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칼럼

(주식시장읽기)성공투자의 조건과 비법

일취월장7 2010. 6. 30. 17:53

(주식시장읽기)성공투자의 조건과 비법①

입력시간 :2010.06.30 10:40

[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계속 큰 성공을 거두는 반면에 국내 투자자는 기관이든 개인이든 대부분 실패를 거듭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연재를 시작했던 내 글도 이제는 종착점에 이르렀다. 지난 1년 가까운 세월동안 연재해왔던 내 글에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린다. 그동안 연재했던 글의 내용을 정리하여 마무리하고자 한다.

주식투자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감히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연히 대규모 ‘국부유출’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써 이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너무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반면에, 국내 투자자는 쪽박을 차지 않았으면 다행이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본격적으로 개방된 것은 1993년부터였다. 그때부터 지난해 말까지 외국인 주식투자를 연도별로 나눠 보면, 순투자 금액은 874억 달러였고, 순회수 금액은 863억 달러였다. 고작 11억 달러를 순투자한 셈인데,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총액은 아래 표에서 보듯이 2009년 말 현재 2360억 달러에 달했다. 무려 200배 이상의 이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더욱이 그 대부분은 2000년 이후 10년 동안에 거둬들였다.
 


2360억 달러, 이것은 우리 국민이 1년 동안에 창출하는 부가가치 총액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우리 국민이 누려야 할 국부가 대규모로 외국인 손에 넘어간 셈이다. 그럼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것은 아니다. 만약 외국인 투자가 없었더라면 우리 주식시장은 진즉 무너졌을 수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이다. 연초 1000을 훌쩍 넘어섰던 주가지수가 연말에는 500을 겨우 넘는 수준까지 폭락한 바 있었다.

만약 이때에 외국인 투자가 없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외국인 투자자는 그 해에 122억 달러를 주식투자 목적으로 국내에 순유입했다. 우리 돈으로 약 14조원에 해당한다. 이런 대규모 유입이 없었다면 주가지수는 외환위기 때처럼 300 이하로 폭락했을 수도 있었다. 만약 주가지수가 이처럼 폭락했다면 외환위기 때처럼 국내 금융시장은 심각한 신용경색을 겪었을 것이고, 자칫 금융시스템 위기로 발전했을 수도 있었다. 세계역사를 살펴보면 경제공황은 예외가 없이 금융공황을 수반하고, 금융공황은 금융시스템 위기로부터 출발하며, 금융시스템 위기는 대부분 주식시장의 붕괴로부터 시작되곤 했었지 않은가. 외국인 투자자 이런 비극을 막아준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의 유입은 국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 자본은 외국에서 축적한 소득으로서 외국인 투자는 해외 소득의 국내에 이전을 뜻한다. 해외 소득이 국내 소득에 합쳐져서 국내 총수요를 확장시켜 국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나라들은 거의 대부분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데 반해, 외국인 투자를 봉쇄한 나라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경제적 쇠락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국부유출일 따름이다. 즉,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너무 큰 이익을 남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국내 투자자가 외국인 투자자와 경쟁하여 주식투자에서 이겨낸다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대규모 국부유출은 일어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내 경제상황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에 관한 정보도 내국인이 외국인에 비해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외국인 투자가 성공한 이유만 알아낸다면 말이다. 그럼 외국인은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었을까?

반복하여 강조한 바와 같이, 전기대비 성장률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시장도 곧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여 우리 주식을 매입하곤 했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이 문제는 이미 연재한 다른 글에서 충분히 다룬 바 있다). 반면에 내국인 투자자는 경기가 상승하고 그 뒤를 이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다음에야 허겁지겁 주식을 매수하곤 했다.
 
한 마디로, 외국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일 때에 주식을 매입했고, 내국인 투자자는 값이 비싸진 다음에야 주식을 매입했던 것이다. 그랬으니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축적한 국부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너무 쉽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고, 내국인 투자자는 기관이든 개인이든 쪽박을 찰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라도 전기대비 성장률이 상승할 경우에 주식을 매입하면 내국인 투자자도 큰 이익을 볼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좀 더 빨리 경기흐름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고, 더 비싼 값에 팔수 있게 됨으로써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빨리 경기흐름을 포착할 수 있을까?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각종 경기지표를 면밀하게 그리고 꾸준히 살피는 수련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더 많이 축적되면 될수록, 경기흐름을 좀 더 빠르고 그리고 좀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가 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왜 경기가 상승할 때에 강세를 보이고, 경기가 하강할 때에는 약세를 보일까? 그 이유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한 수요는 소득의 저축에 의해서 이뤄지고, 소득의 저축은 경기가 상승할 때에 더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기가 상승할 때에 소비의 증가보다 소득의 증가가 훨씬 더 빠르게 이뤄지고, 이 경우에 저축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식의 수요도 그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그럼 경기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기만 하면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성공의 조건은 갖췄을 뿐이다. 주식투자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 기업이나 저평가 기업을 발굴하는 일도 경기흐름을 포착하는 일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기업들에 투자해야 더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비유하자면, 축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체격이나 체력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체격과 체력이 좋다고 누구나 축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경기흐름도 잘 읽어야 하고 드리블이나 돌파능력 등도 뛰어나야 한다. 기왕에 축구얘기를 더 해보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의 도전은 아쉽게 16강에서 멈췄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축구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과시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의 축구실력을 얕잡아보지 못하게 했지 않은가. 지난 2006년 대회에서는 비록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1승1무1패의 성적을 기록한 바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는 16강에 올라 우루과이를 충분히 긴장시켰지 않은가. 이런 성적이라면 얼마든지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세계4강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아니었던 것이다. 국내 주식투자자들도 우리 축구대표팀처럼 그 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제발 그래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