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칼럼

남유럽 금융위기, 어디로 가나?

일취월장7 2010. 5. 21. 15:47

(주식시장 읽기)남유럽 금융위기, 어디로 가나①

입력시간 :2010.05.21 10:30

[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그리스 정부가 IMF의 구제금융 조건을 수락함에 따라 금융위기가 차츰 진정될 것으로 기대다. 그러나 지난주에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향조정한 것을 계기로 이 나라들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으며, 환율이 급변했고 이자율도 크게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코스피지수가 1740대에서 1600대로 거의 140포인트나 떨어졌고, 환율은 1108원에서 1194원으로 86원 가까이 폭등했으며, 시중금리 역시 한때 2% 포인트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장차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은 어디로 흘러갈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제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그 정체는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나라들의 금융위기가 향후 어디까지 확산될지를 가늠할 수 있다.

우선, 국내에서는 `Financial Crisis`를 흔히 재정위기라고 번역하지만 이것은 잘못이다. 금융위기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원인 파악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향후의 전망도 가능해질 수 있다. 재정위기는 금융위기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의 최종적인 결과일 따름이다.

한 마디로, 그리스의 금융위기는 외환위기와 금융시스템 위기가 동시에 벌어진 쌍둥이 위기였다. 외환위기가 금융시스템 위기를 부르고, 금융시스템 위기가 극심한 경제난을 초래했으며, 이렇게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은 세수를 급감시켜 결국은 재정위기를 불렀던 것이다.

그리스는 물론이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금융위기 역시 그 근원은 외환위기였다. 실제로 그리스의 경상수지 적자는 이미 2008년에 GDP의 14%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서 외환위기가 시작되었다. 포르투갈 경상수지 적자도 2008년에 GDP의 12%를 넘었고, 스페인은 9.6%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본 즉 국내 소득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하강했다.

그렇다면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그리스처럼 장차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는 것은 아닐까? 만약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유럽 경제 전체가 파국에 직면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이 나라들의 국제수지는 지난 1년 사이에 몰라보게 개선됐다. 심리적 공황상태만 일어나지 않으면 조만간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경제규모가 세계 7~8위권으로서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는 스페인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의 대GDP 비중이 9.6%에서 3.0%로 줄었다. 이런 정도라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그리스 경상수지의 대GDP 비중 역시 14%에서 6.9%로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이다.

외환위기와 함께 진행하는 금융위기는 전염성이 아주 강한 것이 특징인데, 다른 유럽 나라들의 사정은 어떨까? 국제수지 적자가 큰 나라들은 금융위기에 전염될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대표적인 나라로는 터키를 들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2008년에는 417억 달러로서 GDP의 5.7%를 차지했었다. 다행히 2009년에는 200억 달러로 크게 줄었고 대 GDP 비중 역시 4.0%로 줄었다.

이탈리아도 흔히 위험국가로 분류된다. 경상수지 적자가 2008년에 780억 달러, 2009년에는 670억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의 대GDP 비중이 2~3% 대에 불과하여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 외환위기가 자주 발생했던 중남미 여러 나라들의 사정은 어떨까? 중남미 국가들은 외환위기의 폐해가 얼마나 큰가를 여러 차례 절감했기 때문에, 지금은 국제수지를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다.

(주식시장 읽기)남유럽 금융위기, 어디로 가나②

입력시간 :2010.05.21 10:35

[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IMF와 유럽연합이 금융위기의 진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2008년에도 폴란드,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등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지만, IMF가 주축이 되어 구제금융을 실시함으로써 다른 나라로 전염되는 것을 막아낸 바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주말인 9일에는 EU 재무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유로화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실제로 7백억 유로에 달하는 안정화기금의 설립이 모색되고 있으므로, 파국적인 위기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차츰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금융위기는 이제 막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만약 이 나라들의 금융위기가 더 악화된다면 세계경제도 단기적으로 심한 몸살을 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수지 적자를 크게 줄인 바 있다.

따라서 일시적인 불안은 일어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상화되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영향이 훨씬 더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올해도 2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의 고갈위기는 물론이고 환율 폭등도 심각하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환율이 폭등하지 않는다면 외국자본이 국내시장을 이탈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우리나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비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만큼 작다. 기업 부채비율이나 매출이익률 역시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하며. 재정상태 역시 아직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경제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만약 경제정책이 실패를 거듭한다면, 경제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될 경우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자본이 국내에 집중적으로 유입됨으로써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이다.

만약 국제 금융위기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면, 통화의 기능이 떨어지고 그 유통속도와 신용승수까지 줄어들면서 통화량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결국 주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하기 어렵다. 다행이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말이다.

이번 사태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하나 남겼다. 국제수지 적자의 확대를 방치하면 외환보유고 고갈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외환위기가 터지면 금융시스템 위기까지 가세하여 경제난을 초래하며, 경제난이 지속되면 재정위기로까지 확산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혹시라도 외환위기가 실제로 발생하면, 서둘러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그 폐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다. 멕시코의 역사적 경험은 이 문제에 대한 타산지석이다.

1982년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멕시코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 조건이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외면하다가 오랜 세월 경제난을 겪어야 했다. 반면에 1995년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에는 IMF의 구제금융 조건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펼침으로써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으며, 경제난도 상대적으로 훨씬 덜 심각했다.

이런 사실은 주식투자자에게도 좋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다시 말해, 외환위기에 직면한 각국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주식투자를 하면 실패를 면할 수 있고 오히려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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