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도 ‘모험’과 ‘신비’가 가득

일취월장7 2014. 5. 22. 15:12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도 ‘모험’과 ‘신비’가 가득

제2롯데월드가 각종 안전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자 서울시가 나섰지만 롯데 측은 도리어 임시 개장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인근 주민은 물론 서울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희상 전문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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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호] 승인 2014.05.22  09:02:20

 

“잠실 주민들은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것을 싫어한다. 특혜라고 말도 많고 툭하면 공사장 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는 뉴스가 나와서 무섭다.” 5월1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에서 만난 주민 김주성씨(42)의 말이다. 그는 특히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롯데월드 공사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곤 한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 인근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 아무개씨(56)는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석촌호수 물이 줄어들고 악취가 진동해 인근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123층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느니 주변 건물들이 붕괴될 것이라느니 하는 흉흉한 ‘괴담’이 돌아서 불안하다는 주민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라고 전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2016년 10월 완공될 예정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초대형 복합단지다. 현재 공정률 60%를 넘어섰다.  
ⓒ시사IN 이명익
2016년 10월 완공될 예정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초대형 복합단지다. 현재 공정률 60%를 넘어섰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대지 면적 8만7182㎡(약 2만6373평)에 들어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초대형 복합단지. 제2롯데월드는 롯데물산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총 건축비 3조5000억원짜리 대형 사업이다.

2010년 11월 이명박 정부는 공군과 항공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군 성남공항 비행 활주로 각도를 3° 틀어주면서까지 건축 허가를 내줬다(<시사IN> 제75호 커버스토리 ‘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원씩 특혜 주나’ 기사 및 제164호 ‘제2롯데월드는 최악의 비행 장애물’ 기사 참조). 출발부터 정경유착, 특혜의 산물로 비판받았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는 착공 3년여 만에 공정률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아 인근 주민은 물론 서울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완공 예정일은 2016년 10월. 그러나 롯데 측은 올봄 임시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독려해왔다. 제2롯데월드 연면적의 47%인 저층부 상가동을 올해 5월 우선 개장하고 영업하기 위해서였다. 저층부 상가시설은 10층짜리 11만2916㎡ 규모의 에비뉴엘동과 12층짜리 26만1291㎡ 규모의 캐주얼동이다. 에비뉴엘동에는 명품관이, 캐주얼동에는 영화관·공연장·쇼핑센터 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지난 3월6일부터 이틀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채용박람회까지 열어 1000여 명을 우선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가 인력 채용과 입점 업체 선정을 서두르자 서울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아직까지 임시 사용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입점 업체를 선정하고 사람부터 뽑아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일부 언론을 통해 저층부 임시 개장 목표를 흘리는 방법으로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도 정밀 안전점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년 동안만 해도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은 ‘공포의 바벨탑’이라 불릴 만큼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유형은 다양했다. 지난해 2월 초고층 건물을 지탱하는 상층부 핵심 기둥 11개에 균열이 발생했다. 공사는 중단됐고, 대한건축학회로부터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야 했다. 2013년 6월25일에는 43층 공사장에서 자동 상승 거푸집 장비가 무너져 인부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는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롯데 측의 속도전 공사는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피해를 주었다. 2013년 10월1일 오전, 11층 공사 현장에서 쇠파이프가 지상으로 떨어져 행인 한 명이 크게 다쳤다.

명품관·영화관·쇼핑센터 등은 올해 개장이 목표


올 들어서도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지난 2월16일 낮 12시, 47층 컨테이너 박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긴급 출동했고 25분 만에 진화되었다. 이 사고로 롯데 측은 서울시로부터 한동안 공사 중단 조처를 당했다. 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일주일여 전인 4월8일에는 12층 옥상 배관 설비공사 중 이음 부분의 폭발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공사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공사장 주변에서도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석촌호수 물이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자연증발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지질 전문가들은 지하 공사 과정에서 수맥을 건드린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치할 경우 지반 침하에 따른 끔찍한 재앙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32쪽 상자 기사 참조).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올해 초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를 비롯한 안전방재 전문기관 4곳을 지정해 제2롯데월드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 용역을 주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현장 점검 결과 안전과 관련해서 크고 작은 문제점이 수백 건 적발됐기 때문에, 조만간 용역 결과를 자료집으로 발간하고 완공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정밀 안전점검은 공정률이 95%를 넘어선 저층부를 제외한 지상 15층 이상 고층부를 대상으로 했다. 현장 가설물과 안전시설, 공사 장비, 소방, 방화, 전기, 가스 등 공사 전반이 대상이었다. 점검 결과 화재 시 비상 통로와 방재 설비 등 시설물 전반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점검단은 일반 건축물에 적용하는 수준 이상의 강도 높은 안전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안전점검에 나선 것도 이 보고를 받고서였다. 이날 박 시장은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 초고층부인 월드타워동 33층에서 공사장 전경을 둘러보고, 저층부 에비뉴엘동에서는 방화 셔터와 스프링클러 등을 점검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13일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13일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 문제에 대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임시 사용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소방법과 건축법을 준수했는지, 교통 대책을 갖췄는지 등 모든 측면에서 엄격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구조 안전상 문제가 발견된다면 공사 중단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단호한 방침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5월11일 이례적으로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롯데가 임시 개장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을 고집하는 배경에 고령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이 담겨 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 임시 사용 신청서를 언제 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변동 공사가 곧 완료되니 절차를 밟아 서울시와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6·4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임시 사용 신청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참사로 국민의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어서 올해 내로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석촌호수 물 빠지자, ‘한강물’로 가리고 아웅?

정희상 전문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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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호] 승인 2014.05.22  09:02:04

 

“석촌호수의 수위는 4.1m에서 5m 정도로, 갈수기에 잠시 수위가 내려갔을 뿐 현재는 정상 수위인 5m 수준을 회복했다.” 5월13일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러 간 박원순 서울시장 일행에게 롯데건설의 한 간부가 이렇게 브리핑했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제2롯데월드의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래 석촌호수 수위가 급속도로 내려가(수량 15만t 유실)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 위험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높아지자, 롯데 측이 한강물을 대량으로 끌어다 인위적으로 만수위인 5m 안팎에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은 서울시와 송파구로부터 입수한 ‘석촌호수에 투입 되는 연도별 한강물 수량 자료’를 살펴봤다. 제2롯데월드 최종 건축허가가 나기 전인 2010년 11월에는 37만6000t이었던 수량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2011년에는 47만t, 2012년에는 66만2000t, 2013년에는 94만t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났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 석촌호수(위)에 대량 물빠짐 현상이 나타났다.  
ⓒ연합뉴스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 석촌호수(위)에 대량 물빠짐 현상이 나타났다.

석촌호수 소유 주체인 송파구청은 지난해 급격한 호수 물빠짐 현상에 놀라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당시 조언한 건국대 박종관 교수(지리학과)는 “제2롯데월드 공사 중 지하수가 가득 찬 수맥을 건드렸고, 수맥에서 대량의 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석촌호수 물이 대거 유입됐다고 판단되었다. 송파구청에 전문가들로 모니터링 팀을 꾸려 지하수위 변동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할 것을 권고했다”라고 말했다.

석촌호수의 대량 물빠짐 현상이 주변 건물의 붕괴 가능성 등 심각한 안전 위협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서울시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긴급 자문을 했다. 그 결과도 제2롯데월드 지하 공사가 근처 지하수위 변동에 영향을 미쳐 석촌호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으로 나왔다.

서울시는 송파구청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송파구청은 원인 제공자인 롯데 측과 협상에 나서 지난 4월30일 롯데로부터 3억원의 긴급진단 용역비를 받았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당초 석촌호수 물빠짐이 자연증발 현상일 뿐 제2롯데월드 공사와 상관없다고 주장하던 롯데건설에서 1억5000만원, 석촌호수의 기존 물관리 업체인 롯데월드에서 1억5000만원씩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석촌호수 수위 변화의 원인 규명과 수질악화 개선책 마련을 위한 정밀진단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관 교수는 “전문가 용역 진단을 하더라도 한강물을 계속 채워넣게 되면 제2롯데월드 공사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만히 놔둔 상태에서 석촌호수 수위와 지하수에 어떤 변동이 생기는지 1년 정도 정밀 추적해 분석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