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이재용 삼남매, 에버랜드·SDS로만 12조원 벌어

일취월장7 2015. 2. 16. 17:24

이재용 삼남매, 에버랜드·SDS로만 12조원 벌어

등록 : 2015.02.15 21:37수정 : 2015.02.16 08:49

[월요리포트] 재벌 3·4세의 돈불리기 / 삼성 3세들

이재용의 편법 논란 부의 축적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뒤를 이어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많은 재벌 3·4세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다. 이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과 재산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주식 저가 매수를 비롯해 일감 몰아주기, 회사 기회유용 등 각종 불법과 편법 논란이 일었다. 조만간 현실화될 ‘재벌 3·4세 시대’를 앞두고 편법 논란을 부른 이들의 재산 증식 과정을 살펴본다. 여전히 진행 중인 편법 승계 과정을 개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재용 1363억에서 8조9천억으로
이부진 97억·이서현 73억→2조원

에버랜드·에스디에스에서 마법
BW·CB 인수 뒤 ‘폭풍 성장’ 시켜

상속세 낼 돈 충분히 마련해
이제는 경영권 물려받을 차례
제일모직 핵으로 지배구조 재편
삼성 “에스디에스 BW 증여세 완납”

만약 당신이 예수가 태어나던 그해부터 하루 100만원씩 2014년간 쉼없이 돈을 썼다면 얼마를 쓸 수 있었을까? 7351억원이다. 1조원이 채 못 된다. 그런데 아버지한테 받은 몇십억원으로 별 노력 없이 20년도 안 돼 수조원대의 거부를 쌓은 사람들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말 주식가치가 80억달러로 추산돼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58위에 올랐다. 원화로 9조원에 육박한다. 75위를 기록한 아버지 이건희 회장(132억달러)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 부자로 집계됐다. 이 부회장의 순위는 삼성에스디에스(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지난해 말 상장돼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른 덕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 삼성에스디에스 지분 11.3%를 보유하고 있다.

■ 종잣돈 부풀리기

재산을 8조원 넘게 불린 ‘마술’은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1994~1996년 물려받은 61억원의 종잣돈에서 시작됐다. 증여세를 내고 남은 돈 40억여원이 ‘상장 전 주식(신주인수권부사채·전환사채) 저가 매입→해당 회사 상장→고가 처분’을 거쳐 수백배로 커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1994년 삼성에버랜드로부터 에스원 주식을 매입(23억1500만원)하고, 1996년 유상증자에 참여(55억6100만원)했다. 이어 에스원이 상장하자 1996~1997년 주식을 355억1600만원에 매각해 276억56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제일기획에서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지분을 확보한 다음 상장 뒤 팔아 투자금 38억7600만원이 442억1500만원으로 늘었다.

동생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1996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6억1000만원으로 오빠인 이 부회장(48억3100만원)과 함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에 샀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과거 한솔제지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할 때 가격인 8만5000원이나 1999년 4월 삼성에버랜드가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1주당 자산가치 10만364원에 비하면 너무 낮았다. 이 때문에 법적 절차를 이끈 허태학 전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와 박노빈 전 상무가 법원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대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1996년 삼남매가 투자한 80억5100만원은 현금배당 수익을 빼고도 지난해 연말 8조2606억원어치로 둔갑했다.

삼남매는 삼성에스디에스(SDS)를 통해서도 재산을 크게 늘렸다. 1996년 삼성에스디에스의 유상증자 때 삼성물산과 삼성전기가 실권한 주식과 1999년 발행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해 지분을 확보했다. 문제는 신주인수권부사채였다. 지분 확보 때 1주당 7150원이었는데 당시 장외 거래가가 5만3000~6만원 수준이어서 저가 매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건과 관련해 삼성특검을 거쳐,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삼남매의 주식 보유는 유지돼 지난해 11월 상장을 거쳐 가치가 4조3267억원으로 불어났다. 투자금은 총 188억9500만원이었다.

두 회사가 거액의 부를 삼남매에게 안겨준 것은 ‘일감 몰아주기’ 덕이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 계열사들의 건물을 관리하고 노동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면서 40~60%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에스디에스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회사를 성장시켰다.

이 부회장이 1997년 인수한 삼성전자 전환사채(전환가격 5만원) 역시 당시 해외 공모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이 11만6763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싼값에 샀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법원은 ‘다소 낮은 가격’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결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472억원에 매각한 삼성자산운용 지분도 애초 투자금은 67억원에 불과했다.

투자에 실패했지만 비싸게 되팔아 손실을 줄인 경우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e)삼성 지분 60% 등 이삼성인터내셔널, 시큐아이닷컴, 가치네트 등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듬해 벤처 열풍이 식으면서 이들 기업 실적이 부진해지자 지분을 삼성그룹 계열사에 팔았다. 덕분에 투자금 451억원 가운데 413억원을 회수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사라졌다.

■ 제일모직 중심으로 지배구조 재편

이재용 부회장 삼남매가 그룹의 경영권을 완전히 물려받기까지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7.5%를 가진 삼성생명(20.8%)과 삼성전자(3.4%), 삼성물산(1.4%) 등의 주식 약 12조3393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단순히 계산하면 6조원이 넘는다. 삼남매가 그동안 재산을 불려온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지배구조도 이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삼성은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3년 말부터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많은 순환구조가 해소된 상태다. 앞으로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삼성전자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이를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시나리오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삼남매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이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 1주당 공모가가 5만3000원이던 제일모직 주식이 14만원(11일 종가)을 기록하는 등 주가가 치솟은 배경이다.

■ 도덕성과 경영능력 검증 남아

이건희 회장은 <신동아> 1993년 9월호 인터뷰에서 “(창업) 2세대가 그룹을 이끌려면 첫째, 집안의 (중략) 잡음은 없어야 하고 둘째, 회사 임직원한테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중략) 셋째, 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1년 입사해 삼성에 몸담으면서 회사 임직원과 많은 교류가 있었고, 지분 역시 상당 부분 승계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 회장이 말한 사회의 인정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는 정상적으로 발행돼 회사 손해액과 증여세도 모두 납부했다”며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논란도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결정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편법 승계라는 사회적 여론에 대해서는 “밝힐 게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그동안 편법 승계로 형식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사회적인 인정 면에서는 미흡하다”며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은 이재용 부회장이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경영능력도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는 상태다. 서울대 박상인 교수(행정대학원)는 “재벌 세습과 승계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가 황제경영을 이어가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형 경제에서 기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과 우수한 인재들이 최고경영자를 꿈꾸며 기업을 선택하기보다는 공직을 선호하게 만드는 폐해를 낳는다”고 말했다. 또 “단지 재벌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불법,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로 수조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면, 재벌은 정상적인 이윤 추구보다 이런 사익 추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대다수 사회구성원은 근로 의욕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