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집값 예측 '믿는 도끼에 발등'

일취월장7 2013. 5. 23. 15:59

집값 예측 '믿는 도끼에 발등'

기준시점·지역 따라 해석 달라져… 논리 안 맞는 제주 상승세가 일례

 

 

 

 

아파트가격이 몇년째 하락했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5000만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사는 수도권에서는 맞는 말이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기준 지역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주택가격 하락폭이 컸던 것에 비해 한국은 아파트가격 하락폭이 적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도 기준을 달리하면 맞는 말이 아니다. 금융위기 이전에 그들 국가에 비해 한국의 주택가격이 덜 올랐던 만큼 덜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전까지 세계적인 부동산시장 활황기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OCE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2007년 한국경제보고서'(Economic Survey for Korea)). 스페인, 프랑스, 영국, 덴마크, 호주, 스웨덴,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를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들이 한국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비교의 기준 시점을 어디로 놓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한 국가는 일본과 독일 등 극소수였다.

 

자산시장에서는 "올라야한다, 내려야한다"에 대한 당위성보다는 현실로 나타나는 흐름의 형태와 자산가격이 움직이는 순서를 보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효용성이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시장에서 2000년대 대세상승기의 전반부에 가장 먼저 상승했고 가장 상승률이 컸던 지역은 서울이었다. 서울에서도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 버블세븐 중에서도 소형보다는 중대형아파트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반면 지방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움직임이 미약해 상대적인 빈곤감만 커지기도 했다. 크게 오르는 지역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정당화시키는 논리들이 설득력 있게 대두됐다. 상승 모멘텀이 워낙 강해 그 논리가 불변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먼저 크게 올랐던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그동안 오름세가 약했던 아파트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기 시작했다. 강남이 아닌 비강남권, 서울보다는 지방, 중대형이 아닌 중소형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커진 것이다.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다보니 '역시 이럴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뒤늦게 대두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많아지니까 여러 채의 소형아파트를 보유하느니 대형평형의 똘똘한 주택 한채를 갖는 게 낫다는 논리가, 인구가 줄어드니까 작은 주택에 대한 수요증가로 소형아파트가 유리하다는 논리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는 기본적으로 계속 존재해 왔으며 소형아파트의 대세론을 정당화시키는 미래 인구변화도 갑자기 대두된 예상이 아니다. 중대형아파트가 선도적으로 오르던 시기에도 이미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내려와 미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중과 거꾸로 가는 부동산시장

 

원래 자산시장에서는 가격의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후 움직임의 방향을 정당화시키는 논리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미래의 가격변화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주는 논리가 알려진다면 누구나 다 돈을 벌 수 있고 아무도 위험해지지 않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미래 부동산시장, 아파트시장에 대한 다양한 전망 중 어떤 전망이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합창을 하면 반대로 간다"는 속담이 때로는 더 잘 맞았다. 80년대 말 천정부지로 오를 것만 같았던 부동산가격이 90년대 초반에 완전히 꺾일 줄은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게다가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아파트가격이 떨어진 이후에는 아파트가격이 오르는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2000년대에 무섭게 상승하는 곳이 나타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결과는 반대로 '강남불패'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반전된 상황에서는 강남의 아파트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대중들이 어떤 전망을 잘 받아들이는 지를 보고, 그 전망이 지배적이 되면 오히려 반대방향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에서 가장 먼저 아파트가격이 많이 올랐던 곳은 서울의 강남이었다. 반면 가장 늦게까지 오른 곳으로는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시를 꼽을 수 있다.

 

제주에서 선호도가 높은 주거지로는 제주시 신제주 지역의 연동과 노형동 일대를 들 수 있다. 한라초·한라중·제주제일고등학교 등이 인접한 곳이다. 연동의 대림1차e-편한세상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2003년부터 10년간 매매가 및 전세가 변화를 보면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올랐으며, 2004년 대비 최근까지 두배 가까이 올랐다.

 

제주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MB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에 3.3㎡당 평균 470만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700만원을 넘어서 MB정부 5년간 50%가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에 부산은 1093만원에서 847만원으로 22.5% 하락했고 대전(-19.4%), 인천(-19.0%), 대구(-17.8%), 경기도(-8.4%) 등 대부분의 지역이 하락했다('제주의 소리', 2012.12.19). 제주도내 아파트 시가총액은 2007년 2조532억원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3조3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제주일보, 2012.12.20).

 

◆제주 아파트값 상승세 왜?

 

제주지역의 아파트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지역 경제상황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제주지역 1인당 소득은 2000년대의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제주경제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축소됐다.

 

2011년 제주지역의 연평균 1인당 소득은 전국 9개도 중 최하위인 2015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2497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제주지역의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이 성장했지만 다른 지역 제조업의 성장세에 비해서는 낮아, 지역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제주경제브리프-제주지역 1인당 GRDP가 타지역에 비해 낮은 이유').

 

더욱이 제주지역의 관광사업체 중 상당수는 다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어 수입의 일부가 지속적으로 역외로 유출된다. 관광산업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농림어업은 성장세가 매우 미약하며,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높아 부가가치율도 낮다.

 

신규구직자 중 취업건수를 나타내는 취업성공률은 전국 최하위로 전국에서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기 힘든 지역이다. 생산가능 인구인 15세부터 64세까지 인구 비중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줄어들어 노동공급의 감소, 생산성 저하, 소비감소로 이어졌다. 제주도의 주택보급률은 아파트가격이 상승하기 전인 2005년에 이미 100%를 넘어선 111%가 됐다.

 

제주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졌다는 점은 경제성장률, 인구구조, 주택보급률 등에 의해서만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무리임을 보여준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이는 증명된다. 인구밀도가 낮아서 부동산가격이 잘 오르지 않을 것 같은 북구의 노르웨이 같은 국가에서도 1980년대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바 있다. 이후 40%나 급락했지만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15년에 걸쳐 노르웨이 전역에서 주택용 부동산가격이 3배나 상승했다. 2006년 이후로는 금융위기와 무관하게 최근까지 30% 급등했다.

 

노르웨이 주택가격지수는 1992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2년에는 400에 달했다. 부채가 큰 폭으로 누적되고 있지만 저금리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해외에서 들어오는 유동자금이 주택시장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부동산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에 대한 논리는 사후에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예측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