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GM 닮은꼴 삼성, 10년 안에 몰락할 수 있다"

일취월장7 2015. 2. 23. 12:39

"GM 닮은꼴 삼성, 10년 안에 몰락할 수 있다"

[인터뷰] <삼성의 몰락> 저자 심정택 씨

성현석 기자 2015.02.22 00:09:54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남긴 충격은 컸다. 재벌들에겐 더 컸을 게다. 예전 같으면, '아는 사람만 아는'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일이다. 이젠 온 나라가 다 알고 손가락질한다.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개는 이쯤에서 생각이 멈춘다. '대기업 홍보맨들 골치 아프겠구나.'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는 생각을 찾았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홍보와 관련되어 가장 특징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이 해군 장교로 입대하는 전후 과정이었다. 군 입대는 개인의 선택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SK와 개인 비리로 수감되어 있는 CEO에 대한 최고의 홍보 전략이었다. (…) 여론과 민심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삼성의 몰락>(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의 한 대목이다. 최민정 씨 관련 기사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은 못 했었다. 저자 심정택 씨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심 씨는 쌍용자동차에서 일하다 1993년 삼성으로 스카우트됐다. 1995년 출범한 삼성의 자동차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 참여 반대 세력의 동향과 국내외 경영 환경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접은 199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그는 홍보 대행사와 미술관을 운영했다. 모두 대기업이 고객인 사업이다. 이런 일을 하며 얻은 통찰이 이번 책에 잘 녹아 있다.  

책의 제목과 저자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삼성 그룹의 속사정을 주로 다룬다. 제목 그대로 삼성이 몰락하기를 바라고 쓴 책은 아니다. 산업 조사 및 기업 홍보 전문가의 눈에 비친 삼성의 약점을 경고하는 책이다. 

"삼성에 대한 막연한 지지가 삼성의 몰락 가져와" 

심정택 씨를 만났다. 지난 10일 서울 서교동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만난 그는, 책을 낸 뒤 겪은 일들을 이야기했다. 연로하신 그의 모친은 책 제목을 보고 "삼성에서 잡으러 오지 않느냐"고 했다. 성당 모임에서 만난 전직 공무원은 "왜 이런 짓을 했느냐"라며 정색했다. 삼성을 국가와 거의 동일시하는 정서가 드러난 반응이다. 하지만 그는 "삼성에 대한 막연한 지지가 삼성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할 말이 많았다. "(일반적인 관측대로) 삼성전자와 금융 계열사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속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지분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3세 경영자인 이 부회장이 창업주와 같은 카리스마를 지닐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삼성을 지배할 건가."
 
 
'땅콩 회항' 사건에서 드러났듯, 재벌가 상속자들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극히 싸늘하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논란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생채기도 깊었다.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망하면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삼남매에게 삼성가 지분이 쪼개진다. 여기에 겹쳐 이 부회장의 외가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집안, 막강한 자금 동원력이 있는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이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하면, 승계 이후 이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이건희 회장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재용 홍보 행태, '무임승차자' 이미지 강해'장사꾼' 이미지 가져야"

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럴수록 삼성의 대국민 홍보가 중요해진다. 그러나 삼성의 홍보 방식은 여전히 낡은 틀에 갇혀 있다는 게 심 씨의 생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권력자들과의 '사진 찍기'에만 너무 골몰한다는 것. 이런 생각이 담긴 책의 한 대목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10여 년 전부터 PI 전담팀이 있었다고 한다. PI는 'President Identity'의 약자로 개인 이미지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 이재용 부회장 PI 전략의 핵심은 권력이나 경영권의 정통성을 확립한 외국 정치인이나 경영자들과의 대응 교류에 있다.  

(…) 현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홍보 행태는 삼성 후계자 포지셔닝이라는 홍보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없다. 벤처에서 성공한 미국 IT 신동들과 어울린다는 이미지 메이킹, 중국과 베트남 국가 지도자와의 어색한 사진 찍기 등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기업의 총수=장사꾼이라는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은 장사꾼의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사회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홍보 행태는 거저 얻어 탄, 무임승차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 논리와 과정이 시원찮은데 이미지 메이킹마저 잘못되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위기에 부딪혀 혼란의 도가니로 빠질 수 있다. 이재용은 이건희 회장보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 이 회장 시절의 북경 발언, 안기부 엑스파일, 내부 직원의 정·관계 로비와 비자금 폭로 사건과 같은 수준의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지금과 같은 이미지 포지셔닝으로는 한국 사회의 저항을 견뎌내지 못한다."

"삼성, 언제까지 힘으로 언론 굴복시킬 건가" 

심 씨가 보기에, 삼성의 언론 대응 역시 문제가 많다. 여전히 힘으로 굴복시키는 방식이라는 게다. <전자신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지난해 3월 17일자 기사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카메라 렌즈 수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은 정정 보도를 요구했고, <전자신문>은 거부했다. 이후 삼성은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기사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는 건,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삼성은 <전자신문>에 대한 광고 집행을 전면 중단했다. 심지어 계열사와 협력사의 <전자신문> 구독까지 끊었다. 결국 <전자신문>은 굴복했다. 사실상 삼성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반발하는 기자들을 좌천시켰다. 일부 기자들은 회사를 떠났다. 그제야, <전자신문>에 삼성 광고가 게재됐다. 

홍보 대행사를 운영했던 심 씨 역시 언론 기업의 어두운 면에 대해 알 만큼 안다. "언론이 늘 공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굴복시키는 건 아니다." 책 속의 관련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전자신문> 간에 벌어진 6개월 간의 대립 때문에 전문지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으로 삼성전자가 감추고 싶어 하는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막강 권력 삼성에 대한 언론의 견제는 삼성에게는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고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다. 삼성은 이 분쟁에서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그러다 보니 광고 시장에서 절대 왕자인 삼성과 언론사 간의 새로운 채널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협찬이다. 광고는 타 매체들의 견제로 광고주가 견뎌내질 못한다. 그러다 보니 타 매체가 인지하지 못하는 협찬이라는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 이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은 언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4개 계열사 매각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사전에 언론에 흘려 대응하는 방식을 취했다.

(…) 적정 수준에서의 언론 플레이를 넘어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언론 자체의 자정 기능도 있긴 하지만 삼성 관련 모든 뉴스를 삼성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은 따라가기에 바쁘다."

기업도 언론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일상적인 경영 활동보다 앞에 놓이면, 위험하다. 책의 곳곳에 이런 위험 경보가 담겨 있다.  

▲ 심정택 씨. ⓒ프레시안(최형락)

▲ 심정택 씨. ⓒ프레시안(최형락)  

 
 

<GM 제국의 붕괴>와 <삼성의 몰락> 

심 씨는 <삼성의 몰락> 도입부에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 분석가 메리앤 켈러가 쓴 <GM 제국의 붕괴>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한 임원이 어느 개발도상국으로 출장 가서 저지른 일이 소개돼 있다. 그 임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가 담긴 이동식 냉장고를 현지로 가져갔다. 그런데 호텔 객실에 냉장고를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임원은 호텔 벽을 뜯고 냉장고 수납을 하게 했다. '권력'이 된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다. 

심 씨는 1990년대 초 여당 중진 국회의원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정치권으로 갈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삼성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동기가 흥미롭다. <GM 제국의 붕괴>에 소개된 GM 임원의 일화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국회에 있어야만 권력을 누리는 게 아니라는 것, 기업 역시 권력으로 향하는 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생각이었다.  

심 씨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나는 직장인으로서의 안락함 또는 승진에 대한 욕구가 아닌 권력 쟁취 수단으로서 현대자동차와 경쟁 체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의 자동차 사업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직장이 정치권력의 수단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옳았느냐를 지금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생각해보니 직장 생활에 대한 나의 관점은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다."

20여 년 전, 그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끼쳤던 책 <GM 제국의 붕괴>. 그는 요즘 이 책을 다시 떠올린다. '권력이 된 GM, 권력이 된 삼성'. 이런 대비 때문만은 아니다.  

"GM과 닮은꼴 삼성, 몰락할 수 있다" 

1980년대의 GM이 안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지금의 삼성이 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GM의 전성기에 미국 사회에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정설처럼 통했다. 지금 한국에도 "삼성에 좋은 것은 한국에 좋은 것이다"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현장 책임자 대신 재무 부서 출신이 대접받는 인사 시스템,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지나친 인센티브 차이 등 역시 GM과 삼성의 닮은 점이다. 

<GM 제국의 붕괴>에 담긴 경고는, 책 출간 20년 뒤 그대로 적중했다. GM은 2009년 6월 1일 뉴욕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100년 넘게 성장 가도를 달린 GM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날이었다.

심 씨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삼성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을 목전에 둔 지금은 삼성이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GM은 켈러(<GM 제국의 붕괴> 저자)의 경고가 있은 지 20년 만에 파산했다. 만약 삼성이 몰락한다면 GM의 20년보다 짧은 10년 안에 쓰러질 수도 있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고 삼성은 GM과 주력 업종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삼성 스마트폰의 활로, 지하철 타야 보인다" 

주력 업종의 차이. 삼성은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최근 중국 업체의 급부상과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 부품인 반도체와 달리, 스마트폰은 유행에 민감하다. 대중의 취향과 정서를 알아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심 씨가 생각하는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는 이 대목이다. 그가 한 이야기다.

"예전에는 나도 교통 카드라는 게 있는 줄 몰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늘 지하철을 타고 움직인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지하철이야말로, 스마트폰 소비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마트폰 상품 기획을 하는 삼성전자 고위 간부들이 과연 지하철을 탈까. 수백억 연봉을 받는 삼성전자 사장더러 지하철을 타라고 하면, 어리석은 소리로 들릴 게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서 쓰는 사람들의 세계와 너무 동떨어진 경영진이 지금처럼 예민한 국면에서 과연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애플과 샤오미 사이 자리가 비좁네

중국 선전의 화창베이 전자상가에는 상점 1만여 개가 그득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휘몰아치는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조회수 : 263  |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최근 중국의 ‘하드웨어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深圳)에 다녀왔다. 홍콩 바로 위에 있는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경제 특구다. 화웨이, 텐센트, 폭스콘 등 세계적 IT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은 어떤 전자제품이든 가장 값싸고 빠르게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생태계’로 주목받는다. 나는 이곳에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휘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전의 심장부는 화창베이 전자상가다. 용산 전자상가의 10~20배 되는 규모에 상점 1만여 개가 그득하다. 직접 가보기 전에는 세운상가처럼 오래된 상가 건물들이 즐비할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오산이었다. 현대적인 대형 빌딩들이 늘어선, 꽤 세련된 곳이었다. 상점 사이를 누비다 보니 치열한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플과 샤오미 사이에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임정욱 제공</font></div>화창베이 전자상가에서는 애플 로고와 샤오미 로고를 간판에 쓴 상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위).  
ⓒ임정욱 제공
화창베이 전자상가에서는 애플 로고와 샤오미 로고를 간판에 쓴 상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위).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100% 온라인 판매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화창베이 상가에는 샤오미 간판을 단 점포가 많았다. 알아보니, 전자상가 업주들이 비공식 경로로 입수한 샤오미 제품을 (샤오미 허락도 없이) 샤오미 간판을 달고 판매 중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허락 없는 ‘애플 스토어’도 곳곳에 흘러넘쳤다. 삼성 간판도 많이 보였지만 왠지 애플과 샤오미 사이에서 열세라고 느껴졌다. 상인들은 고객들의 브랜드 선호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애플·삼성 대 중국 스마트폰 연합군의 대결

선입견 탓인지 현장에 가기 전에는 선전이 짝퉁 천국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화창베이 상가에 직접 가보니 생각처럼 ‘가짜’가 넘치는 곳은 아니었다. 대다수 가게가 애플·샤오미·삼성의 정품을 팔고 있었다. 이들 3대 스마트폰 메이커에 대한 중국 후발 주자들의 맹렬한 추격도 감지되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 대기업 화웨이, 레노보, ZTE 등의 제품은 물론이고 오포, 비보, 메이주, 쿨패드 따위 처음 보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도 많았다. 이런 제품들 역시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중국인에게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하청받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폭스콘의 한 인사가 “화창베이에서는 거의 100개의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LG, 노키아, 소니, 블랙베리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스마트폰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마치 애플·삼성 대 중국 스마트폰 연합군(수십 종류로 이뤄진)의 대결을 보는 듯했다.

길거리와 지하철에서 유심히 관찰한 중국인들은 놀랍도록 아이폰을 많이 쓰고 있었다. 샤오미 로고도 많이 보였지만 애플 정도는 아니다. 지난 2014년 4분기, 아이폰6로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선두를 탈환한 애플의 위세가 대단하다(2014년 4분기 중국 시장 스마트폰 판매 실적은 애플-샤오미-삼성-화웨이 순서였다). 하지만 샤오미의 급부상도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전자상가 상인들이 앞다투어 샤오미 브랜드 간판을 달고 대리점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삼성은 샌드위치 신세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위로는 애플에 막히고 아래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제품들이 치고 올라온다. 판매 대수에서는 이미 샤오미에 역전당했다. 중국 시장에서 역량을 키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해외로까지 진출하면 삼성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어떤 전략으로 애플 및 샤오미와 싸워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