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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loud에 담긴 애플의 핵심전략

일취월장7 2011. 8. 4. 12:08


iCloud에 담긴 애플의 핵심전략
유미연 | 2011.08.02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애플의 핵심 전략은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한 애플 기기의 연결에 있다. 아이폰의 충격은 휴대전화 사업에 그쳤지만 아이클라우드의 충격은 TV, PC와 같은 여타 기기 사업과 관련 서비스 사업까지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례 1)
회사원 K씨는 얼마 전 스마트폰을 화장실에 빠뜨리고 말았다. 억지로 스마트폰을 꺼내기는 했는데, 서비스 센터에 가져가보니 데이터가 모두 유실되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과 사업 파트너들의 연락처가 모두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사례 2)
스포츠 매니아인 J군의 휴대폰에는 박태환 선수의 수영 경기, 박지성 선수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는 물론이고 페더러의 윔블던 결승전 매치에 이르기까지 300여 개가 넘는 경기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다. 요즘 J군의 가장 큰 불만은 이 동영상들을 다른 기기로 보기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휴대폰도 좋지만, 친구의 태블릿에 동영상을 띄워 같이 보고 싶고, 거실 TV로 아버지와 함께 동영상을 감상하고 싶다. 그런데 이것이 또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블루투스를 켜서 기기를 검색하거나, 케이블을 연결해야 할 때도 있다. 한번은 학교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잘못 연결했다가 동기화 과정에서 콘텐츠를 통째로 잃어버린 적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하는 연결 경험


K씨와 J군과 같은 소비자를 위한 대안이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다. 기기가 아닌 웹 공간에 콘텐츠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K씨는 휴대전화 데이터가 유실되어도 다시 복구할 수 있으며, J군은 어떤 기기에서든 그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가상화’의 특성을 지닌 대표적 IT 기술이다. 사용자 경험이 특정 기기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기기에서 동일하게 구현되는 것이 바로 가상화된 클라우드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연결성(Connectivity)을 경험한다. 이미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웹하드와 웹싱크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여러 기기에서 동일한 컨텐츠를 사용할 수도 있고 지인들을 초대하여 콘텐츠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꾸밀 수 있다.

 

클라우드와 연결 경험 사이의 미싱링크(Missing Link)


그런데 왜, 소비자들은 아직도 K씨와 J군과 같은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일까?


Plaxo라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스마트폰 이용자의 19%가 화장실 변기에 단말기를 빠뜨린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윗 사례의 K씨와 동일하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미리 PC나 웹에 백업해두지 못했다고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수용도가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왜 클라우드 기술이 소비자의 연결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이 둘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깨져 있는 것일까?

 

● 낯선 개념


클라우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기업용 시장의 경우 사업 규모 별로 최적화된 인프라들(데이터 센터, 시스템 등)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IT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가치가 존재하지만,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일단, 콘텐츠가 하나의 기기에 머무르지 않고 제 3의 공간, 또는 다른 기기에 저장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이다. 콘텐츠를 ‘기기에 저장한다’ 또는 ‘소장한다’ 라는 개념이 익숙한 일반 소비자들에게 ‘장치 독립적’인 클라우드는 낯설고 어려운 것이다.

 

● 경험의 단절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별도의 앱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금과 동일하게 기기를 이용하다가, 본인이 필요할 때 클라우드 앱을 열어서 콘텐츠를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기기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경험(UX)과 이것을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활용하는 경험(UX)이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의 이용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 사용의 번잡성


가상화된 클라우드 안에 있는 파일들은 대체로 PC와 다른 확장자명을 갖고 있고 폴더관리 방식도 간소화 되어 있다. 때문에 내 PC, 혹은 내 기기에 저장되어 있는 콘텐츠와 클라우드에 들어가 있는 콘텐츠가 중복되지 않도록 각각의 현황을 일일이 파악해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클라우드에 둘 콘텐츠, 단말에 소장할 콘텐츠를 구분하기 위해 때때마다 분류기준을 만드는 과정도 상당히 번거롭다.

 

●기기 - 서비스 간의 연결성 부족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다양한 기기와 그 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사용자 경험이다. 그러나 현재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기 제조사, 서비스 공급자 저마다의 표준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여기서 혼란을 느낀다.


동일한 제조사의 기기들을 모두 구비하는 경우도 흔치 않을 뿐더러 기기마다 제각각의 싱크 소프트웨어 및 연결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최적화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하다.

 

아이클라우드(iCloud), 무엇이 다른가?


“It just works!”, “It’s that easy!”.


지난 6월에 열린 WWDC 2011에서 스티브 잡스가 아이클라우드를 소개할 때 쓰던 표현이다. 아이클라우드는 개인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애플기기 중 어느 한 곳에 파일을 올리거나 앱을 설치한 순간 나머지 애플기기에도 자동으로 동기화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나 기능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 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해 왔다. 그렇다면 애플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애플이 어떤 연결 경험을 구현하고자 하는 지 살펴보자.

 

● 클라우드를 숨기다


아이클라우드를 쓰는 소비자들은 클라우드를 몰라도 된다. 부지불식 간에 콘텐츠의 공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유일한 변화는 아이폰의 기존 앱에 ‘다운로드(Cloud)’ 버튼이 추가된 것뿐이다. 소비자들에게 아이클라우드는 웹 상에 있는 가상 드라이브라기보다는 하나의 기기에 저장된 콘텐츠를 다른 기기에서 받아오고, 또는 다른 기기로 보내주는 전송 서비스에 가깝다. 때문에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 이용자들의 최대 불편 사항이었던 ‘동기화’ 기능도 이제는 사라지게 된다. 아이폰에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면 아이패드도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관리하고, 이동시키는 데 따르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물론, 신경조차 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컴퓨터에 대해서도 몰라도 된다. 디스크 드라이브가 무엇인지 이해하거나 파일을 찾기 위해 여러 폴더를 열어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듣거나 동영상을 보고 싶을 뿐이지 음악 파일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이클라우드는 PC의 복잡한 개념과 관리의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해 버렸다.

 

● 통합된 UX를 제공하다


아이클라우드는 클라우드의 UX(UX: User Experience)와 기존 단말의 UX를 구분짓지 않는다. 별도의 앱을 통해 콘텐츠를 작성하고 업로드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여타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달리, 아이클라우드는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앱으로 클라우드 기능이 흡수된다. 즉, 클라우드 앱을 열어 콘텐츠 파일을 찾아 업로드/다운로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는 앱에서 자연스럽게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폰에서 사진을 촬영하자마자 아이패드 등 다른 iOS 디바이스로도 사진을 불러올 수 있는 포토 스트림(Photo Stream)이나 PC에 연결하지 않고도 디바이스 자체에서 음원을 동기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이튠즈 매치(iTunes Match)는 클라우드에 대한 애플의 인식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클라우드는 독립된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연장시키는 부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 기기-UI-클라우드를 하나로 묶다


통상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와 클라이언트로 구성된다. 하지만 아이클라우드는 다르다. 아이클라우드의 가장 큰 축은 그것이 연결하고 있는 기기 포트폴리오(휴대폰, 컴퓨터, 타블렛, TV)와 이들을 연결하는 동일한 인터페이스이다. 기기의 관점에서만, 혹은 서비스의 관점에서만 클라우드를 바라보는 기존 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기기와 인터페이스, 서비스를 일체화시켜 클라우드를 구현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큰 차별성과 경쟁력이 생겨난다.


애플은 ‘애플 안에서의 연결 경험’에 가장 근접해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아이패드 초기 구매자의 경우 74%가 Mac을 보유하고 있으며, 66%가 아이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또한 iTV의 가격을 $9.99로 책정하여 애플의 모바일 기기와 TV를 연결하는 과정의 가격 장벽을 없애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하늘에 있는 드라이브가 고객이 원하는 클라우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단순한 웹 하드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아이클라우드가 진짜 디지털 허브”라고도 말했다. 소비자에게 진짜 필요한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연결된 다양한 기기와 그 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이다.

 

아이디바이스(iDevice)의 공습 시작되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애플의 다음 전략을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소비자 경험이 확산될수록 애플은 기기 포트폴리오를 늘리려 할 것이다. 루머로만 떠돌고 있는 애플 TV 출시설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OS가 융합된 클라우드를 통해 소비자가 애플만의 연결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 애플 단말의 구매촉진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아이폰을 중심으로 형성된 애플의 생태계가 또 다른 사업 기회를 맞이할 전망이다. 아이클라우드에서의 연결 경험을 활용한 여러가지 N-Screen 앱의 확보와 이를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애플을 경쟁우위에 올려놓는 기틀을 제공할 것이다.


획기적인 연결 UI(Connectivity User Interface)의 등장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애플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아이폰 간 콘텐츠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자기 나침반(Magnetic Compass)’과 ‘초음속 톤(Supersonic Tone)’ 기술을 도입하여 주변에 있는 애플 기기를 인식하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휴대폰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당시 휴대폰 업계에 한해 일어난 것이었다. 이제부터의 충격은 여러 기기가 하나로 연결된 번들 상품(Bundled Devices)과 그들을 연결하는 서비스까지도 영향을 줄 것이다. PC와 TV, 휴대폰에 이르는 다양한 기기 시장과 통신 서비스 시장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이폰의 공습이 아이디바이스의 공습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합된 연결(Integrated Connectivity)이 관건


소비자에게 있어 기술과 가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기술은 학습을 요구한다. 클라우드가 기술로 제공되면, 사용자는 클라우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자신만의 운영논리를 갖고 콘텐츠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가치는, 소비자가 어떤 학습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을 활용하게 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애플은 이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회사다. 아이클라우드는 매뉴얼도 없고, 실체도 없다. 소비자들은 그것이 아이클라우드라는 것을 모르면서도, 기기들을 연결해 사용할 것이고, 소위 ‘Seamless Connectivity’를 즐기기 시작할 것이다. 애플의 목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다. 진짜 목표는 연결된 경험 가치의 극대화이며, 아이클라우드는 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활성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통합적으로 구현하는 기기와 인터페이스, 서비스의 일체화된 연결이다. 단순한 연결(Connectivity)만이 아닌 통합된 연결(Integrated Connectivity)이 핵심인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가 애플이 던지는 새로운 숙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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