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해서? - 사이버로 옮겨 간 학교폭력

일취월장7 2018. 10. 10. 09:49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해서?

한국에는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법률이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강제로 수거한다.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것보다 잘 쓰게 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0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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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랑스는 대단하다.” 동료 교사가 기사를 보고는 감탄한다. 대체 무슨 기사를 보고 놀란 것인지 물으니, 프랑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대체 프랑스가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보다 학생 인권을 훨씬 더 보장해주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왜 그런 법률이 제정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것은 7월30일이다. 한국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때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됐다. 그런데 9월 초에 새로운 소식인 것처럼 또다시 기사가 나왔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때 표결 결과는 찬성 62에 반대 1이었다. 찬성이 압도적인 것 같지만 표수가 너무 적었다. 기사를 살펴보니 여당 의원들만 표결한 것 같았다. 나머지 야당은 좌파도 우파도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자녀를 프랑스 중학교에 보낸 학부모와 파리에서 유학 중인 졸업생에게 물어봤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두 사람 다 말하기를 크게 놀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안이지만 그 당시에도 과연 이런 법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2010년부터 프랑스 학교에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수업 중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었고, 학생들도 자율적으로 수업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대학생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론 몰래 쓰는 학생들도 있지만 학생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인이 많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 법안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했다.

씁쓸했다. 한국에는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법률이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강제로 수거한다. 근거라고는 학교 규정뿐이다. 교사들은 쉬는 시간에 사용하는 스마트폰까지 압수한다. 무엇이 그토록 학생을 믿지 못하게 하는 걸까. 그렇게 수거하고 압수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 교육에 도움이 될까.

이미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수 도구이다. 그렇다면 못 쓰게 하지 말고 잘 쓰게 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잘 쓰도록 하려면 오히려 뺏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런 과정 없이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할까 봐 걱정된다면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어릴 때부터 보여줄 수도 있다.

강제로 하려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오래전 어른들은 컴퓨터만 보고 있으면 바보가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많았다. 컴퓨터와 친숙해지는 데 게임만큼 좋은 게 없었다. 이것저것 배우면서 점점 컴퓨터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들 말 안 듣기를 참 잘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면 규정보다는 에티켓을 통해 자율적으로 지켜갈 수 있도록 서로가 약속하고 합의하는 게 교육이다.

잠깐! 아, 맞다. 사실 교사나 부모들이 불안한 것은 그게 아닌 듯하다. 스마트폰 중독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게 싫은 것이다. 그 대상이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니 인간관계의 단절이니 하는 것은 단지 핑계일 뿐이다. 전에는 텔레비전이었고 한때는 컴퓨터였다가 지금은 그 대상이 스마트폰일 뿐이다.

자녀나 학생이 공부에 몰두했으면 하는 마음을 이해는 한다. 그러면 그냥 설득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강제로 하려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폭력을 일삼으며,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다’라는 말까지 하는 것. 그건 정말 최악이다.


사이버로 옮겨 간 학교폭력 망령 ‘사이버 불링’

온라인과 전자기기 통해 따돌리고 괴롭히고…피해학생 극단적 상황에 내몰려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0(수) 08:22:37 | 1512호


사이버 폭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법적 처벌이 강화됐지만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인에게 지속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9월2일 오후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충북 제천에서 고등학교 1학년인 A양(16)이 상가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A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A양은 선배인 B양(18)과 함께 있었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A양이 건물 옥상에서 자꾸 뛰어내리려 해 말렸으나 이를 뿌리치고 투신했다”며 “평소 학교생활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의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했다. A양이 다니던 학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탐문수사도 벌였다.

 

ⓒ 일러스트 정재환

ⓒ 일러스트 정재환

 

경찰수사 결과, A양은 같은 학교 선배와 동급생 등 여고생 6명으로부터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같은 반 친구와 갈등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친구가 A양에 관한 허위 소문을 만들어 유포했다. 


이후 A양은 동급생과 선배의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면서 심리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즉 사이버 불링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A양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학교 측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A양은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경찰은 A양에게 언어폭력 등을 행사한 여고생들을 명예훼손,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최근 인천에서도 사이버 불링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의 한 중학교 3학년인 C양(16)은 9월12일 오후 8시38분쯤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발견 당시 C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 아파트 21층에 있는 C양 방의 창문이 열려 있었고, 책상에서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등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C양 부모는 경찰에서 “사고 후 딸과 평소 친하게 지낸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딸의 전 남자친구가 페이스북에 사귈 당시 둘이 겪은 일을 안 좋게 표현해 올렸고, 또래들의 비난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C양의 전 남자친구는 C양과 한때 친했다가 사이가 틀어진 다른 친구로부터 “C양이 예전에 네 욕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온라인 공간에서 C양에 대한 비난이 많아 이를 비관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이버상에서 벌어진 집단 괴롭힘이 열흘 사이에 두 명의 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이렇듯 사이버 불링은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던 학교폭력이 점차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사이버 불링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900건이던 것이 2013년에는 1082건으로 전년대비 182건 늘어났다. 2014년 1283건, 2015년 1462건, 그리고 2016년에는 2122건까지 증가했다.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가 최근 전국의 학생(초등 4학년〜고등 3학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5만 명의 학생 가운데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는 응답이 10.8%를 기록했다. 학생 10명 중 1명은 사이버 불링을 경험한 셈이다.


사이버 불링 가해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16.2%에 달했다. 그 이유를 보면 단순히 ‘상대방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42.2%로 가장 높았다. 40%의 학생은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라고 답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사이버 불링이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과 함께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이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 시사저널 미술팀

 

교묘하고 은밀하고 집요하다


사이버 불링은 매우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요즘 학교나 회사, 동호회 등은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 단체방(단톡방)을 통해 대화하고 소통을 나눈다. 


학생들도 같은 반이나 친한 친구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톡’의 경우 담임교사를 제외한 반 학생 전체가 참여한다. 평상시 학교 준비물, 숙제, 행사, 공지사항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방이지만, 특정 친구를 따돌림하거나 괴롭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이버 불링은 단톡방에서도 여러 형태로 일어난다. 오프라인에서의 왕따 행위가 모바일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특정인을 왕따시키는 것을 10대들의 은어로 ‘카따’라고 한다. 카따 중에는 ‘떼카’라는 것이 있다. 단톡방에 피해학생을 초대한 뒤 다른 멤버들이 일제히 욕설을 퍼붓는 형태다. 


단톡방에 피해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버리는 ‘방폭’도 있다. 방폭을 경험해 봤다는 한 고등학생(여·17)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에서 친한 친구들 10명 정도가 단톡방을 개설해서 운영했다. 어느 날 대화하다가 의견 충돌이 생겨서 단톡방을 나왔다. 그랬더니 20분 정도 있다가 다른 친구들이 나를 다시 초대했다”며 “이때는 방을 나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얼마 후 단톡방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 나가더니 나만 혼자 남겨뒀다”고 토로했다. 


피해학생을 채팅방으로 초대해서 괴롭히는 ‘카톡감옥’도 있다. 방을 나가면 계속해서 초대하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힘들다. 단톡방에서 유령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의도적으로 채팅방에서 피해학생의 말을 무시하며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이런 경우 피해학생이 어떤 말을 해도 멤버들이 한꺼번에 공격하거나, 아예 무시하면서 대화에 끼어주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피해학생을 단톡방에 초대한 뒤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던져 스트레스를 주거나 휴대전화를 마비시키는 행위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저격글’도 난무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지 않지만 누구나 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으로 비방글을 쓰는 것이다. 가짜 글을 만들어 진짜처럼 올리는 경우도 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친구나 선배와 이간질을 시켜 피해학생을 완전히 고립시키기도 한다. 


학생들의 괴롭힘은 노골적이다. 피해학생의 사진을 공유하고 외모나 신체의 약점을 거론하며 ‘못생겼다’ ‘완전 쓰레기다’ ‘구제불능이다’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부모나 가족에 대한 욕설로도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한번 사이버 불링 피해를 입으면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한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사이버 불링은 단순히 피해학생을 모욕하거나 괴롭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학교폭력에서 갈취를 상징하는 용어는 ‘빵셔틀’이었다. 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빵이나 담배 등을 자기 돈으로 대신 사다 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셔틀’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 무선데이터를 갈취하는 것을 ‘와이파이셔틀’이라고 한다, 피해학생의 스마트폰 와이파이를 공유기처럼 사용해 금전적 피해를 주는 것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을 피해학생에게 상납받는 ‘게임아이템셔틀’도 있다. 모바일 상품권을 빼앗는 ‘기프티콘셔틀’도 학생들 사이에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소액결제로 금품을 갈취당하는 사례도 있다.

 

사이버 폭력 예방의 필요성을 알리는 광고물 ⓒ 연합뉴스

사이버 폭력 예방의 필요성을 알리는 광고물 ⓒ 연합뉴스


 피해는 심각한데 예방책은 턱없이 부족


사이버 불링이 심각한 것은 시간과 장소에 제한 없이 언제 어디서나 따돌리고 괴롭힐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존의 학교 폭력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고 집요하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가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해자 특정도 어려워 그 폐해가 결코 작지 않다. 학생들끼리는 처벌을 피하거나 증거를 없애는 등의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피해학생도 자신의 피해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 피해 내용이 알려지면 친구들과 더 멀어질까 조심스럽고 또 추가 피해를 받을까 하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그냥 혼자 감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오래 방치하면 자살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학생이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괴로워하다 자해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불링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선 학교도 문제가 드러나면 쉬쉬하기에 급급하다. 정부 차원의 예방책도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해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후에야 호들갑 떨기에 바쁘다. 전문가들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