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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FA의 불편한 진실. 고개 떨구는 최저연봉 선수들

일취월장7 2013. 11. 15. 10:06

대형FA의 불편한 진실. 고개 떨구는 최저연봉 선수들     

나도한마디

최근 4년간 75억원의 대형 FA 잭팟을 터뜨린 롯데 강민호.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최근 4년간 75억원의 대형 FA 잭팟을 터뜨린 롯데 강민호.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온기로 가득 차야 할 스토브리그에 찬 바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형 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지만, 소외된 선수들의 마음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방출통보를 받은 선수들과 수년째 프로야구 최저연봉(2400만원)에 시달리고 있는 무명급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가히 한파 수준이다.

◇FA대박? 눈물 흘리는 최저연봉 선수들

강민호 등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잇따른 대형 계약은 프로야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촉매제가 되곤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적지 않은 선수들은 허무함과 위화감을 느낀다. 2000만원대 연봉을 받는 한 선수는 “연봉 협상 혹은 FA 계약 소식이 들리면 자책을 많이 하게 된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 서글퍼질 때도 많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 저연봉선수들이 받는 박탈감은 사회에서 저연봉자들이 받는 그것보다 크다. 일반사회에선 수입에 따라 생활 환경이 다르게 조성되지만, 프로야구는 살을 맞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소사회인 프로야구계에선 서로의 연봉 및 소비 수준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저연봉 선수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심리학 김영숙 박사는 14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선수들의 기량은 성취감 등의 내적동기와 연봉 등의 외적동기를 통해 향상된다. 연봉 차이로 선수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외적동기를 상실할 경우 선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심하게는 운동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엄청난 연봉차이는 저연봉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전반적인 경기 질 하락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고 인기스포츠 프로야구? 연봉 수준은 바닥.

실제로 대형 계약을 맺은 FA 선수들과 최저연봉 수준을 받는 선수들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FA 역대 최고액(4년간 총 75억원)을 거머쥔 롯데 강민호의 계약 총액은 올 시즌 삼성 선수단 연봉 총액(67억 1200만원)을 뛰어넘는다. 선수단 최소 연봉 구단인 NC 연봉 총액(24억 5100만원)의 3배를 넘는다.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가 312년 6개월을 뛰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선수들의 연봉차이는 프로야구에서 심하다. 현재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해외 스포츠는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최저수준이다. 남자프로농구(3500만원), 남자프로배구(3000만원)는 물론 여자프로농구(3000만원)보다도 적다.

이미 국내외 많은 프로스포츠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선수들의 몸값 차이를 줄이는데 고심하고 있다. 프로농구·배구에서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을 적용해 팀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소진율’을 적용하는 등 연봉 분배에 대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는 부의 분배에 대한 고민의 흔적조차 없다.

◇프로야구 선수협 “최저연봉 하한선 높여야”

많은 전문가들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최저연봉 하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1982년 600만원으로 시작했다. 최저연봉은 600만원이었지만 초창기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하는 선수의 기본연봉은 사실상 1200만원이었다. 서울 시내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최저연봉은 2배 오른 수준에 그쳤다. 프로야구 인기는 높아졌지만, 선수들이 받는 혜택은 퇴보한 셈이다.

각 구단들은 적자운영을 이유로 최저연봉 상승에 대해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많은 구단들은 흑자 운영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롯데, 두산, 삼성은 2011년 흑자를 냈고, KIA, LG, SK 등의 적자폭도 5억원 미만으로 형성됐다.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다는 한계는 있지만 분명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각 구단과 모그룹이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무형적인 이익은 더 커진다.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최저연봉 하한선 조정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은 14일 전화통화에서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최저연봉 하한선 조정을 요구했고 구체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의 최저연봉 및 복지환경이 굉장히 떨어져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