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동맹파'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일취월장7 2018. 3. 21. 10:41

'동맹파'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한반도 브리핑] 누가 평화를 두려워하는가?
2018.03.21 08:31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인 대전환이 시작되는가? 아니면 보수 일각의 우려처럼, '그들은 속이고 우리는 속은' 과거를 되풀이할 '거대한 쇼'가 시작된 것인가?

두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평화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파국이 예정된 것인가? 북한의 비핵화든 한반도 평화체제든 한미 동맹의 이완이나 약화를 대가로 한다면 수용할 수 없는 것인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재앙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새삼스런 강조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이 모두 막히고 전쟁만이 남는 것인가? 아니다. 불편하지만 '핵 억지의 평화'로 복귀하면 된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북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고 한 지가 25년이 되었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의 영변 폭격 계획에 반대했고,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을 조건으로 경제지원과 외교관계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25년 후 북미 수교는 여전히 미완이고 그 사이 북한은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과실을 따지자면 쌍방과실이고,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 태평양 사령관이자 국가정보국장 블레어가 올해 1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처럼 북한에게도 핵 억지가 작동하는 것이다. 핵 억지에 의한 '북핵 평화 25년'은 바람직한 평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불안한 혹은 위선적인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 설령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다고 해도 한미 동맹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예방전쟁을 수용할 수 없다. 그리고 키신저나 아미티지 등 미국 외교의 원로들이 강조하듯, 북한은 아직 미국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 아니다.

전쟁은 우리의 옵션이 아니고,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는 역사적 기회는 처음이며, 임계점 이후의 변화는 맹렬하기 마련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전쟁 위협이 강제한 것이고, 김정은의 병진노선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문재인의 평화외교의 논리적 귀결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핵 무력 완성 이후의 수순은 본격적인 경제건설이고 시장화된 북한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제재의 타개가 필수적이며, 이는 다시 비핵화 협상을 통한 남북‧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달렸다.  

핵무력의 완성과 체제의 안정은 비핵화 의제를 수용하고 연례적인 한미 군사훈련의 재개를 인정하는 김정은의 과감한 전략적 결단의 배경이다. 냉전의 종언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 등으로 북한은 그간 새로운 생존모델을 건설하지 못했고, 이와 맞물린 북한 조기 붕괴론은 북핵 협상의 주요한 장애물이었다. 장기적인 권력의 전망을 지닌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은 비핵화와 평화의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시각에서 북핵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의 문제다. 반면 패권의 전통에서 북핵 문제는 지구적 비확산 체제의 문제이자, 지역적으로 북미협상과 미중 협력,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동맹관리의 복합적인 과제이다.

트럼프의 '시청률' 기준으로 보면, 역사상 최초인 북미 정상회담은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성공이다. 패권 엘리트의 시각에서 보면,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는 예정되어 있다. 가족과 측근들의 권력 암투와 자신의 섹스 스캔들, 특검 조사 등으로 파란만장한 트럼프의 '막장 백악관 예능'은 패권의 복합적인 과제를 섬세히 다룰 전략적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10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서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이날 연설에서 북한과 대화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25년간 전임 정부와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 해결의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트럼프의 비판도 일리가 있다. 북한에게도 핵 억지가 통한다는 블레어와 같은 '현실론자'들이나 핵군축, 특히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 직접 협상을 주장하는 '협상파'는 소수였다.  

대북정책 생태계에서 최대 다수인 '동맹파'는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협상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고 북한을 핵 억지가 통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행위자로 규정하며. 국제제재의 강화와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의 구축이나 동북아판 나토(NATO)와 같은 군사적 봉쇄를 주창해왔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보여주듯, '북한 예외주의'에 입각한 이와 같은 동맹파의 군사적 옵션은 중국의 협력을 얻는 데도 실패하고 협상의 길도 봉쇄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압박'이 작동하지 않자 예방전쟁의 군사적 옵션을 주문하게 된 것이고, 그 결과의 하나로 '코피전략'이 부상하자 '동맹파'는 다시 반발했다. 코피전략이든 그 어떤 예방전쟁이든 한미 동맹과 기존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 자체를 폐기시켜버리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역사 만들기 본능 혹은 과대망상과 '동맹파'의 '북한 예외주의'가 자초한 전략적 자승자박의 합작품이다. 예방전쟁이 현실적 옵션이 아니고 김정은이 비핵화의 용의를 보인 이상,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이미 밝힌 역사상 유례가 없는 김정은과의 직접 담판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외정책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영역이고, 공화당은 미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다. 제네바 합의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화당 의회였다. 또 9/11 테러 이후 공화당 부시 정부가 냉전기 핵 억지의 주요한 기반이었던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에서 탈퇴하고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이 소위 제2차 북핵 위기의 배경이었다. 투철한 반공이력을 지닌 닉슨이 미중 화해의 역사적 물꼬를 열 수 있었던 것처럼, 트럼프도 공화당을 통제하며 새로운 북미 관계를 건설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안보는 물론 경제와 가치의 측면에서도 미국과 지구적으로 협력한다는 기존의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전략동맹을 해체했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과정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미국의 가치를 수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취임 이후에는 TPP와 파리기후협정 탈퇴, 한미 FTA 개정 추진, 최근 보호관세 부과 등으로 경제적 민족주의를 시행해오고 있다. 한미 전략동맹의 가치와 경제의 토대가 무너진 것이다. 또한 그의 예방전쟁 수사는 안보의 측면에서도 한미 동맹의 기반을 침식하고 있다.

'조용히' 한미동맹 조정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도 '조용히' 한미 동맹의 재조정에 착수했다. 노무현 정부가 좌회전 신호를 켜고 한미 FTA,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기지 이전 등 우회전을 했다면, 그 때의 남남갈등을 교훈 삼아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과 국제제재의 절대선 구두선의 '하이빔'을 켜고 전임 보수 정부의 적폐를 극복해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말 '위안부 합의'에 이어 2016년 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명분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 배치를 추진하며 나진-하산 경협을 중단하였다. 이는 자신의 주요 대외정책 전반, 즉, 대북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모두 스스로 폐기하는 '삼중살'이자, 남북관계와 지역협력을 포기하고 한미 동맹에 올인하는 '미국 유일주의'였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 불가 원칙을 일관되게 밝히며 미국의 '동맹파'가 박근혜 정부에게 강압했던 '위안부 합의'를 폐기했고, 중국과의 '3불'을 통해서 역시 '동맹파'의 주문인 한미일 군사동맹과 미사일 방어망의 구축에 제동을 걸었고, 평창 '평화 올림픽'을 명분으로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며 실제적으로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중단의 '쌍중단'을 이끌어내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통하여 러시아와의 협력을 복원하기도 했다.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한미 동맹을 우선으로 하면서도 그 실제 협력의 내용을 재조정하고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협력 또한 추진하는, 한국 외교의 3축의 건설이라 할 것이다.  

4월 남북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의 3축을 굳건히 건설할 역사적 기회이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정상 간 핫라인과 정상회담의 정례화 등으로 이를 관리하는 데 합의한다면 남북관계의 비가역적 진전을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북미관계의 부침과 절연된 한반도 '평화의 방화벽'으로 기능할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을 관리하는 양국의 '동맹파'는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강압하고 전시 증원 미군을 위협할 것을 우려해왔다. 이러한 북핵의 위협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 자체가 줄어들고 양측이 그 어떤 무기체계로도 상대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남북관계의 '평화의 방화벽'이 설치된 이후에 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을 거쳐서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대전환이 시작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대전환은 이미 진행 중인 한미 전략 동맹의 해체와 실제 동맹의 재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감소되면 작년과 같이 항모전단 3개가 한반도 해역에 동원되거나 최신예 전투기 200여 대가 동원되는 대규모 훈련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즉, 주한미군의 규모나 성격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남남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현재와 같이, 동맹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마냥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이란 대외정책의 절대적 목표와 촛불혁명의 민주주의 원칙으로 한국 외교의 3원칙을 설정하고, 이 틀에서 한미 동맹을 건설적으로 재조정하는 전략 동맹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이다. 

 
문재인, 트럼프-폼페이오를 움직이려면
[기고] 우려스러운 트럼프-폼페이오 조합
2018.03.22 08:49:42

요즘 미국에서 TV를 틀면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많이 나오는 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결정하는 일이 많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유난스레 많이 나온다. 잘 해서 찬사를 받는 경우보다는 추잡한 일이 많다. 포르노 배우와의 관계를 입막음하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돈을 줬다느니, 플레이보이 표지모델과 관계가 있었다느니 등등에서부터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퇴임 전날 해고했다, 국무장관을 해외 출장 중에 잘랐다 등등의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괴상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하면서 21세기 마지막 냉전의 공간 한반도에 훈풍이 부니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서구의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질기게 유지되어오고 있는 동북아의 냉전체제가 드디어 붕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인가 하는 기대도 어렴풋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길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결실을 얻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인민 생활의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2012년 4월 15일 첫 대중연설부터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인민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은 정권 공고화를 위한 핵심 조건이니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정은의 입장은 성과지향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화해와 평화의 길은 당초의 목표고, 지지도도 올릴 수 있고, 민족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니 좋은 결실을 얻으려 함이 분명하다.

묘한 것은 트럼프다. 공화당 정부의 전통적인 인식은 북한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가 그랬다. 북핵 문제의 원인도 온전히 북한에 있고, 대화가 안 되는 것도, 대화해도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것도 온통 북한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해야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했다.  

물론 괴짜 정치인 트럼프의 그야말로 '괴짜 정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센세이셔널한 이벤트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한 건 주의'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한반도의 운명이 5월의 첫 북미 정상회담에 의존하는 바가 너무 크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중앙정보국(CIA)이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대한 행위는 크게 보면 외교와 공작, 전쟁 세 가지이다. 외교는 외교부가, 공작은 정보기관이, 전쟁은 군이 한다. CIA는 공작이 기본기능인 기관이다. 공작은 외교가 잘 통하지 않을 때 상대의 비밀을 빼내거나 매수, 암살 등의 방법으로 국가의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행위이다. CIA는 그런 공작을 하는데 어느 기관보다도 능하다. 잘 알려진 것만 해도 많다. 1953년 이란 모사데크 정권 붕괴, 1966년 가나 엔크루마 정권 전복, 1973년 칠레 아옌데 대통령 암살, 1982년 차드 웨데이 정권 붕괴 등등.  

그런 CIA가 외교 전면에 나섰다. 현직 CIA국장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지명됐고, 북미 정상회담도 CIA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지명되자 미국 언론들은 '그가 매일 트럼프에게 보고하는 데, 트럼프가 그 보고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 가운데에는 북한 관련 보고도 많았을 것이다. 정상회담 결정 전까지는 미국의 접근이 대북압박이었으니 CIA의 보고도 그런 방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고 몇 시간 고민 끝에 수락했다. 트럼프가 결심 전 고위급 참모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정상회담에 반대했다. '회담 하고 분명한 성과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폼페이오는 찬성했다. '대통령이 충분한 배짱을 가졌으니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렇게 트럼프와 폼페이오가 배짱이 맞아 수락한 정상회담이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적인 지원이다. 이것이 보장될 때는 핵 폐기를 선택할 수 있다. 체제 안전보장·경제지원과 핵 폐기가 차근차근 순서에 따라 교환될 때 북핵문제가 풀려갈 수 있다. 그러려면 정상적인 외교채널이 협상의 중심에 있어야 하고, 주고받기에 능한 외교관들이 회담을 이끌어 가야 한다. 트럼프-폼페이오 조합은 여기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이들이 과연 북한과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외교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기본 방향은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을 만나보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적을 아는 것은 승리에 도움이 된다' 이런 생각으로 미국이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이라면, 이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먼저 요구할 것이고, 이는 다시 북한의 반발과 도발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도발 수위는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고 한반도 위기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 폭격을 고려했던 1994년 6월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다. 미국의 대통령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CIA, 국무부, 국방부를 상대로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왜 협상으로 가야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득해줘야 한다.  

민간과 정부, 정부와 민간 사이의 초국가적 연대(transnational coalition)도 추구해야 한다. 한국측 전문가들이 국제적인 세미나 등을 통해 미국의 정부에 의견을 전하고, 한국정부가 미국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이뤄질 때 협의규범(consultation norms)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협의할 때 '한국 의견을 참고해야지'하는 의무감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관철하려 할 때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CIA 주도의 외교가 우려스럽긴 하지만 외교도 국내정치와 마찬가지로 가능성의 예술이다. 게다가 트럼프로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타결로 이끌어야 할 이유도 많이 있다.  

트럼프 지지율은 지금 4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3월 10~14일 미국 유권자 11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표본오차 ±3%)에 따르면, 민주당 지배의 의회를 원하는 응답은 50%, 공화당 지배의 의회를 원한다는 답은 40%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잡으면 그동안 누적된 사안들로 트럼프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불미스런 기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를 덮을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이슈집중력을 가지고 미국에 대한 설득에 나서면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대한 인식을 새삼 분명히 하고 그 방향으로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