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하우스푸어들이 집을 팔지 못하는 이유

일취월장7 2013. 11. 15. 19:09

 

주변에는 2000년대 중후반에 집값이 더 뛰면 어쩌나하는 공포감에 뒤늦게 집을 산 하우스푸어들이 많다. 이들은 막대한 빚 부담에 생활이 쪼들려도 집을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내 집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소유 재산이 늘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에 입성했다는 신분 증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면서 어떻게 장만한 집인데, 이걸 포기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어떻게든 버티고 참아내다 보면 집값이 다시 올라서 손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사로잡혀서 하우스푸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결국 강제로 집을 경매에 넘기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직장을 강제로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가정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하우스푸어들은 마지막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결단하지 못한다. 보통 하우스푸어들은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몇 가지 심리적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확증편향이다. 자신이 집을 산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현실은 그게 아닌데도 최대한 미래의 집값 시세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조금 지나다 보면 오르지 않을까하며 최대한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려 한다. 집값이 향후에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언론들의 집값 바닥론이 그토록 계속 틀리는데도 되풀이되는 이유는 많은 하우스푸어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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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손실 회피 경향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같은 크기의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집을 팔기 전에는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하우스푸어들은 집을 팔기를 주저한다.

 

셋째로는 보유효과다. 이미 자신이 한동안 살았던 집이기에 자신이 직접 쓴 일기장처럼 더 많은 애착과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 동네는, 내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동네는, 내 집은 뭔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넷째로,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진다. 이미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새롭게 판단해야 할 시점에 합리적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미 오천만원의 이자를 냈고, 집값이 2억 원이 빠졌기에 25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며,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다시 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결국 하우스푸어들은 이런 심리적 편향들을 극복하고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지금까지 벌어진 기왕의 일은 잊어버리고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향후 미래 집값에 대한 전망을 냉철하게 하고, 집을 계속 보유할 경우와 집을 정리할 경우를 나눠 어느 쪽이 더 합리적 선택인지를 따져야 한다.

 

, 부동산 대세 하락기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에서 가계의 현금흐름, 그리고 부채 및 이자 상환 가능 여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한 맞벌이 부부의 연 소득의 7천만원인데 6억원 가운데 60%36천만원의 빚을 얻어 집을 샀다고 하자.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연 4%만 쳐도 연 144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한 해에 약 3200만 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원리금을 갚아나가면서 조금씩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날이다. 어쨌거나 한 동안은 연봉 7천만 원의 절반 가량으로 주택대출을 갚는데 쓰게 되는 것이다. 향후 부부의 소득이 늘 수 있으나, 아이가 커면서 교육비와 각종 생활비 지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정도 대출을 갚아가면서 생활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향후 부부의 소득이 몇 년 안에 급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란 매우 드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집을 팔고 빚을 청산할 경우와 집을 계속 보유한 채 버티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냉철히 따져보는 게 도움이 된다.

 

우선, 집을 팔아 빚을 최대한 갚고 남은 돈으로 주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작은 아파트나 빌라로 이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 이 부부가 계속 버티면 5년만 지나도 이자만 7천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대신 은행 대출에 대해 이자로 낼 돈을 저축하면 5년 동안 같은 금액의 돈을 모을 수 있다. 향후 집값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5~7년 가량 열심히 저축하고 부부 소득이 조금 더 늘면 크게 빚을 내지 않고 다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보기에는 S씨 아내가 얘기하는 것처럼 앞으로 집값이 다시 올라서 집을 못 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된다.

 

이번에는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지금처럼 버틴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매년 생활비의 절반 정도를 빚 갚는데 써야 한다. 더구나 생활은 계속 쪼들리는데, 집값마저 추가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다. 그것도 20년이나 은행의 노예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20년이 지나면 이미 노후를 맞이하게 된다. 빚은 다 갚는다고 해도 노후를 집 한 채에만 의지하기에는 너무 불안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따져보면 많은 경우에는 지금이라도 집을 정리하는 게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빚에 쪼들리지 않으면서 삶의 질도 높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적어도 하우스푸어 가계는 자신들이 가진 심리적 편향들을 최대한 걸러내고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