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 MB 비리

4대강 적폐의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제언 - 4대강사업,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일취월장7 2017. 5. 27. 13:39

4대강 적폐의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제언

[언론 네트워크] 물고기 죽어나고 녹조 피어오르는 낙동강


물고기 죽어나는 곳에서 뱃놀이라니

지난 17일 낙동강 정기모니터링일을 맞아 4대강 적폐의 현장의 하나인 낙동강을 찾았다. 먼저 신라 경덕왕이 당시 극찬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낙동강변의 화원유원지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은 '화원(花園)'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에 부화뇌동한 대구 달성군의 뱃놀이사업에 여념이 없는 경박한 현장이 되어버린 곳이다. 황포돛단배도 아니고 웬 유람선에 쾌속선이란 말인가?

그 유람선 선착장 옆의 강변을 걷다보면 죽어 하얀 배를 뒤집고 있는 물고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웬만큼 오염된 물에서도 잘 죽지 않는 잉어와 붕어 심지어 새까지 죽어있는 것이 수시로 목격된다. 갈 때마다 목격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유람선은 떠간다.

역한 물비린내 올라오는 이곳은 4대강사업 전만 해도 대구나 고령 사람들이 강수욕과 모래찜질을 하러 나오던 곳이다. 불과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그 시절 이 주변엔 드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 물고기들이 죽어나는 낙동강, 수시로 물고기가 죽어나는 강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런 강물을 우리가 마시고 있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 달성군의 유람선 낙동강에서 물고기가 죽건 말건, 녹조가 피건 말건 유람선 사업을 강행하는 대구 달성군. ⓒ대구환경연합(정수근)



그러나 4대강사업 후 그 많던 모래는 자취를 감추었다. 10여 킬로미터 아래 달성보에서 물을 채우니 강은 큰 물그릇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위를 4대강사업 따위는 전혀 생각 없는 이들이 탄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물비린내가 더욱 역겨워진다.

녹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상주보는 지금 수문공사 중 

차는 다시 상류로 향해 상주보에 다다랐다. 상주보는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가장 맨 처음 등장하는 보다. 가장 상류에 있어서 가장 깨끗해야 하는 상주보 낙동강물이 진한 녹색빛이다. 녹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인 것이다. 상류에서 올 들어 가장 먼저 녹조를 만나게 될 줄이야. 

상주보 상류 전체가 짙은 녹색이다. 곧 녹조 꽃이 만개할 것만 같다. 이것은 환경부가 매주 조사해 발표하는 클로로필-a와 남조류 수치를 봐도 알 수가 있는데, 상주보에서 남조류 개체수가 벌써 등장했고 점차 증가일로에 있다. 올해는 녹조가 얼마나 극심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 상주보 상류 상주호의 물빛이 완전히 녹색이다. 녹조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남조류 수치도 오르기 시작했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공도교에서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수문공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물길을 막는 장비라는 'Stop Log'가 여러대 도열해 있다. 너무 큰 수문이다. 이렇게 무거운 수문을 만들어놓았으니 이 무거운 수문을 들 때마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수리해본들 또다시 고장이 날 것이다. 왜?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이 무거운 수문이 문제가 돼 수리한 곳만 해도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 달성보 … 대부분의 보가 육중한 수문을 달고 있기 때문에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은 수문을 여러 개 만들어도 될텐데 왜 이런 거대한 수문을 매달 수밖에 없었을까? 수문 자리에 갑문을 달면 배가 드나들 수 있다. 4대강사업이 변종운하사업이라 부르는 이유의 하나다.

▲ 수문공사를 위해 설치하는 'stop log'라 불리는 자재. 이것을 강물을 막고 수문공사를 벌인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상수도보호구역을 관광지로 만드는 상주시  

상주보 상류에서도 또 공사가 한창이다. 이른바 상주보 오토캠핑장 조성공사장이다. 둔치를 파고 관로는 매립하고 놀이공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오토캠핑장과 수상레포츠장 그리고 강 건너편에 들어선 한옥 민박촌 등등은 상주시가 이곳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조성한 것들이다. 

그런데 과거 이곳은 상수도보호구역이었다. 바로 도남취수장와 정수장이 상주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4대강사업에 부화뇌동한 상주시는 머리를 굴린다. 취수장만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면 상주보 일대를 관광지화 할 수 있을 것이다란 결론에 다다른 상주시는 정말로 취수장을 수십 킬로미터 상류인 상풍교 부근으로 옮기는 작당을 벌인다. 상풍교에서 취수된 강물은 도수로를 타고 다시 도남정수장으로 내려와 정수돼 상주시민들에게 공급된다.

▲ 상주시가 낙동강 둔치에 벌이고 있는 오토캠핑장 공사현장. 상주시는 이러한 관광사업을 위해 국민혈세를 투입해 멀쩡한 취수장을 옮기는 짓을 벌였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이 얼마나 불합리한 행정인가? 4대강사업은 각 지자체에게 이런 불합리한 행정을 유도한다. 상주시로서는 하지 않아도 될 도수로공사와 새로운 취수장 공사에 또 얼마나 많은 국민혈세를 탕진했을까? 4대강사업이 22조 2천억짜리 공사가 결코 아닌 이유다.

병성천의 역행침식으로 새로 생겨나는 모래섬 

상주보 바로 1킬로미터 아래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병성천으로 향했다. 4대강사업 당시 병성천은 극심한 역행침식(준설한 본류와 준설하지 않은 지천의 강바닥 단차로 인해 발생하는 침식현상. 합수부부터 역으로 침식이 진행이 상류로 올라간다 하여 역행침식이라 함 )으로 몸살을 앓은 곳이다. 

지금은 물에 잠겨 역행침식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에 모래섬이 하나 만들어졌다. 바로 병성천의 역행침식으로 병선천의 강바닥과 둔치의 모래가 낙동강 본류로 쓸려들어오면서 이른바 재퇴적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벌인 준설공사를 헛짓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 병성천의 역행침식으로 상주보 아래 새로 생겨난 모래섬. 이곳은 과거 준설을 다 했던 곳인데, 새로운 모래섬이 탄생했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변종운하사업인 4대강사업으로 이곳에 배를 띄울 목적이라면 다시 준설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곳은 강이 스스로 복원돼 가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다. 강 스스로가 이전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바로 재자연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구간에는 재자연화가 스스로 일어나게 돼 있다. 그러나 지천과 만나지 않는 낙동강 구간은 수심 6미터 깊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문을 열어 강물을 빼버리면 낙동강의 수위는 쑥 내려갈 것이다. 왜? 4~6미터 깊이로 준설을 했으니까! 

'배고픈 강'에 다시 모래와 자갈을  

유럽에서는 이런 강을 일러 '배고픈 강'이라 부른다. 배고픈 강을 위해서 모래나 자갈을 다시 강으로 투입해준다. 그렇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은 지금 배가 몹시 고프다. 배고픈 4대강을 위해서 준설한 모래를 다시 강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 상주시가 지난 4대강사업 기간에 낙동강에서 판 준설토를 쌓아둔 골재채취장. ⓒ대구환경연합(정수근)


▲ 위 사진에 쌓아뒀던 골재를 모두 판매하고 이제 자갈만 남았다. 이것만이라도 '배고픈 강'으로 도로 넣어줘야 할 것이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둔치에 골재용으로 쌓아둔 모래와 생태공원 조성한다고 쌓은 모래를 다시 강으로 되돌려 줘야 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면 4대강 속의 모래를 처리하기 위해서 기획된 농지리모델링사업을 벌인다고 강변 농경지에 엄청나게 쌓은 모래를 다시 강으로 되돌려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배고픈 강'은 그 모래나 자갈로 허기를 면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의 강으로 회복되어 갈 것이다. 4대강은 우리 국토의 근간이 되는 존재다. 우리 국토가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도 4대강 재자연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한 성공한 문재인 정부를 기원한다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하루속히 4대강을 이전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 강은 강물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경관미로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존재다.

▲ 낙동강에서 마지막 남은 모래톱. 재자연화를 통해 되살려야 할 낙동강이다. 이러한 경관까지 되살려야 한다. ⓒ대구환경연합(정수근)


게다가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기도 하다. 매년 독성물질이 창궐하는 녹조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강의 아름다움 회복을 통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되찾아주기 위해서도, 우리 국토의 온전한 기능을 위해서도 4대강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강은 흘러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원 중의 하나가 이 만고의 진리를 실현하는 일이다.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해본다. 



그들이 '4대강 재조사'에 발끈한 까닭?

[안종주의 안전 사회] 4대강 재조사, 환경 패러다임 바꾸나
2017.05.26 10:31:10

4대강 재조사가 토건족들과 토건족에 기대어 국토개발에 열을 올리던 이명박 정부, 그리고 그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할 정도로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생태를 중시하고 수질 안전의 가치를 존중하는 쪽에서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4대강 사업 정책 재조사도 그러하기는 하지만 강의 수량과 수질 관리 일원화는 또 다른 측면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단지 국토교통부의 국 조직 하나가 통째로 환경부에 넘어가고 대표적 거대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까지 환경부 소관이 된다는 것에 머물지 않고 환경을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이 드러난 것이란 점에서 그러하다. 이 대목에서 그동안 환경을 바라보던 관점의 대변환, 즉 패러다임 이동(paradigm shift)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 추가 건설 중단, 수명이 끝난 원전 즉각 폐쇄,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 낡은 화력발전소 봄철 가동 중단 등 이전 정부가 해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 정책을 취임 이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들이다.

박정희가 쌓은 개발과 성장의 철옹성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

박정희 개발독재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물신숭배와 성장개발 우선이라는 가치가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러한 가치를 뛰어넘는 패러다임은 꿈꾸기 어려웠다. 실업과 일자리 부족 등이 우리 사회 병폐 중 병폐로 똬리를 튼 이후 성장과 개발은 여전히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를 내건 것과 일자리 최우선 정책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성장과 개발은 '썩어도 준치'와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정희와 그 개발성장 신화를 이어받은 이명박근혜 정부의 힘은 촛불 탄핵정국 때부터 급격히 수그러들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매우 미약해졌다. 

4대강 사업 정책 재조사는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신호탄이다. 4대강 사업은 토건과 개발의 상징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토건과 개발 뒤에 부패와 비리가 늘 따라다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정책 재조사 지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필시 까닭이 있다. 그들이 그것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치적으로 여겨온 탓도 있을 수 있지만 혹여 아직 드러나지 않고 꼭꼭 숨겨져 있던 부패·비리가 드러날 것을 염려해서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선진국을 향해 가야 한다. 선진국이란 도착지를 향해 순항하기 위해서는 개발과 성장 최우선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이 존중돼야 한다. 생명이 곧 안전이요, 안전이 곧 생명이다. 또한 안전과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기본권 성격의 천부인권과 같은 것이자 국가의 탄생·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실은 돈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미세먼지, 후쿠시마 재앙이 안전과 생명 중시 패러다임으로 바꿔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가. 세월호 영령들을 추모하는 쪽과 세월호 노란 배지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빨갱이 운운하는 쪽의 사회갈등은 아직도 상당하다. 세월호 때문에 생업을 포기한 유가족과 유해 미수습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세월호 인양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돈 몇 푼 아끼려다 세모그룹 자체가 풍비박산 나다시피 했다. 세월호 참사는 물론 우리 사회가 고통에 놓인 이웃들과 어떻게 공감하고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보다 안전이, 그리하여 생명이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란 것을 더 각인해주었다.

또 지지난해 유행했던 메르스는 어떠했는가?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 정말 뼈아프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중국 등 외국 관광객 대폭 감소, 1만 명이 넘는 능동감시 대상자와 메르스 감염 공포에 떤 시민들의 활동 자제 등으로 소비와 생산 모두 움츠러들었다. 감염병 창궐은 경제를 위축시키는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감염병 예방과 방역이 곧 돈이요 생산이란 것을 모두가 깨닫게 됐다. 

생명과 안전이 성장이요 돈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대참사도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일본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특히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인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경주에서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인근 핵발전소가 밀집한 동남권 일대 주민들이 핵발전소를 생명과 안전의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번 대선은 특히 봄에 치러진 탓에 미세먼지가 사회적 의제가 됐다. 우리 사회에서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던 것과 맞물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는 현재와 미래의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요인으로 시민들에게 인식됐다.

미세먼지의 악화는 생명보다는 돈을, 시민 건강보다는 기업의 경쟁력을 앞세운 개발·성장 패러다임이 생명·안전 패러다임을 꾹꾹 눌렀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앞 다퉈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을 보게 해주고, 깨끗한 공기를 숨 쉬게 해주겠다고 공약한 것은 이제 낡은 패러다임이 사라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들어설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생명과 안전이 돈이고 성장이다. 이제 복지성장, 안전성장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4대강 정책 재조사와 수질·수량 관리 일원화 결정은 물도 양, 즉 공업·농업용수보다는 식수가 우선이라는 선언이다.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과 식수 확보가 충돌할 때는 안전한 식수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확고하게 섰기 때문에 이런 지시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새로운 환경패러다임 시대 첫 문을 열어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 개발의 상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삶 자체가 성장과 물질만능, 개발의 아이콘이었다. 청계천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구시대의 산물이다. 이제 그런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열리고 있다.

그 시대는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는 사회이다. 성장과 개발이 생명과 안전과 함께 손잡고 미래를 행해 나아가는 시대이다.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성장과 개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과 제도도 이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울리는 인간형이 되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속가능한 생태 보전과 생명 우선주의를 늘 미리 속에 담아두고 생활하는 인간형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어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모두 책임져 줄 것이라고 믿고 수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형이 아니라 스스로 적극 행동해 국가가 생명과 안전 존중 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을 제거하도록 추동하는 능동적 인간형이 되어야 한다.

미세먼지 관리,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대두된 생활화학물질 안전 관리, 삼성백혈병이 우리를 깨우치게 한 직업병 예방의 중요성, 그리고 4대강 '녹조 라테' 퇴치를 위한 수질·수질 관리 일원화와 4대강 사업 정책 재검토는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 시대를 맞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며 생명·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쌓여 있던 생명·안전 경시 의식과 시스템·제도를 말끔히 걷어내어야만 진정한 생명·안전사회를 가꾸어나갈 수 있다. 


4대강사업,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함께 사는 길]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
2017.05.27 11:38:18

"4대강사업과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1950~1960년대였다면 혹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이 발효되면서 4대강사업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 청정수법 외에도 각 주마다 있는 수질과 어류 보호 관련 다양한 법률이 있기에 불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UC 버클리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권위 있는 전문가로서 2010년, 2014년 운하반대교수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의 4대강사업 현장을 조사한 바 있다. 그가 있는 대학으로 찾아가 21세기 미국 물 정책의 특징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위의 말이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4대강사업 같은 건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국에서 1950년대나 있을 법한 구시대적 대규모 토건사업이 2010년대에 진행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 때문에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한 사람의 환경운동가로서 4대강사업을 끝끝내 막지 못한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9일부터 17일까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미 서부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 일대의 댐 철거 현장을 조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콘돌프 교수 등 관련 전문가를 만났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부사장, 정대희 기자,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 김종술 시민기자,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와 전문통역으로 김레베카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원이 함께했다. 비용은 지난해 시민 모금으로 마련했다. 

▲ 엘와 강 하구 삼각주에서 바라본 올림픽 산은 만년설로 덮여있다. 엘와 강은 올림픽 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에서 발원한다. ⓒ이철재


댐은 모든 것을 가로막는 장벽 

미국 서부는 우기의 끝자락이었다. 푸른 하늘을 보이는가 싶더니, 보슬비와 장대비를 번갈아 퍼붓는 날씨가 이어졌다. 우리 초봄 날씨와 흡사해 딱 감기몸살 걸리기 좋은 상황이었다(실제 일행 몇 명은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어림잡아 서울~부산을 여섯 번 왕복할 거리를 승용차로 이동해야 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아침 6시에 기상해 오전, 오후 현장방문과 인터뷰 등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이동하면 숙소에 밤 11시, 12시를 넘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상 달리는 차 안에서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다. 일행이 낯선 외국 땅에서 고난의 강행군을 이어간 까닭은 미국의 물 정책의 현황을 통해 4대강사업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어가 강을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연어가 다른 생물과 만나는 걸 막는 장벽, 우리 부족이 연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장벽, 우리 부족의 문화적인 전통가치를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우리 부족의 고유한 가치를 우리로부터 가로막는 장벽, 이것이 바로 댐이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 주 포트엘젤리스(Port Angeles)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국립공원 내 엘와 강(Elwha River). 이 지역 원주민 클랄람 부족(Klallam Tribe) 의회 프란시스 찰스(France Charles) 의장은 이 강에 만들어진 2개의 댐에 대해 '모든 걸 차단해 버리는 장벽'이라 지적했다. 그녀는 원주민들이 당한 100여 년의 고통을 담아내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일행이 찾은 엘와 강은 양쪽 경사진 둔치를 사이로 쪽빛이 감도는 물줄기였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여울에서는 하얀 포말과 시원한 물소리가 뿜어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계곡형 강의 모습이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이곳에 높이 33미터 크기의 엘와 댐(Elwha dam)이 있었기 때문. 이 댐은 1913년 건설됐다. 1925년에는 엘와 댐 상류 15킬로미터 지점에 높이 64미터 글라인스 캐니언 댐(Glines Canyon dam)이 들어섰다. 둘 다 하류에 위치한 제지공장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됐다.

▲ 강에서 떠내려와 하구에 쌓인 죽은 나무들은 새로운 생명의 서식처가 된다. ⓒ이철재


어도조차 만들지 않은 댐 

지난 100여 년 동안 두 댐은 엘와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원주민들과 생물들에게 재앙이었다. 올림픽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브라이언 윈터(Brain Winte) 부감독관은 "댐을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댐은 법률에 규정된 형식적인 어도조차 만들지 않았다. 댐 건설에 대해 클랄람 부족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미국 내무부 소속 인디언국은 이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댐 건설로 당장 회귀성 어종인 연어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는 원주민 부족이 연어 50%를 잡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와 맺은 조약을 침범하는 것이었다.  

엘와 강이 있는 올림픽 반도는 태평양 연어 5종의 주요 산란지이자 서식지였다. 특히 100파운드(약 45킬로그램)에 달하는 시누크 연어가 회귀하는 곳이었다. 댐이 들어서자 연어 산란지 및 서식지 90%가 막히면서 연어들이 급감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핑크 연어의 경우 댐 건설 전 연간 28만 마리가 회귀했지만, 댐 건설 이후에는 고작 200~500마리 수준이었다. 다른 연어도 마찬가지였다. 

엘와 강은 원주민 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찰스 의장은 "강줄기 따라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방사성탄소 측정 결과 주거지 터는 800년, 조상들의 무덤은 2000년이 넘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연어는 주요 먹을거리이자 생계수단이었다. 또한 전통문화 그 자체였으며,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다. 두 개의 댐이 들어서자 엘와 강의 생태 시스템이 원주민을 부양할 수 없게 됐고, 그에 따라 공동체가 붕괴됐다. 원주민들은 선사시대 이래 삶의 터전이었던 엘와 강을 버리고 타지로 가거나 벌목꾼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댐으로 가로막힌 삶은 4대강사업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어민과 주민들의 삶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엘와 강은 2011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두 개의 댐이 철거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환경청(EPA) 자료에 따르면, 엘와 댐 등 철거 비용은 2690만 달러(약 305억 원)가 소요되며, 수력발전소 매입 비용, 어류 산란장 개설 등 강 복원에 총 3억2470만 달러(약 3676억 원)가 들어간다.  

댐들이 철거되자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클랄람 부족 어류 연구 담당관 마이크 맥헨리(Mike Mchenry)는 "엘와 강 상류까지 연어가 올라가 산란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장어 등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생물 종도 돌아왔다"며 "현재는 수천 마리에 불과하지만, 30년 후면 20만 마리가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엘와 강에서 댐이 철거된 이유는 연어 복원이 가지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 이익과 강 복원이 가지고 있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댐 철거에 대해 "연어가 상징하는 자연 생태계의 경제성 때문"이라 밝히기도 했다.

▲ 클람람 부족 의회 사무실 앞에 세워진 눈물 흘리는 시누크 언어. 지난 100여 년 동안 원주민과 연어의 수난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이철재


대형 댐을 안 짓는 미국, 한국은? 

엘와 댐은 1978년 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철거 논의의 단초였다. 앞서 1963년에는 멸종위기종법이 통과돼 일부 연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다. 이를 바탕으로 원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철거 운동이 거세졌다. 이후 1992년 엘와 강 생태계와 어장 복원을 위한 법이 통과됐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은 "댐 철거 전후 경제성을 자세히 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지금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말했다. "필요한 전력은 다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면서도 강의 흐름이 자연적으로 복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댐이 철거되고 강과 퇴적토의 흐름이 회복되자 '산 후안 데 푸가(Strait of Juan de Fuca)' 해협으로 이어진 엘와 강 하구에서는 사암이 부서지면서 형성된 검은빛의 퇴적토 350만 세제곱미터가 쌓이면서 삼각주가 형성됐다.

일행은 미국 도착 첫날인 9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엘와 강 하구를 찾았다. 걸어갈 수 있는 삼각주 한쪽의 길이만 대략 2~2.5킬로미터, 폭 0.2~1킬로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삼각주에서 물떼새, 기러기, 갈매기 등 다양한 새들을 확인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죽은 나무들이 하얗게 탈색되어 흩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엘와 강을 둘러싸고 있는 올림픽 산에서 내려온 나무들이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마이크 담당관은 "엘와 강의 침식 과정에서 쓰러진 나무들은 다른 생물들의 먹이와 서식처 기능을 하는 등 생태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 복원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의 말도 비슷하다. 그는 "엘와 강 복원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때론 거친 역동성과 생명을 품는 안정성이 존재하는 강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이 결국에 사람에게도 자연 그 자체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어 그는 "댐은 무조건 문제를 몰고 온다. 댐을 지을 때 악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전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 돼 미국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댐 철거 정책에 대해 "지역마다 다르다. 댐을 필요로 하는 지역도 있다"면서도 "안전과 경제성 등 때문에 최근 대형 댐을 짓지 않는 추세는 맞다"고 밝혔다.

댐 철거 및 강 복원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복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엘와 강 사례처럼 경제적이면서도 강 복원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대강사업과 같은 잘못된 정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일이다. 그것이 사람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 엘와 댐 철거 자리. ⓒ이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