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감시, 사찰도 '1등 기업'?…삼성 불법 흑역사

일취월장7 2015. 3. 31. 12:00

감시, 사찰도 '1등 기업'?…삼성 불법 흑역사

[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1> 삼성 내부문건, 어떻게 법을 무시했나

류하경 변호사·삼성노동인권지킴이 운영위원 2015.03.27 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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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악습'마저도 대물림되는 것일까요? 최근 삼성의 사찰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났습니다. 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내용을 담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노조 관계자 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사찰도 포함됐습니다. 또 다시 미행과 사찰이 드러나자 삼성물산 측은 공식 사과를 했지만, 과거에도 일회적인 사과에 그칠 뿐 사찰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검찰 역시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석연치 않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유독 '일류기업' 삼성에겐 법망 역시 촘촘하지 못합니다. 법까지 무시한 무노조 경영 76년. 언제까지 삼성에 감시당해야 할까요? 삼성이 이런 후진적 기업문화를 스스로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이젠 외부에서라도 삼성을 감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검찰이 삼성에 대한 '펀치'는 유독 주저하는 동안, 그 역할을 충실히 해온 시민단체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삼성의 사찰 악습에 대한 연속 기고를 보내 왔습니다. '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는 총 3회에 걸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최근 삼성물산이 소음 민원을 제기한 주민과 삼성테크윈 노동조합 간부를 미행하고 감시한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과 그 계열사들이 '무노조 경영', 나아가 '반노조 경영'을 추구해온 사실은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민원인에 대한 사찰 역시, 삼성이 자사에 위험요소가 되는 인원에 대하여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관리하는 '무노조 경영' 정책 기조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시나리오와 과거 실행 사실들을 다시 분석하면서 삼성물산 사건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2013년 심상정 국회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 'S그룹 노사전략문건'(이하 '노사전략문건')에서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노동조합의 설립과 존속을 부정하는 반노조 정책을 추구해왔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은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방이 아니라 회사에 피해를 주는 폭력 집단으로 간주하여 사전에 설립을 봉쇄하고, 혹여 노동조합이 설립될 경우에도 이를 와해하기 위한 기조를 수립한 것입니다.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다가 해고된 어느 한 간부의 해고를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은, 변론에 나타난 전체 사정으로 볼 때,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작성자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삼성그룹으로 추인된다고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4. 1. 23. 선고 2012구합10185 판결).

삼성그룹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와해 내지 고사시켜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초헌법적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노조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조기에 와해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조기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그룹은 노사전략문건에서 노조설립 주동자 및 노조활동 주요인물을 지속적으로 채증해 감시할 것을 계획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 인력'으로 분류된 직원들에 대한 감시는 노사전략문건 작성시기인 2012년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이어진 삼성그룹의 일관된 노사전략입니다. 이와 동일한 내용이 2011년 삼성지회(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시행되었던 사실도 확인됩니다.

에버랜드는 조장희 씨(삼성지회 부지회장) 등 노조 준비위원들이 2011년 7월7일 밤 10시, 삼성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긴급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중 이들을 미행했습니다. 검은색 SM5 차량이 삼계리–둔전-전대리-에버랜드 지원센터-캐스트 하우스(에버랜드 기숙사) 순으로 따라붙었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박원우 씨(삼성지회 지회장)와 함께 근무하는 상급자인 A과장과 B과장, 삼성지회 조합원 김영태 씨와 함께 근무하는 상급자인 C와 D 차장으로 하여금 박 씨와 김 씨의 자택까지 가서 이들을 감시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50분경, A와 B과장은 업무시간 중에 유니폼 차림으로 박 씨의 자택 앞 주차장에 왔고, 조 씨가 "이 곳은 왜 왔냐?, 누가 시켜서 왔냐?"는 질문을 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지회의 조합원들이 같은 해 8월26일부터 9월1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서 에버랜드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선전물 배포를 할 때마다, 정체불명의 3~5대의 차량이 삼성지회 노조의 차량을 뒤따라 온 적도 있습니다.

또한 조장희 씨와 김영태 씨 등 노조간부들이 2011년 8월경 연간회원권을 이용하여 에버랜드에 입장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연간회원권을 분실한 적이 없는데도 출입구에서 연간회원권이 분실신고가 되어있으니 연간회원권 발급소에서 절차를 거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절차에 따라 입장을 마치니,에스텍과 안전팀 직원이 일정거리를 두고 미행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밖에도 조장희 씨는 2011년 8월경부터 본인의 집 주변을 수시로 배회하던 검은색 베라크루즈 차량을 발견하고 그 차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같은 해 10월10일 이 차량을 뒤쫓아 노조 준비위원회 사무실(포곡읍 삼계리)-모현–광주–경부고속도로-강남삼성본관까지 추격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호에 걸려있던 베라크루즈 조수석 문을 두들기고 창문을 열게 한 후,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니들 삼성직원 아니냐?"고 묻자 그들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였고, 이에 조장희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9월경에는 조장희 씨 등 조합원들이 에버랜드에서 삼성지회 사무실까지 약 5km 가량을 조합원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 이 차를 4명의 에스텍 직원이 탄 은색 스타렉스 승합차와 은색 SM5 두 대의 차량이 따라온 일도 있었습니다.

에버랜드는 삼성지회 설립 직후 사내 폐쇄회로(CC)TV를 대폭 증설하였습니다. 삼성지회 설립 이후 3개월 만에 사내 CCTV가 신규로 160여 대 추가 설치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노사전략문건의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그동안 에버랜드가 실행한 내역을 평가한 부분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지회 설립 이후 CCTV를 갑자기 증설한 것은 삼성그룹이 노조와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삼성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 하거나 조직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미행·감시하였습니다. 노사전략문건에는 노조설립 상황과 주도자 실명과 사진도 등장합니다. 이 또한 감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위 내용을 보면 "주동자 1명 징계해고, 조합원 1명 정직조치"하였다는 보고 사항도 확인됩니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노조를 조기 와해, 또는 고사하려는 의도로 2012년 'S그롭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을 작성하였습니다. 문건에서는 소속 직원들의 노조 설립 행위를 사전에 봉쇄하고 이미 설립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노조 말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 설명, 그리고 실제 실행된 내용들이 확인됩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동의없이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그룹은 노조 말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사전에 이른바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불법적으로 미행하거나 채증 하였습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SMD는 수집한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100과 사전'으로 제작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100과 사전'에는 "개인취향, 사내지안, 자산, 주량 등"의 아주 내밀한 개인의 사적영역의 정보가 파악되어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지금도 "꼼꼼히 파일링하여 활용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갖가지 사실관계들을 통해 살펴본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볼 때, 노사전략문건은 개별직원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전사적인 계획'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정책 수립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시행을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고, 대부분은 수립된 시나리오대로 실행을 개시하거나 시행되었음을 삼성지회 사건이나 최근 발생한 삼성테크윈 노조 간부들 미행사찰 사건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개별 담당 직원의 우발적인 과잉행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 것 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노사전략문건에서 드러난, △삼성그룹이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치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모의 훈련까지 진행한 행위 △대응 체제를 전국적·전사적으로 구축한 행위 △비선라인(건전 인력)을 구축하여 내부 동향 파악 및 사찰 등에 활용한 행위 △관리자 및 사원을 대상으로 노조를 부정하고 노조 설립에 나아갈 경우 필연적으로 불이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무노조 경영방침을 교육시킨 행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유착관계(한국노총, 검·경 국가유관기관 등)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행위 △노사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대표성을 부여하여 노조 설립을 봉쇄한 행위 등은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또한, 삼성그룹이 노조 설립을 봉쇄하려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행한 징계해고, 정직, 부당한 업무스케줄 및 연장근로의 강요 등의 조치는 노조 설립 내지 가입에 대비한 불이익 취급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노조 말살 정책 수립과 시행을 위해 문제인력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활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중대 범죄입니다. 

삼성그룹의 위와 같은 전근대적 노무관리행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파괴하고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일개 민간 기업에서 벌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운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입니다. 삼성그룹의 불법미행, 사찰 등의 정책은 단순히 회사의 노무관리나 인사업무 수준을 넘는 위헌·위법적인 범죄 행위에 해당합니다.  

 

 

 삼성, 불법 사찰까지 대물림?

[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2> '삼성이란 이유로' 묵인된 범죄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2015.03.30 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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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법과 삼성 중 누가 더 셀까? 질문은 유치하지만 답변은 간단하다. 삼성이라고 답을 한다고 해서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왜냐고? 그것은 삼성이 제대로 처벌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법보다 센 권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삼성왕국이 법치국가인 한국을 지배한다고 말해도 절대 과하지 않다. 삼성은 공화국 안에 자리 잡은 치외 법권 '삼성 왕국'이다. 삼성이 저지른 편법, 탈법, 불법은 '삼성형 범죄'라 부를 만하다.

공룡에서 괴물로? 공화국 위 '삼성왕국'

과거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00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으나 97년 사면되었다. 이밖에도 안기부 X파일 사건, 2005년 정치자금 불법조성 혐의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되거나 배후로 지목되었지만,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곧바로 사면되었다. 다른 임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국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거리낌 없이 방해하기도 했다. 

삼성이 이런 식으로 저지른 대부분 범죄는 비자금 조성,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지배권 확대로 이어졌다. 삼성은 한 술 더 떠서 기업을 넘어선 총수 일가의 재산 증식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 계열사의 인수합병, 구조조정, 매각, 계열분리, 주식매각 및 주식 상장이 기업전체의 가치 실현이 아니라,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지적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일감 몰아주기를 기본으로 해서,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직원들이 사법기관에 고발 및 조사를 받고 사법 처리를 당하기도 했다. 일부는 유죄는 인정되나 공소권이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현재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 회장은 2009년 배임과 조세포탈 협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 받았지만, 평창 올림픽 유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1인 사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특혜를 받았다. 경영진이 바뀌고 구속되고도 남을 사건들이 수도 없었지만 삼성의 경영권은 여전히 변함없다.

결국 모든 범죄는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받고, 시간 뒤로 묻혀버렸다. 삼성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사라지면서 삼성은 어느새 '공룡'에서 '괴물'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이란 이유로' 무한한 자비…범죄 불감증 낳는다  

삼성에 대해 무한한 자비를 베풀면서 삼성 자신은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삼성이 저지르는 범죄에 무감각해 지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 3월13일 주주총회에 참가하려는 민원인을 감시했다는 언론보도는 이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삼성SDI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김갑수 씨 등을 납치하고 노동조합 활동가에 대해서 휴대폰 위치 추적했다는 조사를 받았던 전례가 있었지만 민간인을 사찰하다 들통 나긴 처음이다.

삼성이라는 집단 안에서 자라, 삼성 안에서만 통용되던 범죄 불감증이, 슬그머니 사회 전체로 퍼진 건 아닐까? 2013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전동수 사장은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돈만 벌면 된다'는 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한 적이 있다. 기업이 개인을 사찰하고 감시하는 행위는 국가에 의한 사찰만큼이나 위험하다. 불법과 반인권 행위를 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기업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삼성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접하면서, 삼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사찰'까지 대물림되나  

현재를 바로잡지 않고 이재용으로 경영권이 승계된다면, 재산형, 권력형 비리와 불법이 반복될 것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 또한 확장될지 모른다. 삼성의 범죄는 그렇게 처벌받지 않으면서 성장해 왔으니. 별반 이상할 게 없다. 

삼성을 바꿔 삶을 바꾸자는 구호는 이제 삼성 노동자들만의 구호가 아닐 게다. 이번과 같은 민간인 사찰은,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처벌받지 않는 삼성,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는 범죄가 계속되는 한, 우리 모두가 함께 외쳐야 하는 구호다. 얼마 전 발의된 '이재용 특별법'(특정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은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인식에 반기를 든 셈이다. 또 그동안 용인된 삼성의 범죄를 되돌려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사회적인 고민이다.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 이 법이 전부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삼성의 책임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물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싸움이다. 

삼성을 바꾸자고 요구하는 것은 '이재용 개인에 대한 반대', '삼성이라는 기업을 적대하고 해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편법과 불법으로 조성한 부당한 재산 환수, 편법과 불법을 통한 부당한 세습을 반대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 민간인까지 사찰하는 권력 남용이 없는 기업을 만들자는 것이다. 진실과 정의 눈으로 삼성을 바라보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삼성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이다. 선택과 결정의 자리에 '이재용'이 자리하고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삼성의 감시가 '남의 일'이라고?

[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3> 감시로 권력 유지? 얼룩진 '무노조 신화'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2015.03.31 11: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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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 지난 기사 보기 

1. 

'사찰의 삼성'이었다. 그간 알려진 것만 해도 많은 사찰 파문의 가운데 삼성이 있었다. 대상도 전방위적이다. 최근에는 민원인에 대한 사찰이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고, 경영진들끼리의 싸움에서도 사찰이 빠지지 않았다. 가장 두드러진 사건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사찰이었다. 개인정보를 뒤지고, 휴대폰을 복제하고, 미행하고, 납치까지.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사찰로 유지되는 것일까. 삼성의 권력은 감시로 유지되는 것일까.  

2.  

'감시'는 단순한 '개인정보 침해'와 다른 것이다. 감시학자 데이빗 라이언은, 감시란 그 대상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감시는 특정한 사람들이나 인구 집단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들을 관리 혹은 통제하길 원하는 조직들이 개개인의 세세한 일상들에 주의를 집중하는 일상화된 방식들이라고 했다. '사찰'이라는 단어는 엿볼 사(伺), 살필 찰(察)로 쓰일 때는 "남의 행동을 몰래 엿보아 살핀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사할 사(査)를 쓸 때는 "사상적(思想的)인 동태를 조사하고 처리하던 경찰의 한 직분"에서 유래한 단어가 된다. 머릿속까지 들여다보고 권력에 순응시키려는 국가기능이 사찰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감시도 바로 이 사상 경찰이다. 

우리는 스토커에 대해 혐오한다. 내가 원치 않은 사람이 나를 엿보고 나를 아는 체 하는 것 말이다. 심지어 내 주의를 끌고 내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을 띨 때 스토킹은 혐오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런 스토킹을 경험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행동이 위축된다. 말을 고르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상이 파괴된다. 때로 인격이 파괴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거대한 스토킹에는 무감각하거나 알고도 넘어가곤 한다. 권력이 우리를 감시할 때 말이다. 학교가, 회사가, 그리고 국가가. 이런 공간의 공통점은 민주주의가 가장 필요한 곳이지만 오히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규칙은 주어진다. 학칙이, 사규가, 법률이. 학칙의 제정과 시행에는 학생이 참여해야 하고 법률은 국민을 선출한 자들이 만들고 시행한다는 것이 근대 인권과 민주주의의 이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념과 아직도 멀다는 걸 우리는 안다. 사실 권력이 일상적으로 발휘되는 것은 감시할 때이다. 주어진 규칙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으로, 권력은 그 정당성과 권위를 유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감시를 문제 삼기보다 수용한다. 우리가 감시를 문제 삼으면 그 권력이 행사되는 체제 전체를 시비삼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 그건 아니야. 규칙은 지켜야지. 규칙을 잘 지키면 감시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거야. 애써 떳떳하자. 아니, 오히려 감시는 객관적인 목격자야. 내가 규칙을 잘 지킨다는 사실을 인증해 줄거야. 

그래서 우리는 우리 주변의 감시를 모른 척 한다. 감시를 행하는 기술이 객관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때로 우리 주변의 거짓말과 폭력을 증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권력의 감시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치는 것은 곤란하다. 권력이 민(民)을 위축시키는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명하게 드러나야 할 것은 민 앞에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감시자들일수록 자신들을 철저하게 은폐한다. 감시는 은밀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시로 유지되는 권력은 민주주의와 대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그것은 사라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감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요즘 유엔은 미국 정보기관 NSA의 전 세계 도청 사건이 터진 후 그 대책에 분주하다. 지난해 6월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디지털 시대 국가 감시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누구나 손에 들고 다니는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국가가 인류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감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감시는 실시간으로, 일상적으로, 대규모로, 때로는 특정 대상만을 집중적으로 원하는대로 사찰할 수 있게 되었다. 권력자들이 "앉아서 생각까지 미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권의 안정을 위해,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3.  

삼성의 권력이 감시로 유지되는 상황을 보라.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큰 목소리로 문제 삼지 않는다. 삼성에 문제제기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대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 밥상 앞에서 경제 민주화는 잠시 유보하자. 감시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결국 이런 발상과 떼어놓고 읽을 수 없다.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배적 지위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 자체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

감시받는 이들이 아직은 소수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어쩌다 삼성의 민원인이 되고 삼성의 노동자가 되고 삼성 경영진의 경쟁상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확신한다. 감시는 곧 당신의 일상으로 번져올 것이다. 


디지털 감시 기술이 확대되면서 감시 기술이 더욱 만능이 된 시대이다. 보험을 비롯한 금융은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먹는 하마로 이미 등장하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건강식품을 구입하고, 마트에서 주류를 구입한 내역은 잊히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보험회사로 집적될 것이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진료 받은 기록들이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보험회사로 쓸려 들어갈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기술은 브레이크 없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전체를 들여다보는 시대에 감시를 제어할 수 없다면 그 권력이 우리에게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니 지금, 삼성의 감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의 미래이며 나의 미래이다. 

4.  

삼성도 전국이 떠들썩한 감시의 피해자였던 적이 있다. 안기부는 불법 도청팀을 운영하며 속칭 'X파일'을 만들었다. 삼성 경영진을 도청하였고, 그 내용이 폭로되었다.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뿌리며 관리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권력은 이 사건을 오히려 '불법 도청'의 피해 사건으로 규정하며 수습해 갔다. 삼성을 비판한 언론인이나 국회의원은 처벌받았다. 덕분에 그 사건 이후로 국가정보기관이 공식적으로는 휴대전화 감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기관의 권한 오남용으로부터 통신비밀을 보호하자고 했다. 법이 휴대전화 감청을 못하게 막고 있거나 스마트폰 감청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더 큰 감시가 덮였다는 사실을 역사는 기록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검찰 조직도 감시하고 길들이며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사실 말이다. 국민의 통신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 이념도 결국 민주주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추악한 감시자의 위치에서 내려와라, 삼성. 그 부끄러운 권력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