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경제 블로그

[스크랩] (미디어오늘 인터뷰) 금리 인상해서 집값 끌어내려야 한다.

일취월장7 2010. 4. 27. 16:27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시작된 것일까. 언론이 연일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미분양이 넘쳐나고 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본격적인 집값 하락이 시작됐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5년 전부터 온갖 비난과 냉대를 감수하면서 부동산 대세하락을 외쳐왔다. 그동안 정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집값을 떠받쳤지만 마침내 그 한계를 맞은 듯하다. 선대인 부소장을 만나 상황 판단과 전망, 대안을 물어봤다.

-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가 뭔가.
"올해 들어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수도권 핵심 지역은 이미 2006년 말, 외곽 지역은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었다. 집값이 왜 떨어지느냐고? 간단하다. 소득 대비 집값이 높기 때문이다. 대출 받아서 집 사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 집값 비싼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않은가. 10년 전에도 소득 대비 집값이 높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떨어지나.
"지금까지는 수급 균형 보다는 투기적 가수요가 집값을 결정했다. 2억원짜리 아파트가 3억원이 되고 4억원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다들 빚을 내서 집을 샀던 거 아닌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폭탄 돌리기는 받아 줄 다음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미 빚이 너무 많고 빚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불패 신화, 그 집단최면에서 깨어나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

   
  ▲ 지난달 재건축 허가가 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집값이 너무 높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더이상 거품을 키울 수 없는 지경이 된 셈이다. ⓒ연합뉴스.  

 

-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충격은 없을까. 건설회사들은 벌써부터 엄살을 부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거고 자산 가격이 줄어들면서 내수 소비가 위축되는 이른바 마이너스 자산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풍선에 비유해 보자. 바늘을 콕 찔러 뻥 하고 터뜨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람구멍을 열어서 바람을 조금씩 빠져 나가게 하자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의 거품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믿거나 거품을 빼는 시점을 좀 더 늦출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통계를 들여다 봐라. 소득 대비 집값이 2008년 말 기준으로 6.26배다. 미국은 3.55배, 일본은 3.72배다. 서울에서 100㎡(33평형)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37.5년이 걸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 부채가 7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통계로는 850조원이 넘는데 이 가운데 350조원 정도가 부동산 부채다. 지난해에만 가계부채가 45조원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은가."

- 자연스럽게 거품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왔다는 이야기인가.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과 수도권 지역도 이미 공급 과잉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엄청나게 주택 공급이 계속됐다. 미분양 아파트의 70% 이상이 중대형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게 뭔가. 중대형이 건설회사들에게도 좋고 부동산 투기하기에도 좋았지만 이제는 그 비싼 아파트를 사줄 사람이 없다. 폭탄 돌리기의 막바지에 이른 셈이다."

- 거품이 빠지면 충격이 클 텐데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를 방어해야 하는 거 아닐까.
"마이너스 자산효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자산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사람들이 소비를 늘렸나. 심리적 효과는 있겠지만 대부분 빚을 내서 집을 샀기 때문에 빚 갚느라 오히려 소비가 위축됐다. 과거에는 은행 이자로 먹고 살았을 사람들이 이제 월세 내는 것처럼 이자를 갖다 바친다. 자산효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오히려 부동산이 소비를 구축하는 효과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감히 부동산 거품을 빼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 오히려 적극적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면 되겠나. 악성 종양이 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나. 당연히 더 늦게 전에 배를 째고 도려내야 한다. 아픔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버려두면 경제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나는 묻고 싶다. 지금이 부동산 거품이 자손 대대로 물려줄 자랑스럽고 소중한 유산인가. 계속 빚 내서 이 거품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언젠가 터질 거품이라면 지금부터 빼야 한다. 이미 빠지고 있다. 부동산에 쏟아부었던 기회비용을 좀 더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 거품을 빼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금리를 올려서 가계 부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게 최근 논란이 되는 이른바 출구전략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부자들, 이른바 '강부자'들과 이들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이 정치적 지지기반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연히 큰 충격 없이 임기를 넘기고 싶겠지만 문제는 이미 거품 붕괴가 시작됐다는데 있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당장 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건설회사들 죽겠다고 난리들인데 10년 전과 비교하면 건설회사 수가 3배나 늘어났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해라."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은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다.
"그래서 747팀의 부활이라고 하지 않나. 특히 김중수 총재는 황당무계하다. 애초에 한은의 독립이라는 개념이 없다. 한은 총재에 내정돼서 한다는 말이 한은 독립은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고 했다. 정치적 독립이 아니면 도대체 뭔가. 청와대의 꼭두각시가 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애초에 이 사람은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의지도 문제의식도 없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건 금리가 터무니 없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추려고 한다. 골병을 계속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본형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이건 정말 상식적인 의문인데 거품을 빼지 않고 지금 이대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나.
"장기 대세 하락으로 갈 거라고 전망하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앞서 말했듯이 투기적 초과수요가 한계를 맞고 있다. 추격 매수가 고갈됐다. 이건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다. 둘째,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세계적으로 출구전략이 시작된다. 금리가 뛰어오르고 빚 내서 집 샀던 사람들은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휠 것이다. 셋째, 2013년쯤 되면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들 입주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공급 과잉 국면으로 접어들어 지금보다 미분양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게 된다. 넷째, 2014년부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미 30대와 40대 인구는 2006년에 정점을 맞았다.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집값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 대세하락이 어느 정도 지속된다는 말인가.
"이미 시작된 셈인데 올해부터 잡아도 최소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갈 거라고 본다. 2015년이 되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최소 36만가구가 초과 공급된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가 넘쳐나는데 정작 살 사람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긴 하겠지만 이들 가운데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한동안 계속되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닌가. 그럼 앞으로의 10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그런 끔찍한 폭락이 될 거라고 보나.
"비관론자 또는 폭락론자로 비춰지는 건 부담스럽지만 대세하락은 현실이다. 이미 시작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 차례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급매물이 쏟아졌지만 경제 전반이 위축돼 있던 때라 체감효과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의 폭락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데 있다. 1990년대는 우리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때였다. 일시적으로 위기를 맞긴 했지만 성장 잠재력이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경제 성장률도 크게 둔화됐고 노령화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거품이 빠지는데 고통이 없을 수는 없다. 내 이야기의 핵심은 고통을 줄이려면 더 늦추지 말고 지금 당장 거품 빼기에 나서라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은 어떻게 보나.
"일단 보금자리 주택을 반값 아파트로 포장하는 건 속임수다. 그린벨트를 헐었으니 집값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여전히 보금자리 주택은 비싸다.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은 것  뿐이다.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는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판교 신도시를 봐라.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데 오히려 주변 집값이 더 뛰어 올랐다. 보금자리 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한창일 때 보금자리 주택을 내놓았으면 투기 광풍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낮출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모든 규제를 다 풀고 온갖 토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강부자들을 배신할까. 최소한 집값을 더 띄우지는 않겠지만 집값을 낮추는 건 최대한 막으려고 할 것이다."

- 부동산 폭락론자로 오해되곤 하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해법은 뭔가.
"공공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제대로 하려면 진짜 반값, 또는 그 보다 낮은 가격에 지어서 분양이 아니라 임대로 내놓아야 한다. 왜 정부가 그린벨트 풀어서 건설회사들과 부동산 부자들 좋은 일을 시키나. 수억원씩 빚을 내지 않아도 평생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쾌적하고 입지조건 좋은 임대 아파트를 계속 늘려가는 게 진짜 해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쏟아내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로또 판으로 변질된 판교 꼴 나기 딱 좋다고 본다."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플로리다말린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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