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이기적인 착한 기업들

일취월장7 2011. 8. 3. 13:04


이기적인 착한 기업들
정재훈 | 2011.08.01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떠안아야 할 짐이라 여겨지던 지속가능성장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 들이고, 사회적 이익과 기업 자신의 이익 모두를 제고하는 ‘이기적인’ 착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였고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도 지속가능성장의 가치를 공유하여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지속가능성장은 ‘미래 세대가 그들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킬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며 현재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장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면 사회와 환경을 위해 봉사 활동, 기부 등의 비용 지출을 꺼리지 않고, 이윤도 기꺼이 포기하는 ‘착한’ 기업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과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착한 기업이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을까?


치열한 경쟁으로 매일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추가적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기업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장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안에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착한 행동을 하되,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세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변화할 때, 사업의 판도가 바뀔 때, 항상 새로운 기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지속가능성장에 기여하는 ‘착한’ 사업 방식을 통해 ‘이기적인’ 수익 창출 기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장 = 비용’이라 인식하고 있지만, 이미 한 발 앞서 ‘지속가능성장 = 기회’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지속가능성장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로 삼은 ‘이기적인 착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1. 선행으로 성공하기(Doing well by doing good) - 인터페이스(Interface)

 

인터페이스는 미국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의 카펫 타일 제조업체이다. 1994년, 이 기업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레이 앤더슨은 우연한 기회에 폴 호켄(Paul Hawken)이 쓴 비즈니스 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을 접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본인의 회사가 폴 호켄이 지적하고 있는 채취-생산-폐기(Take-Make-Waste)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장에 해가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레이 앤더슨은 환경영향을 줄이면서(Doing good) 수익성은 개선하는 방향(Doing well)으로 사업을 이끌기로 결심했다.


레이 앤더슨은 2020년까지 인터페이스의 모든 환경영향을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션 제로(Mission Zero)’라 명명하였다. 원료의 절약, 재활용, 효율 제고를 위한 공정 및 제품 재설계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있는 지속가능한 기술에의 투자 등을 전략적으로 추진하여 기업의 수익과 환경영향을 동시에 개선한다는 방침을 유지하였다.


전사적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인 QUEST (Quality Utilizing Employees’ Suggestions and Teamwork)를 시행하여,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였다. QUEST의 성공을 통해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현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음을 확인한 인터페이스는 팀빌딩 프로그램인 ‘플레이 투 윈(Play to Win)’을 시행하여 인터페이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해 나갔다. 또한 실패를 통해 배운다면 그 실패도 용인됨을 알려 직원들의 도전의식을 제고하였다.


그 결과 1994년부터 현재까지, 단위 당 에너지 사용량을 43%, 온실가스 배출량을 44%, 매립폐기물의 양을 77%, 물의 사용량을 80% 줄였으며,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30%, 재활용 원료 또는 바이오 기반의 원료 사용량을 36%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같은 기간 동안 4억 3,300만 달러의 폐기물 처리 비용의 발생을 막아, 기업의 비용 절감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 힘입어 포춘(Fortune)지는 레이 앤더슨을 ‘미국 최고의 친환경 CEO(America’s Greenest CEO)’라 칭하였고, 타임(Time)지는 ‘환경을 구한 영웅들(Heroes of the Environment)’ 중의 한 명으로 선정하였다.


이처럼 ‘선행으로 성공하기’ 자세를 견지하며 수익성을 높인 인터페이스는 이기적인 착한 기업의 최고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2. 적극적인 구성원과 열린 경영진이 만들어 낸 지속가능성 - 스칸딕(Scandic) 호텔

 

스칸딕 호텔 체인은 유럽의 주요 호텔 체인 중 하나이다. 1992년, 스칸딕은 고객, 직원, 주주,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보살피겠다는 의지를 담은 ‘진심이 담긴 보살핌(Profound caring)’이라는 가치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이후 스칸딕은 워크샵을 통해 모든 임직원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환경 영향의 저감과 효율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였다.


구성원들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였고, 경영진은 이를 환영하였다. 일례로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일회용 비누와 샴푸를 리필/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대체하여 연간 25톤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스칸딕은 교육 프로그램인 ‘환경을 위한 대화(Environmental dialogue)’를 개발하여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였다. 효율성 제고를 통해 얻을 부가가치의 예상치와 결과치를 직원들과 공유하여 효율적 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결과에 따른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길러진 역량과 의지는 직원들이 직접 자원 추적 시스템(Scandic Utility System), 환경 성과 평가 시스템(Environmental Index)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여 더욱 체계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나아가 자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Resource Hunt)에 임직원 보상 체계를 연계함으로써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였다.


그 결과 자원 활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해에 에너지와 물 소비, 폐기물 감소를 통해 80만 달러를 절감하였다. 2008년까지 12년 간, 숙박 당 에너지 소비는 34%, 물 소비량은 22%, 폐기물은 4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72%를 줄이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스칸딕은 공급자 선정 시 기업의 환경 정책에 관한 문서 제출과 ‘스칸딕 공급자 선언(Scandic Supplier Declaration)’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공급자의 환경 영향도 줄이기 위함이다. 공급자의 노력에 대해서도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여 공급 안정과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스칸딕 호텔의 사례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성장에 기여하고 기업의 이윤도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또한 이기적인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과의 가치공유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3. 친환경과 저비용을 동시에 충족 - 다임러(Daimler AG)

 

1991년, 브라질 아마존 우림의 보호, 지속가능한 경제 및 생활 여건의 개선을 위해 POEMA (Programa Pobreza e Mejo Ambiente na Amazonia)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POEMA는 다임러에 천연 차량 소재 개발 연구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 연구가 재활용과 자연 분해가  가능한 부품을 늘리고자 하는 의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 다임러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다임러는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 및 연구 지원을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코코넛 파이버를 이용한 다양한 시트, 머리받침, 선바이저 등이 개발되었고, 다임러는 이를 차량에 도입하였다. 합성소재에 비해 저렴한 코코넛 파이버를 이용한 다임러 브라질 공장은 생산비를 절감하고 환경 영향을 줄였다.


또한, 다임러는 공급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코코넛 파이버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농부들에게 교육하였고, 그 결과 생산량은 4배로 증가하였다. 이를 통해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환경 개선,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 브라질 빈농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지속가능성장의 여러 측면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다임러는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 협업과 경제성 제고를 위한 투자를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친환경 소재를 되살릴 수 있었다.

 

이기적인 착한 기업들을 통해 본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 본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장에서 기회를 찾아 환경 및 사회에 대한 기여와 기업의 이윤 창출을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사례를 통해 이기적인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포인트를 찾아보자.

 

● 원료 혁신 및 에너지 사용 절감


산업생태학의 선구자인 하딘 팁스(Hardin Tibbs)는 우리가 구매하는 완제품 1kg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20kg의 쓰레기가 발생하며,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0.5kg이 이미 쓰레기가 된다고 밝혔다. 그만큼 기업들이 원료효율성을 높여 원가 절감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의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하는 원료, 이전에 사용해 온 원료보다 환경영향이 적으면서도 원가가 낮은 원료를 찾아 제품에 도입을 한다면 기업의 원가 부담은 줄이면서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사업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임러의 경우 플라스틱 대신 코코넛 파이버를 이용하여 환경 영향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었다. 과거 차량에 사용되었던 코코넛 파이버가 화학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었으나, 환경 문제의 대두와 유가 상승 등의 이슈로 인해 다시 주목 받게 된 것이다.

 

● 가치 공유를 통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유도


효율성 제고를 위한 활동에서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제안과 적극적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일구어낸 성과를 공유하여 구성원들의 노력이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린다면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페이스와 스칸딕은 구성원들과의 비전 및 청사진 공유, 성과에 대한 보상 등을 통해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였고, 그 결과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또한 스칸딕은 공급자들에게 ‘스칸딕 공급자 선언(Scandic Supplier Declaration)’ 동참을 유도하여 회사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도 지속가능성장의 가치를 공유하여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 혁신을 통한 성공을 전파하며 부가가치 창출


방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의 경우 그의 경험과 역량을 살려 컨설팅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터페이스의 경우 ‘InterfaceRAISE’라는 컨설팅 사업부를 조직하여 ‘선행으로 성공하기(Doing well by doing good)’라는 신념을 많은 기업에 전파하고 있다. 이는 인터페이스에 수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기업들을 지속가능성장의 길로 이끔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지속가능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지속가능한 공정 기술이나 소재 기술의 특허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친환경 원료의 개발과 양산능력의 확보가 이루어 진다면,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판매하는 등 사업 영역의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성공 경험은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고객이 본받고자 하는 성공사례로 작용하여 수익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 지속가능성장을 기회로 보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들을 살펴보았다. 이들 기업은 같은 상황을 부담 또는 비용이라 여기지 않고 인식의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성장의 기회로 변화시킨 사례들이다.
앞서 다룬 사례들은 비용 절감, 수익 제고와 같은 가시적 성과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이들 기업이 이기적인 착한 기업이 되는 과정을 통해 얻은 평판과 브랜드 가치는 재무제표에 나타난 성과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중국 격언 중 ‘변화의 바람이 불 때 어떤 이는 보호벽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 지속가능성장이라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이기적인 착한 기업들의 수많은 풍차들이 세차게 도는 날이 기다려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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