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천안함, 시뮬레이션이 틀렸는가?

일취월장7 2010. 5. 29. 15:22

시뮬레이션이 틀렸는가 천안함이 틀렸는가

[시론] 폭발 가정한 시뮬레이션이 폭발을 입증한다?

기사입력 2010-05-28 오후 3:05:54

필자는 천안함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하는 졸고를 최근 두 편 발표했다.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사과의 말씀을 함께 드린다.

필자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천안함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두 번째 글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버블효과가 없었다는 졸고가 발표된 바로 다음 날 <동아일보>는 버블효과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도했다. (☞<동아일보>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 시뮬레이션은 버블효과로 선체의 바닥 일부가 찢기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필자는 이번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는 203만개 요소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이번에 사용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없으므로 한국기계연구원의 결과를 존중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실시된 이번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맞다고 인정하니 또 다른 질문들이 생겨나는 점은 어쩔 수 없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이러한 질문들에도 답해주길 바란다.

■ 필자 이전 글 바로가기

1. 한미연합 군사 훈련은 북한에 유린되었는가 (5월 20일)

2. "버블효과는 없었다" (5월 27일)

우선 필자는 시뮬레이션의 결과와 함수의 상태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치는 시뮬레이션에 대한 신뢰도를 강화시킨다는 점도 강조한다. 어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공기방울이 배의 밑바닥과 접촉하는 순간 선저는 공기방울과 같은 모습인 구형으로 밀려올라 갈 것이며 가장 많이 밀려 올라간 부분의 인장강도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그 부분은 찢길 것이다. 아래의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천안함 폭발 당시의 배 밑 모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영상. 폭발시점(0초)과 0.25초, 1초가 지난 뒤의 모습을 표현했다. 지난 20일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 당시에는 폭발 후 0.5초 까지의 모습만 공개됐었다. ⓒ한국기계연구원

뿐만 아니라 선저가 구형으로 둥글게 밀려 올라가는 모습은 함수의 피해 모습과도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합동조사단이 공개한 함수 절단면 좌현 사진은 배의 밑부분이 거의 구형으로 밀려 올라간 듯한 피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천안함 함수 절단면 좌현 ⓒ국방부

그러면 질문은 이제부터이다.

1. 시뮬레이션은 절단면의 양쪽이 거의 균형적으로 둥글게 밀려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기방울이 배의 밑바닥에 미칠 영향의 모습으로 의심할 바가 없다. 함수의 절단면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함미의 절단면도 둥글게 밀려 올라갔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그렇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함미 절단면은 이러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다. 천안함 함미가 틀린 것인가, 시뮬레이션이 틀린 것인가?

▲ 천안함 함미 절단면 ⓒ국방부

2. 시뮬레이션은 흘수선 아래의 배 밑부분이 구형으로 변형되고 찢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천안함 함미 절단면 좌현은 엉뚱하게 흘수선 윗부분이 밀려들어가 있다. 천안함 함미 절단면이 잘못 된 것인가, 시뮬레이션이 틀린 것인가?

▲ 천안함 함미 절단면 좌현 ⓒ국방부

3. 다시 천안함 선수로 가서 다른 사진을 보자. 밑바닥이 밀려 올라간 모습은 현저히 비대칭적이고, 전혀 구형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날카로운 물체에 밀려 올라간 듯한 모습이다. 천안함 선수가 틀린 것인가, 시뮬레이션이 틀린 것인가?

▲ 천안함 함수 절단면 ⓒ국방부

4. 시뮬레이션 결과를 자세히 보면 가운데 주 절단선 좌측으로 또 하나의 절단선이 보인다. 필자가 아는 한 이 두 번째의 절단선은 천안함에 존재하지 않는다. 천안함이 틀린 것인가, 시뮬레이션이 틀린 것인가?

5. 시뮬레이션은 공기방울 효과만을 분리해서 실시하고 있다. 분석적으로는 유용한 방법이다. 여러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더라도 시뮬레이션은 이중 특정 현상만을 분리해서 그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뢰가 폭발하면 공기방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충격파도 생성시키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 더구나 통상적으로 공기방울이 주는 충격의 크기는 충격파 크기의 10~15%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어뢰의 파괴효과를 입증하려면, 그 파괴효과의 85~90%를 차지하는 충격파를 우선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이보다 더 확실히 어뢰의 폭발을 입증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이를 배제한 시뮬레이션은 10~15% 시뮬레이션이다. 충격파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6. 모든 시뮬레이션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번 시뮬레이션도 "천안함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선체의 밑부분이 변형되는 모습을 추정한 것이다. 여기서 간단한 논리시험을 하자. "어뢰가 폭발했다고 가정하면 천안함이 절단됐을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이 절단됐다면 어뢰가 폭발했을 것이다." 폭발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서 만족할 결과가 나왔다고, 폭발이 입증되는가?

시뮬레이션과 천안함의 상태는 현격히 불일치한다. 시뮬레이션이 맞다면 시뮬레이션은 어뢰 폭발설을 부정하는 강력한 증거다.

* 필자 서재정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중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받은 후 현지 워싱턴 D.C.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