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미국에는 왜 ‘공시족’이 없나

일취월장7 2018. 11. 2. 15:32

미국에는 왜 공시족이 없나

한국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교사 등 공공부문에 취업하기를 바라는데,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미국 청년들에게 공무원 직업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혜영 (뉴욕 대학 교수·정치학)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0월 31일 수요일 제580호


미국 대학생들은 졸업 후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할까? 선망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링크드인(LinkedIN)이 2017년 대학 졸업생들의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가장 인기 있고 평균 급여도 높은 직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이어 상위 10위권 안에 금융이나 마케팅 전문가 같은 사기업 관련 직업군이 눈에 띈다. 그런데 한국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공무원이다. 한국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교사, 더 넓게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라는데, 미국에서는 공무원이 홀대받는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왜 미국 대학생들은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까?


ⓒGoogle 갈무리
미국 대학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꼽혔다. 아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공공부문 일자리 자체가 적은 걸까? 그렇지 않다. 아래 <표 1>은 OECD가 각 회원국의 전체 일자리 가운데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2015년 기준). 노르웨이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고, 미국은 북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15.3%로 영국이나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자체가 가장 적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인데, 각각 그 비율이 7.6%, 5.9%에 그쳤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미국에서 지방정부, 주정부, 그리고 연방정부에 고용된 사람은 전체 고용에서 1950년대 이후 16% 수준을 계속 유지해왔다.



그렇다면 미국 청년들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인기가 없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먼저 대체로 정부를 못 미더워하는 미국인의 태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오른쪽 <표 2>는 미국 연방정부가 하는 일을 항상 신뢰하거나 대체로 신뢰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1960년대 존슨 정부 출범 시기 80%에 육박했던 신뢰도가 2017년에는 18%까지 떨어졌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더 강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는 작은 정부를 선호하며 정부의 개입을 환영하지 않는다. 특히 공공부문 노조가 민주당을 지지하며 공화당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왜 공무원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치학자 캐서린 크레이머가 쓴 <분노의 정치(Politics of Resentment)>에 잘 드러나 있다. 크레이머 교수는 위스콘신 주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블루칼라 백인들을 인터뷰해 이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블루칼라 백인들은 공무원들을 책상머리에 앉아 힘든 일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과 연금만 축내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 공무원들은 세금을 낭비하고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으며, 무능하고 게으르면서 노동조합의 힘으로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고 있다고 블루칼라 백인들은 생각했다.


‘민간부문 일자리가 공공부문보다 매력 있어’


모든 미국인이 공무원에 대해 이 정도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공무원이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게으른 직업군이라는 인식은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공무원이 되려면 치러야 하는 국가 공인 시험, 한국으로 치면 행정고시나 국가 공무원 시험이 없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공무원이 되려면 국가가 공인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017년 중국에서 공무원 3만명을 뽑는 데 150만명이 응시했다는 뉴스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실릴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 기사는 아시아 국가에서 공무원이 되려면 이 정도 경쟁은 흔하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정부가 주관하는 어려운 시험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 자연히 시험을 통과한 것 자체가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미국에도 연방정부 공무원이 되려면 치러야 했던 연방 공무원 시험(FSEE)이 있었다. 하지만 1955년 도입된 이 시험은 닉슨 정부 시기 소수 인종을 차별하는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국무부처럼 부처마다 자체 시험을 치르고 시험 성적을 반영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한국의 행정고시처럼 중앙에서 주관하는 공무원 시험제도가 없다.

직업으로서 공무원 선호도가 낮은 것은 정부나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이 효과적이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민간부문 일자리의 특징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즉, 민간부문 일자리가 공공부문 일자리보다 얼마나 더 매력이 있는지, 매력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그런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더 명확한 답이 나온다. 지난 10월5일 발표된 미국 노동청 통계를 보면,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196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춤했지만, 미국 민간부문에서는 계속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키스 벤더 교수와 존 헤이우드 교수는 교육 수준이나 경험, 인종이나 성별 같은 요인을 통제한 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임금 격차를 조사했다(키스 벤더 외, <Out of Balance? Comparing Public and Private Sector Compensation over 20 Years>, 2010). 1983~2008년 자료를 토대로 도출한 맨 위 <표 3>에서 노란색 선은 주정부, 파란색 선은 지방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임금이 경력이나 직급이 비슷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낮은지를 나타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임금 격차는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민간부문 일자리가 공공부문보다 더 많고 임금이 높다는 점 외에 노동환경의 차이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이나 승진 정도의 차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는 여성들의 직업 선택에 매우 중요한 척도이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중위소득 차이를 나타낸 왼쪽 <표 4>를 보면 차이가 나는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이 OECD 국가 가운데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여성이 여전히 결혼이나 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둔다. 한국에서는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여성이 전체 여성의 56.2%로 고용률도 남성보다 20%가량 낮다. 남녀 간 고용률 차이의 OECD 평균은 14%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왼쪽 <표 4>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도 OECD 내에서는 성별 임금 격차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오른쪽 <표 5>에서 볼 수 있듯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나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나 비슷하게 80% 이상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담당하는 30대 중반에는 노동시장 참여율이 잠시 떨어지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다시 대학을 졸업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85%에 이른다.

한국에서 공무원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특히 똑똑한 여성들 사이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높은데,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최근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조동훈 한림대학교 교수와 공저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분석해 논문을 발표했다(조동훈 외, <An Empiri-cal Analysis of the Gender Earnings Gap between the Public and Private sectors in Korea:A comparative study with the US>, 2010). 연구진은 미국에 비해 한국의 공공부문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적은 이유로 교육 수준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이 공공부문 일자리를 선호하며, 민간부문보다 공공부문이 출산휴가나 육아 관련 지원 등 성평등 관련 법안을 잘 지켜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쉽다는 점 등을 꼽았다. 유능한 사람이 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민간부문으로 유능한 인재가 가지 않는 이유가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 등 제도적인 성차별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히 전체 사회로 보더라도 손해다.

전체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 증가하려면

OECD가 노동시간 대비 GDP를 기준으로 측정한 노동생산성에서 한국의 생산성 지표는 1시간당 35달러로 미국의 68달러, 독일의 66달러, 그리고 일본의 45달러보다도 훨씬 낮다(OECD 평균은 51달러, 오른쪽 아래 <표 6> 참조). 유능한 인재가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고,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더 높은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전체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가하는 법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기술혁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나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데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너도나도 정형화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면 전 사회적으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어렵다. 당연히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교수의 말처럼 기술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경제성장도 더디다.

ⓒ연합뉴스
10월13일 2018년도 지방공무원 7급 임용시험이 치러졌다.


한국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여러 가지 장점과 더불어 한국의 민간부문 일자리가 제공하지 못하는 점이나 부족한 점을 함께 고려해야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한 대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공부문이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원하는 직업이 많이 늘어나고,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자신의 일자리를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아침평론] 공무원 증원에 공시족 낭인들만 늘었다

    천지일보 (newscj@newscj.com)  승인 2018.10.07

구직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백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당사자가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까마는 곁에서 걱정하며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고용문제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현황을 확인하며 독려했지만 고용 결과는 그리 신통치 못했다.

각종 경제 선행지표에서 경기 부진과 고용 상태 악화 예고음이 나오자 정부는 서둘러 대비했다. 일자리 예산으로 2018년 본예산과 2년 연속 확보한 추경 등 54조를 지원했지만 매월 30만~40만명에 달하던 신규고용마저 뚝 떨어져 8월 취업자는 2690만 7000명으로 작년 8월보다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업자 수가 7개월 연속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대학교를 졸업한 25~34세 청년실업자 수가 34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IMF사태 이듬해인 1999년 43만 4000명을 기록한 후 19년 만에 최대 증가치이니 이쯤 되면 ‘고용 재난’이라 할 만하다.

경기가 나빠지고 구직난이 사회문제로 이어가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선 시절 공약사항인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들고 나왔다. 정부예산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손쉬운 방법이었으니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한 해에 공무원 1만 9293명 늘렸던바, 2016년 공무원 증원(8191명)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되고 있으니 하나는 막대한 공무원 인건비다. 30년 근속기준으로 볼 때에 1인당 17억 3000만원가량 들어가 총 32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24조원가량의 공무원 연금 부담이 더 들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공무원을 대거 늘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한다는 입장에 변함없으니 젊은이들은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많은 기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20~29세 청년 인구는 644만 5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추정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 수는 평균 44만명으로 알려지고 있는바, 한 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인원이 응시생에 비해 극소수인 현실에서 청년들은 몇 년째 공시족으로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6년에 조사·분석된 자료지만 공무원시험 준비생 실태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자료에서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직업의 안정성을 꼽았다. 그리고 처음 공무원 시험을 결심한 시기를 보면 대학교 3~4학년 때이고, 평균 나이는 24.5세였다.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 동안 공부시간은 10~12시간이 가장 많았는데, 하루 평균을 치면 8.7시간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준비생들이 예상하는 합격 평균 소요 시간은 24.3개월로 최소 2년 이상은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해야 합격한다는 기대치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날이 갈수록 공시족 증가로 최근시험에서 경쟁률이 높이지고 있는바, 지난 8월에 실시된 7급국가공무원 필기시험 경쟁률은 47.6 대 1로 나타났다. 일부 공시족들은 요즘에는 청년 취업이 막히고 대기업 등 취업 길이 좁아서 로스쿨 졸업자들도 7급 시험에 응시하거나 심지어 순경공채시험에 응시한다고 하니 대학을 나와 짧은 공시 준비로 합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일부 준비생들이 24시간 밀착 관리 교육을 받는 공무원 기숙학원에 들어가 반복학습이나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기도 하는데 공무원 입시 학원의 양상도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시족들이 2년 동안 공부하면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2~3년간 열심히 공부하다가 떨어지면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하지만 일단 공시족에 발을 들어놓으면 그간 공들인 노력과 시간, 가족의 기대 등이 있어 쉽게 그만두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3~4년이 기간이 흐르고 계속 낙방을 하다보면 비로소 다른 직장을 구해 공시족에서 탈출하게 되는데 그동안 공들인 시간들이 대단히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또 쉽사리 공직에 발을 들여놓아도 막상 공무원 일을 하게 되면 공직사회의 특성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가 최근 만난 어느 교통경찰관은 현 직장이 성격에 안 맞고 하는 일에 비해 보수도 너무 적어 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취업이 안된 청년들이 경찰 순경시험 합격에 목을 매다는 현실에서 그 경찰관의 말이 생경하게 들리고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할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직업상의 애로가 많을 것이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국가공무원 2만 1천명, 지방직공무원 1만 5천명이 증원 예정이다. 많은 공시족들은 시험에 떨어져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경제여건이 좋고 일자리가 많았으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꿈과 실력을 펼쳤을 청년들이 공시족이 돼 숨 죽여 가며 젊음을 보내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