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북한은 비핵화 대화 의사 표시했을 뿐, 핵 포기 아니다”

일취월장7 2018. 4. 23. 10:39

“북한은 비핵화 대화 의사 표시했을 뿐, 핵 포기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한 전문가 분석은…“긍정적 신호지만 완전한 목적은 비핵화여야”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1(토) 16:45:21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4월2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은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며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취해진 이번 조치로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시적으로 비핵화 대화 의사를 표시한 것이지만 핵 포기는 아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서의 내용은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결정서의 다른 부분에서 밝힌 것처럼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해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핵 포기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4월2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포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4월2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포토

“대화의 모멘텀 이어가는 수준의 발표” 분석도 

 

북한의 이번 발표가 기존 정책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것은 새로운 정책 변화가 아니라, 사실상 우리나라와 미국에 이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움을 공식화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아주 정교하게 계산된 셈법으로, 핵을 포기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수준의 발표를 한 것”이라며 “핵 모라토리움을 구체화했을 뿐 기존에 이야기한 내용만 다시 이야기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비핵화 의지의 표명이라기보다는 ‘비핵화 대화를 할 수 있다’ 정도의 의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선언이 미국의 요구에는 맞아 떨어지지만,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가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지 1시간여 만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This is very good news for North Korea and the World-big progress! Look forward to our Summit)”고 환영한 바 있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의 이번 선언은 미국의 요구에는 맞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미국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급 핵무기를 가장 두려워하는데, 북한은 ICBM을 포함한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미국은 북한이 핵기술을 타국에 수출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데, 북한은 핵기술 이전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번 선언이)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존의 핵무기 기술이나, 실제로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핵무기에 대한 폐기 언급은 없었다”면서 “우리 정부는 향후 있을 남북·북미정상회담, 더 나아가 6자회담 등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우리의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폐기하기로 결정한 풍계리 핵실험장 ⓒ 연합포토

북한이 폐기하기로 결정한 풍계리 핵실험장 ⓒ 연합포토

 

“북한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 작업 가능성” 

 

이번 발표가 북한 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정서를 별도로 채택했다. 장기적 경제 계획으로 “인민 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 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복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을 제시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경제건설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국제환경 및 국제사회와의 긴장완화가 필수적인 만큼, 4월27일 개최될 남북정상회담과 5월 말 또는 6월 초에 개최될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유를 이 같은 필요성에 따라 주민들에게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원회의에서의 결정 사항은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향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및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에 대한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전 원장은 “김정은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번 발표를 할 수 있었음에도 중요 회담을 앞둔 지금 선제적으로 발표를 한 것은 북한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며 “그동안 김정은은 핵과 경제를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말해왔다. 남북 또는 북미회담에서 갑자기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지도력에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요 회담 전에 미리 발표를 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만큼 김정은 정권에 있어 경제 문제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우리 정부는 이런 북한의 분위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상국가 꿈꾸는 北, ‘리설주 여사’ 띄우기

[평양 Insight] 은둔에서 벗어난 그들…北 여인천하 시대 열리나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3(월) 08:49:24 | 1488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는 28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곁을 지켰다. 정혼한 것으로 알려진 부인 김영숙의 존재를 한·미 정보 당국은 김정일의 여성편력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지만, 그 실체가 드러난 적이 없다. 고용희는 사실상 김정일의 여인으로 자리했다. 김정일의 첫 여인으로 알려진 성혜림을 밀쳐내고 안방을 차지한 것은 물론 자신의 소생인 2남1녀 중 차남인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거머쥘 수 있도록 했다. 후계자 지위를 놓고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 태어난 장남 김정남 세력과 사활을 건 견제와 권력다툼을 벌인 건 물론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인 리설주 ©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인 리설주 ©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 친모’ 고용희 평생 은둔

 

그런 고용희는 철저하게 은둔을 강요받았다. 2004년 유선암으로 치료를 받다가 프랑스 파리에서 숨질 때까지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함께 방북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혼자 나왔다. 2002년 8월 조선인민군출판사에서 고용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찬양 선전하는 책자가 발간됐다는 첩보는 있었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 생모가 안쓰러웠기 때문일까. 김정은은 집권 직후 고용희 우상화를 위한 조심스러운 시도를 벌였다. 노동신문은 2012년 2월13일자에 고용희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채 ‘평양의 어머니’로 소개했다. 어린 김정은과 함께 밤늦게까지 집 앞을 서성이면서 현지지도를 나간 ‘장군님’(김정일을 지칭)을 기다리곤 했다는 찬양 스토리다.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고용희의 생전 모습을 담은 기록영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선글라스에 모피코트 차림으로 김정일과 군부대 등을 방문한 모습이 드러난다. 김정일 생일파티에서 “위대한 장군님을 평생 잘 모시고 따를 것을 다짐한다”는 충성맹세문을 낭독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나온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더 이상 진전은 없었고, 고용희가 북송교포 출신이란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이란 얘기가 북한 내부로부터 흘러나왔다. 생모에 대한 대대적인 찬양 선전 등 가계 우상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생모를 평생 ‘얼굴 없는 여인’으로 살 수밖에 없게 한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리설주를 처음 공식 등장시키면서 ‘부인 리설주 동지’로 불렀고, 이후 이 호칭을 줄곧 사용해 왔다. 공개 활동에 수시로 동반토록 하면서 존재를 부각시켰다. 급기야 2월8일 북한군 창건 기념 군사퍼레이드 참석을 계기로 북한은 리설주를 ‘여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터라 그녀를 퍼스트레이디로 등장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리설주의 데뷔 무대는 북·중 정상회담이었다. 3월25일부터 나흘간 이뤄진 김정은의 전격적인 방중은 리설주를 국제 외교무대에 처음 퍼스트레이디로 서게 하는 자리였다.

 

김정은의 리설주 띄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4월1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에서 하루 전 열린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 소식을 전했다. 눈길을 끈 건 이 행사에 참석한 리설주에게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처음 사용한 대목이다. 중앙TV는 김정은 동정을 전담해 전하는 아나운서인 리춘희를 내세워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께서 당과 정부 간부들과 함께 중국 중앙발레무용단의 ‘지젤’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4월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오른쪽)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이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가운데)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함께 중국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4월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오른쪽)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이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가운데)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함께 중국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동생 김여정의 부쩍 늘어난 광폭 행보

 

김정은을 동반하지 않고, 리설주가 독자 공개 활동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설주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를 수행하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그를 맞았다. 북측 간부 중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포함됐다. 올케와 시누이 사이인 리설주와 김여정은 쑹 부장 양옆에 앉았다. 평양 로열패밀리의 여인들이 이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김여정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2월9일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파견된 북한 고위 대표단의 단원으로 남한을 방문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가져온 김정은의 친서와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3차 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전달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 김여정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은 물론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7년 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장에서 눈물짓던 때와 크게 달랐다. 세습 권력의 후계자로 등극한 오빠를 먼발치에서 지켜만 보던 모습도 찾기 어렵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중앙당 제1부부장으로 우뚝 선 김여정은 남한 방문을 통해 자신이 북한 정권의 핵심이자 김정은의 최측근 보좌관으로 자리했음을 과시하려 들었다. ‘믿을 건 핏줄뿐’이란 남매의 의기투합 결과물이다.

 

29살 동갑내기인 리설주와 김여정은 ‘올케-시누이’라는 관계를 넘어서 최고 권력자 김정은을 안과 밖에서 조력하는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당분간 리설주에게 더 큰 관심이 쏠릴 공산이 크다. 청와대와 정부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리설주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본다. 리설주에게 ‘여사’ 호칭을 붙이는 쪽으로 결정하는 등 환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평양 권력의 이면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권력의 뒤편에서 존재감 없이 숨죽이며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의 불꽃같은 사랑이 타오를 때 잠시 반짝이다 소멸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의 열정이 식어버리면 버림받고 잊혀지고, 때론 몰락의 길을 걷다 비참한 운명을 맞아야 했다. 절대 권력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여인들의 처절한 몸부림도 있었다. 자신의 소생을 후계자로 옹립하기 위한 투쟁은 마치 조선이나 고려시대의 궁중암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싸움에서의 패배는 곧 몰락과 죽음을 의미했다.

 

집권 7년 차인 김정은 정권은 기로에 섰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압박을 전술적으로 잘 막아내야 할 상황이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자초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 체제의 명운을 시험하고 있다. 김정은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권력 핵심 실세로 부상한 김여정과 리설주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 "핵 시험·미사일 발사 중지, 핵 시험장 폐기"

핵무력완성 선언한 북한, 이제는 경제 발전에 매진
2018.04.21 08:19:40

북한이 핵 시험과 미사일 발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면서 풍계리에 위치한 핵 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2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에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를 중지 할 것"이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결정서에 "핵 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 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며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도 필요없게 되였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 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치였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에게 밝힌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언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결정서에서 핵‧미사일 시험 중단의 재확인과 함께 풍계리에 위치한 핵 시험장(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주로 논의하게 될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 발표 직후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핵 실험장을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 이건 북한과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소식이자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기대해 보라"라는 반응을 내놨다.  

전원회의를 통해 핵 시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한 북한은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의 한 축인 핵무력 완성이 끝났으니 이제는 경제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정서에서 북한은 "나라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를 일떠세우고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투쟁에 모든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로선"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적 로선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당면 목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에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 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하여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퍼지게 하는 것"이라며 "병진로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로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를 소집해 이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은, 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 내부의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해 놓은 북한이 갑자기 비핵화의 길로 나오려면 내부를 설득할 명분과 논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이번과 같은 결정서를 채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후 우리의 주동적인 행동과 노력에 의하여 전반적 정세가 우리 혁명에 유리하게 급변하고 있다"면서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하여도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사변들이 련발하고있는 경이적인 현실은 우리 당 병진로선이 안아온 빛나는 결실"이라고 평가하며 본인의 정책적 판단으로 최근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인터뷰]"중국은 북한 제재 쉽게 늦추지 않을 것" 주젠룽 교수

조윤영 입력 2018.04.23



북한, 비핵화 50% 가능성..핵실험 중단은 미국에 대한 성의 표시
중국, 文 대통령 차갑게 대하다 최근엔 "간단한 사람 아니다" 평가
김정은에겐 화내다 방중 후 정치적 장악력과 유연성 인정 분위기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중국 상하이(上海)출신으로 화동사범(華東師範)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한 뒤 1986년에 일본으로 유학 온 도요가쿠엔(東洋学園)대학교의 주젠룽(朱建榮) 교수는 일본 내 최고 북중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6일 도쿄(東京)에서 만나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은의 중국방문과 함께 급진전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물어봤다. 2018.04.23.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중국은 북한이 그렇게 간단히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북한이 시간벌기 전략으로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 중국과 미국 혹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감을 높여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생각인 줄 중국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테이블에 앉으면 북한이 후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일본 내 최고 북중전문가로 꼽히는 도요가쿠엔(東洋学園)대학교의 주젠룽(朱建榮) 교수는 이 같이 진단했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북한과 중국간 70년 역사의 흐름을 짚어온 주 교수를 지난 16일 도쿄에서 만났다. 인터뷰 이후 급진전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추가로 전화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에 다녀오기도 했다.

주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유엔 대북제재가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대화에 나섰지만 미국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를 잇따라 기용하는 것을 보고 단계별 협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중국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역시 북한의 이런 생각을 모르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지금 모든 것을 다 포기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틀림없지만 시간벌기가 통하지 않을 것도 안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에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김정은의 방중 후 중국 내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도 덧붙였다.

주 교수는 북한이 지난 21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표명한 데 대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을 것"이라며 "이에 북한이 우선 핵실험 중단 발표로 성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출신으로 화동사범(華東師範)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한 주 교수는 1986년 일본에 유학온 재일 중국인 학자 1세대다. 그의 대표 저서인 '마오쩌둥(毛澤東)의 조선전쟁'은 중·러 양국의 기밀 해제된 자료 분석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북한의 미묘한 신경전을 치밀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이 지난 21일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나.

"북한의 이번 핵실험 중단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가 방문 당시 북한과 합의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에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을 것이다. 이에 북한이 우선 핵실험 중단 발표로 성의를 보여주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스스로 비핵화의 한 발을 내딛었다고 내세우면서 앞으로 이를 갖고 미국에 여러가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이 지난달 25~28일까지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는 북한이 핵을 완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의 80~90% 정도 완성했다고 본다. 핵탄두의 소형화 등 문제가 있지만 북한은 현재 최대한의 핵억지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이상 대립 구도를 유지하면 미국과 군사적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협상으로 전환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다. 북한은 앞으로 반년 정도는 더 견딜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석유, 전략적 물자, 외화 등에서 대북제재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세 번째는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불안이 생겼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대국들을 경쟁시키면서 자신의 살 길을 찾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미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한 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경질하고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을 기용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추구해왔던 단계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이 '먼저 포기해라, 아니면 패키지로 한꺼번에 하라'고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북한에게 단계별 협상은 유일한 전략이다. 따라서 중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미국의 일괄 비핵화 요구에 중국을 앞세워 단계별 협상으로 이끌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방중 기간에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수락한 배경은.

"중국은 북한이 그렇게 간단히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북한이 시간벌기 전략으로 협상을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 중국과 미국, 혹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감을 높여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생각인 줄 중국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왜 중국이 북한을 받아주었는가? 중국은 최종적으로는 북한에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 중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허라 무역, 대만 문제 등에서 미국과 충돌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또 하나는 일단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테이블에 앉으면 북한이 후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까지 참여해 국제사회가 최대한의 대북 압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에 나선 지금이야말로 최대한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북미간 대립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중국 학자들도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데 있어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해서 두 곳에 들렀다. 하나는 천단(天壇)이다. 천단은 천명을 받은 지도자가 가는 곳이다. 중국이 김정은에게 그곳을 안내한 것은 중국이 그를 북한의 지도자로 인정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촌인데, 이는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중국이 경제협력 한다, 그럼 북한도 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 메시지다. 북핵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앉히고 싶은 중국은 먼저 김정은을 북한 지도자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이 김정은의 방문을 극비로 했는데, 중국의 그런 태도가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김정은이 북한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의 방중을 공표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북한의 요청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그렇게 해 와서 이번에도 따라준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 외교관에게 여러 번 들은 이야기인데, 북한은 작은 나라지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가르치고 지시하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반발한다. 그래서 중국이 방향을 제시하면 알아서 판단해서 결정하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에 중국에 오라 마라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라 하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이번 방중도 북한의 요청이 있어서 이뤄졌고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준 것이다."

-김정은의 방중으로 북중관계가 이전과 같이 회복됐다고 판단하나.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 문제에 있어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핵 협상을 미국에 미루는 것은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것과 함께 직접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북한에 충고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이 뒤에서 북한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인적 교류를 매우 중시한다. 왕자루이(王家瑞)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은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역임했는데 사실 외교관은 아니었다. 칭다오(靑島)의 당서기였다. 김정일이 칭다오 갔을 때 이야기가 서로 잘 통했다. 이후 북한은 왕자루이하고만 말하려고 해서 결국 중국은 그를 대외연락부장을 시켜 북한의 창구가 되게 했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을 새로운 파이프 라인으로 쓰고 싶어했다. 하지만 쑹 부장이 작년에 평양을 방문해 최룡해와 만났을 때 사진을 보면 차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김정은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쑹 부장을 신뢰해서 계속 북한 창구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이 중국에 갔을 때 일부러 단둥(丹東)까지 보내고 또 김정은이 귀국할 때도 단둥까지 가게 해서 쑹 부장을 쓰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에 중국 예술단의 북한 공연에도 쑹 부장을 보냈는데 김정은을 다섯 번이나 만났다. 이는 북한이 쑹 부장을 파이프라인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김정은 방중으로 중국과 북한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정상회담 합의문에 '전략적이고 중대한 것에 대해 서로 협의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북중관계의 회복을 반영한 표현이다."

-중국은 김정은이 정말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연구회에 참가하고 왔는데 대부분 중국 학자들은 김정은이 시간벌기와 비핵화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즉 시간벌기를 하는 쪽과 비핵화를 하는 쪽 중에서 완전히 결정하지 않은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 모든 것을 다 포기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틀림없지만 시간벌기가 통하지 않을 것도 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안심시켜주면서 비핵화로 이끌고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김정은 방중도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논의하고 싶다고 뜻을 전달했기 때문에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이뤄진 이번 방중에서 중국은 북한에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한 결정은 잘했다'면서, 앞으로 중국이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계속 안심시켜 줬다. 중국은 북한이 시간벌기를 할 것이란 것을 알지만,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혀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데, 그 사이에 중국이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겨우 만들어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또 현재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더 악화되지 않게 북한문제로 긴장감을 조절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나오면 중국이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해줄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대화를 나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함부로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중국은 북한문제를 놓고 한국과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최근 중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게 이용당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결국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그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과 중국은 이른바 3불(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사드 추가 배치 불가·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추진)에 합의했지만 사실 공개되지 않은 합의사항이 하나 더 있었다. 중국이 사드 도입은 묵인하겠지만 운용은 제한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중국을 향해 2000km 거리의 레이더는 운용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자주적으로 운용하겠다고만 하고 제한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게 문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지고 나서도 중국이 한국에 차가워진 이유다. 하지만 중국은 평창올림픽 후 문 대통령이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간단하게 이용될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게다가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한국 없이는 해결 안 되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게 됐다."

-중국은 김정은의 정치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는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꽤 높은 관리에게 들었는데 중국은 원래 아들이 대를 이어서 지도자가 되면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잘 해주려고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후 시 주석에게 먼저 북한을 방문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이 화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컸던 것은 장성택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때부터 중국과의 파이프라인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충격이 컸다고 한다. 그리고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보고 더 불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이 비핵화 하겠다면서 먼저 연락했기 때문에 그동안 불쾌한 것은 다 잊고 잘해보자 했는데 직접 김정은을 보고나서는 정치적 장악력이 있구나,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부분이 있구나 하고 판단하게 됐다고 한다. 즉 김정은을 만나고 나서 북한이 여전히 시간벌기를 원하고 있지만 비핵화 쪽으로 이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는 어떻게 전망하나.

"비핵화와 관련해서 50% 이상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50%라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방침에 모두 일치했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이러한 협상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는 국제사회가 단결해서 대북압박을 했기 때문이다. 자칭궈(贾庆国)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장이 '앞으로 북한에 더 큰 채찍과 더 달콤한 사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즉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더 큰 압력을, 비핵화의 길을 걸어가면 그에 마땅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뜻인데, 이런 국제사회의 뜻을 확실하게 북한에 보여줘서 비핵화로 이끌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비핵화의 가능성을 50% 이상 더 높일 수 있다."

-일중관계는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싶어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달아 터진 스캔들로 인해 낮아진 지지율을 외교력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도 중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관계가 좋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미일은 100% 일치한다'고 하면서도 사실 트럼프 정권을 다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은 말이 잘 통하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올해는 일중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는 게 아베 총리의 외교력을 보여주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 비핵화 레일에 올라탔다

[기고] 비핵화 구체적인 프로그램 구상할 때


협상을 통한 비핵화의 서막이 열렸다. 북한이 먼저 치고 나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 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치었다"고 했다. 다행히 북한이 대남, 대미협상을 단기적인 거래로 보지 않고 연속적 거래행위로 파악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 평가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하고 있다. 요약하면, "비핵화로 가는 긍정적 신호"에서부터 "북한의 핵무기 국가 선포"까지 분석과 전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자의 시각은 북한이 미국 등으로부터 체제보장과 외교관계 수립, 경제 보상을 받으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에,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군사력 우위에 '경제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비대칭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북한이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국제관계 이론 측면에서도 이러한 상반된 평가(conflicting assessments)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신현실주의 이론가 월츠(Kenneth Waltz)에 따르면 국가는 생존이 목표이므로 이를 위해 모든 노력(self-help)을 추구한다. 군사력을 키우거나 다른 국가들과 안보동맹을 맺어 외부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일정 정도의 핵무기를 확보하면 외부 위협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생존능력은 확보하게 되는 셈이기에 무정부 국제질서 하에서 핵무기 보유는 확실히 매력이 있는 유인요소임에 틀림없다.  

이는 물론 북한이 미국과 적대적 관계만 해소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과 상치된다. 게다가 협상 카드로서 핵무기를 만들고, 나중에 이를 포기한 국가는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월츠는 핵무기야말로 북한으로서 국가생존에 필요한 유일한 수단이므로 어느 나라도 북한 핵 보유를 막을 수 없다고 진단한다.  

반대로 저비스(Robert Jervis)는 공격에 비해 방어의 우위가 이루어진다면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가 완화되어 적대관계가 협력적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 방어의 우위를 점하는 한 가지 방법은 미국과 한국이 자발적으로 군사력을 현저하게 낮추는 조치를 비핵화와 동조화하는 일이다.

상호 협력이 북미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배반'을 선택하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죄수의 딜레마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북한과 미국이 배반으로 얻는 단기적 이익보다 협력을 통한 장기적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노동신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CIA 국장이 비밀리에 방북한 후 나온 북한의 풍계리 핵시설 폐쇄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 발사 중지 선언은 비핵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평양에서 발신된 셈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있다'는 식의 협박이 아니라 파국에서 오는 불이익을 김정은에게 진지하게 이해시켰다고도 추론할 수 있다. 북·미가 합의해서 얻을 이익과 피할 수 있는 손실을 양측이 올바르게 인지했다는 증거다.

그래서 김정은이 안보(핵)와 경제 중 택일해야 하는 병진노선의 딜레마에서 핵 철로 위에 놓여있던 궁핍한 북한체제를 경제 철로 위로 옮겨 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를 시연했던 것처럼 어쩌면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을 수도 있는 풍계리 핵시험장을 시멘트 등으로 봉인하는 장면과 ICBM 몇 기를 상징적으로 파괴하는 '세리머니'를 할 수 있겠다 싶다. 보수 일각에서는 애당초 이를 '쇼'로 폄하하지만 '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가 할 일이다.

협상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되기보다는 오히려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게임 성격이 더 강하다. 필요하다면 남북 정상 간 전화통화 이후 남측에서 특사를 평양으로 파견하여 우리의 구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신뢰를 구축하는 하나의 전술이다.

트럼프 역시 기존의 국제정치 및 외교의 문법을 깡그리 무시하는듯한 변종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에 남북한과 북·미 간 비핵화 관련한 협상 내용에서 비핵화 종료 시점이 명시적으로 적시된다면 비핵화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셈이다.

북한판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 짤 때

북한은 지난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면서 북·미 사이 서명한 '제네바 합의'(1994.10)는 휴짓조각이 되었고 북한은 이를 빌미로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고서 NPT 탈퇴를 선언했다. NPT에서 서명하고서 탈퇴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NPT 의무사항인 IAEA 사찰과 검증을 받을 법적의무도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따라서 북한을 다시 NPT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지원과 사용하지 않은 핵연료봉을 구입해 주는 등 일정한 반대급부 내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과정이 합의가 되면 북한은 보유 핵무기와 시설의 공개, 사찰, 제거 과정 등을 거쳐 마침내 IAEA 등의 감시 아래에 놓이게 된다.  

결국 북한 비핵화의 핵심은 매 단계마다 '검증'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그 단초는 이미 2.13 합의문(2007년)에 마련되어 있다. 2.13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의 조치는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하는 일이다. 그리고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사용 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한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하도록 했다.  

보도에 따르면,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있는 영변 핵시설만 해도 확인된 건물만 390개에 달한다. 영변 핵시설만 해체·제염하는데 수천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영변 이외의 비밀 장소에 고농축우라늄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 내지 촉진 목적으로 북한판 '협력적 위협감소'(Cooperative Threat Reduction: CTR)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CTR에 대한 국내 연구는 오래 전에 있었다. 그동안 먼지가 두껍게 쌓였을 연구보고서를 꺼내어 관련 전문가들을 재조직하여 내용을 보완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한국 단독으로 추진될 성질이 아니며 무엇보다 북한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다자체제의 틀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우리로서는 이슈를 선점해야 국제협력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동시에 남북관계도 강화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오랜 남북협상 및 경제 과학기술 협력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적 동질성 언어 등 여러 측면에서 대북 CTR 적용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비용분담은 물론 세부시행과제의 수행에 과학기술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원자력 공학, 물리학, 화학, 국제관계, 안보, 남북문제, IAEA 사찰 및 검증 유경험자, 법률 등 각 방면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상황들을 작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비핵화 로드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