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스크랩] 집 사면 ‘빚더미’ 월세땐 ‘빈주머니’…중산층도 답없다

일취월장7 2011. 9. 16. 17:37

[한겨레] 집주인들 "전세→반전세" 



주변 전세는 씨 마르고 


자녀교육 때문 이사 못가 


빚내서 내집 마련하자니 


원리금·이자갚기 허덕 


'집값 떨어질라' 고민도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에서 보증금 2억원, 월세 120만원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42)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당장 다음달 월세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원래 보증금 2억8천만원에 전세로 살던 이씨는 올해 3월 재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의 반전세(보증부 월세)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전세 시세가 1억원 이상 치솟았다고 말하는 집주인에게 오른 가격만큼 전세금을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은 월세 120만원이 아니면 집을 빼달라고 했다"며 "이사를 하려니 주변에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고, 중학교 2학년인 딸을 갑자기 전학시킬 수도 없어 (집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의 한달 수입은 420만원(실수령액) 정도다. 수입의 30%가량이 월세로 나가는 셈이다. 여기에 다달이 아이 교육비가 80만원 정도 들고, 식비 등 생활비 100만원, 보험료 30만원,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 30만~40만원, 부부 용돈 30만원과 차량유지비 30만원, 경조사비 등으로 10만원 정도를 쓴다. 매달 수입보다 지출이 20만~30만원 정도 더 많아 가계부는 늘 적자다. 이씨는 "반전세로 돌리면서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8천만원을 곶감 빼먹듯 빼먹으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편은 살인적인 월세를 감당하느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는데, 몇 억원씩 대출받아 집을 샀다가는 '하우스푸어'가 될 것 같아 그렇게도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우스푸어'냐 '렌트푸어'냐. 이씨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빚을 내 집을 사면 원리금 상환에 등골이 휘는 하우스푸어가 되고, 월세로 살면 렌트푸어 신세다. 전세 품귀 현상으로 반전세가 늘면서 이씨 같은 고민에 빠진 중산층이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에 사는 송아무개(44)씨는 3억2천만원이었던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2년 사이 4억7천만원으로 뛰어오르자, 집주인에게 사정해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 75만원으로 돌려 반전세 계약을 했다. 송씨는 "모아놓았던 돈을 보태고 대출을 1억5천만~2억원 정도 받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지만, 그랬다가 집값이 폭락이라도 하면 속수무책일 것 같다"며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려 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사실 월세를 75만원씩 내면서 아이 대학등록금이나 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국토해양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1월 아파트 전체 임대계약 가운데 22%를 차지했던 반전세는 지난 7월 26%로, 6개월 만에 4%포인트나 늘어났다. 

전셋값이 워낙 많이 올라 반전세로 계약을 하더라도 목돈인 반전세 보증금 마련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달에 결혼할 예정인 오아무개(31)씨 부부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20평대 아파트를 보증금 1억6천만원, 월세 45만원에 계약했다. 전세는 아예 없었고, 반전세 물량도 적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씨는 "부모님께서 5천만원을 보태주셨고, 우리 부부가 모아놓은 돈도 8천만원 있었지만 결국 모자라는 반전세 보증금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며 "월세에 대출이자까지 갚으려면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살지 아득하다"고 말했다. 전세 물량은 줄었지만, 전셋값이 급등하다 보니 전세자금 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실적이 3조54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9314억원)에 견줘 21% 증가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제 30대는 아예 집을 살 여력이 안 되고, 40대는 집을 사려면 집값 하락과 원리금 상환 부담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것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렌트푸어냐 하우스푸어냐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우리나라 중산층이 점차 몰락해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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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물빛나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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