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지소미아(GSOMIA), 어찌해야 하나? - 반도체 패권 전쟁 ‘패러독스 관리’가 절실하다

일취월장7 2019. 8. 20. 10:45

지소미아(GSOMIA), 어찌해야 하나?

[황재옥의 한반도 '톡'] 지소미아, 연장·파기의 이분법을 넘어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1월 23일,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지소미아, GSOMIA :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을 왜 서둘러 체결했을까? 파기 통보 시한이 며칠 안 남은 현재, '지소미아 연장이냐 파기냐'라는 이분법적 결정에 앞서 이 협정 체결의 경위와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소미아는 군사대국으로 굴기(崛起)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과 연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일간 군사 공조관계를 만들어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유지‧강화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절대적인 필요 때문에 우리에게 체결을 권고(사실상 압박)한 것이 한일 지소미아다. 오바마 정부 마지막 해에 체결된 것이지만 중국의 군사적 굴기를 막아야 할 필요성은 트럼프 정부 와서도 변함이 없다. 따라서 미국의 국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일 지소미아는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간 위안부 문제는 이 협정을 계기로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라고 규정한 위안부 협정도, 사실은 그 해 가을부터 미 국무부 쪽에서 위안부 문제를 빨리 덮고 넘어가라는 사인이 왔기 때문에 서둘러 마무리 되었던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압박해 들어가기 위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군사협력까지 발전시켜야 하는데, 미국은 위안부문제 때문에 한일관계가 불편하면 안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협정체결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축하(사실은 감사)전화를 걸어 왔다는 것으로도 미국이 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시킨 미국은 2016년 11월에 한일 지소미아를 밀어붙였다. 즉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헤게모니를 계속 강화할 절대적 필요에 의해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을 필요가 생겼다.

즉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대중 견제‧압박 능력을 더 키우겠다는 계산에서 가깝고도 먼 두 이웃나라의 협력, 적어도 협력하는 모양새가 미국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미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관리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등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로 불가근불가원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제 와서 지소미아의 연장이냐 파기냐의 문제가 대두되었을까? 2017년은 북핵문제가 악화일로에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의 동아시아정책과 대북정책 틀 안에서 남북관계를 운영했다. 그리고 한일간에도 지소미아 체결 이후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또 미국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연장하거나 파기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한반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들어서고 미북간 대화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동북아의 긴장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아베 총리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베는 트럼프의 대북압박과 제재에 편승해서, 즉 북핵문제를 핑계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이를 핑계로 헌법 개정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러나 한반도 상황이 변화되면서 아베는 조급해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전시 일본기업의 겅제징용 배상문제가 나오자 아베는 이를 걸고 넘어지면서 올해 7월부터 한일 간 긴장 상황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국내정치적으로 보수우익의 결집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출병을 가능케하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하려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도발적인 행동을 하고 나오도록 유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사문제에 대해 철면피하게 나오는 일본과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가 지소미아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고, 그걸 파기하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등의 우려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미 간 군사정보는 강력한 한미 동맹관계 틀 안에서 오랜 세월 철저하게 잘 공유되어 왔다. 사실 한일 지소미아는 한미동맹의 하위구조이기 때문에 공유해야 할 정보의 범위가 좁고,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한국이 제공하는 북한 관련 군사정보가 일본에 더 필요하다. 

한미동맹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미일동맹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정보를 공유하지만, 한일 지소미아를 통해 공유되는 북한 정보는 촌각을 다투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한일 지소미아가 파기된다고 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도 필요한 것이지만 미국에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효기간 1년, 매년 3개월 전에 특별한 말이 없으면 자동연장되는 한일 지소미아 존폐문제를 코앞에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이 과거사문제를 가지고 우리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나아가려 했던 미국은 한일간에 끼는 것이 불편하다고 잠시 빠져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미국이 조정해서 이 문제를 봉합한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일본에게 끌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지소미아가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라는 반대급부를 받고 불가불 연장되더라도 지소미아는 앞으로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유력하게 쓸 수 있는 카드다.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고통이 오히려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외교의 입지를 키워 줄 수 있는 카드가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연장이든 파기든 간에 동북아시아에서 칼끝을 쥔 우리가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반도체 패권 전쟁 ‘패러독스 관리’가 절실하다
  • 양향자 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0

“어려운 일은 있어도 못 할 일은 없다”는 반도체人 신조 곱씹어야

대한민국 반도체는 그야말로 ‘패러독스(paradox·모순)의 역사’였다. 용량(density)이 늘어나는데도 크기(area)는 줄여야 하고, 속도(speed)가 빨라지는데도 전력(current) 소모는 줄여야 하고, 성능(performance)이 좋아지는데도 가격(cost)은 줄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개발기간은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전쟁과도 같은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을 넘어, 일본을 이긴 반도체의 성공신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분명한 것은 ‘반도체인의 DNA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위기가 반도체 패권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판이 새로 짜이고 퀀텀 점프의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역사도 바로잡아야 하고, 경제문제도 풀어야 하는, 저글링과도 같은 패러독스 관리가 절실한 지금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력은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공격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됐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강력하게 세계를 지배한 분야는 선례를 찾기 어렵다고 감히 생각한다.

반도체인의 역발상…‘초격차’ 만든 힘

대한민국이 ‘반도체 패권’을 거머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패권이 없는 국가는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세계를 호령했던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이 바로 해양기술, 증기기관 같은 당대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였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기술 패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분야가 바로 반도체다. 단군 이래 최고의 기술 패권을 거머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는 정작 반도체의 성공 요인에는 관심이 적은 듯하다. 어떤 노력이, 어떤 힘이 우리의 반도체를 세계시장의 70%를 거머쥐는 제품으로 탄생시켰는지 말이다. 나는 반도체 성공 스토리를 뜯어보면 그 안에서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들 비법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31년간 삼성전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에서 일하며 나는 무척이나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내게 반도체 성공 요인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모순 관리(Paradox Management)’라고 답하고 싶다.

반도체는 전 세대 대비 더 작은 크기 안에, 더 많이 저장하는 기능을 담으면서 전력 소비는 덜 하고, 가격은 오히려 싸지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일반 제품과 무척 다르다. 좋을수록 비싼 제품이 아니라, 좋은데 싼 제품을 만드는 지독한 역설을 성공시켜야 했다. 그래야 경쟁자들을 이기고 투자의 성과물, 개발 과정의 노고를 크게 보상받을 수 있는 품목이다.

반도체인들은 이런 모순을 역발상으로 풀어간다. 단가를 10% 줄이자는 목표가 생기면, 아예 10%로 만들 수는 없을까를 생각한다. 그 순간 익숙했던 모든 것과 결별하고 완전히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인들이 그런 역설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동안 미국, 대만, 일본의 경쟁자들이 차례로 쓰러졌고 ‘초격차’를 실현했다. ‘초격차’의 ‘격’이 거리의 ‘격’이 아니라 품격의 ‘격’인 것이다. 기술의 격은 바로 기술자의 품격이다.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 수준을 발전시켜갈수록 일본은 소재에 특화할 수밖에 없었다. 노벨 과학상을 20여 개나 받을 정도로 기초과학이 탄탄한 일본은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재’에 특화했고, 대한민국 기업들은 정밀한 회로도를 그려내고 싼값에 대량으로 만들어내면서 ‘생산’ 역할을 담당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고 첨단기기를 가장 많이 만드는 미국은 이 반도체의 ‘소비’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게 글로벌 분업이 정착되면서 일본의 소재와 한국의 반도체는 함께 발전했다. 이제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넘어‘글로벌 가치 서클’이 됐다.

반도체가 역사·정치 갈등 희생물 돼선 안 돼

최근 한국 주재 일본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일본 기자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왜 소재 국산화를 못 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질문은 반대로 ‘왜 일본은 최고의 소재를 갖고도 반도체 생산을 국산화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과 똑같다”고 답했다. 전 세계는 각자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문명을 일으켜왔다.

지난 7월4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세 가지를 수출규제 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과 3년 전까지 현장에서 반도체 설계·감수(Integration & Verification Group)를 맡았던 개발자로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세 가지 품목이 비메모리라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실무자로서 금방 알 수 있었다. 일본 정부가 정교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도체가 역사적·정치적 갈등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재-생산-소비라는 글로벌 동맹체제, 분업과 협업으로 인류 문명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묵시적 룰을 깨는 일은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해법은 뭘까. 이 역시 ‘모순 관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그러면서도 반도체는 더욱 번영해야 한다. 역사적 문제와 산업적 문제를 두고 어느 한쪽만을 택할 수 없는 상황, 역사는 역사 문제대로 풀어야 하고 반도체는 반도체대로 번영시켜야 한다는 모순적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모순 관리를 위해 우선 외교적 역량 발휘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외교 문제가 경제 분야나 기업 쪽으로 옮겨붙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소재 국산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첨단 소재를 하나하나 국산화할 수 있도록 과학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흩어져 있는 국가 R&D(연구개발) 역량도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서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4년제 대학교의 50%에 물리학과가 없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안정된 직업을 찾아 공무원으로 몰리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일본의 이번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몰상식한 조치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대기업이 악(惡)이 아니라 기술 패권을 지닌,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반도체인들에게는 ‘반도체인의 신조’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다. 이번 반도체 소재 문제도 어려운 일이지만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모순 관리에 성공해 위기의 시간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먼 훗날 2019년을 돌아봤을 때, 대한민국의 기술 패권, 반도체 패권이 한 단계 더 도약한 시발점이 된 해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어려운 일은 있어도 못 할 일은 없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주변국과 분쟁 계속될 것…관광 전략 바꿔야 산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0 10:00
[인터뷰]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일본의 경제보복 움직임이 한국과 일본 사이 하늘길과 바닷길을 막았다.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항공사들은 일본행 노선을 구조조정했다. 일본으로 가는 뱃길 노선도 승객이 줄면서 잇따라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도 ‘한국 여행 보이콧’을 선언했다. 상호 의존도가 높은 양국이 서로 관광을 보이콧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관광업계다. 여행 감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일본이 더 크게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나왔지만, 일본의 보이콧 역시 우리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예고한 것은 사실이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돼 가는 현 추세를 볼 때 한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은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될지 모른다. 18년째 관광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 일본으로 인해 나라의 관광산업이 더 침체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지금, 한국 관광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 답을 우리나라 대표 관광 전문가이자 차기 한국관광학회장인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에게 들었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일본 정부에 실제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일본은 시장 다변화를 꾀하면서 타격을 완화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마도와 같이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관광은 숙박과 음식, 곧 1차 산업과 3차 산업에서 영향을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들도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대책을 요구할 것이다.”

일본인들의 반한 감정도 거세져 한국을 덜 찾지 않을까.
“당연하다. 과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던 곳은 중국이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이 급감한 것을 보더라도 국가 대 국가 관계는 관광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한·일 관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일본인 관광객 수도 급격히 줄었다. 그나마 작년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던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일어났다. 일본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일본인들도 ‘한국에 가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한국 관광산업에 일본인들의 비중과 영향력은 얼마나 되나.
“작년 기준으로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754만 명, 한국에 온 일본 관광객은 294만 명이다. 양국 여행 보이콧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일본이 더 크게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나왔지만, 어느 쪽이 더 손해를 볼 것이라는 관점에서 관광을 보는 것은 아쉽다. 단순히 손해를 따져보기엔 관광은 여러 영역과 연관돼 있다. 일본의 내년 최대 이슈는 도쿄올림픽이고, 우리도 호기로 봤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을 잘 활용해 한국에 오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2022년 중국에서 열리게 될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3국을 역내 관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세 나라가 공통적으로 합의한 사안이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경제보복은 우리 관광산업에 있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지속될까.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통계적으로 보면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났을 때 1년 정도 관광에 영향을 미쳤고, 중국과 필리핀 분쟁은 8개월~1년 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드 사태 이후에도 1년 정도 지나면 영향이 미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일 관계에 따른 영향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쪽 국가에 엄청난 피해가 될 것이다.”

일본 외에 다른 곳에서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타격을 줄일 수 있지 않나.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을 때 한국은 이미 동남아 시장을 개척했다. 여행 비율을 높여놨기 때문에 일부 대체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관광시장의 확장은 기본 시장을 기반으로 늘려나가는 것이다. 기본 시장을 잃고 대안 시장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관광산업 목표치에 분명히 타격을 줄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당연히 일본에 대해 단기적으로 보이콧을 할 수 있다. 다만 ‘노 재팬’이 아니라 ‘노 아베’로 타깃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측면과 아직도 남아 있는 제국적인 요소들이지 일본 전체 국민들이 아니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는 데 국민들이 역동적으로 해외에 가서 보고 배운 것들을 쌓아올린 것이 중요한 자산이 됐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노 일본’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일본이 길을 잃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이 시기에 ‘통 큰 정치’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일본 같지 않다’를 보여주자는 얘기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면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대처는 아쉽다. 외교 협상의 당사자들이 일본 정치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명동에 ‘노 재팬’ 깃발을 걸거나 지자체에서 일본 필기구를 버리는 퍼포먼스 등이 그렇다. ‘하수 정치’다. 정치와 문화는 분리해야 한다. 문화·인적 교류는 민간 차원에서 계속 활성화하고, 일본 관광객이 오는 것도 환영하고, 국민들이 일본에 가는 것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선언과 통 큰 자세가 필요하다.”

집권여당은 지금을 전화위복 삼아 ‘국내 관광 활성화’를 말한다.
“애국심에 기대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려고 하면 안 된다. 계기는 마련할 수 있지만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여행 소비자들이 국내여행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만큼 서비스와 품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노력을 먼저 해야지 ‘일본 안 가니까 국내여행 가자’는 선언은 곤란하다.”

관광산업은 국제 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홀로서기를 할 방안이 있을까.
“관광은 문화적 현상과 욕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기 때문에 분위기뿐 아니라 사건, 테러, 전염병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국가 간 분쟁은 영향이 오래간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우리 관광산업이 최소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전염병이나 9·11 사태 등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5개월 정도 지나 반등했다. 반등이 되면 다시 성장 곡선을 이룰 수 있다. 지금처럼 국가 대 국가의 분쟁은 한반도 주변에 늘 있을 것이다. 전략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 와라’가 아니라 ‘부산에 와라’ ‘대구에 와라’라는 도시 중심적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럼 상대적으로 정치와 외교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지역이 살아야 한국 관광이 전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