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갑'인 한 평화는 요원

일취월장7 2018. 4. 20. 10:16


유엔보고서 "北 1000만 명이 영양부족"

[다른백년 칼럼] 북한의 실태와 지원의 긴박함
2018.04.16 14:22:36


유엔 파견 평양주재관의 조사에 의거하여 2018년 3월에 유엔원조업무조정국(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과 보건 및 의료 실태보고서를 아래에 번역, 게재합니다.  유엔에 긴급 사항으로 보고될 만큼 현재 북한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이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누적 되어온 현실입니다. 정부 당국과 시민사회는 오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면적인 식량제공과 의료지원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 <다른백년>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간절합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핵과 미사일의 추가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와는 별개로 순수한 인류애 차원의 사안입니다. 핏줄과 역사와 언어를 공유한 같은 동포요, 배달민족으로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마땅한 역사적, 도덕적 책무입니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일체의 주저함이 없이 인도적 지원을 결연히 결심하고 지체없이 시행해야 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제체의 구축 그리고 공존공영의 협력으로 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개황 

정치적 긴장 속, 북한 전역의 약 1030만여 명이 지속적인 식량불안정과 영양부족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그 중에서도 거의 매년 발생하는 홍수와 장기화된 가뭄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새로운 인도적 지원이 긴급히 필요하며, 이들 북한 인민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 건강, 물, 위생 등이 충족되지 않는 생활에 노출되어 있다. 

만성적 식량불안정 

북한에는 만성적 식량불안정, 유아기 영양실조, 영양불안이 만연하다. 전세계 기아를 측정하고 추적하는 2017 세계기아지수(GHI)에 따르면 북한은 28.2점을 기록, '심각'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북한 전체 인구의 약 41%인 1030여만 명이 영양부족 상태인 셈이다. 북한의 영양부족 비율이 높은 배경에는 여러 복잡한 이유가 뒤얽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산이 많은 지형을 꼽을 수 있다. 북한 토지의 17%만이 농작물 경작에 적합하며, 그마저도 전통적 영농방식에 의존하고 있고, 고품질 종자나 적절한 비료와 농기계 등 농업에의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북한은 가뭄과 홍수에 취약하게 되었고, 이는 농업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기 쉽다. 

각 가정은 정부의 식량배급제(PDS) 외에 시장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보통 열흘에 한번 열리는 농민시장(farmers' market)이 다양한 식품과 생필품을 유통하는 채널이다. 시장에서는 물물교환은 물론 수많은 종류의 소규모 거래가 여성들을 통해 이뤄지고는 한다. 시장에서 각 가정의 텃밭이나 비탈밭에서 기른 채소, 옥수수, 감자, 심지어 작은 가축이 거래된다. 대부분의 식량은 약 3900개의 협동농장과 100개의 국영농장에서 재배되고, 각 농장은 종자생산, 경작, 양계, 생선 또는 돼지사육 등 전문화된 특정 활동에 집중한다. 협동농장은 옥수수와 쌀, 더 많은 감자 등 주식의 자급자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협동농장의 구성원은 정부의 식량배급을 받을 자격은 없지만, 주요 채소와 옥수수, 일부 가축을 공급해 다양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텃밭 대지(약 97.2㎡)를 이용할 수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 근처의 토지에서 소그룹으로 경작을 하는 한편, 1990년대 중반 벌채 후 경작지로 이용되었던 '비탈밭'이 비공식적 농업생산을 위한 사용자그룹(Users' Groups)으로 형성되고 있다. 2017년에는 건조한 날이 이어지며 조생 작물의 수확이 감소했고, 주요 작물의 파종과 초기 성장이 저해되었다. 

이에 북한 정부는 마을주민과 자원을 동원하여 관개를 시도함으로써 가뭄의 영향을 줄이고자 하였다. 인도주의 단체들 역시 영양실조의 예방과 치료부터 인명을 살리기 위한 건강 및 물, 공중위생, 개인위생 (WASH) 개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그러한 정부의 대응을 지원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년 북한의 총 식량생산(곡물류)는 2016년의 5.89 MT 대비 7.42% 감소한 5.45 MT에 그쳤다. 

북한 전역에 만연한 영양부족 

임신 전 3개월부터 태아의 발달, 출생 후 만 2년이 끝나는 시점까지의 기간은 유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며, 장기적인 신체발달의 토대를 쌓는 기간이다. 여성의 임신 전과 임신 중, 모유수유 중의 영양 및 건강상태는 아기의 체중은 물론, 장래의 신체적, 인지적 발달 등 배아와 유아의 성장 및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태아의 임신부터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어머니와 자녀에게 적절한 영양과 의료를 제공하면 유아사망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건강한 신체 및 두뇌성장, 두드러지는 교육성과 등 평생에 걸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역으로, 이 '1000일의 기회'를 최적미달의 영양상태로 보내게 될 경우 이것이 일생에 미치는 영향은 돌이킬 수 없다. 

많은 북한 주민은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 미량영양소의 섭취가 제한된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있다. 이는 신체 및 인지발달 문제 등 영양부족과 관련된 문제로 귀결된다. 5세 미만의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영양부족(성장저하와 체력감소)의 직접적인 사유는 식량불안정, 부적절한 식사제공, 양질의 보건서비스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 2012년에 작성된 북한의 국가영양조사(National Nutrition Survey)에 따르면 5세 미만 아동의 만성 영양실조(성장저하)와 급성 영양실조(체력감소) 비율은 각각 27.9%와 4%였다. 이는 한 해에 구조활동이 필요한 아동의 수가 각각 심각한 수준의 급성 영양실조(SAM)에 노출된 6만 명과 일반적 수준의 급성 영양실조(MAM)에 노출된 1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니세프는 북한 보건성과 협력하여 2016-2017년 급성 영양실조 관리프로그램(CMAM)의 범위를 확대했다. 동기간 동안 유니세프가 현장에서 관찰한 내용과 정부의 자료는 CMAM의 확대로 SAM에 걸린 아동의 치료수요가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동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의 23.3퍼센트 역시 영양실조 상태이다. 미량영양소 중에서도 철분, 아연, 비타민 A, 요오드의 결핍이 가장 흔하다. 북한 보건성의 2014년 보고서는 임신부의 31.2%가 빈혈이고, 저체중 출생아의 비율이 5%임을 명시하고 있다. 영양부족현상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것에 더해, 보건, 물, 공중위생 및 개인위생 서비스의 부족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동 영양실조의 약 40~60%는 반복되는 설사와 기생충 감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등에 의한 부적절한 식수와 보건위생 그리고 개인위생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 보건서비스의 결함 

모든 북한 주민은 법으로 보편적 무상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는다. 최근 몇 년간 산모사망율과 5세 미만 유아사망율, 영아사망율이 크게 주는 등 많은 공중보건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 내 많은 지역은 설비와 장비, 약품이 부족하거나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숙련된 의료인이 부재한 실정이다. 보건서비스 이용에 대한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격차도 여전해, 농촌지역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도시지역보다 1.2배 높게 나타났다.

북한에서 보건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은 5세 미만 아동, 임신부, 전염병환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 산모사망율의 가장 흔한 원인은 분만 후 출혈로, 특히 집에서 출산한 여성이 위험에 처하기 쉽다. 

2014년 발표된 경제∙사회∙인구∙보건 조사(SDHS)에 의하면, 모든 북한 여성의 9퍼센트 가량은 여전히 가정에서 출산하고, 산모 사망의 67%가 바로 가정 출산을 하는 여성에게서 발생했다. 전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은 여전히 북한의 주요 보건 문제로 남아있다. 최근 결핵 유병률 조사 결과, 10만 명 중 641명이 결핵을 앓고 있으며, 이들은 재발과 약제 내성 결핵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말라리아는 감소 추세이나 계속해서 사례별 추적과 진단서비스를 강화하여 북한의 말라리아 퇴치를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결국 1차 보건의료 단계에서의 보건서비스 강화와 암환자의 완화 및 치료의 필요로 귀결된다. 북한의 많은 보건 시설에는 전문 설비와 숙련된 의료인이 없어 장애인의 특정한 건강 관련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재활보조장치가 필요한 사람 중 오직 37.4%만이 그러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4개의 도에서 실시된 2016-17 재활수요평가(Rehabilitation Needs Assessment)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전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이 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43.3%). 대부분의 2차, 3차 보건의료기관은 급성 및 급성 후 의료재활서비스를 진단하고 제공할 인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많은 경우 환자가 2차 합병증에 걸리거나, 영구적 장애를 입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들 다수는 어떠한 보건서비스가 가능한지 조차 알지 못한다.

북한 내 대부분의 지방병원들은 의료기기나 설비가 부족하고 의사들이나 환자들 또한 제대로 된 의료 환경에서 종사하거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링거병 대신 맥주병으로 수액을 투약하고 있다. 적절한 의료와 복합적으로 안전한 식수와 보건위생, 개인위생 서비스의 부족 등의 문제가 상존한다. 설사와 폐렴은 북한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가장 주요한 두가지 원인으로 꼽힌다. 설사는 주로 안전한 식수의 부재와 좋지 못한 공중위생 및 개인위생 관행으로 인해 발생하고, 유아기 결핵과 영양실조를 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2013-2014 평가 결과, 전체 인구의 약 11%인 270만 명이 상수도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수도의 절반은 불규칙한 전기공급과 유지보수 투자 부족으로 그 기능이 제한되어 있다. 북한의 대부분 지역에서 급수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물의 질과 양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최소 1370만 명이 항시 안전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위생과 관련된 리스크와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어, 그 결과 전체 인구의 23% 가량이 기본적인 개인위생을 이용할 수 없다.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북한을 강타한 자연재해는 기존의 취약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임위원회(IASC)의 위기관리지수(INFORM) 산출 결과, 북한은 재해위험 부분에서 191개 국가 중 41위에 올랐다. 홍수와 가뭄이 정기적으로 북한을 강타하고, 때로는 홍수와 가뭄이 같은 해에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약 620만 명의 북한 주민이 2004년에서 2016년 사이에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천연자원의 황폐화가 농업생산에 영향을 주는 등의 더욱 가시적이고 심화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가뭄이 점점 더 빈번히 발생하면서 농업생산과 식량안전을 장기적으로 저해하였다. 가뭄의 장기화는 주로 3월에서 6월 사이에 발생하는데 이 시기는 벼 모내기와 기타 작물 파종의 피크타임이기 때문에 전반적 농업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북한은 2017년 발생한 장기간의 가뭄 외에도 2014년과 2015년 본격적인 가뭄을 겪은 바 있다.

가뭄 외에도 최근 몇 년 간 호우의 빈도와 기간이 늘어나면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해 반복적인 대형 홍수가 잇달았다. 2016년에는 함경북도를 강타한 대규모 홍수로 약 60만 명이 피해를 입고, 7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집을 잃었다. 이러한 홍수는 산사태를 동반해 농업생산에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 식량불안정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인도주의적 도움의 필요를 촉발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단체들이 눈 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마을 단위의 재해위험관리와 환경보호, 재해감소, 기후변화적응 등에 집중하며 주민의 재해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도주의 단체들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는 반복되는 재해, 특히 홍수와 가뭄 이후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점증하는 지정학적 긴장상황이 인도주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

인도주의 활동에 가해지는 매우 중요한 제약은 국제적 정치환경, 특히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의 증대, 그리고 강화된 국제 및 양자 제재의 간접적 영향일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인도주의 활동단체가 충분한 자금을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원칙적으로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의한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와 후속 결의가 인도주의 활동 자체를 제한하거나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의 역효과를 일으킬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나, 실제 인도주의 활동은 은행, 기업, 관료 등이 제재 위반을 우려하면서 크게 지연되고 지장을 겪는 일이 많다. 2013년 이후 은행업무에 자주 지장이 생기면서 인도주의 단체들도 북한으로 자금을 보내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어려움이 장기화 됨에 따라 이들 단체들은 기타 활동은 취소 또는 연기한 채 오직 인명구조 활동만 실행하는 등 우선순위를 재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단체는 일관된 안정성을 가진 자금조달 경로없이 장기적으로 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주의 물품을 전달하는 공급망이 와해된 결과 인도주의 활동도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  이렇게 공급망이 와해된 것은 다수의 업체들이 금융 및 시장의 평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북한으로 인도주의물품을 조달하고 배송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으로 가는 장비 또는 물품이 제재 대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요구사항 때문에 조달은 물론 통관수속에도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도 잦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제재는 북한에 자금을 공급하는 원조국의 심리 변화에도 일조했다. 전반적인 지정학적 상황에 인도주의 단체가 직면한 어려움까지 더해져 원조국들의 태도와 원조금을 배분하는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원조국의 자금원조가 급격하게 감소했고, 2017년에는 필요 자금의 30%만이 지급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 인도주의 단체들은 지난 몇 년간 가장 취약한 계층의 필요를 충족하는 등의 진전을 보였다. 점진적으로 북한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고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 결과이다. 이런 접근방식을 통해 북한 전역에서 인도주의적 접촉을 계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국제사회에서 잊혀져 버린 북한 지역사회에서 인명구조활동을 펼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제한되다 보니 해당 단체들도 북한주민이 필요로 하는 바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고, 결과적으로 불충분한 성과를 내는데 그치고 있다. 충분한 자원이 없이는 이 단체들이 북한 내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해 성취하고자 하는 질적인 결과를 이룰 수 없다. 끝. 


‘제2 고난의 행군?’…정상회담 앞둔 北 ‘뒤숭숭’

[평양 Insight] 만성기근에 아사자 발생說까지…주민 배급망 사실상 붕괴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6(월) 14:24:00 | 1487호


북한 전역에 걸쳐 만성적인 식량난이 번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배급 중단으로 인해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특히 일부에선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단체 고위 인사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시에서도 식량부족으로 배급망이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물가 불안으로 장마당을 통한 식량과 식료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대홍수와 기근으로 북한 인구 2400만여 명 가운데 200만~300만 명이 굶어죽었다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언급한 참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정부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최근 실상과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와 차이가 난다. 통일부와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긴급구호를 받아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내구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근 수년 동안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북한의 식량난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 4월 한산한 평양 거리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북한의 식량난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 4월 한산한 평양 거리 © 사진=연합뉴스


유엔 FAO 2018 보고서, 북한 주민 41% 기근

최근 대북 특사단이나 예술단 방북 과정에서 평양을 다녀온 인사들도 북한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활기찬 모습이고, 주민들의 옷차림이나 표정이 밝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 보건 및 영양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도 아직 집행하지 않는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제기구 등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 경제 지표와 실상은 김정은 체제 아래서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월12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이 공동 발표한 ‘2018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북한 전체 주민의 41%에 해당하는 1050만 명이 지난해 기근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6년보다 50만 명 더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북한을 ‘외부로부터 식량 원조가 필요한 위기국가’ 37개 나라에 포함시켰다. FAO가 지난 3월 발표한 북한 식량 생산량 보고서는 북한이 수입이나 대북지원으로 확보해야 할 식량 부족분이 46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당국이나 전문가들의 판단과 달리 국제구호단체 등에선 북한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월 하순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집권 7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가장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는 형국이다.

눈길을 끄는 건 4월11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3기 6차 회의에서 다뤄진 북한 경제 관련 대목이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을 언급하면서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 것이 중심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외국의 좋은 문물이나 기술을 도입하도록 촉구하던 장면은 사라졌다.
 
올 예산안과 관련해선 국방비가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증가해 15.9%가 됐다고 발표한 점이 주목된다. 최근 수년간 최고인민회의가 발표한 북한 예산 집행 결과에 따르면, 16% 수준의 국방비(실제로는 은닉예산을 포함해 30% 정도일 것으로 정부 당국은 추산) 비중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는 5년 전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경제·핵 병진노선을 제시할 때의 언급과 차이가 난다.병진노선은 핵 보유로 탱크와 전투기·군함 등 재래식 무기를 살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국방비를 민생에 돌리겠다는 약속이다. 북한 스스로도 병진노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효과도 제한적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3월31일 병진노선 발표 5주년을 아무런 행사 없이 지나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2년 4월15일 평양에서 열린 군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하게 약속했다. © 사진=AP연합

2012년 4월15일 평양에서 열린 군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하게 약속했다. © 사진=AP연합


“핵무기 개발에 경제정책 뒷걸음질 쳐”

김정은은 2012년 4월 평양 김일성광장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민생을 챙기겠다던 청년지도자 김정은의 약속에 주민들은 솔깃해했다. 김정은은 야심 찬 개혁 드라이브를 선보였다. 2012년 6월에는 노동당이 통제하는 공장·기업소 등 경제 단위에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6·28 개혁 조치를 선보였다. 이듬해 5월엔 경제개발구법을 만들어 중앙급 경제특구(5개)와 지방급 경제개발구(22개) 등 모두 27곳을 지정했다.

하지만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에 치중하면서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북제재의 파고 속에 북한에 투자를 하거나 교역 등에 나설 국가나 기업은 없었다. 그물망처럼  촘촘해진 대북제재는 해상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던 환적 행위까지 포착해 추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산소호흡기까지 떼인 형국이 됐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말 ‘국가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할 즈음 제재의 고통은 절정에 달했다. 그 충격파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이 전격적인 베이징(北京) 방문길에 나선 걸 두고도 서울·워싱턴과의 대화 문제를 중국 측과 사전에 조율하려는 목적과 함께, 대북제재의 숨통을 트려는 움직임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 측으로부터 긴급구호 성격의 식량이나 일용품·원유 등 체제생존에 절실한 물품을 조달하려는 포석이란 얘기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 수준의 지원확보 방안에 고심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북한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제재 해제나 긴급구호 성격의 식량·에너지 공급을 약속받는다 해도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에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실행하는 가시적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식량난에 이어 아사설(說)까지 제기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게 됐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갑'인 한 평화는 요원

[칼럼]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사드 사태의 진실과 그 해법
2018.04.16 14:02:41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한 한미,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오면서 그 핵심 해결 방안의 퍼즐 조각이 하나 둘 관련 정부 등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면서 흥행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관련 정부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낙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내 덕이요'라고 말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사전 합의된 각본에 의해 관련국들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자초하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부분 몇 가지는 중국과 미국에서 펼쳐졌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장면을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북특사단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미 정상회담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연출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미국과 함께 반대하면서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했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최대 국빈으로 대우해, 중국 인민의 북한 이미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게끔 한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부동산 재벌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낙관하는 발언을 연발케 만든 그것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이 일약 세계 외교가의 스타로 부상하면서 북한 내 통치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그것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을 한반도 운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일본 아베 수상이 '왕따'를 두려워하면서 '나도 끼워줘'라고 외치게 만든 그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공식 채널에서 내놓은 한반도 비핵화 해법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으로 보인다. 그 내용 가운데 하나는 북한 비핵화 이행 논의에서 평화체제를 추진하되,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논외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관련국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주장에 동의하면서 한미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한반도에 주둔중인 주한미군의 존속을 허용하리란 추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 북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주한미군이 영원한 '갑'임을 보장한 SOFA 때문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오직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미군의 무대가 될 것이다. ⓒAP=연합


주한미군은 유엔사(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한미연합사령부)로 나뉘는데, 유엔사는 1950년 북한에 대항해 창설된 부대다. 유엔사가 맡고 있는 업무가 바로 정전협정 관련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가 없어지게 되지만, 한미연합사는 그렇지 않다. 한미연합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78년에 설치된 부대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것에 대비한 미국의 대책이라는 성격으로 읽힌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는 한 한미연합사는 한국에 계속 주둔한다. 전시작전통제권도 바로 이 한미연합사가 가지고 있다. 평화협정과 한미연합사, 즉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다(CBS <노컷뉴스> 4월 8일 보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 뒤 미국 조야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반대라는 목소리가 컸다. 트럼프도 이 문제에 관해 잠잠하다. 이런 현상은 평화협정이 이뤄지더라도 주한민군은 철수하지 않으리란 추정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 이런 추정이 빗나갈 수도 있으나, 미국과 중국은 핵 없는 북한과 남한의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한반도라는 미래상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두 나라는 한반도를 빌미로 하거나, 한반도를 무대로 다른 면에서 서로 다투고 챙기는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시대 종식 이후 동북아 최대의 난제였던 한반도 핵문제 대하드라마가 해결의 종착점을 향해 클라이막스를 향해 질주하는 듯한 양상이다. 그러나 한껏 흥분할 때만은 아니다. 냉정히 이번 사태의 구조와 전후맥락을 짚어야 최상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는 여러 각도에서 살필 수 있겠으나, 한반도 당사국의 하나인 남한의 입장에서 짚어보기로 한다.  

우선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공간은 한미동맹의 구조 내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상징된다. 이 조약 가운데 미국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인 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의를 가리킨다. 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야 본 조약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폐기되지 않는 한 미군의 한반도 무기한 주둔이 가능하다.  

이 조약 4조의 '권리(right)'에 의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할 경우 무제한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있고, 이 조항의 부속협정인 SOFA도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하는 사항을 규정한 한·미 간의 협정이다. 당연히 미국이 슈퍼 갑이다. 평택 미군 기지가 세계 최대가 된 근거의 하나다.  

이 4조는 SOFA를 비롯한 주한미군에 대한 협상에서 미국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의 군사적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등에 대한 합당한 의무조차 지지 않는다. 이 조약에 따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도 천문학적인 액수로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SOFA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미는 1991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만들어 미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절반 정도를 한국이 부담토록 해왔다. 2018년의 경우 9602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양국은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었으며, 2014년 타결된 제9차 협정은 오는 12월 31일로 마감되기에 2019년 이후분에 대해 연내 타결을 봐야 한다. 미국과 SMA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군사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앞세워 주한미군기지의 오염 책임을 인정하고 조치에 나선 적이 2009년 이후 없다. 이는 불평등한 SOFA,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때문이다. SOFA, LPP 등이 한국에서 볼 때 너무 불평등한 이유는 이들 협정 등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용산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규탄할 때 SOFA를 들먹이지만 사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지적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2017년 상반기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 등이 그런 예다.

논란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도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은 '허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 사드 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언론보도나 정치권의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했다. 남한 정부가 사드 배치에서 SOFA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웠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권리'가 잘 집행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배치 사태는 불가피하다.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발생 시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데도 계속 이를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 조약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는 지금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사드 기지에 시설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이를 막아서면서다. 미국이 ‘권리’를 행사하는 중이고 한국 정부는 그것을 '허여'하고 있는 중이다. 사드 설치 문제가 박근혜 정권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도 '불법 설치, 근거 없는 설치'라는 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사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몰라서 그런 측면도 있고 미국이 무섭고, 국내에서 종북으로 몰릴까 두려워서일 수도 있다. 한미동맹은 남한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져 왔고, 이는 21세기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의 국익과 상관없이, 미국을 최대한 만족시키려는 태도라 하겠다. 중국이 사드를 두고 미국이 아닌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약한 고리를 내친다는 비겁한 짓임은 물론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필리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 내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은 1991년, 1947년에 합의된 기지 협정이 폐기되면서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는 조약이 아닌 협정의 형식으로 12개 항의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반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허가하는 지역, 주로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군의 환경 보호 조치 등은 필리핀 법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 필리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은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나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미일상호안보조약은 1960년 체결되었고 양측은 이 조약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각국의 헌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상호 협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양측은 일본의 안보나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 이 조약의 적용을 수시로 협의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필리핀 미국 상호방위협정, 미일상호안보조약 등을 비교 검토할 때 큰 차이가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에서부터 개정 등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으나, 개정 시 필리핀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계속 유지된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 뒤에도 남한은 여전히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된 상태에 머물고, 그럴 경우 평화통일 노력은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이기주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와 교류협력이라는 목표가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향후 미국이, G2로 부상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볼모로 한반도 위기론에 편승해 이익을 계속 챙기려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속하는 한 제2, 제3의 사드 사태는 막을 수 없고, 중국의 보복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 중국 무역 의존도가 50%를 넘는 만큼, 중국이 이를 보복 수단으로 삼을 경우 사태는 대단히 심각해진다. 이에 대한 남한의 대비가 필요하고, 그것은 한미동맹의 정상화뿐이다.  

현재 동북아 상황을 보면 한국이 한반도 당사국답게 상당한 정도의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할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한국이 냉전시대의 위상에 안주하려 한다면 미중의 패권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면서 한반도 분단 지속과 그에 따른 위기 지수는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태를 약화 또는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입에 달고 다닐 수 있는 근거는, 군사관계에서 미국이 갑이고 한국이 을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악화 속에서 미국이 전쟁 불사의 입장을 계속 펴왔지만, 전쟁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한국의 존재감은 실종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앞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 지구촌이 비웃는 국치스런 일이다. 미국이 갑의 위상을 계속 유지토록 하는 것은 미국이 독불장군식 한반도 정책을 강행할 빌미를 줄 뿐임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가 평등한 군사주권국가의 관계를 맺고 미국이 북한을 유엔 회원국이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주권을 존중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모색할 때 진정한 동북아 평화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미래를 생각할 때 경제력 세계 10위권 국가이며, 무기를 해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국이 군사 주권을 회복해서 한반도의 진정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고승우 박사는 615 남측위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 한번 냅시다!
[다산 칼럼]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18.04.17 10:31:53

"나는 북쪽에서보다는 남쪽에서 먼저 민중의 승리가 오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 국민의 새롭고 자발적이며 집단적인 열정의 폭발로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이 나라에 찾아오는 아테네의 봄입니다. 이 아테네의 봄날의 압력에 따라 분단된 북쪽에서도 서서히 자기 나름의 평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반도의 북쪽에 찾아오는 프라하의 봄입니다. 이와 같은 두 개의 봄이 반드시 반도를 찾아올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 역사의 숨결입니다. 그리고 이 봄은 서서히 두 개의 봄을 하나의 봄으로 결합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점차 반도 전체의 봄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것은 한반도 주변정세의 해빙추세와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반도 전체에 휘황찬란한 대지의 봄을 이룰 것입니다. 비무장지대에는 지뢰 대신 꽃과 사슴과 노루와 다람쥐와 더불어 밤새도록 친교와 통일이 토론됩니다." 

한반도에도 봄은 오는가 

이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지배하던 시절, 1976년 12월 23일 저녁 6시 20분부터 9시 40분까지 3시간 20분에 걸친 김지하의 법정 최후진술의 한 부분이다. 나는 지금 한반도에 찾아오고 있는 봄이 그때 그 김지하가 말했던, 지뢰 대신 꽃과 사슴과 노루와 다람쥐와 더불어 밤새도록 친교와 통일이 토론되는 그런 ‘반도의 봄’이라고 단언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봄기운이 한반도에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의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 그리고 북한예술단의 공연 때만 해도 나는 과연 한반도에 그런 봄이 올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3월 초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우리 측 특사단에게 남북·북미정상회담 외에도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보장을 조건으로 비핵화 의사를 밝히고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예전 수준의 한미 군사훈련을 양해한다고 했을 때 어쩌면 한반도에도 봄이 올지 모른다는 막연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서 미·일·중·러에 특사를 파견하는 발빠른 행보와 관련국들의 반응, 특히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던 일본이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국면에 변화를 가져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고, 북·중간의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아 이제 한반도에서 필경 무슨 일이 일어나겠구나, 마침내 한국이 무슨 일을 내겠구나 하는 기분 좋은 예감을 갖게 되었다. 더 나아가 우리 다 함께 힘을 합쳐 일을 한번 크게 내보자고 선동 하고 싶은 것이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우리 예술단의 ‘봄이 온다’ 평양공연을 보고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인민들이 남쪽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돌아오는 가을에 ‘가을이 왔다’는 주제로 또 한 번 공연제의를 하는 것을 보고, 그가 한번 지나가고 마는 그런 봄이 아니라 결실을 거두는 가을로까지 이어지는 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4월 27일이 오기까지는 

나는 문재인정부가 하는 '내로남불' 인사와 어설픈 정책 등 여러 부분에서 불안하고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통제하기 어려운 북·미 두 지도자를 협상장으로 끌어내어 한반도의 운명과 세계평화가 걸려있는 21세기 최대의 판을 용케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엔 국민과 더불어 아낌없는 응원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에게는 가슴 설레는 한판이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벅찬 발걸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럽다.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은 회담 그 자체로 세계사적이다. 여당과 야당 등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문재인 대통령을 밑받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단기필마로 이 역사적인 사건들을 일구어냈다. 평창올림픽이라는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놓치지 않았고, 기다릴 때와 나아갈 때를 헤아려 신이 역사 속을 지나는 순간 뛰어나가 그 옷자락을 붙잡았다. 마침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구축, 남북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인화(人和)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뿐이다.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과 뒤를 잇는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봄을 규정할 것이다. 이때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선제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남북간의 잦은 발걸음이 논의되고 세계와 인류를 향한 역사적인 ‘한반도 평화선언’이 남북지도자 공동의 이름으로 나와서, 세계를 감동케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있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찬란한 슬픔의 봄을!


트럼프, ‘세계적인 리얼리티 쇼’를 꿈꾸다

北·美 정상회담 ‘그랜드 바겐’ 전망 나와…‘선언’으로 끝날 수도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8(수) 11:02:00 | 1487호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적인 리얼리티 쇼를 꿈꾸고 있다.(President Trump dreams a global reality show.)”

올해 5월이나 6월초에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관해 최근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가 내놓은 답변이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묘사하는 리얼리티 쇼는 거의 무명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첫 도화선이 됐다. 2000년대 미 NBC방송의 유명한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의 진행을 맡은 트럼프는 그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최초로 열릴 예정인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세계적인 리얼리티 쇼’로 준비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공개적으로 이러한 의지를 일부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초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한 첫날(4월9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북한과 회담을 마련했고, 그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exiting)”이라면서 “전 세계를 매우 흥미롭게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늘 써먹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We will see it!)”는 식의 표현에서 ‘매우 흥미로운’ 회담이 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으로 북·미 정상회담은 다시 추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북한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회담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볼턴 보좌관의 취임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나돌던 때였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때, 그 결과물은 ‘기대 이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사진=EPA 연합·청와대 제공(시사저널 합성이미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때, 그 결과물은 ‘기대 이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사진=EPA 연합·청와대 제공(시사저널 합성이미지)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에겐 ‘회심의 카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규모의 대타협을 낳을 수 있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북·미 간 물밑 접촉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북한체제 인정’을 맞바꾸는 합의가 성사됐다는 성급한 전망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체제 인정’ 차원에서 ‘북·미 수교’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빅딜(Big Deal)’을 발표함으로써 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 찬 속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취임하는 등 이른바 ‘네오콘’들이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전제조건 등을 달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큰 변수는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과거 이른바 ‘6자회담’ 등 실무회담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북·미 최고 결정권자들이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세부사항은 밑에서 뒷받침하는 이른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사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 근무한 한 전직 고위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세한 본질적인 문제는 나중으로 돌리더라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승리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게 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점차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 문제만큼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먹잇감’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정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이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은 물론 과거 포르노 배우와의 ‘섹스 스캔들’ 등 각종 스캔들에 휘몰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서라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이를 만회할 ‘회심의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리아 사태’의 혼돈에서 보듯 그가 취임한 이후 국제관계에서 무언가 뚜렷하게 내놓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구나 올해 11월 실시될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북한’ 이슈가 풀리지 못하고 더 악화한다면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북·미 정상회담에 매달리게 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30%대에 머물고 있던 지지율이 조금씩 반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임 정권이 해결하지 못했던 북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속내를 가지고 있다. 북한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북한 또한 미국으로부터 체제 인정과 보장을 확약받고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대타협’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兩 정상의 선언, ‘휴지조각’ 전락할 수도

 

일각에선 ‘그랜드 바겐’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든 ‘체제 인정과 북·미 수교’든 단지 양 정상의 선언(declaration)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이행 과정은 만만치 않다.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행 과정이 과거와는 달리 가속도를 더해 한꺼번에 추진될 수도 있지만, 뿌리 깊은 북·미 관계의 칼날들을 일거에 제거하기는 어렵다. 그 과정에서 상호 이행에 따른 불신과 논쟁이 발생한다면 양 정상의 선언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과 함께 그러한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회담은 과거 차관보 선에서 협의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양국 지도자가 직접 만나서 큰 틀의 담판을 짓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상 간의 합의를 순탄히 이행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북·미 양국도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가 이행되지 못하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또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한·미 간의 긴밀한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디어 나왔다, 종전!

[정욱식 칼럼] '종전'은 보상 아냐…평화정착 통한 비핵화 필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종전(the end of the war)"라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평화협정과 맥락이 닿아 있는 '종전'을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7일 일본의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사람들은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며 "그들(남북한)은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트럼프가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문제가 핵심 의제라는 점을 누설(?)하면서 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 발언이 마이크 폼페이오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 및 국무장관 내정자의 극비 방북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이후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짐작건대, 김정은과 폼페이오는 비핵화와 더불어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논의했을 것이다. 그런데 평화협정은 북한의 오랜 숙원이자 비핵화의 핵심적인 상응 조치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고받았을 트럼프가 "종전"을 언급하면서 "축복"이라는 말을 덧붙인 것은 그래서 긍정적이다. 트럼프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는 것에 대한 역사적 의의를 깨달았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짚어볼 문제는 있다. 첫째는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을 '보상(reward)'으로 간주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는 4월 12일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보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을 다녀온 지 열흘 정도 지난 시점의 발언이었다.  

만약 미국이 보상의 범주에 종전이나 평화협정을 포함시키고 있다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선후 문제를 놓고 북미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종전과 평화협정의 관계다. 즉, 트럼프가 종전을 언급했을 때 이것이 평화협정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평화협정에 앞선 일종의 정치적 선언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전의 글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노무현 정부는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의 사전 예비 단계로 간주한 반면에,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둘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큰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 관련 기사 : 정전 65주년, 판문점에서 평화협정 서명식을!)

셋째는 당사자 문제, 즉 중국의 포함 여부다. 종전 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남북미가 핵심 당사자들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의 포함 여부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한국전쟁 참전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중국의 참여시 논의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전략적 입장을 정하고 관련국들을 설득·조율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먼저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을 비핵화의 보상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평화협정은 65년간 지속되어온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는 조치이자 당사국들 안보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공동의 이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접근보다 "평화정착을 통한 비핵화"라는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또한 노무현-부시 때의 혼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미(중)이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평화협정의 첫머리에 담길 내용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한다"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종전 선언은 평화협정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종전을 위한 평화선언'은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중국도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화체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핵 해결, '신의 한 수'는 여기에 있다

[정욱식 칼럼] '종전 선언' 보다 '기본 평화협정'을


"핵물질 신고에서는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 안 합니다. 왜? 미국하고 우리하고는 교전 상황에 있기 때문에 적대 상황에 있는 미국에다가 무기 상황을 신고하는 것이 어디 있갔는가. 우리 안 한다. 이렇게 합의했습니다" 

2007년 10월 3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이 한 말이다. 북한은 또한 2008년에 한미일이 시료 채취 및 불시사찰 등 강력한 검증을 요구하자,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교전 상태"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증은 최종단계에서나 논의할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6자는 이 두 가지, 즉 초기 핵 신고 대상에서 핵무기는 제외하고 시료 채취와 불시사찰 등 강도 높은 검증 방안은 다음 단계에서 논의키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잔존 네오콘과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강도 높은 검증을 요구하면서 6자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었다. 

이들 사례는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핵 폐기의 첫 관문은 핵 신고다. 그런데 오늘날 15~6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초기 핵 신고 대상에서 핵무기는 제외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또한 북한이 시료 채취와 불시사찰 등 강력한 검증은 "최종 단계"에서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어떻게 될까?  

아울러 자체적으로 건설한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은 폐기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목표로 제시한 미국과 상당한 갈등이 벌어질 것이다. 

기본 평화협정이 '신의 한 수'인 이유

필자는 최근 보고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에서 이들 문제를 포함해 협상의 난제들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창의적이고도 유력한 해법, 즉 '신의 한 수'는 종전 선언보다는 한반도 기본(혹은 잠정) 평화협정 체결에 있다고 주장했다. (☞ 보고서 전문 보기)

그렇다면 왜 기본 평화협정 체결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을 것은 끊고 풀 것은 풀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일까? 우선 평화협정은 북핵의 토양이 되어왔던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북핵의 뿌리를 캐낼 수 있는 평화체제로 가는 중대한 전환점에 해당된다. 그래서 평화협정 체결은 고르디우스의 매듭 가운데 65년 묵은 매듭을 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은 핵 신고에서부터 검증에 이르기까지 고르디우스 매듭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들"을 사전에 풀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북한의 이른바 '살라미 전술'의 명분은 "교전 상태"에 있다. 그런데 평화협정의 첫머리에는 종전에 담기게 된다. 즉, 구실을 제거함으로써 비핵화에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협상 개시부터 체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2단계 평화협정, 즉 '기본 협정+부속합의서(추가의정서)'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 상호 주권 존중 및 불가침과 안전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 등 원칙적이고 조속히 합의할 수 있는 항목들로 '기본 협정'을 체결하고, 북방한계선(NLL), 유엔사와 주한미군, 군축 문제, 평화체제 관리 기구 구성과 운영과 같은 까다롭고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부속 합의서'에 담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은 연내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심지어 남북미중 정상이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7월 27일경에 판문점에 모여 협정 체결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치적인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말이다. 

가장 강력한 비핵화 조치들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 및 대북 제재의 실질적인 해제에 대한 북한의 '동시 행동'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요구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 시한과 방식에 동의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를 위한 획기적이고도 가시적인 조치로 '높은 수준의 핵 동결'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핵무기 관련 시설의 일시 폐쇄 및 불능화를 넘어 완전한 폐기를 달성함으로써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이 '과도기적 지위(transitional status)'로 NPT에 복귀하는 것이다. 여기서 과도기적 지위란 핵 폐기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를 명확히 공약하고 NPT에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NPT 역사상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북한의 복귀는 핵 비확산 체제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핵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일괄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결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상응 조치도 가장 확실해야 한다.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과 실질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동시적인 상응 조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권고는 이에 따른 것이다. 

북핵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핵'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마침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선 '비핵화'라는 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선 '종전'이라는 말이, 또한 "성공을 위해선 뭐든지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 만나게 된다.

두 지도자 사이의 인간적 관계 및 핵심 의제들 간의 화학작용이 어떻게 일어날 것이냐에 따라 한반도와 세계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쪼록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틀어쥐고 운명적 순간에 역사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