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집값 하락과 전세난에 대처하는 자세

일취월장7 2011. 9. 10. 17:39

집값 하락과 전세난에 대처하는 자세

한상분 부동산 투자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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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하락과 전세난, 지방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최근의 부동산 상황을 놓고 언론마다 엇갈린 전망을 내놓아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 하락이 계속되자 한 쪽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대세하락이 시작됐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지방 부동산 상승을 예로 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전세난에 대해서도 공급물량 부족, 상승 기대 소멸로 인한 전세선호, 월세 시장 초입 국면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인터넷에서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젊은 층은 윗 세대가 펼쳐 놓은 투기장에 뛰어들지 말자고 적개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기성세대는 일생동안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에 허덕이며 집 한 채 마련한 게 전부인데 투기세대로 몰리고 있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시장을 놓고 세대분열 조짐까지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 값 하락이 인구 구조 때문만인가-

 

각종 언론이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집 값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베이비부머는 1955년~1963년생이다. 이 기간 9년동안 출생자수가 대략 800만명이다. 한해 평균 90만명 내외 태어난 셈이다.

 

현재 32-41세인 1970~1979년생이 900만명이다. 한해 평균 90만명이 태어났다.
현재 22-31세인 1980~1989년생은 730만명이다. 한해 평균 73만명이 태어났다.

 

22~41세의 인구 대다수가 무주택자로 추정된다.
아직 결혼하지 못한 사람도 상당수이고 결혼을 했더라도 자산을 쌓을 기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말하는 베이비부머는 한국인구가 폭증하던 첫 연령대를 말하고 있다.
제1세대 베이비 부머 등장 이후 20년간 한국은 여전히 다출산 국가로 분류됐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까지 정부 주도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이 추진되기도 했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여년 후부터 부동산의 실질적 하락은 불가피할 지 모르나 아직까지는 유효수요가 상당히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제1세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됐다 해도 그들이 바로 주택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닌 데다 새로운 주택 수요 연령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수도권 집 값 하락 내지는 정체는 인구구조 탓이라기 보다는 금융위기 이후의 불확실성과 소득 증가를 뛰어 넘은 부동산 상승 때문으로 봐야 한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수도권 일부 지역은 몇 년간에 걸친 조정으로 매수 가능권에 들어 왔으나 물가고로 인한 구매력 감소로 상당수 소비자가 아직까지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득이 얼마나 늘었나-

 

국민총생산이나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닌 주요 대기업 초임과 최저임금을 보기로 한다.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신규인력 임금이야말로 소득의 척도로 안성맞춤이다. 물가상승률을 일정 부분 반영한 수치로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인력업체가 해마다 발표하는 100여 주요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은 2006년 2650~2800만원에서 2011년 3300~3500만원으로 지난 5년간 30% 가량 올랐다.

최저임금은 2006년 시급 3100원에서 올해 4320원, 2012년 4580원으로 대기업 대졸 초임 인상률을 웃돌고 있다.

최저임금은 법률로 정한 임금의 바로미터이다. 뿐만 아니라 소득 증감 척도이자 현 경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수치이기도 하다.

 

주요 대기업과 노동단체가 해마다 최저 임금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제 도입 초기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업소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를 어기는 업소가 거의 없다.

 

최근 지방 부동산 상승은 인플레 헤지 성격이 강하다. 지난 5~6년간의 대폭적인 최저 임금 상승률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일부 지방은 이제 과열권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 담보 대출에서 부산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2~3년간 벌어진 해당 지역의 집 값 상승 및 분양열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부동산은 제법 조정을 받았지만 실질 임금 인상을 뛰어넘는 물가고로 인해 여전히 구입여력이 떨어진다. 현재 수도권 집 값이 재차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 물가 인상을 보전하는 임금인상이 이뤄지면 구입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지수와 한국 주택가격 하락-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외곽 부동산은 반토막 가까이 된 곳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곳이 수도권에서는 서울이고 그 중에서도  강남 및 도심권이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해외 부동산 동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의 부동산 하락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슬랜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폭락했지만 호주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아직도 상승중이다.

경제전문가들이 금과옥조(?)처럼 삼는 금융위기 진원지 미국의 주택 가격을 보기로 한다.

 

미국 주택이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한 해는 1996년부터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모기지 활성화 조치와 IT 혁명으로 10년 대세 상승을 시작한 셈이다.

 

이 시기 한국도 1990년을 전후로 한 폭등 이후 오랜 조정을 딛고 상승하려 했으나 1997년 IMF를 맞게 되면서 오히려 폭락했다.

 

Case & Schiller 지수에 따르면 미국 전국 주택지수는 2000년 100을 기준으로 1996년에는 80이었으며 최고 정점기인 2005~6년에는 190선을 기록했고 2011년 현재 13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정점기인 2006년에는 2000년 대비 100% 가까운 상승을 했고 현재는 2000년에 비해 30% 상승한 채 정체 상태이다.

 

Case & Schiller가 보여주는 미국 주요 대도시 주택 지수 상승률이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서부 제1도시로 휴양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놓인 환락 유흥지로 생산은 거의 전무한 소비도시이다.
보스톤은 미국 동부에 위치한 유서깊은 곳으로 행정 산업 교육이 고루 발달했다.
덴버와 댈러스는 중서부와 남부에 위치한 중핵도시로 굴지의 대기업은 많지 않으나 지역 경제를 대표하는 곳이다. 

 

라스베이거스 사례에서 산업체가 없이 경기에 민감한 곳은 많이 빠졌고 댈러스처럼 거품이 거의 없던 곳은 오를 때 적게 올랐으나 빠질 때도 적게 조정받았다. 보스톤처럼 고루 갖춘 곳은 제법 많이 올랐으면서도 조정 폭은 크지 않다.

 

이를 한국의 부동산에서 서울과 수도권,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지방에 대입해 봄직하다.
이를테면 로스앤젤레스를 서울 강남이라 보고, 보스톤을 도심으로 본다면 억지춘향일까?
과연 내가 보유한 부동산은 어떤 특성을 지닌 곳에 위치해 있는 지 자문해 볼 필요는 있다.

 

 

-전세난의 원인-

 

전세난의 원인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경기불확실성이 가장 크다. 실질 구매력을 갖춘 계층이 집을 사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불황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가 전세 혹은 반잔세로 눌러 앉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른바 순환이 안되는 것이다.
또한 집주인들은 자산 보유로 인한 부담을 일정 부분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전세라는 제도는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제도로 서민에게는 사실 축복받은 제도였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집 값 상승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전세를 주고 그 자금을 재투자해왔다. 전세 값이 다소 헐하더라도 재투자할만한 상품 가격도 그만큼 쌌기 때문에 이들은 재산세나 감가상각비마저 기꺼이 부담했다.

자산 가격 상승이 어려워 보이자 집주인은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한 뒤 이를 세입자에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주택 서민들만 어렵게 됐다. 능력 갖춘 자발적 세입자에게는 전세가 선택이지만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생활 그 자체이다.

 

전세난을 두고 일부에서는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공급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110%를 넘겼다. 일부 지방 및 시골에는 빈집이 넘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도 주거용 오피스텔 원룸 다가구 등을 포함하면 이미 100%를 훨씬 넘겼다. 그러나 자가 보유율은 20년전 50%대에서 현재 60%내외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선호지역 물량이 부족하다고 무작정 공급하기도 어렵다.5~10년후에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물량이 남아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 임대 사업자 활성화 정책과 방향 전환 의도 -

 

주택은 사유재임에 분명하지만 사회재라는 특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정부는 자발적 세입자들은 시장에 맡겨도 되지만 사회 탈락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여유있는 계층이 주택을 추가로 구입해 이를 임대케 해 시장을 순환케 하고, 재정이 한정된 정부로서는 공공 임대에 치중하겠다는 의도이다. 폭락을 방지하는 조치이다. 하지만 상승기로 돌아설 경우에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이 대중화 될 경우 장기적으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하는 게 추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적정 월세는 금리, 경기상황 등 당시 시장 상황에 맡겨질 것이다.

이처럼 월세가 대세가 되면 수선충당금이나 사용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장기적으로는 세입자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동안 그 건물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노후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수선충당금 부담은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외국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세입자는 재산세를 빼고 사는 기간 동안 점유에 따른 모든 권리와 의무를 떠맡는다. 계약 조건에 따라서는 세입자가 집 주인 재산세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월세가 다소 싸다.

 

또한 세입자의 원상복구 의무도 강화될 것이다. 외국에서는 벽에 못 박은 자리도 모두 메워주고 페인트마저 칠해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나아져 조만간 과거같은 집 값 상승이 이뤄지면 전세 제도는 복원될 수 있다.

 

 

-대출규제와 비정한 자본주의-

 

최근 정부가 금융권 대출을 적극 관리하고 있다. 수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대로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기본적 수익구조는 예대마진이다. 내일 망하더라도 오늘 대출하는 게 그들의 생리다. 현재와 같은 규제아래서는 신용이 확보된 사람의 대출이 원활하다. 돈 떼이지 않을만한 사람을 골라 받으라는 게 정부의 원칙일 것이다.

 

돈줄을 죄기 때문에 2006~7년같은 부동산 폭등은 불가능하다. 담보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대출 액수에 제한이 있는 데다 결국 갚을 능력도 함께 살피기 때문이다.

 

개포 주공 저층아파트처럼 전세금이 싸서 목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은 특히 오르기 힘든 구조이다.

금융위기 파도가 언제 걷힐 지 알 수 없지만 위기의 그늘을 벗어난 뒤에는 결국 신용이 확보된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순환이다 그 것이 숱한 금융위기를 거치며 자본주의가 보여준 비정한 역사이다.

 

과거처럼 무리해서 집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 사는 게 남는 것이라고 버티는 것도 장기적 견지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거래량이나 경기그래프로 볼 때 올해 말부터 내년,혹은 2013년초까지가 중장기 바닥일 가능성이 높으며 지방 부동산은 내년부터는 지금같은 무차별적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 현 금융위기 상황을 1971~1980년의 세계 흐름과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2011년 현재의 사이클은 1974~1975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부동산도 경제활동 결과중 하나로 보고 흐름에 맞춰 대처하는 게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