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혼돈의 세계경제, 탈출구가 없다

일취월장7 2019. 8. 19. 11:25
혼돈의 세계경제, 탈출구가 없다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8 10:00
[최준영의 경제 바로 읽기] 기존 정책 효과 없어…美·中·日·EU 모두 ‘전전긍긍’

2019년 8월 전 세계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한 주식시장 급락은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이어지면서 전 세계를 파랗게 물들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불거진 일본의 무역보복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이 와중에 중국은 그동안 환율 저지선으로 여겨왔던 달러당 7위안을 포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추가 제재에 들어갈 것임을 밝혀 충격을 더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정성이 매우 커진 상태가 됐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통하지 않는 과거의 방식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활용했던 대규모 통화 공급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SOC사업이라는 경기 활성화 수단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와 이익률 저하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림자 금융으로 대표되는 자본시장 내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다 높은 금리와 부동산 개발이라는 요구로 인해 등장한 그림자 금융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으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자 파산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 부실화는 금융 시스템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 등 생산비용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기업 해외이전 확대, 위안화 가치 절하를 둘러싼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중국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고착된 디플레이션과 엔고 현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정부 부채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부채는 1980년 GDP 대비 50% 수준에서 240% 수준으로 급증했다. 엔화는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만큼, 국제경제가 후퇴할 때마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는 엔고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아베 총리는 중앙은행을 통해 대량의 엔화를 공급함으로써 엔고를 해결했으며,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고 이는 주식시장 강세와 고용률 상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근본적인 경제 및 산업구조의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정책 효과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의 무역분쟁을 초래함으로써 강점이던 소재 및 부품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세 인상이 10월로 예정돼 있어 그동안 개선돼 왔던 국내 소비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EU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마이너스 채권’의 폭발적 증가다. 경기 회복을 위해 유럽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이들이 각종 투자 및 소비로 연결되기보다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국채로 쏠리면서 마이너스 채권을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독일 국채의 경우 모든 발행물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금융시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투자확대가 요구되지만 균형재정을 신조로 하고 있는 독일이 이에 반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새로 취임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0월31일까지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유럽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3%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50년래 최저 수준인 3.7%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부정적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기업 부채 급증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체 기업 부채는 약 5조 달러 규모였지만 지금은 10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면 정크본드로 전락할 수 있는 BBB 등급의 회사채 규모 역시 1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로 증권시장은 사상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에 이르렀다. 1조5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학자금 대출의 경우 2018년 말 기준으로 1660억 달러 규모가 부실로 분류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는 40%가 부도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주택담보대출 부도율이 11.5%임을 감안할 때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아

한국의 경우 2019년 상반기에만 2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각에서 언급되는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낮은 LTV 및 DTI 규정 적용으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이 발생하더라도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최근 급증한 전세자금대출에서 발생할 수 있다. 2015년 41조원 규모이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6년 52조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7년 66조원으로 급증했으며, 2018년에는 92조원을 기록함으로써 1년 사이에 40%(26조원)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 이미 4월말에 102조원을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급증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자금 증가세의 억제 및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발생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쉽게 손대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나타나고 있는 금융시장의 혼란은 과거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존 대책과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새로운 수요는 창출되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일상화되고 있는 와중에 국제 교역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우리가, 아니 전 세계 자본주의가 경험하지 못한 혼돈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미래 예측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기술이어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8 11:00
《미래 공부》로 미래학의 중요성 강조한 전직 언론인 박성원씨

“많은 기회를 미리 알아도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삶의 미래 연구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그 기회는 남들이 설계해 놓은 게임에서 이미 정해진 사람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 적용해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세계가 이렇게 굴러간다면 미래는 평범한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없음을 폭로하는 것이 미래학의 역할이라고 재정의했다. 이런 작업은 미래 연구의 주요한 동기로 작용했지만, 좌절을 반복하는 삶의 구조를 그저 폭로한다고 현재의 삶이 쉽게 바뀌지 않음도 여러 차례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미래학에 늦깎이로 투신한 전직 언론인 박성원씨가 《미래 공부》를 펴냈다. 젊은 시절 기자 생활을 하다가 특종 기자와 후배 기자들에 뒤처지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책하던 박씨는, 처음에는 경제적 성공의 기회를 찾는 방법론으로 미래학을 이해했다. 그러나 정작 미래학을 공부하면서 그 기회라는 것이 결국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그는 2007년 미국 하와이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미래학 1세대로 불리는 짐 데이터 교수 밑에서 미래학을 공부했고, 2012년 ‘참여적 미래 연구의 효용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에서 기술 예측에 따른 사회변화를 연구했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예측 방법론을 가르쳤다. 지금은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중장기국가미래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학문으로서의 역사가 길진 않지만 미래학은 폭넓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생존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요즘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는 ‘예측력’이다. 미래학은 ‘미래-현재’를 대하는 각자의 태도나 시나리오 예측법에서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러면서 그 가치관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몇 년간 미래워크숍을 진행해 온 박씨는 시민들이 특정 미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미래 시나리오는 ‘붕괴’다. 특히 청년 세대가 ‘붕괴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미래상을 ‘선호 미래’로 꼽았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을 안겨준다. 박씨는 젊은 층의 이런 요구가 사회 진보의 대가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지난 20세기를 근대화에 바쳤고, 물질적 풍요와 경제성장이 과거의 최우선 목표였으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가 발전할수록 치러야 할 희생과 대가도 커지며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원하면 원할수록 혁신을 요구하는 문제들은 딜레마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전례 없고, 불확실하며, 원치 않던 변화에 대응 필요

“다른 학문들도 미래를 예측하지만 미래학은 ‘전·불·원’ 변화에 대한 예측을 담아야 한다. 전·불·원 변화는 전례가 없는, 불확실한, 원하지 않았던 변화를 말한다. 이는 미래학이 당면한 세 가지 어려운 점을 담고 있다. 첫째로 역사적 사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현상을 연구한다는 점, 둘째로 그 현상이 일어나는 사회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많은 분야로 연쇄적 반응을 일으켜 결과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 셋째로 이런 변화는 현 세대가 원하지 않는 변화라는 점이다. 특히 현 세대의 이해와 상충한다는 점은 미래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박씨는 ‘평범한 사람’들이 미래 예측의 근육을 단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 그래서인지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등을 앞세우지 않는다.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핵심 주제는 아니다. 독자들이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각자 그려볼 수 있도록 목표를 삼되, 현재의 문제를 더욱 분명히 보도록 훈련하는 데 집중한다. 게다가 ‘과거’를 인식하는 방식도 주요한 툴로 다룬다. 미래 공부는 기존의 관행적인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기술이어야 한다. 사회의 강자들은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돈과 권력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미래에 관심을 두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강자들이 만드는 미래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미래 예측은 이런 점에서 예측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리는 미래를 실현하는 돌파구가 돼야 한다.”

미래 예측 관련 정보는 시민들에게 공유돼야

박씨는 현재지향성과 미래지향성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고르겠다고 한다.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실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미래지향성이 인류의 보존과 진보를 위해 견지해야 할 중요한 태도라고 말한다.

“미래지향성은 회복탄력성과도 연결된다. 불확실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미래를 견디려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회복탄력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기 위해 다양한 미래를 자주 상상하고 그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박씨는 ‘미래 예측은 변화를 앞서 이해해 그에 대응할 뿐 아니라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며, 변화를 일으키려면 지배적인 시각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은 오늘의 반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적응하고 대응하려면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옳았다고 생각했던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쳐야 한다. 사회적 변화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한다. 커다란 변화의 흐름에 맞서는 전략을 개인들이 내놓기는 힘들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일반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여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대안들을 실험해야 하며 그 결과는 시민들에게 공유돼야 한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