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 MB 비리

다시 강이 흐르다

일취월장7 2017. 6. 5. 11:02

5년 만에 열린 4대강 물꼬, 남아있는 '적폐'들

[다시 강이 흐르다 ①] 1일 16개 보 중 6개 보 상시 개방
2017.06.02 08:58:48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 중 6개 보의 수문이 열렸다. 그간 막혀 있던 강줄기에 겨우 물꼬가 트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은 논란거리다. <프레시안>은 4대강 사업의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굳게 닫혀 있던 철재 수문이 열리면서 거대한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에 갇혀 고여 있던 낙동강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짙은 녹색을 띤 강물은 하얀 거품을 내면서 아래로, 또 그 아래로 흘러내려갔다. 강이 아래로 흐른다는 자연스러운 이치가 실현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1일 오후 2시, 경상남도 창녕합천보 수문이 열렸다.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공사라 불리는 4대강 사업으로 막혔던 낙동강 물꼬가 트이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중 6개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은 녹조현상, 생태계 훼손, 물고기의 떼죽음, 강바닥 침전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시 개방되는 6개 보 중 4개는 낙동강(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보로 인한 낙동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상시 개방에 포함된 공주보는 금강, 죽산보는 영산강에 위치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보 열었으나, 실효성은 '글쎄' 

"보를 완전히 여는 줄 알았는데, 이게 머꼬. 이런 식으로 여는 거는 하나마나 아이가."

열려진 수문으로 쏟아지는 녹색 강물을 바라보던 김정섭(가명, 50) 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를 열었다는 의미만 있을 뿐, 정작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보 수문을 열어 적게는 0.2m, 많게는 1.25m 정도의 수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창녕합천보는 지금보다 0.2m 정도 수위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이 가뭄을 겪으면서 대대적인 정부는 대대적인 방류를 하지 않았다. 

이날 보 개방은 그러나 향후 수질 개선 등과 관련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보가 설치된 이후 낙동강 물이 흐르지 않게 되자 강바닥에 침전물이 쌓이면서 BOD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기존 물고기들이 살수 없게 됐다는 게 통설이다. 물고기들이 폐사된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4대강 사업 전에는 4월이면 낙동강 상류에 숭어가 모습을 나타냈으나 보가 설치된 이후부터는 숭어는 종적을 감췄다고 지역 어민들은 주장한다.  

낙동강에서 50년 가까이 어업을 해온 박남용 한국어촌사랑협회 회장은 "보가 설치된 이후 이곳에서 어업을 하던 어민들은 대부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수질이 악화되면서 물고기 한 마리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잡힌 물고기도 보에 갇힌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인지라 제값이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  

"예전에는 여기에서 상주까지 올라가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보가 설치된 뒤부터는 보와 보 사이에서만 어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질 악화에 보로 격리된 구조까지 겹치다 보니 이곳 어민들의 타격이 막대하다. 그런 상황을 지난 5년 동안 겪어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다시 원위치 시켜야 하는 사업임이 드러났다" 

이번에 보 개방을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희섭 한국어촌사랑협회 사무국장은 보 개방을 두고 "과거 펄스 방류 때보다도 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고작 수문 50~60cm 올린다고 사라진 물고기가 돌아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펄스 방류는 녹조류 확장 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강 녹조문제를 해결하고자 펄스 방류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한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이 지시하니 관계부처에서 마지못해 보문을 여는 식으로 이번 개방이 진행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이날 창녕합천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의 완전 개방을 촉구했다. 차윤재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기쁜 날이지만 마냥 웃지는 못하는 날"이라며 "수문이 열리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차 대표는 "국토부와 환경부 내에는 아직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적폐세력이 그대로 있다"며 "앞으로 4대강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적폐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벌여온 박창균 신부는 "보의 수문이 열린 것은 다행"이라며 "정부가 시행한 보 개방은 4대강 사업이 다시 원위치 해야 하는 사업임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똥물이 아니라 맑은 강물을 원한다"
[언론 네트워크] 낙동강 강정고령보 현장…환경단체 "녹조 막기엔 미흡, 확대해야"

낙동강을 막고 있던 거대 수문이 열리자 드디어 강물이 흘렀다.

1일 오후 1시 50분.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고령보.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수문이 곧 열리니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경고방송 2차례 이후 오후 2시부터 강정보 수문 3개 중 1개 수문이 열렸다. 5분뒤 2번째 수문도 개방됐다. 그 동안 물줄기를 막고 있었던 2개의 철제 수문이 개방되자 힘찬 물줄기 소리와 함께 보 상류에 가득 차 있었던 강물이 하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문이 열리면서 시민 40여명이 보 주위에 몰렸다. 이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흘러라 4대강', '보 수문 개방 확대', 4대강사업 적폐청산' 현수막을 꺼내들고 보 개방을 환영했다. 보 위에서는 4대강사업 후 낙동강에서 사라진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그려진 3m짜리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우리는 똥물이 아니라 맑은 강물을 원한다'는 글귀가 적혔다.  

▲ 4대강사업 보 상시 수문개방 첫 날, 닫혀 있던 보 수문이 열리자 오후 2시부터 상류에서 하류로 강물이 흐르고 있는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모습(2017.6.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평화뉴스(김영화)


▲ 강정보 상시 수문 개방을 환영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2017.6.1) ⓒ평화뉴스(김영화)


▲ 강정보 위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2017.6.1) ⓒ평화뉴스(김영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22조짜리 4대강사업이 2012년 마무리된 후 4대강 수문 보가 상시 개방되는 첫날이다. 2009년 사업 시작과 함께 거대 시멘트 보가 들어서자 4대강에서는 녹조현상, 물고기 떼죽음, 4급수 지표종 등장, 강바닥 뻘밭화, 농지침수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적폐청산 제1호로 4대강사업을 지목하고 지난달 22일 4대강 16개 대형보 가운데 6개 보를 이날부터 1차 상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1차 대상에 포함된 강정보는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6개 보 중 한 곳으로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4곳과 함께 이날부터 계속해서 수문이 열린다. 금강 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도 1차 상시 개방 대상에 포함됐다.  

강정보와 달성보는 이날부터 각각 사흘에 걸쳐 1.25m, 0.5m, 합천보·죽산보는 1m, 창녕보·공주보는 0.2m 수문이 열린다. 강정보는 하루에 41cm, 달성보는 16cm 가량 열린다. 수문개방으로 강정보 상류 관리수위는 19.50m에서 사흘 뒤 1.25m가 내려가 18.25m, 달성보 상류는 14m에서 0.5m가 낮아져 13.5m로 변한다. 하류는 순간적으로 물이 불어나다 사흘 뒤부터는 같은 양으로 수위가 떨어진다.  

▲ 강정보 수문 개방을 지켜보는 시민들(2017.6.1) ⓒ평화뉴스(김영화)


환경운동연합은 수문 개방 첫날인 이날 오후 낙동강 강정보 앞에서 '수문 개방으로 복원 물꼬트는 4대강 동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금강 공주보 앞에서도 같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들은 "문 대통령 지시로 4대강 보 수문이 개방돼 4대강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보 개방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6개 보에 한정되고 수위 저하도 예상보다 미흡하다"면서 "개방 수위가 더 높아지고 수문 개방 보 숫자도 4대강 보 전체로 확대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4대강사업으로 변형돼 22조짜리 보가 생기자 4대강은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며 "녹조를 막기에 미흡하지만 이제 4대강 청산 시작이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강은 흐르고 보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모래강이던 낙동강은 보가 생기고 난 뒤 모래는 사라지고 녹조가 생겨 물고기도 동물도 떠나는 강으로 황폐화됐다"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 퍼포먼스 후 기자회견 중인 환경운동연합(2017.6.1) ⓒ평화뉴스(김영화)


한편 이날 강정보 수문 개방 현장에서는 자신들을 경북 칠곡 주민이라고 밝힌 시민 5명이 "수문 개방을 반대한다"며 "4대강 보 개방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수문 개방을 하면서 우리 의사를 물어보지 않느냐", "보가 생기니 얼마나 보기 좋으냐", "왜 보를 열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4대강에 보를 세웠는데도 가뭄, 되레 이상하지 않은가?

[다시 강이 흐르다 ②] 가뭄과 '보 개방'은 관계 없어...보 완전 개방이 출발점
2017.06.05 08:41:24

문재인 정부가 지난 1일 총 16개 보 중 6개 보(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공주보, 죽산보) 수문을 열었다. 개방수위는 강정고령보 1.25m, 달성보 0.5m, 합천창녕보 1m, 창녕함안보 0.2m, 금강 공주보 0.2m, 영산강 죽산보 1m다. 개방 수위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나, 2011년 10월 이후 약 5년 7개월여 만에 4대강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신호탄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보 상시 개방 조치와 별개로 빠른 시일 안에 4대강 정책감사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수량 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해 수량과 수질 관리 모두를 환경부가 전담토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4대강 정책 기조 전환에 벌써부터 경고음이 들린다. 정치 공세라는 야당의 주장과는 별개로, 특히 현 상황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목소리는 가뭄 우려다. 가뭄이 심각한데 보를 개방하는 건 이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 지난 1일, 5년 7개월간 막힌 강 일부가 다시 열렸다. 창녕함안보 수문을 일부 열자 상류에 쌓인 녹색 물이 하류로 흘러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6개 보, 가뭄과 관련 없어 

정부가 6개 보 상시 개방 방침을 밝히자마자 보수 언론은 가뭄에 보를 여는 건 안 된다는 논조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정부가 개방 수위를 6개보 평균 0.26m로 결정한 이유도 가뭄 피해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우선, 가뭄 지역은 보 개방 지역과 관계없다. 현재 가뭄이 심한 지역은 안성·화성·평택·여주 등 경기 일부와 강원 일부, 그리고 충남 서부 등지다. 이 중 직접적으로 4대강 보와 연계된 지역은 여주(이포보) 정도다. 오히려 4대강으로 보를 설치했음에도 여주가 가뭄으로 곤란을 겪는다는 소리가 나와야 정상인 셈이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을 6년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기 4대강 사업을 앞장서 비판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가뭄 피해는 대체로 강 상류 지역에 집중되고, 지천에 집중된다"며 "달리 말해, 보가 집중적으로 설치된 4대강 중류~하류 지역 대부분은 본래 가뭄과 별 관련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 보 개방 여부와 가뭄은 별 관련 없다는 것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순환팀장은 "4대강 보 개방은 가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낙동강의 경우, 지금도 저수율이 95%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가뭄 우려 목소리에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 팀장은 "4대강과 무관한 지역의 농민 중 일부가 언론 보도를 보고 '하천 수위를 낮추면 우리 동네에도 물이 모자라는 것 아니냐'며 정서적으로 우려를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애초 개방하는 6개 보는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섭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가뭄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일 4대강 보 개방 관련 언론 브리핑을 열어 "6개 보 구간의 농업용 양수장 60곳은 모두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고, 선박 계류장 등 수변시설 이용에도 영향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며 "보 개방과 가뭄은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가뭄 대책은 별도로 수립해야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하루 빨리 최소화하는 게 시급하다. 

4대강 사업은 그간 자연스럽게 형성된 강 유역 농업·어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일 창녕함안보 개방 모습을 지켜보러 창녕을 찾은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49) 이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박 농사가 불가능해졌다"며 "정부가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박 농사로 이름 높은 고령군은 낙동강 변에 위치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합천창녕보가 설치되자 강 수위가 높아졌고, 이 때문에 지하수가 농지로 침투했다. 수박 농사가 불가능해진 이유다.  

곽 이장은 "예전에는 땅을 5~6m는 파야 지하수가 올라왔는데, 지금은 갈수기임에도 1m만 파면 물이 솟아오른다"며 "수박 뿌리는 지하 2m까지 내려간다. 수박을 심어도 뿌리가 다 썩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과거 고령 그린 수박단지는 약 18만 평에 달했다. 약 800동(1동=200평) 규모의 수박 농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350여 동 정도만 수박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박 품질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퍼지며 과거 1동에 500만 원대에 거래되던 고령 수박은 지금은 200만 원에도 팔리지 않게 됐다.  

4대강과 별도로 가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신 팀장은 "가뭄 지역의 경우 양수 시설 보강 공사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환경부도 어려운 공사가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며 "추경 예산 일부를 가뭄 해결 공사에 사용하면 가뭄 대책 수립이 지금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1일 열린 창녕함안보 수문을 통해 상류의 고인 물이 하류로 흘러내리고 있다. 물 색깔이 확연히 구분된다. ⓒ프레시안


보 완전 개방이 복원 출발점 

환경단체는 4대강 수문은 하루 빨리 완전 개방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개방 수위는 일종의 '국토부 4대강 출구전략'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 팀장은 "창녕함안보의 개방 수준은 20㎝다. 깊이 10m 댐을 9.8m 댐으로 이용하겠다는 수준"이라며 "이 정도 개방으로는 기존과 달라질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수준 개방으로는 녹조 저감 효과가 20% 수준에 불과함이 이미 밝혀졌다"며 "이대로는 올 여름에도 녹조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는 걸 막을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부의 6개 보 개방 수준은 양수 제약수위 유지다. 양수 제약수위는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은 수위다. 하지만, 이 같은 인위적 수위 유지는 결국 4대강 유지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단체 입장이다.  

신 팀장은 "인위적 수위 관리가 이어지는 한, 이미 파괴된 4대강 생태계가 되살아날 수 없다"며 "전면 개방만이 생태계 복원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자연회복력을 믿고, 정부가 우선 5년 7개월 전으로 생태계 조건을 되돌려야 4대강 복원을 시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팀장은 "강을 전면 개방하면 올 여름 홍수기를 지나며 상류에서 내려오는 고운 흙이 다시 하류에 쌓인다"며 "하천 지형이 본래 자연 상태로 회복돼야 하천 바닥이 비로소 생태계 서식처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위적 조정이 이어지는 한, 생태계를 되살릴 조건은 마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산 차원에서도 한시라도 이른 보 완전 철거가 더 이익이라고 환경단체는 주장한다.  

정부에 따르면 16개 보 유지 예산은 연 2000억 원 정도다. 이대로 4대강 16개 보를 유지하는 한, 매년 2000억 원이 꾸준히 들어간다는 소리다. 반면 보 철거 예산으로 시민사회는 약 3000~4000억 원을, 국토부는 약 1조7000억 원을 추산한다. 빨리 철거할수록 오히려 이익인 셈이다.  

신 팀장은 "아무래도 완공 6년도 되지 않은 댐을 다시 뜯는 게 정부로서도 부담이긴 할 것"이라며 "당장은 16개 보를 전면 개방하고, 이후 시범 철거 수순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범 철거는 오염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낙동강과 금강의 하류에 설치된 보가 적절할 것으로 거론된다. 



왜 세번의 4대강 사업 감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

[다시 강이 흐르다 ③] 이명박근혜 정부 이후 세 번째 감사 진행
2017.06.06 12:06:58


문재인 정부가 지난 5월 22일, 4대강 사업 관련 우선조치 사항을 발표했다. 수질안정을 위해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하는 것과 함께, 4대강 조사평가단 운영, 4대강 사업 감사 착수 등을 지시했다. 

이 중 초미의 관심사는 4대강 사업 감사다. 청와대는 이번 감사를 두고 4대강 사업을 입안하고 정책 결정, 그리고 시행하는데 있어 그 과정을 살펴보는 정책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이 어떻게 결정됐고, 진행됐는지를 꼼꼼히 살펴본다는 이야기다. 이는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세 차례의 감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MB 죽이기'로 규정했다.  

하지만 다수는 이번 감사를 정부 차원에서 반면교사 삼으려는 의도라고 받아들인다. 지난 5월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4대강 정책감사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8.7%로 나왔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공사'로 불린다.  

▲ 열려진 보 수문 사이로 쏟아지는 낙동강. ⓒ프레시안


세 차례 진행된 4대강 사업 감사, 하지만... 

물론, 그동안 4대강 사업 관련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세 차례 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계가 명확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을 짚기 보다는 지엽적인 문제에 국한하든가, 아니면 정권에 면죄부를 주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또한, 감사 진행을 졸속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결과를 축소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청와대의 정책감사 발표는 지난 감사들의 한계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4대강 사업 첫 감사는 이명박 정권인 2011년 1월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라는 이름으로 실시됐다. 당시 감사원은 감사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조사했으나 결과는 '문제 없다'였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사족을 붙였다. 감사원은 강바닥의 퇴적토 3.2억㎥(전체의 70.2%)를 준설하는 등으로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노골적인 면죄부 감사였다. '셀프 감사'였기 때문에 발생한 한계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당시 감사는 애초 목적과는 별개로 4대강 사업의 효능을 강조하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3년 1월 발표한 두 번째 감사('4대강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에서는 사업 초기였던 2010년 사업추진계획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보 건설 등 주요 사업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앞으로 시설물 운영 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조사했다.  

결과는 이전 감사보다 진일보했다. 감사원은 설계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 악화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비용 소요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보 내구성을 위한 보강공사, 실효성 있는 수질개선대책 및 합리적 준설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 국토부에서는 이렇다 할 후속조치를 진행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이 현재까지 논란이 되는 이유다.  

세 번째 감사 결과는 2013년 7월 발표됐다. 당시 감사는 국회의 4대강 사업 총인처리시설 입찰 관련 담합 의혹에 대한 국회감사요구 의결에 따라 진행됐다. 감사는 그해 1~3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라는 이름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감사원은 공정위에 담합사건 처리를 임의로 지연한 것에 대한 주의요구, 들러리 입찰과 가격 담합행위 등 부당한 공동행위가 의심되는 16건 턴키 공사에 대한 위반행위 조사 등을 통보했다.  

또한, 국토부에는 담합방지 노력을 소홀히 한 것 관련, 주의 요구, 4대강 사업의 향후 활용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정, 합리적·효율적인 유지관리방안 마련 등을 통보했다. 

▲ 1일 낙동강네트워크는 창녕함안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 수문을 완전히 열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정부의 감사는 다를까? 

무려 세 차례나 감사를 진행했으나 4대강 사업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22조 원이나 들인 4대강 사업으로 흐르지 않는 강물은 썩어 있고, 보 유지비로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쓰이고 있다. 그간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정책감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감사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파악하는 첫 단추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의 감사가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면 이번 감사는 좀 더 근본적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짚는 감사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감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정책 입안 과정에 대한 규명이다. 둘째, 감사 결과에 따른 시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규명이다. 첫째는 이같은 괴이한 사업이 다시 진행되지 않도록 참조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4대강 사업의 각종 부작용을 실질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4대강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에 22조 원 이상이 들어갔고, 지금도 유지비로 엄청난 돈을 한 해 동안 쓰고 있다."며 "이런 미친 사업을 누가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의 시작인 정책 입안 과정을 살펴보지 않고는 현재 산적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감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개선하는 실행력도 중요하다. 이전 감사에서 수질 오염, 보 위험성 등 지엽적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짚었으나 전혀 개선된 점이 없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는 보를 철거할지, 아님 다른 방식이 있는지 등 전체적인 4대강 사업 해결을 위한 로드맵 관련, 4대강 조사평가단을 만들어 진행하기로 했다. 

정규석 정책실장은 "이번 감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이 4대강 조사평가위의 활동 범위도 감사 결과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라며 "이번 감사가 4대강 사업으로 야기된 국가재앙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4대강 곡학아세 학자들, 국민법정 심판해야"

[다시 강이 흐르다 ④·끝]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인터뷰
2017.06.07 00:11:54

문재인 정부가 시작 당시부터 논란이 된 4대강 사업 해결의 출발점에 섰다. 지난 달 22일 문 대통령은 4대강 16개 보 중 녹조 발생 우려가 큰 6개 보(낙동강 고령보,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상시 개방하고,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1년간 생태계 상황을 조사해 2018년 말까지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4대강 정책 감사 착수를 지시했다. 수량 관리 관할 부서는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전키로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강 사업 기조를 근본부터 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4대강 사업은 출발부터 온갖 논란에 휘말렸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맞서 목소리를 높인 이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중앙대 교수 재직 당시 법학자로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강 관리 기조가 환경에서 개발로 옮아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이다. 이후 이 의원은 4대강 반대 세력의 상징적 인물의 하나가 됐다.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을 주도했다.   

생태계 파괴 논란, 부패 논란을 낳은 '4대강 적폐'의 출발선에 선 지금, 이 의원을 만나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물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정을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가운데, 특히 4대강 개발 논리를 제공한 학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감사가 마무리되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농·어민을 지원하는 법안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6개 보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이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정치 문제 아냐... 환경 조사 시급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정책감사 실시와 별개로,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 해결을 위해 6개 보를 개방키로 했다. 하지만, 보 상시 개방 수준이 평균 수위 0.26m에 불과해 효과가 없으리라는 지적이 많다.  

이상돈 : 6개 보 개방은 당장 녹조 현상 대처가 시급하니 내린 응급책이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문을 조금 연다고 녹조 현상이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정책의 출발이라는 상징으로 해석하면 된다.  

시급한 건 대대적 4대강 환경 조사다. 4대강의 오염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4대강 사업 전에도 강 하류 일부분, 유속이 느린 곳에는 녹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곧 없어졌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강이 오염된 건 4대강 사업 이후다. 

하천 바닥 상태 조사가 필요하다.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의 오염 상태, 지천의 상태, 수변 생태계 파괴 정도에 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의 역할이 막중하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정치적 공세로 정의한다. 보수언론도 비슷한 입장인 듯하다.  

이상돈 : 그야말로 정치적 변명이다. 4대강 오염 사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리 볼 수 없는 재해다. 자유한국당이 그런 입장을 고수하는 한, 그 당에 미래는 없다. 정부 반대 입장으로 보수층 결집에 집중한들, 소규모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 그칠 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서 이미 친환경 기조였는데... 

프레시안 : 비판은 4대강 사업 시행 당시부터 거셌지만, 그에 관한 반론도 제기됐다. 현재도 가장 큰 소리로 나오는 반론이 가뭄 해갈 효과와 치수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돈 : 거짓말이다. 가뭄 피해는 주로 강 상류 지역에 집중되고, 지천 부근에 집중된다. 보가 집중적으로 설치된 강 본류는 가뭄과 관련 없다. 지금 가뭄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보라. 보를 세워 물을 막아놓은들, 이 물을 가뭄 지역으로 보낼 방도도 없다. 

한국이 그간 치수 사업을 고민한 건 맞다. 기후 특성상 여름에 비가 집중되고, 겨울은 갈수기이기 때문에 항상 물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역대 정부의 치수 사업 기조를 간략히 살피기만 해도 이를 알 수 있다.  

대규모 치수 사업의 출발은 사실상 박정희 정부 때다. 소양강댐, 안동댐을 비롯해 치수용 댐을 대거 건설했다. 이 사업 덕분에 한강과 낙동강 홍수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후 김영삼 정부 때까지 한국은 댐 건설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고 홍수를 조절했다. 환경론자들은 긴 시간 이어진 댐 건설을 안타깝게 볼지 모르지만, 적어도 김영삼 정부 때까지 댐 건설을 통한 하천 수량 관리가 어느 정도는 분명 필요했다. 댐 대부분이 상류 부근에 지어진 이유도 수량 관리를 위해서다. 교과서적 정책이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 중류, 하류에 만든 보다. 역시 치수 차원의 목표라 했다. 거짓말이다. 보에 물을 가둬서 가뭄을 해결하고 홍수를 만든다? 강 하류에 소형 댐(보)을 지어 홍수를 막는다는 건 헛소리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은 지류가 말라버렸고, 일부 지역은 지하수가 넘쳐 농사 자체를 못 짓게 됐다.  

한국의 치수 정책은 이미 김대중 정부 들어 친환경 기조로 바뀌었다. 김영삼 정부 말기 영월댐, 동강댐 건설 여부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김영삼 정부는 결국 결정을 김대중 정부로 미뤘다. 김대중 정부가 이 사업을 백지화했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었다. 이때부터 한국 물 관리 정책 기조는 친환경으로 바뀌었다. 바꿔 말하면 1990년대 말 이미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한국의 웬만한 수자원 관련 교수가 전부 참여해 새로운 치수 정책 청사진을 그렸다. 이제 하천 건설 개발은 끝났다, 기존 보유한 물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21세기 수자원 계획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하천법이 친환경 정신을 담아 개정된 이유다.  

▲ 지난 1일 정부가 창녕함안보 수문을 개방하자 녹색으로 오염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어용 지식인 국민 앞에 무릎 꿇려야 

프레시안 :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친환경 치수 기조는 4대강 개발에 밀려났다. 왜 이처럼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상돈 : 어용 지식인 때문이다. 놀랍게도 정권이 바뀌자마자, 전 정부에서 하천 개발이 필요 없다던 교수 일부가 이명박 정부에 붙어 4대강 사업 개발 논리를 만들었다. 하천법 개정안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태도를 바꿨다.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나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을 6년에 걸쳐 두 차례 지냈다. 정권이 바뀌자 어용학자들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4대강 사업 실행을 위해서는 하천기본계획을 바꿔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가 관련 사업을 통과시켜야 했다. 4대강 사업 착수를 위한 정부의 질주에 학자들이 속도를 더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생략됐고 하천법에 따른 하천기본계획 등 세부 계획도 모두 건너뛰었다. 2년이 걸린다던 환경영향평가는 4개월 만에 끝났다. 어용학자들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멀쩡했던 학자들이 정권이 바뀌자 곧바로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잔여 회의를 모두 보이콧했다. 기막힌 일이다. 4대강 사업의 근거를 만든, 곡학아세한 학자들을 국민 앞에 무릎 꿇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얼마 안 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정회성 박사를 자르고 박태주 교수를 앉혔다. 코드 인사였다. 박태주 교수는 운하정책 환경자문단에서 경부운하 낙동강 분과의 밑그림을 그린 이다. 당시 정회성 박사는 환경정책학회 회장까지 지낸 전문가였다. 전문가가 빠지고 대운하 이론을 제공하던 이가 온 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4대강 사업 타당성을 제공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김대중 정부 때 친환경 수질 관리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비를 받던 교수 중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내고 연구비를 받은 이도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나쁜 자들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013년 2월 19일 발표한 '4대강 찬동인사 인명록' 자료를 보면,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를 비롯해 상당수 학자가 곡학아세한 학자로 분류되었다.) 

정책감사 반드시 필요 

프레시안 : 4대강 사업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이상돈 : 절대 시작해선 안 되는 사업이었다. 의도부터 불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사업에 고무돼,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대운하에 집착했다. 촛불집회로 인해 대운하는 4대강 사업으로 변질돼 실시됐다.  

대규모 환경오염을 초래한 사업 결과도 문제지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 22조2000억 원이 들어간 사업이라고 하는데, 사후 보전 비용 등을 고려하면 3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쓰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재앙이다. 이처럼 거대한 사업이 우리 건설업 구조에서 투명하게 진행됐으리라 믿는 이가 있겠나.  

프레시안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4대강에 집착했을까? 

이상돈 : 나도 모르겠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가 현대건설 출신이라는 점, 현대건설이 4대강 사업의 주관건설사라는 점에서 합리적 의혹을 가질 뿐이다. '4대강 사업이 왜 시작되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관한 답은 여태 나오지 않았다. 근본적 차원의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감사를 실시키로 했는데, 이 물음에 관한 답을 얻어야 한다.  

프레시안 : 이전 정부도 국민적 여론이 거세자 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사업 실시 과정에 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돈 : 기껏해야 4대강 사업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 관한 감사는 여태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 4대강 사업 후 물고기가 죽어나가는 물이 된 낙동강. ⓒ대구환경연합(정수근)


국회서 4대강 청문회 열어야 

프레시안 : 이제 4대강 문제를 풀어야 할 때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이상돈 : 정책감사가 출발점이다. 감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 여론이 올바른 해법을 내릴 것이다.  

프레시안 : 국회의 역할도 중요할텐데? 

이상돈 : 국회는 여론을 받아 안으면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정치공세라는 식의 변명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책임자 청문이다. 감사 결과 일부 미진했던 일이 있다면, 국회 환노위가 처리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책임자를 불러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일종의 국민 법정을 열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관련 대처 중 물 관리를 환경부가 전담토록 하는 내용도 중요하다. 치수 정책 프레임을 건설에서 친환경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잇는 철학의 반영으로 읽힌다.  

이상돈 : 긴 시간 돌아왔지만, 그럴 때가 됐다. 한국의 하천 관리 뼈대는 일본을 본땄다. 일본은 여름에 호우가 집중되고, 그 후 갈수기가 왔다.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일본 정부는 수질 관리와 인프라 건설 부서를 분리 운용했다. 자연히 주도권은 인프라 건설에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건설 부서와 수질 관리 부서가 분리됐다. 사실상 건설부서가 하천 관리를 전담하는 구조였다. 환경부는 1994년에야 생겼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댐 건설 중심에서 기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향, 환경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때다. 물을 많이 쓰는 산업의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섬유업이 더는 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에게도 수질 관리가 중요하다. 굳이 물 관리 정책에 국토부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주범이다. 책임을 져야 할 부서다. 물 관리 업무의 환경부 이전 결정에 백퍼센트 찬성한다.  

프레시안 : 지난해 '4대강 사업에 따른 농어업인 피해조사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국토교통부 산하에 보상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전하면 해당 위원회도 환경부에 설치돼야 하겠다.  

이상돈 : 환경부로 넘어오면 된다. 큰 문제가 없다.  

그간 감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어민·농민 피해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휴업 보상 정도 외엔 그들이 보상받은 적이 없다. 정부 부처가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그렇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 어민이 상당수다. 강이 오염돼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어업을 놓아버린 분이 많다. 지하수가 올라와 농사를 망친 이도 상당수다. 정부가 사실상 이들 먹고 살 길을 막아버리곤, 뒷짐지고 있다. 이들의 생계보상, 폐업보상을 정부가 해야 한다.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바다가 황폐화된 역사는 산업이 발전한 역사와 정비례한다. 군산은 항구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물고기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7년 06월 05일 월요일 제507호

ⓒ시사IN 윤무영
‘해양수산과학계의 황구라’라고 불리는 황선도 박사는 군산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에서 생태복원실장을 맡고 있다.
“뭐 나 같은 사람을 만나러 언론사에서 와요?”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어찌어찌 약속을 잡았는데, 이튿날 아침 갑자기 “오늘 내려올 수 있느냐”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얼마 전 기자가 통영의 난개발에 관해 쓴 기사(<시사IN> 제501호 ‘어선 없는 항구가 관광 미항이라고?’)를 읽었다고 했다. “군산은 통영보다 더합니다. 위인전 쓸 것도 아닌데, 내 이야기 말고 바다 이야기 합시다.” 곧바로 군산행 버스에 올랐다.

황선도. 그는 해양수산 과학자다. 군산에 있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에서 생태복원실장을 맡고 있다. 2013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부키)라는 책을 펴내며 이름을 알렸다. 바다 생물에 관한 전문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어 잔잔한 파도를 일으켰다. 입담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그를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부를 정도다. ‘해양수산과학계의 황구라’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서해문집)를 4년 만에 펴냈다. 멍게, 개불, 소라, 홍합, 삼치 등 우리 식탁에서 ‘쓰키다시’ 취급을 받는 ‘비주류’ 바다 생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를 만나 책 속 이야기나 실컷 나눌까 싶었다. 요즘 이자카야(선술집)에서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성게가 왜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짝퉁 다금바리 논란의 진실은 뭔지, 하찮아 보이는 멍게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 생물인 까닭 따위를 두고 ‘황구라’의 수다에 푹 젖어볼 요량이었다.

황선도 박사는 “그런 이야기는 책을 보면 다 나온다”라며 취재진의 팔을 잡고 군산항으로 향했다. “봐요, 이게 다 토사예요. 금강 하굿둑이 생긴 이래 토사가 밀려와 쌓이면서 항구가 이렇게 변한 거예요.” 그랬다. 포구 앞에는 거무튀튀한 토사가 쌓여 있었다. 마치 죽처럼 질척거린다고 해서 바닷가 사람들은 ‘죽펄’이라 부른다. 어쩌면 ‘죽어 있는 개펄’일 수도 있었다. 밀려오는 토사를 퍼 나르기 위해 항구에는 심지어 준설선이 정박해 있었다. 썰물 때면 토사에 배가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해산물 파시와 선술집으로 여느 포구 못지않게 들썩거렸던 군산항은 이제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군산이 근대문화유산 여행지로 각광받으면서 주말이면 웬만한 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여행자가 붐비지만, 정작 항구로서 군산은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제 대다수 고깃배는 멀리 떨어진 군산외항으로 거처를 옮겼다.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를 잇는 금강 하굿둑이 들어선 건 1990년이다. 바다로 흘러가는 담수를 막아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실은 이 무렵 조성된 군산국가산업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려는 이유가 더 컸다고 황선도 박사는 지적한다.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그 뒤로 27년 동안 하굿둑은 강과 바다를 갈라놓았다. 강과 바다가 섞이면서 그 어느 곳보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기수역’은 사실상 사라졌다. 황 박사는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라고 말한다. 물고기, 그 가운데에서도 몸값이 비싼 장어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떨까.


나는 뱀장어다. 내 고향은 세계에서 가장 깊다는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내 조상이 살았던 한국, 일본, 타이완으로 가기 위해 해류를 타고 수천㎞를 헤엄친다.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한국 쪽으로 방향을 잡은 나는 대개 2월에서 5월 사이 금강 하굿둑에 도착한다. 먼 거리를 여행했지만, 여전히 내 몸집은 바늘 크기만 하다. 한국 어민들은 이런 나를 실뱀장어라 불렀다. 인공부화가 안 되는 까닭에 내 몸값은 꽤 비쌌다. 나를 잡아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민물장어’다. 운 좋게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은 나는 육지로 흘러들어가 한국의 강을 유영한다. 그렇게 낚시에 걸리지 않고 6년쯤 산 뒤 알을 낳기 위해 마리아나 해구로 먼 여행을 떠난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 다시 강에서 최후를 맞는 연어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길을 잃었다. 금강에 거대한 하굿둑이 생겨버렸다. 홍수 때 배수갑문이 열린 틈을 타 강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가지 못한다. 인근에 산업단지와 화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서식지도 망가졌다. 그 뒤로 나와 내 친구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바늘 크기만 한 내가 한 마리 값이 7000원이고, 1㎏에 4000만원까지 한다니 웃어야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사람들은 나만 보면 눈에 불을 켠다. 나는 예전의 나 그대로인데, 세상이 바뀌고 갈 곳을 잃었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가려던 꿈이 스러져간다.

ⓒ연합뉴스
금강 하구에 설치된 실뱀장어 잡이 그물망.
황선도 박사는 지난 20여 년간 ‘민물장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달렸다. 뱀장어 산란장을 취재하기 위해 마리아나 해구 탐사선에 올랐고, 미국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연어 중심으로 설계한 표준어도(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수로)를 실뱀장어같이 작은 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한국형 어도’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천에 만드는 콘크리트 호안이 물고기의 생명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알렸고, ‘바다 식목일’ 행사를 통해 물고기 서식지에 해초가 풍성해지도록 했다. 물론 이것은 모든 물고기를 위한 노력이었다.

우리 바다가 황폐화된 역사는 우리 산업이 발전한 역사와 정비례한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인천, 당진, 목포, 여수, 울산, 포항 등 바닷가에 ‘임해공업단지’를 만든 것이 시초였다. 산업 발전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군 대신 바다는 50년 넘게 몸살을 앓았다. 망가지는 바다를 두고 환경 보존과 개발 논리가 대립했지만, 번번이 자연이 양보해야 했다. 4대강 사업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길고 긴 갈등의 역사다. 황 박사의 말마따나 저 하굿둑이야말로 4대강 사업보다 더 오래된 환경 파괴의 상징이다.

어민들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거 돈 되는 물고기는 치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싹쓸이하는 어민도 적지 않았다. 동해안 명태가 씨가 마르자 정부에서 노가리(명태 새끼)잡이를 금지했더니, 어민들이 노가리가 명태 새끼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쌍끌이 어선으로 어장을 초토화한 건 중국 어선 이전에 우리 어선이었다.

지금도 일부 대형 어선 소유자들은 무슨 무슨 협회를 만들어 지역에서 힘깨나 쓰고 다닌다. 황 박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을 할 적에 고대구리(소형 저인망 싹쓸이) 조업을 금지했다. 그거 정말 잘한 거다. 맞아죽을 각오하고 말하는데, 일부 어민들도 각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 바다에는 희망이 없는 걸까. 아니다. 황 박사에 따르면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우리 어장이 가장 망가졌던 때는 2000년 전후다. 그전에 이미 징후가 나타났지만,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다. 해양수산업 관계자가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부가 일부 어선을 사들여 남획을 막고, 인공어초 등을 설치해 서식지 회복에 힘썼다. 망가진 시간만큼 회복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 아주 서서히 그 결과가 나타나리라는 게 황 박사의 생각이다. 황 박사는 “해양은 수산의 토대이고, 수산은 해양의 결과다”라고 강조한다.

이튿날 수산자원관리공단 사무실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개인 컴퓨터 속 파일 몇 가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진정 ‘황구라’다운 풍모가 거기 숨어 있었다. 말하자면 ‘바다 도시 살리기 프로젝트’인데, 그 내용이 기발했다. 가령 사진 촬영지로 각광받는 군산의 철길을 되살려 바다 건너 서천군 장항읍까지 왕복하는 ‘바다 트램’을 설치하자는 제안이다. 낮에 군산에서 놀다가 장항읍에서 식사하고 저녁놀을 보며 되돌아오는, 썩 낭만적인 코스였다. 물론 이는 군산시와 서천군, 더 넓게는 전라북도와 충청남도가 지자체의 벽을 넘어야 가능한 프로젝트다.

4대강 살릴 ‘물길자유구역위원회’ 어때요?

군산 시민이 즐겨 찾는 월명산에서 문화 예술가들이 주최하는 캠핑 페스티벌을 열자는 제안도 있었다. 페스티벌 기간 여행객들에게 쿠폰을 발급해 지역 식당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하면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금강 하구를 사랑하게 된 뒤에야 하굿둑 문제를 어찌할지 여론을 모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참신하고 치밀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는 ‘물길 자유구역’이라는 꽤 창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굿둑과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강과 바다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가칭 물길자유구역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총리 직속으로 만들어 부처와 지자체를 뛰어넘는 ‘자연 복원’ 사업을 추진하자는 대형 의제였다.

“물고기 박사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자꾸 이런 생각이 떠올라요.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인간 세상에 대해 말해야겠다고나 할까. 이렇게 떠들다 유비 같은 사람을 만나면 쓰임을 당할 테고, 아니면 계속 물고기 박사 하는 거죠 뭐(웃음).”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종술][전문]4대강 복원 성공하려면 '4대강 마피아' 청산해야

서의동 선임기자 입력 2017.06.07. 13:53 댓글 550        

‘4대강지킴이’김종술 오마이뉴스시민기자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4대강 사업 이후 강들은 ‘100m 미인’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멀리서 보면 풍부해진 수량 때문에 ‘뭐가 문제냐’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추하고 역겨운 맨 얼굴이 드러난다. 물속 생태계는 지옥이 된 지 오래고, 정수처리해도 사라지지 않는 독을 품고 있다. 강의‘쌩얼’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4대강 당국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충남 일대를 흐르는 금강은 예전엔 여울이 많은 하천이었다. 공주 사람이라면 안 가본 이 없다는 곰나루에는 널찍한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졌고, 누치와 모래무지가 빠른 물살을 헤치며 뛰놀았다. 지역언론 백제신문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일하는 김종술(51)은 곰나루 낙조의 황홀경에 반해 14년 전 공주에 내려왔다. 이후 강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녹조 발생, 큰빗이끼벌레 출현 등 특종 보도를 포함해 1000건이 넘는 고발 기사를 써왔고,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그를 ‘4대강 지킴이’ 혹은 ‘금강 요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8년간의 취재과정은 험로의 연속이었다. 공사장 인부에게 삽으로 얻어맞는가 하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당했다. 자비로 항공촬영까지 하느라 빚더미에 앉았고 월세를 못 내 강에서 노숙도 해야 했다. 연중 300일은 강을 지키며 환경파괴를 고발해온 그에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성유보 언론상’을 수여했다.

지난달 29일 금강 중류 공주보에서 김종술과 동행하며 금강의 민낯을 살펴봤다. 김종술은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수문 개방과 정책 감사 방침을 밝힌 것에 환영하면서도 “금강의 3개 보 중에 가장 효과가 적은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부처에서 실무를 쥐고 있는 4대강 관련자들이 효과가 가장 적은 방식을 택한 건 아닌지 의문”이라며 “‘4대강 마피아’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4대강 복원은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강의 재자연화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가 금강 공주보 부근에서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정지윤 기자

■큰빗이끼벌레조차 못살게 된 금강

- 가뭄이라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수문을 개방한다고 하자 갑자기 물이 불어났다. (수자원공사가) 아마 대청댐 물을 열어둔 것 같다. 수문개방을 앞두고 언론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 같다. 지금 수질은 최고로 좋은 상태다. 게다가 수공에서 아침부터 배로 물을 휘젓고 다녔다. 배가 강의 가장자리를 빠른 속도로 다니게 되면 파도가 생기면서 흙탕물이 일어 수질이 좋아진 듯 보인다.”

- 공주보 상태는 어떤가.

“원래는 이 자리가 아니라 500m 상류에 지으려다가 그쪽은 고마나루라는 국가명승지여서 부득이 이쪽에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를 지으려면 암반이 있어야 하는데 모래위에 보를 세웠다. 급히 공사를 하다 보니 누수가 생겨 보강공사가 되풀이됐다. 수자원공사 직원들도 비공식적으로 만나면 ‘차량통행으로 보가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 보 운영에는 문제가 없나.

“수문을 유압으로 조절하는데 툭하면 고장난다. 물고기들이 산란장소가 없으니 강물 속 쓰레기봉지에까지 산란을 하는데 수문 고장으로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서 물고기 알들이 다 말라버린 적도 있다.”

4대강 사업당시 금강은 최대수심 6m, 가장자리는 2m로 깊이로 준설됐다. 하지만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강 가장자리에 들어가 보니 수심이 허벅지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뻘이 1.5m 가량 쌓여 강바닥이 높아진 것이다. 가장자리에서 2m도 안되는 지점부터 뻘의 감촉이 느껴졌다. 삽으로 떠낸 뻘을 헤집어보니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보였다. 실지렁이는 머리카락처럼 생겼고, 붉은깔따구 유충은 구더기와 비슷한 형상이다. 둘다 4급수에서만 산다. 환경부의 분류에 따르면 4급수는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만 사용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며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돼 있다. 강물 위에는 연못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마름이 떠 있고, 강 가장자리에는 하루살이 같은 깔따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 뻘 깊이가 상당한 것 같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세종시)선착장을 만들어놨는데 뻘이 위로 치솟는 바람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최고 2m30㎝까지 쌓인 곳도 있다. 이곳도 원래 강 가장자리 수심이 2m는 돼야 하는데 50~60㎝ 밖에 안된다.”

- 큰빗이끼벌레는 없나.

“올해부턴 금강에서 사라지고 지천에서만 발견된다. 2~3급수에서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졌다는 건 강물이 1급수로 맑아졌거나 4급수로 나빠졌거나 둘중 하나다. 환경부는 아직도 금강물을 2급수라고 하지만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이렇게 나온다. 한삽을 뜨면 10~20마리씩 나온다. 환경부 물환경센터에 물어보니 저서생물 전문가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장난치지 마세요’라더니 기사까지 썼다고 하자 ‘보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발을 빼더라. 그런데 조사는 끝내 안나왔다.”

취재도중 수공 직원이 다가와 “왜 신고없이 둔치에 차를 몰고 들어오느냐”고 했다. “여긴 수공이 아니라 공주시 관리구역이잖아요.” 김종술이 항의하니 물러난다. “기자들이 취재오면 5~10분만에 수공직원들이 이런 식으로 ‘사찰’을 나온다.”

- 왜 이리 통제가 심한가.

“4대강 사업 해놓고 많이 놀러 오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허락을 받으라는 거다. 물을 관리하는 수공이 둔치에도 못오게 막는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차를 타고 반대편 둔치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 작가가 만든 조형작품이 잡초에 싸여 있다. “농사짓던 땅을 둔치공원 만든다고 농민들 다 쫓아낸 뒤 사람들 오라고 작품도 설치한 거다.” 강가쪽으로 가던 도중 물고기 사체를 발견했다. 강의 중상류에 많이 사는 ‘눈불개’라는 잉어과 어류다.

- 얼마전 병들어 죽어가는 너구리를 발견했다고 하던데.

“아직 사체는 못찾고 있다. 발견 당시 목에 구더기가 끓고 거의 죽어가는 상태였다. 나쁜 물과 병걸린 물고기를 먹다보니 질병에 취약해진 거다.”

- 물결이 상류쪽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흐름이 없으니까 바람에 따라 상류나 좌안우안으로 물결이 움직인다. 상하류 구분이 없어졌다.”

- 녹조가 심각할 때는 어느 정도인가.

“강 한복판까지 죄다 녹조밭이다. 수공이 녹조 제거선을 띄우는데 앞에 컨베이어 벨트 같은 장치로 녹조를 걷어 올린 뒤 배 뒷부분 자루에 담는다. 황토에 응집제를 섞어 뿌린다. 보가 개방되더라도 녹조는 생길 것이다. 대규모로 개방하는 게 아니니.”

김종술 기자가 입은 티셔츠. ‘끈질기게 피어라. 너희가 강의 주인이다’란 글귀가 쓰여 있다. 정지윤기자

■돈이 없어 ‘생체실험’으로 수질파악

김종술은 전남 장성이 고향이다. 어렸을 적 장성댐으로 어머니의 고향이 수몰됐다. 장성댐 근처 집에는 인근 시멘트 공장과 석산에서 날아온 돌가루가 아침마다 마루와 장독대를 허옇게 뒤덮었다. 아버지는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생전에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어릴적 친구들과 뛰놀던 황룡강은 생태하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원래의 모습을 잃고 망가졌다. 환경을 건드리면 사람이 망가진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 어떻게 4대강 취재에 몰두하게 됐나.

“공주에서 지역신문 기자 겸 대표로 일했는데 공주시가 중·고교 학생들을 동원해 금강 유역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점수와 기념품을 주는 걸 기사로 지적했다. 공주시에서 항의했고 ‘국책사업이니 지역언론이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항의전화도 받았다. 며칠 뒤 민방위교육장에서 4대강 홍보 동영상을 상영했다는 제보를 확인해 또 기사를 썼다. 점차 광고가 끊기고 신문운영이 어려워졌지만 오히려 오기가 나더라. 매달 1000만원씩 적자를 내며 1년쯤 버티다 지역신문 법인을 해체했고, 시민기자로 등록돼 있던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게 된 거다.”

- 험한 일도 많이 당했을 거 같다.

“고향은 전남 장성인데, 누님과 매형이 이곳에 살면서 시민운동을 했다. 그 연고로 내려와 지역신문을 하게 됐다. 곰나루의 노을지는 모습에 반해 다음날 짐을 싸서 내려온지 14년째다. 공주가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어서 4대강 기사를 쓰면 지역에서 항의전화를 많이 받는다. ‘왜 타지인이 공주를 욕보이느냐’는 말도 들었다. 어떤 이는 면전에서 ‘요즘 외국인에게 300만원만 주면 사람을 흔적도 없이 묻어버린다’고 협박했다. 4대강 사업하면서 둔치에 심은 소나무에 농약을 치는 장면을 취재하다 인부들에게 삽으로 얻어맞은 적도 있다. 2010년에는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 외장하드디스크만 가져갔다. 그 며칠 뒤 집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외장하드가 도난당했다. 그나마 독신이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다.”

- 4대강 기사량은 어느 정도 되나.

“기사와 외부기고 합해 얼마전 확인해보니 1040건이 넘었다. 그렇지만 기사로 소송당한 적은 한번도 없다.”

- 얼마전 방송인터뷰에서 금강물을 먹었다가 복통을 일으켰다고 했던데.

“매년 5~6차례 와인잔에 물을 떠서 먹어본다. 환경부가 2급수라고 우기고 있길래 여기저기 분석을 의뢰했는데 아무도 안해주더라. 분석기계 장만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생체실험’외엔 방법이 없더라. 2013년까지는 배가 부글거리는 정도였는데 녹조가 생긴 뒤로는 바로 배탈날 거에 대비해 일부러 화장실 옆에서만 먹는다. 근데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급성으로 배가 아플때도 있었다.”

- 몸은 괜찮나.

“2014년 큰빗이끼벌레를 먹어본 뒤로 두통을 이고 산다. 처음 발견했을 땐 전문가들도 정체를 잘 모르더라. 그렇다고 기사를 ‘괴생명체’라고만 쓸 수 없어 생태독성이라도 알아보려고 손가락 두마디 정도를 뜯어서 먹어봤다. 입에 넣으니 시큼하고 암모니아 냄새가 역겨웠다. 두번째 입에 넣으니 구역질이 나 씹을 수가 없어서 그냥 삼켰다. 얼마 뒤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번져 강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후로 3개월 가량 두통에 시달렸다. 지금도 죽은 물고기를 만지는 날에는 몇번을 씻어도 몸에서 냄새가 나고 두통이 밀려온다. 병원에선 신경성이라고 하더라.”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하던 2014년은 김종술이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던 시점이다. 2008년부터 4대강 사업 취재하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은행빚이 불어나 기자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 차량까지 압류가 들어올 정도였나.

“강이 넓어서 한달에 차 기름값만 80~100만원 들어갔다. 배를 빌려 타고 들어가는 비용도 있고, 2009년부터 항공촬영을 연간 7~8차례 했는데 비용이 워낙 많이 든다. 지금은 헬리캠 띄우면 되지만 그땐 그런 것도 없었다. 비용을 대느라 결국 집을 팔아 월세로 돌리고, 가족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게 됐다. 은행대출을 못갚아 압류가 들어왔고 월세 30만원도 몇달치 밀려있던 게 2014년 6월 무렵이다. 한동안 강에서 자기도 했다. 도저히 못버티고 기자를 그만두기로 결심하던 시점에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한 거다. 그 기사가 30만건 넘게 공유됐고 하루에 문의전화가 100통씩 걸려왔다. 워낙 파장이 컸고, 그래서 조금만 더 하면 수문이 열리겠다 싶어서 취재를 계속하게 됐다. 큰빗이끼벌레가 없었다면 기자를 그만뒀을지 모른다.”

■“고라니 사체보고 ‘로드킬’이라고 둘러대는 당국”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는 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다. 일본 신슈대학 박호동 교수팀은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가 1ppb(10억분의 1)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 460ppb, 금강 320ppb에 달한다는 분석결과를 2015년에 내놨다. 환경부는 “고도 정수처리하면 괜찮다”고 해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아무리 정수처리를 해도 독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브라질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포함된 물을 혈액 투석에 사용했다가 수십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

- 금강에서 물을 끌어다 충남 서북부 주민들이 먹고 있는데 고도정수처리해도 기준치 몇배의 독을 먹게 되는 셈이네?

“맞다. 게다가 도수로가 설치된 취수장 뻘에서도 붉은깔따구 유충이 나온다. 그러면 4급수라는 이야긴데 4급수는 먹는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으니 그 자체가 불법이다. 취수하려면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하는데 주변에 유람선이 떠다니고 낚시꾼들이 있다. 식수원을 이렇게 관리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물을 쓰려면 철저하게 관리하든가, 안쓰려면 다른 수원을 찾아야지.”

김종술은 지난 4월 콘크리트 댐을 허물고 재자연화를 진행중인 미국 엘와강 취재를 다녀왔다. “미국 전문가들에게 4대강의 녹조실태를 설명했더니 ‘녹조를 절대 만지지 말라’더라. 피부를 타고 들어가 피부병에 걸리고 마시면 간에 축적된다고 한다. 물을 마셨다고 하니 5년안에 큰 병을 앓게 될거라고 경고하더라.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 시는 취수원인 이리호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즉각 수돗물 음용 금지령을 내리고 식당 문을 닫게 하면서 시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했다. 그런데 이리호 물이 대청댐보다 훨씬 깨끗하다.”

- 금강 물고기들도 많이 사라졌겠네?

“원래 금강은 여울이 많아 누치, 모래무지, 쏘가리 같은 여울성 어종들이 풍부했다. 2012년에 부여에서 물고기 6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 누치, 쏘가리 같은 여울성 어종들이었다. 4급수에 견디는 붕어, 잉어, 미꾸라지, 메기만 남았다. 요즘들어 붕어, 잉어 사체가 많이 발견되는 걸 보면 4급수도 안될 정도로 나빠진 것 같다. 수면에서 2m만 내려가도 용존산소가 측정이 안된다. 강바닥에 사는 붕어나 잉어가 수면까지 올라와 입을 내미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물속에 용존산소가 없어 수면까지 올라와 호흡해야 하는 거다.”

- 동물들도 죽어나간다던데.

“남생이나 자라 같은 파충류도 올초에 많이 죽었고 상위포식자인 너구리나 고라니, 조류들도 죽어 나간다. 물에서 고라니 사체를 본적이 있는데 당국은 어처구니없게도 사인을 ‘로드킬’이라고 하더라. 내가 사체를 확인해 봤는데 외상이 전혀 없었다. 매사 이런 식이니 주민들이 정부 말을 믿지 못한다. 이렇게 가면 결국 인간차례다. 그때 가면 (당국은) 오염된 물먹고 죽은게 아니라 질병으로 죽었다고 할거 아니냐.”

■“4대강 가뭄해소는 애초 말이 안돼”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4대강의 6개 보의 수문을 열었다. 금강에서는 세종, 공주, 백제 등 3개의 보에서 공주보 한곳만, 그것도 불과 20㎝만 개방했다. - 수문개방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수문개방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금강의 수질을 살리려면 3개 보와 하구둑까지 4개를 다 열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상류에 있는 세종보나 하류의 백제보 수문을 여는게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 그런데 왜 하필 공주보였다고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수문 개방조치를 내렸지만 세부조치는 당시 4대강하던 이들이 결정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에 있는 ‘4대강 마피아’들이 일부러 효과가 적은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싶다. 고위직에 포진하고 있는 이들을 다 걷어내야 한다. 강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공주보만 열겠다는 방침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운데 보만 열면 뻘이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공주보 수문개방은 정답이 아니다.”

- 4대강 수문열겠다고 하니 ‘가뭄인데 수문열면 어떡하느냐’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4대강 사업 이전에도 강 주변은 농사물이 풍족했고, 산골오지 등 가뭄드는 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뭄이 든다. 4대강 사업으로 가뭄 해소한다는 건 원래부터 말이 안되는 거였다. 정말 가뭄을 해결하려 했다면 4대강 사업하면서 도수로 건설을 다 했어야 한다. 그런데 사업기간 중 펌프장 건설은 한곳도 없었다. 4대강으로 부여군에 조성된 강변공원이 여의도공원의 50배 규모다. 인구 6만명의 군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공원을 갖고 있는 거다. 강주변의 농지를 빼앗아 공원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그만한 경작지가 사라진거다. 농사에 쓰이는 물의 양이 4대강 사업이전보다 40%가 줄었다. 말장난이다.”

- 현장취재를 하면서 4대강의 해법을 생각해봤을텐데.

“우선 몇개 지점이라도 정확하게 수질분석을 해야 한다. 상층 수질만 할게 아니라 중층, 하층, 퇴적토도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감사원 감사에서 녹조문제가 불거졌지만 제대로 이슈화도 안됐다. 당시 수질분석도 국토부,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거짓 자료를 토대로 한거다. 이런 ‘깜깜이’ 조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 공무원은 물론 주민과 환경단체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수문개방도 보의 해체도 현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폭파 해체된지 1~2년 지난 댐을 봤는데 콘크리트 덩어리만 걷어내고 둔치에서 흙이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바위덩어리를 얹어두는 정도다. 4대강의 재자연화가 ‘토목사업화’ 되면 안된다. 재자연화한다고 건설사들 불러 밀어버리고 둔치에 잔디깔고 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보를 해체하더라도 콘크리트만 걷어내고 그냥 내버려두는게 낫다.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돼야 한다. 부여에 160억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하고 목조데크를 깔아놨는데 잡초들이 올라오면서 다 부서지고 있다. 자연이 먹어버리고 있는 거다. 그걸 걷어내겠다고 중장비가 들어가면 자연이 또 훼손된다. 땅이 벌겋게 드러나면 또 뭘 심으려 들거다. 4대강 사업 때 둔치에 심은 그 많은 꽃과 나무 지금 다 죽었다. 또 그런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김종술은 “4대강 기사를 쓰면 의외로 서울에 있는 독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래톱 넓고, 물 맑던 그곳에 정말 녹조가 생겼느냐’고 물어온다. 어릴 적 고향의 강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아파 한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죄악은 사람들의 가슴에 간직한 추억의 장소를 말살시킨 것 아닐까.”

<서의동 선임기자 phil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