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시장은 투기 혹은 투자를 하는 사람 즉, 시장참여자에게는 거의 항상 올바릅니다. 단,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진실과 거짓이 혼재하고 거짓이 진실을 뒤덮는 선과 악이 끊임없이 대립하는 아마겟돈의 현장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시장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장입니다. 그것이 어떤 말 혹은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 포장을 하더라도 시장이란 지독한 이익추구의 장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시장은 끊임없이 사람을 유혹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만약, 사람을 유혹하는 동인이 없어지거나 떨어지는 순간 시장은 그 기능을 잃게 됩니다. 여기서 유혹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는 그것도 크게 움직일 것이라는 가능성입니다. 만약 가격이 정체된다면 시장엔 그 누구도 참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격의 오르내림이 없는 시장은 죽은 시장일 것입니다.
만약 상승을 해야 누군가 이익을 보는 시장구조라면 시장참여자의 맨 상단에 있는 대규모 시장지배자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가격을 올리려 시도할 것입니다. 그들의 노력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오르면 그 뒤를 중간 단계의 참여자가 뒤따르면서 마침내 가격은 상승 모멘텀을 받아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개미들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시장구조 상 가격이 오른다는 표현은 누군가는 끊임없이 팔고 있다는 소리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누가 팔고 있을까요? 아마도 맨 처음 시장에 진입했던 대규모 시장지배자들이 조금씩 팔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물량은 자신들의 손익이 플러스가 되는 순간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해 마침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갑자기 공급이 지배하면서 마침내 폭락을 하게 됩니다. 그 피해는 온전히 맨 마지막에 시장에 진입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모습입니다. 시장이란 이처럼 선악을 무시하고 오로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괴물입니다. 최초의 시장진입자 즉, 시장을 움직이는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이 이익을 낼 때까지 상승구조의 시장이라면 상승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시장입니다. 그곳에 경제 펀더멘탈이 어떻고 서민들의 삶이 어떻고 하는 얘기는 우스울 뿐입니다. 시장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움직일 뿐입니다. 때문에 그것이 어떤 시장참여자든 시장의 모습은 항상 올바릅니다. 그것에 반기를 들고 저항을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철저하게 빈털터리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이른바 추세입니다. 시장은 때론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광기로 가득한 장입니다.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상황인데도 시장은 상승을 하고 도저히 내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시장은 하락하곤 합니다. 그러나 시장참여자에게 이러한 모습은 광기로 가득한 장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인국에서는 사내 아이가 버림을 받듯이 시장참여자에게 시장은 항상 올바른 것이어야 합니다. 만약 시장이 틀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시장에서 버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외자의 눈에 시장은 탐욕의 장일 뿐입니다. 또, 거의 항상 시장은 거짓일 뿐입니다. 현재의 시점을 놓고 보면 시장의 상승은 말이 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거짓이 진실을 뒤덮고 있는 혼돈의 장일 뿐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허덕이고 부채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데 시장은 상승 일변도입니다. 유로존은 파열하고 있고 거대 은행들의 사기는 계속되고 있는데도 시장은 미친 듯이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몇 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늘어나 우리의 금융시장이 그 때문에 상승을 하고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보긴엔 그저 시장은 그것들을 핑계로 오르고 있을 뿐입니다. 오를 이유는 단 하나,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일 뿐입니다.
실제로 현실을 돌아보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받아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옆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없어 하루를 살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인데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성장을 했다면 누군가는 그 이득을 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득을 가져간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담겨 있을 그 소중한 과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극소수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거짓을 말합니다. 금융시장이 상승을 하고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을 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시장이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 주지 못합니다. 시장이 상승했다고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는 절대로 장담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벌면 누군가는 잃어야만 하는 것이 시장입니다. 만약 우리가 처한 현실이 진실이라면 시장은 언젠가는 그 현실로 수렴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시장의 상승은 미실현수익이란 달콤한 가공의 열매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그 가공의 열매의 달콤함에 취해 소비를 늘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는 그 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이란 괴물은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대규모 시장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미실현이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순간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 때문입니다. 시장은 언젠가는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누군가 특히,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이 미실현이익을 실현하는 순간이 바로 그 때일 것입니다. 과연 그때는 언제일까요?
어제 그리고 오늘 시장은 새삼스럽게 유로존의 파열에 반응을 하며 하락을 했습니다. 유로존의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느닷없이 시장은 반응을 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정말로 시장은 변곡을 시작한 것일까요? 즉, 대규모 시장참여자들이 본격적으로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시장은 몇 일 그것에 반응해 하락을 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맨 하단의 사람들을 꿈에 취하게 할 정도로 충분히 유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미친 듯이 환각에 취해 시장에 몰려올 때가 아마도 그 시점이 되겠지요. 시장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시장은 참여자에게는 거의 항상 올바르지만 한 걸음 떨어져 국외자의 눈으로 시장을 보면 시장은 아마겟돈의 장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