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정상 국가’를 향한 리설주의 정치학 - "김정은 핵폐기 카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

일취월장7 2018. 5. 3. 10:00

‘정상 국가’를 향한 리설주의 정치학

김정은 위원장의 ‘히든카드’ 리설주 여사, 퍼스트레이디 파워 뽐내다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2(수) 11:46:11 | 1489호


리설주 여사는 결국 남편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 있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리 여사의 남북 정상회담 참석 여부는 4월27일 회담 당일 오후 3시가 돼서야 윤곽이 잡혔다. 그전까지 청와대는 “북한과 협의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왜 리 여사의 등장을 마지막까지 숨겼을까. 국제 외교무대에서 ‘히든카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리설주 정치학’을 짚어봤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 판문점에서 리설주 여사(왼쪽), 김정숙 여사가 나란히 걷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 판문점에서 리설주 여사(왼쪽), 김정숙 여사가 나란히 걷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막판까지 ‘리설주 숨기기’로 홍보 효과 톡톡

 

리설주 여사의 남북 정상회담 참석은 예정된 수순이란 평가가 많았다. 정상회담 생중계를 위해 리허설까지 한 마당에, 환영만찬만 미리 준비하지 않을 리가 없단 이유에서다. 관례상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만찬 전에 참석자를 확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측은 4월27일 회담 당일까지 “리 여사의 참석을 기대하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리 여사의 참석 여부는 만찬이 시작되기 3시간 전에 확정됐다. 저녁 6시반, 남북 정상과 김정숙·리설주 여사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환담한 뒤 만찬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외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리설주 카드를 숨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간 리 여사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수시로 함께했는데, 이번에만 유독 극비로 숨겼단 이유에서다. 실제 리 여사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에서 ‘리설주’는 오전 8시쯤부터 20위 안에 들더니,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사도 쏟아졌다. 4월27일 당일에만 제목에 단어 ‘리설주’를 포함한 기사는 800여 건 보도됐다.

 

북한이 리설주 여사를 외교 카드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 여사가 국제무대에 데뷔한 건 3월25일부터 나흘간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였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첫 외국 방문이었다. 리 여사와 김 위원장,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는 3월27일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리 여사는 연신 밝은 표정으로 시 주석과 악수하고,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능숙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리 여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리설주는 한류스타 송혜교만큼 예쁘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외교’에 성공한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배우자로서 외국을 방문한 건 이때가 첫 사례였다.

 

지금껏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흔치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생모이자 김정일 전 위원장의 세 번째 여자로 알려진 고용희는 2004년 숨질 때까지 한 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개최됐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혼자였다. 당시 우리 측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는 북한의 여성 지도자를 만나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리설주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공식 등장한 이래 김 위원장과 자주 함께하고 있다. ‘여사’란 칭호가 붙은 것도 리 여사가 처음이다. 애초에 리 여사는 ‘부인 리설주 동지’라고 불렸지만, 2월8일 북한군 창건 기념 군사퍼레이드를 계기로 ‘여사’로 불리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월14일 평양에서 열린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에 참석한 리설주에게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란 수식어를 쓰기도 했다.

 

리설주 여사의 광폭 행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독재국가 인식에서 탈피해 정상 국가로 보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수반 부부가 함께 외국 순방을 떠나거나 외빈을 맞아 만찬을 여는 게 대다수 나라의 방식인데, 북한도 그 방식을 따름으로써 ‘정상 국가’임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란 의미다. 이미 리 여사의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거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도 동행하면서다. 이에 따라 곧 있을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리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나란히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김정은 핵폐기 카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

[해외시각] "기회 만든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역할 인정해야"
2018.05.03 07:46:26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늘 경계하는 시각을 보여온 주류언론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해지고,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등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미있는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낙관적인 기고문을 실었다.

'북한은 왜 핵을 포기하나(Why North Korea will give up its nukes)'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은 <워싱턴포스트>와 미국의 비영리 독립 싱크탱크 '베르그루엔 연구소'가 제휴한 '월드포스트' 코너에 지난 1일 실렸다. 필자는 지난해 6월말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중 한 명으로 문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던 재미교포사업가 스펜서 김 CBOL 코퍼레이션 회장이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평화포럼에 한반도전문가로도 초대될 정도로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다. 그는 미국외교협회(CFR)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글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가지 위협에 직면에 있으며, 이 위협들을 모두 해결하는 방법은 협상의 대가로 핵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현실화할 협상의 기회를 만들어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보기). 편집자


▲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밀담'.ⓒ판문점 공동취재단


김정은이 직면한 4개의 위협과 4개의 선언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 유지이고, 핵무기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여줬다. 핵무기는 예나 지금이나 정권의 번영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인민들에게 신격화된 위상을 가진 김정은은 그들에게 사실상 4가지를 선언했다.

1)핵프로그램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며, 이제 손을 뗄 것이다.
2)중국과 남한처럼 인민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3)남한과 협력해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4)핵무기로 미국을 기를 꺾었고, 이제 영구적인 안보보장과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활용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은 "아차, 상황판단을 잘못했다. 빈곤하지만 자랑스러운 핵보유국으로 되돌아가자"고 말할 수 없게 됐다. 그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먹히지 않고는 내릴 수 없다. 그는 끝까지 가야만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자.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 전술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어떤 협상도 추진되지 않았을 것임을 인정하자. 최대 압박 전술은 북한이 정권의 생존과 핵무기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궁지로 몰아넣어 결국 정권의 생존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잘 했다는 것을 인정하자. 문 대통령은 자신이 중국과 수교를 추진한 닉슨처럼 되길 원한다면, 먼저 국내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은 닉슨처럼 되어야 하고, 미국의 최대 압박전술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줘 백악관의 신뢰를 얻는 한편, 북한의 김정은에게는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는 것을 노련하게 설득했다.

끝으로 김정은에게도 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작고, 가난하고, 비호감의 나라였기에 김정은은 상당히 불리한 처지로 여겨졌다.

그는 정권 유지와 관련해 4가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미국으로부터는 군사적 위협, 남한으로부터는 흡수통일을 유혹하는 심리전 등 문화적 위협, 내부적 위협(변화가 너무 느리면 부를 축적하려는 새로운 계층이 반기를 들거나, 경제가 파탄나면 아래로부터의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위협(고압적인 중국과 이에 맞서는 한반도의 역사는 오래 됐다) 등이 그것이다. 

중국과 관련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북한은 문이 열려있을 때 미국을 비난하고, 문이 닫혀있을 때 중국을 비난한다"는 격언을 거론한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최대한의 압박은 중국이 개입해 북한의 유일한 생명줄이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북한에게는 이런 상황은 위험한 동시에 혐오스러운 것이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중국과의 결탁을 의심받아 처형됐다. 이복형 김정남은 중국이 지원하는 쿠데타가 벌어질 경우 권력 승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됐다. 

김정은, 한반도 미래 형성할 기회 누구보다 많이 가져 


4가지 실존적 위협에 모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두번째, 장기적인 교류와 경제 지원으로 흡수통일을 피하기 위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의 위협에 저항하는 대신, 정권을 장악하고 정통성의 근거가 될 빠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중국식 경제개혁이 필요하다. 끝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사실상 지역정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국제 제재를 해제시키고, 경제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선언했을 때, 4가지 위협을 한꺼번에 해결할 충분한 협상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었을까? 

그랬다면 김정은은 똑똑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행운아다. 그러나 계획한 것이었든 아니든 그가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포착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명심할 것은 남북의 역사가 새로운 세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젊고 선거로 교체되지도 않는 김정은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북한을 지배하면서 남한의 대통령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은 어느 누구보다 한반도의 미래를 형성할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세밀한 사항들과 속도를 맞추는 데 있어서 진통을 겪을 수 있고, 일시적으로 상황이 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결국 협상의 대가로 핵을 폐기할 것이다. 



北의 WTO 가입을 상상한다...'우리민족끼리'를 넘어

[인터뷰] 송기호 변호사 "홍준표가 집권해도 끄떡없는 남북관계를 위해"
2018.05.03 13:28:18

"국민의 행복은 법치주의에 달려 있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가 쓴 <법의 정신> 속 문장이다. 권력자가 자기 내키는 대로 힘을 쓰는 걸 막는 게 법이다. 따돌림 당하는 소수자가 제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 역시 합리성에 바탕을 둔 법이다. 따라서 법을 민주적으로 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한다면, 시민이 불행할 일은 확 줄어든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다양한 불행 가운데 일부는 분단과 적대 탓이었다. 최근 들어 이 문제가 풀리고 있다. 남과 북의 적대가 완화 조짐이다.

총을 내려놓고, 욕설을 멈춘 뒤엔 교류가 이뤄진다. 그리고 불거질 문제가 '법치'다. 


지난 2004년 12월 개성공단이 처음 가동됐을 때, 겪은 문제가 보여준다. 당시 개성에는 '지적도'가 없었다. 땅의 소유 관계를 기록하는 등기 제도도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지적도와 등기부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폐기됐다. 한국에선 아주 당연한 토지 소유 개념에 북한에선 없었다. 땅의 크기와 위치, 권리 관계 등을 기록할 필요 자체가 없었던 것.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그래서 황당한 일을 겪곤 했다. A공장과 B공장의 경계가 어디인지, 건물과 시설에 대한 권리 관계가 어떤지 등을 알 수 없었던 탓이다. 갈등과 충돌이 필연이다. 결국 개성 지역 토지에 대한 '측량'이 이뤄지고, 지적도와 등기부가 작성됐다.

남과 북 모두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잦아질 게다. 북한에서도 '장마당' 경제가 깊이 뿌리내렸다. 시장 경제가 싹 텄다는 뜻이다. 경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살아남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남북교류까지 활발해지면, 북한 경제의 시장화는 가속화된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란 '내 것'과 '네 것'을 바꾼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유 관계부터 정리해야 한다. '내 것'과 '네 것'의 경계를 정해야 한다. 또 힘 있는 자가 횡포를 부리는 거래 역시 막아야 한다. 상대를 속이는 거래 역시 막아야 한다.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게 '법치'다.  

게다가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한반도 경제가 고립되지 않으려면, 국제 무역 질서도 고려해야 한다. 제도와 문화가 다른 나라를 넘나드는 거래가 가능한 건, 합의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무역을 하려면, 이런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기준을 정하는 게 WTO(세계무역기구)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넘어간 나라들이 한결같이 밟았던 길이다. 내부적으론 법치를 강화한다. 공산당(노동당)이 지배하던 나라가 법이 지배하는 나라로 변화한다. 외부적으론 WTO 체제에 가입했다. 중국, 베트남 등이 그랬다. 중국은 2001년에, 베트남은 2007년에 WTO 가입을 했다. 아울러 중국은 내부적으로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의거해 나라를 다스림)을 강조한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북한의 WTO 가입 10년 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가 갑작스레 중단시킨 개성공단 문제에도 관심이 깊다. <프레시안>에 '송기호의 인권경제'를 연재하며, 법치와 통상의 관계에 대해 다뤘다. 북한, 중국의 법치 시도도 칼럼에서 소개했다. 송 변호사는 서울 송파을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가했으나 탈락했었다. 이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지난 1일 송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간추렸다.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북한의 WTO 가입 필요, 네 가지 의미"'우리 민족끼리' 아닌 국제적 보장"


프레시안 : 북한의 WTO 가입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이 UN에 동시가입한 데 이어, WTO에도 함께 가입하게 된다.

송기호 : 베트남이 1995년에 WTO 가입을 신청했다. 그리고 2007년에 가입됐다. 12년이 걸렸다. 북한이 WTO에 가입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아주 긴 시간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10년 대계를 세워서 준비하면 된다.  


UN 가입이 정치적 인정이라면, WTO 가입은 경제적 인정이다. 북한의 WTO 가입은 단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통합돼 가는 과정이다. 한국 안에서 북한을 보는 다양한 시각, 외국이 북한을 시각이 합쳐지는 것이다.  

아울러 남한과 북한의 무관세 교역이 국제법적으로 승인된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안정적인 남북관계가 유지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민족끼리'가 아닌, 국제적 보장이 이뤄지게 된다.  

북한이 WTO에 가입한다는 건, 북한의 조세 주권을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 무역 관세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 논의할 자격을 얻게 된다. 북한이 하나의 주권체라는 걸 인정받는다. 이게 첫 번째 의미다.  

두 번째로는 한국 내부의 낡은 제도를 청산하는 계기라는 의미가 있다. 북한을 주권체로 인정하면, 그래서 교류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국가보안법은 설 자리를 잃는다. 현실과 맞지 않는, 헌법의 영토 조항도 바뀌게 될 게다.  

세 번째 의미는 북한과 미국 관계의 안정화다.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그처럼 미국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이 달라졌다. 북한이 WTO 체제 안에 들어오면, 미국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기본적인 틀은 유지된다. 하루아침에 북미관계가 달라지는 일은 안 생긴다.  

네 번째 의미는 북한 변화의 계기라는 점이다. 북한이 세계 무역 질서에 제도적으로 들어오면, 내부적으로도 시장화가 가속화된다. 아울러 법치도 강화된다. 이는 인권 개선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시장경제가 강화되면,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할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장사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북한은 배급 경제가 아닌 장마당 경제로 운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웠다. 그러자면 장마당 경제를 존중해야 한다. 여기에 맞춰서 법치를 강화하는 흐름이 있다. 북한에도 기업소법이 생겼다. 개별 기업이 상품의 가격을 정할 권리가 보장됐다.  

법제정법도 생겼다. 입법 절차를 정한 법이다. 이젠 북한 노동당이 제멋대로 법을 정할 수 없다. 절차에 따라 법이 만들어지게 됐다. '법에 의한 지배'가 이뤄지는 신호다.

개성공단이 남긴 교훈과 변화 

프레시안 : 2004년 말에 가동된 개성공단은 지난 정부 시절인 2016년 2월에 전면 중단됐다. 2013년에 잠시 중단됐지만, 꾸준히 가동됐다. 개성공단 가동과 중단이 남긴 교훈이 커보인다.  

송기호 : 너무 쉽게 문을 닫을 수 있는 구조였다. 만약 개성이 국제법적으로 규율되는 도시였다면 어땠을까. 설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함부로 가동을 중단할 수 없었을 게다.  

앞서 북한의 WTO 가입이 필요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나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퇴보하지 않는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질서, 그건 결국 법치가 보장한다.  

실제로 개성공단 운영 경험을 통해 북한이 많이 변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은 지적도와 등기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북한은 부동산관리법을 제정했고, 그 안에 지적도, 등기 등의 개념이 담겼다. 시장경제를 도입하려면, 소유 관계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이런 경험은 북한 나선시(러시아와 인접한 경제특구. 옛 나진시와 선봉군)로 이어졌다.

한국의 법제가 그대로 북한에 이식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개성공단에서 적용되는 노동법은 한국과 다르다. 남과 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개성공단을 운영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하다" 

프레시안 :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송기호 :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UN의 제재가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 UN이 제재하는 건, 조인트 벤처와 협동조합 형태다. 일종의 합작회사를 막고 있다. 북한이 자본을 대고, 영향력을 행사하면, 기업 활동의 결과가 군사 용도로 쓰일까봐 막는 것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들은 모두 한국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투자했다. 금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막을 근거가 없다.  

개성공단이 재가동 되면, 종전과 달라져야 할 부분도 많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을 직접 전달받지 못했었다. 남한 기업이 임금 총액이 북한 중앙 특구 총국을 거쳐서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임금이 노동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방식이 옳다. 대신 이 경우, 북한 노동자가 임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규모의 금액이어야 한다.

"시장과 법치를 통한 인권 개선" 

프레시안 : 시장화에 따라 북한에서 법치가 강화되면, 인권도 개선될 게다. 그렇다면, 북한 인권을 강조했던 보수 진영 역시 남북교류와 북한의 WTO 가입을 지지하는 게 자연스럽다.

송기호 : 북한에선 '나라가 없으면 개인 인권도 없다'라는 인권관이 여전하다. 집단주의적 인권관이다. 일제 강점기 경험이 이어진 탓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권리에 눈 뜨기 어려웠다. 고위층이던 장성택조차 형사소송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장마당 경제와 법치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국 사례를 보더라도, 시장을 통한 인권 개선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최근 서울 송파을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가했는데, 탈락했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송기호 : 앞서 이야기했듯, 한국에서 어떤 정치적 변화가 있더라도 남북관계는 함부로 돌이킬 수 없도록 유지돼야 한다. 그러자면, 남과 북만의 교류가 아니라 국제법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 안에서도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로막혀 있었다. 북한 관련 정보와 지식이 지나치게 차단돼 있었다. 학문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이런 주장을 보다 힘 있게 실현하려고, 정치에 도전했다.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 송파에 남아서 함께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지대화 통해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로"

이종석 "북한,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동의할 것"
2018.05.03 16:09:32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나쁘지 않은 결과가 보장돼 있다고 본다"고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이 전 장관 등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적 고도 성장"을 정권 차원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전 장관은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 주최 외교안보포럼 '2018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참석해 한 기조 강연에서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 대북 특사단 접견에서 보여준 태도로 볼 때, 김정은은 상대방에 '맞춤형' 제안을 갖고 있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맞춤형 제안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전망했다. '맞춤형 제안'의 사례로는 "3월초 한국 대북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자신들(북한)이 알아서 먼저 '한미 군사훈련은 괜찮다'는 등 몇 가지 선행 조치를 했다"는 사실을 꼽았다.  

이 전 장관은 이같은 전망을 근거로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최소한 실망하지 않을 만큼의 타결은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아주 성공적이라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결과는 보장돼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전망 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인 판문점 선언의 이행 전망에 대해서도 "어느 때보다 이행 가능성이 높다"며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모두 합의 이행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에서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과제를 제시하고 그 과제를 점검해 나가는 목표지향적, '과제 점검형'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이런 스타일(의 지도자상)은 자신이 제시한 과제, 자신이 합의한 목표가 있을 때는 가급적 실천하는 쪽에 익숙하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또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선언'에 대한 양 정상 간 합의는 사실상 오전에 이뤄졌고 이에 따라 오후의 '도보다리 산책' 대화에서는 "북미회담에 가기 전에 필요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서 "오전 회담에서 합의문이 (타결)됐다는 것의 의미는,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이른바 '정상 국가(normal state)' 지도자들이 하는 회담 방식, 즉 정상회담 전에 사전 조율에서 충분히 합의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의 리더십을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추동할 요인 중 하나로 꼽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보여준 평화 의지와 역량은 아무리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고,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까 대화로 해결할까 고민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결정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이런 문재인·트럼프 리더십이 상수였다면, 그간 잘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변수로 김정은 리더십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김정일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실용적·개방적이고 국제적 스탠더드(기준)를 추구하고 있고, 상당히 전략적 사고에 능하고 과감한 결단을 하는 리더십이라는 것이 올해 들어와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이 추구하는 북한 국가상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리더십의) 변화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그러면 김정은이 추구하는 북한 국가상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경제적 번영을 최우선적 목표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김정일이 추구했던 것(강성대국)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감수하면서 그래도 핵무기를 보유하겠다. 경제제재는 당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하루 세 끼는 근근이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빈곤 속에서도 핵을 보유함으로써 미국에 대응해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반면)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면서도 이 핵과 ICBM을 (경제적 보상과) 바꾸자는 것이다. '핵을 가지고 근근이 압박을 받으면서 살게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핵을 포기시키는 대신 내가 새로운 국가 모델을 추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춰 달라'(고 미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것)"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이 전 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낙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시기 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2020년) 내에 중요한 비핵화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며 "북한은 계속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강조하고 있고 그 기간은 2016년에서 2020년까지로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와 일치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이고 그를 통한 경제 성장인 만큼 (비핵화 시기가) 길게 가면 '5개년 계획'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북한도 빠른 비핵화 일정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의) 북한은 신(新) 안전보장체제 수립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북미관계 정상화와 전통적 북중관계 복원을 통해 신 안전보장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에게 '왜 우리가 핵을 포기하고 신 안전보장체제를 하느냐'는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경제 부국 달성'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험을 능가하는 고도성장을 통해 경제 부국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즉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의 바탕에는 고도성장 비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과거의 관점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북미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가 일정하게 해결되고 나면, 과거 지속적 도발행위자였던 북한이 오히려 한반도의 안보환경 개선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중국이 ('도광양회' 시절) 고도성장을 위해 주변 정세의 안정을 원한 것처럼, 김정은이 오히려 한반도 안보환경 개선을 원하며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과제로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문제까지 포함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과거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서 도출된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北, '핵 없는 신흥개발도상국' 노선 선택…美 국내 여론은 부정적일 것"


이 전 장관의 기조 강연에 이어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연 수석연구위원 역시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종료된 것"이라며 "김정은의 전략적 선택은 '핵을 가진 경제 빈국'과 '핵 없는 신흥개발도상국' 가운데 후자"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판문점 선언의 순서가 '경제-안보-핵' 순으로 된 것은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대북 경제 인센티브 제공 내용을 우선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조 위원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기될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실험장과 같은 '미래핵'과 가동 중인 '현재핵'은 포기해도 '과거핵'(이미 생산·배치된 핵무기 지칭)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의 사찰·검증이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의 핵무기는 군사적 무기가 아니라 정치적 무기이기 때문에 억제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알고 있어야 효과가 존재한다. 때문에 비밀리에 핵물질이나 핵탄두를 보유해도 한미일이 이를 모르면 억제력으로서 역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핵사찰 과정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빼돌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의 합리적 계산 결과가 어떻든,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미국 내 주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는 경고했다. 한국 보수진영이 일제히 들고일어나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외신 기고 활동을 비난한 것과 비슷한 경향이 미국 주류 세력에서도 발현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 전문가인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토론에서, 현재 미국 여론을 주도하는 주류층에게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미 주류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은 둘 다 비정상적이고 잔인한 독재자(김정은)이며 미국 체제의 충동적 파괴자(트럼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철저한 불신"으로 요약되는 "미국 주류의 즉자적 반응"은 "회담 실패와 '군사 옵션'으로의 복귀를 전망"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대북정책 스펙트럼으로 보면 핵 협상이나 억지(가 가능하다는) 보편론은 극소수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미·소나 미·중 간 작동해온 핵 억지(deterence)도 통하지 않으며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그 어떤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는 '북한 근본주의' 혹은 '북한 예외주의'가 절대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는 보수-진보를 막론한 미국 지식인층의 보편적 사고방식이라면서 "햇볕정책과 '페리 프로세스' 비판으로 정책 전문가의 이력을 시작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동북아의 나토(NATO)로 발전시킬 것' 등을 주장하는 빅터 차가 대표적이다. 빅터 차는 지난달 27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정상(summit) 다음에 올 것은 절벽(cliff)밖에 없다'는 저주에 가까운 말까지 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미국(의 세계적) 패권'의 국내정치적 기반은 이미 붕괴했고, 그에 따라 한국 보수정부가 만든 한미 전략동맹의 기반도 붕괴됐다"고 주장하며 "보수든 진보든 미국 주류 전문가들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 이들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환상에서 깨도록 계몽해야 할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여론과 함께,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반응도 북미 정상회담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일본·중국 변수의 원만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일본 정부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MRBM, IRBM) 등 자국의 이해 사안을 북미 회담 의제로 '끼워넣기'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본토까지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주요 경계 대상이자 협상 대상이지만, 미국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북한과 가까운 일본 입장에서는 MRBM·IRBM 문제까지 미국이 대신 해결해 주기를 바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북미·한미 간 긴밀한 3각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이 "한미일 3자 사전 협의체 복원"을 요구하며 뒷다리를 잡아챌 가능성도 있다고 조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조 위원은 "일본의 안보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나, 일본 정부 요구를 북미회담 의제로 삼을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복잡하게 돼 문제 해결이 지연될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 위원은 '중국 변수'에 대해서는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를 환영하는 한편으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의 변화와 동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에 대해서는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히려 북한보다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미국에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국내정치적 요인도 언급됐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다 잘 하는데 유일하게 못 하는게 정치"라며 "판문점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받아야 하는데 야당을 공격만 해서는 안 된다. 해빙(解氷) 과정에 야당도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북미 회담 전망에 대해 일면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반면, 다소 비관적인 발언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비례대표)은 토론회 축사에서 "제가 (수석대표로) 일할 때는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핵물질·핵시설이 협상 대상이었는데, 최근에는 '핵무기를 완성했다'고 하니 (해결이) 지극히 어려울 것"이라며 "토론 발제문을 미리 읽어봤는데 '너무 장밋빛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