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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클레멘테`를 기다리며

일취월장7 2013. 12. 6. 17:10

`한국의 클레멘테`를 기다리며

기사입력 2013.12.05 17:18:50 | 최종수정 2013.12.05 20:26:44

 

며칠 전 외신에 뜬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괴물`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가 부인 엘런과 함께 잠비아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수술복을 입고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잠비아는 2010년 결혼한 두 사람이 신혼여행을 간 곳이기도 하다. 엘런 제안으로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봉사활동을 떠난 이래 커쇼 부부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잠비아를 찾아 고아원과 학교를 지어주고 그곳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25세에 불과한 이 아름다운 청년은 지난해 `클레멘테상`을 역대 최연소로 받았다. 클레멘테상은 현역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인데, 선수들은 시즌 최우수선수상에 못지않게 최고 영예로 생각한다. 1971년 처음 제정될 때만 해도 사회봉사상이었지만, 자선활동에 자기 삶을 바친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려 1973년부터 클레멘테상으로 불린다.

1934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피츠버그에서 주로 활약한 클레멘테는 타격왕을 네 차례나 차지하면서 3000안타를 달성하고 올스타에 12번이나 뽑힌 최고 선수였지만, 그는 야구장 밖에서 더 위대한 존재였다. 메이저리그 첫 라틴계 선수이기도 한 클레멘테는 생전에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중남미 곳곳을 누비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챙겼다.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도 자선활동을 하다가 맞이했다. 1972년 말 니카라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 31일 난민들을 돕기 위해 구호물자를 싣고 가다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숨진 것.

사실 기부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국 프로선수들에게 자선활동은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순 없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4대 스포츠 스타급 선수들도 대부분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운영하면서 사회공헌활동에 나선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아직도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넘은 클레멘테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보여주기식` 자선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사랑과 봉사를 온몸으로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스포츠 스타 가운데도 클레멘테급 사회공헌활동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최경주 박찬호 김연아 같은 간판 스타들은 자선활동도 많이 한다. 특히 자선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최경주는 올해 미국 골프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자선 대상인 `찰리 바틀렛상`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수상했을 정도로 `기부천사`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스포츠 스타들은 아직까지 주변을 둘러보는 데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스타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프로스포츠 판이 커지면서 많게는 일반 직장인의 수십 배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속속 등장하지만 `생색내기`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통 큰 기부`와 자선활동을 하는 사례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부(富)와 재능을 팬들과 나누는 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나라에 스포츠 스타들은 많지만 막상 스포츠 영웅이라고 부를 만한 이들이 적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기부를 비롯한 자선활동이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스포츠 스타들은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선행과 자선봉사로 되갚을 의무가 일반인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스포츠 스타는 사회적 리더가 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선수로만 성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만약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이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인생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다"는 클레멘테 말을 우리 스포츠 스타들도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스포츠레저부 = 백순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