지경이라면 일본에서의 주식투자는 보나마나 빤했다. 1980년대 말에 4만을 육박했던 니케이지수는 1995년에 1만3천 대까지 떨어짐으로써 1/3 토막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당연히 일본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 1995년에는 성장률이 2%대로 올라가면서 주식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아 그 해의 니케이지수는 거의 1만9천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1996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또 하강으로 돌아서자 니케이지수도 하락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1996년 2.7%까지 상승했던 성장률은 1997년에 1.6%로 떨어졌고, 1998년에는 경기가 더 빠르게 추락하면서 성장률이 -2.0%를 기록했다. 그 결과 니케이지수는 1만3천대까지 떨어졌다. 1999년에는 -0.1%를 기록하여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경기가 상승으로 돌아선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1999년의 니케이지수는 거의 1만9천대 육박하는 수준으로 회복됐다.(계속)

(최용식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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