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 MB 비리

보, 흐르는 강을 막아 강을 죽였다

일취월장7 2017. 4. 10. 10:59

보, 흐르는 강을 막아 강을 죽였다

[함께 사는 길] 이명박근혜의 死대강 ① 보를 헐어야 한다
2017.04.08 11:48:41

굳게 닫혀 물을 가두고 그 안의 모든 것을 썩혀왔던 보가 열렸다. 당장은 썩어 문드러진 속살을 아프게 내보이던 강들은 며칠 사이 더러운 개흙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보가 열려 보게 된 썩은 강의 오늘은 그 강을 썩게 만든 4대강사업 주동자와 부역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다.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강이 이렇게 흐름을 되찾으면 회생의 내일을 꿈꿀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다. 그래서 더욱 16개 4대강 보들은 열고 닫는 존재가 아니라, 애초부터 없어야 했던 '귀태'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썩은 표피를 며칠 떨어냈다고 강이 되살아나는 건 아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강을 죽이고 썩혔다. 이제 보를 철거하고 4대강을 다시 자연에 돌려주는 '강의 내일'을 준비할 때다.

▲ 금강 세종보 앞. ⓒ김종술


보가 열리자 강이 움직였다 

정부가 앞으로 4대강 수위를 1년 내내 지금보다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16개 보를 운영하겠다 발표했다. 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운영하는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는 지난 2월 2일 "녹조를 저감하기 위해 댐과 저수지 수량을 비축해 방류하고 보 수위를 탄력 조절한다"는 내용의 '댐·보·저수지 최적연계운영방안'을 결정했다. 보를 열어 지하수 채수가 가능한 최저 제약수위까지 수위를 낮추고 다시 강물을 채우는 식으로 보를 탄력적으로 개폐하면 낙동강의 경우 남조류가 32퍼센트까지 저감되고 고농도로 녹조가 발생하는 날이 25퍼센트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2월 말~3월 초 한강 이포보, 금강 세종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6개 보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4월부터는 4대강 전 구간으로 확대 실시한다.  

< 함께사는길>은 이철재 환경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함께 낙동강과 금강의 6개 보를 돌아봤다. 보가 열리자 강은 강변 바닥을 드러내 보였다. 강에 유입된 부영양화 오염물질과 녹조라떼로 불린 남조류 사체를 비롯해 생태계의 온갖 생물들의 주검이 썩고 눌러붙은 검은 펄이 드러났다. 물이 빠진 질척한 자리를 뒤집자 붉은 실처럼 개흙을 기는 실지렁이들이 보였다. 마디마디 선명한 적빛을 드러내며 꿈틀거리는 깔따구가 지천이었다. 시궁창의 썩은 냄새가 퍼졌다. 멸종위기 1급인 귀이빨대칭이의 사체도 드러났다.  

며칠 동안 열린 보로 강물이 흘러내리자 검게 썩은 펄이 일부 씻겨나가고 드물게 남은 모래 벌도 보였다.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에서는 깊은 강물에 가렸던 자갈 바닥과 암반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역대급 준설사업으로 모래가 사라진 자리에 개흙이 쌓여 썩은 거대한 낙동강 개펄에서는 여기저기 패류 사체들이 발견됐다. 그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한 마리 조개가 펄 위에 지문을 내듯이 기어갔다. 보가 열려 강물이 흐르자 강과 강 생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흘러야 강이라는 사실을 그 며칠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수위를 낮추는 보 운영이란, 강에 주기적으로 흐름을 허한다'는 뜻이다. 이 결정 자체가 4대강사업의 실패를 웅변하는 증거다. 흐르는 강을 막아 강을 죽인 것이 보다. 녹조를 저감하고 발생을 줄이겠다며 보를 열었다 닫았다 할 일이 아니다. 보가 없던 4대강사업 이전에 우리 강에는 녹조라떼가 없었다. 강은 언제나 흘러야 한다. 보는 열게 아니라 헐어야 한다.

▲ 원래는 모래톱이었던 곳이나 4대강사업 준설로 모래는 사라지고 거대한 펄이 쌓였다. ⓒ정수근


▲ 남한강 북하천 합수부 본류 강바닥 미세토. ⓒ박용훈


▲ 세종보 물이 빠지면서 마리나 선착장 인근에 준설선을 바닥에 고정했던 닻 모양의 쇳덩이까지 발견되었다. ⓒ김종술


▲ 세종보 물이 빠지자 강바닥이 온통 지난해 가라앉은 조류 사체로 가득하다. ⓒ김종술


▲ 강바닥에 쌓인 펄이 유속이 생기면서 씻겨 내리고 있다. 씻겨나간 자리엔 자갈과 모래가 되살아나고 있다. ⓒ김종술


▲ 세종보 상류 강바닥의 굳어가는 펄을 파헤치자 실지렁이가 얼기설기 얽혀있다. ⓒ김종술


▲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이빨대칭이 폐각. ⓒ정수근


▲ 펄밭을 빠져나온 자라 한 마리가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물가로 가고 있다. ⓒ정수근


▲ 수위 저하 후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 본류 드러난 암반. ⓒ박용훈



낙동강 수달이 설사를? 강, 정상이 아니다
[함께 사는 길] 이명박근혜의 死대강 ② 생태민주적 회복이 필요하다

"이게 실지렁이예요. 그냥 넣자마자 나오네요. 허 참."

'금강의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한심한 듯 헛기침을 해댔다. 물속에 손을 넣고 한 움큼 집어 든 퇴적토에서 대여섯 마리의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애벌레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한 번에. 주변을 자세히 보니 물속 시커먼 퇴적토 위로 바늘구멍 같은 것이 수백 개, 아니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보인다. "이게 바로 실지렁이 구멍"이라고 김 기자가 설명한다. 실지렁이는 붉은깔따구애벌레와 함께 썩은 유기물이 쌓인 곳에 서식하는 생물로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지표종이다. 

세종보 상류 마리나 선착장을 찾은 건 지난 3월 12일 꽃샘추위가 잦아져 노란색 꽃봉오리가 영그는 햇볕 좋은 봄날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옷차림도 그러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 강도 봄날을 맞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있는 우리 강에게 봄은 아직 먼 얘기다. 이날 금강을 찾은 건 확인할 게 있어서다. 다음날 낙동강도 가봤다.  

▲ 낙동강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애벌레와 실지렁이. ⓒ정수근


지난 2월 12일 정부는 이전과 달리 4대강의 보 수위를 연중 낮춰 운영하겠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과정은 이렇다. 정부는 2년 전부터 녹조 번무기인 6, 7월에만 펄스 방류(일시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물을 방류하는 것)로 수질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국토부, 환경부, 농림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에서 지하수 제약수위(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없는 수위)까지 며칠 동안 수위를 낮췄다가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보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4대강 16개 보의 수위는 4.2미터(m)~1미터가 낮아져, 평균 2.3미터가량 수위가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부 발표는 정부 스스로 4대강사업이 실패했다는 걸 시인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의 목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을 제시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6개 보를 통해 8억 톤(t)의 물을 확보했다고 밝혀왔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따라 4대강사업의 목적은 사라졌다. 또한 보에 물을 가둬 두고서는 수질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 등이 '4대강 실패'를 전혀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점에 있다.

물 빼자 드러난 거대한 '펄강' 

정부는 2, 3월에 시범사업을 하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금강, 낙동강에서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4~5일 동안 시범적으로 보 수위를 낮춰서 운영했다. 3월 20일부터는 2차 시범사업도 잡혔다. 정부 계획에 숨겨진 의도는 없을까?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정부는 4대강사업을 두고 숱한 말장난과 꼼수로 일관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콘크리트 보에서 물이 새는 걸 '물 비침 현상'이라며 본질을 왜곡했다. 보 세굴 현상 등 크고 작은 사고는 '별일 아니다', '보완 공사 끝났다'는 식으로 발뺌해 왔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 발표에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하다. 

금강에서는 3개 보(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중에 세종보만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낮췄다. 김 기자는 당시 상황을 "악취 나는 거대한 펄밭"이라 표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략 700~800미터 물이 덮여 있던 공간이 가운데 100미터로 줄고, 좌우 양쪽으로 두꺼운 오니가 쌓인 거대한 펄층이 드러났다. 지난 7, 8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금강에 다니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펄층이 쌓인 걸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강에서는 며칠 동안 씻어도 냄새가 잘 빠지는 않는 악취가 났다. 펄층에는 실지렁이, 붉은깔따구애벌레 천지였다. 펄에서 사는 조개들이 숱하게 죽어 나갔다고도 했다.  

낙동강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8개 보 중에 중하류인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만 1.5~2.3미터까지 수위를 낮춰 시범 운영했다. 낙동강은 모래 강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모래가 있었지만, 물 빼고 난 뒤 낙동강은 '펄 강'이었다는 것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처장의 말이다.

펄 층은 주변에서 유입된 유기물과 조류의 사체 등이 쌓인 결과물이다. 그 층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안에서 혐기성분해가 일어나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메탄가스 등이 발생한다. 또한 지하수와의 소통을 차단시킬 만큼 단단해져 하천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최근 수달 배설물에서도 이상 현상이 목격됐다. 김 기자는 "요즘 수달 배설물이 너무 묽은 것이 흡사 설사 같은 상태가 자주 보인다"며 "한 뼘 크기의 기생충이 함께 발견된다"고도 말했다. 이래저래 우리 강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4대강사업으로 시스템 변화, 백약이 무효 

일상적으로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아닌 수위를 낮췄다 올렸다를 반복하면, 그나마 살아남은 어류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세종보 상류에는 길이 20미터, 폭 10미터가량의 어류 산란용 인공 수초섬을 만들어 놨는데, 물고기가 산란해도 수위가 낮아지고 나면 알들이 말라죽게 될 것이란 게 현장 증언이다. 물고기 이동 통로인 어도(魚道)보다 물이 낮아지면, 상·하류 단절을 더 깊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20일 국토부는 어도 개선 등에 638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계속 투입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고도 우리 강의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금강, 낙동강 현장을 갔을 때는 물을 다시 채운 지 1주일 정도 지난 때였다. 이전보다 수위를 낮춰서 운영하는 방식은 효과가 있었을까? 금강 세종보 상류에서는 강가 쪽으로 지난해 죽은 조류 사체들이 떠올라 물 위에 가득했다. 물빛은 간장 빛으로 4대강사업 이후 봐왔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낙동강 함안보와 달성보는 아직 온도가 높지 않은 이른 봄임에도 녹조 빛깔이 뚜렷했다. 이 상태대로라면 올해도 낙동강에서의 녹조라떼는 또다시 극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금강, 낙동강 상태를 보면 수위 저감 사업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 3월 17일 '4대강사업, 차기 정부의 과제와 방향' 토론회에서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는 "펄스 방류 등 보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시킬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 자체가 녹조 번성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이어 수위 저감 시범사업의 효과 없음에 대해 "유수생태계가 정수생태계로, 다시 말해 흐르는 강을 호수로 시스템을 바꿨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호수 생태계는 수질오염원이 들어 올 때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지만, 수질이 좋을 때는 반대로 바닥에 쌓인 오염원이 녹아 나온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국토부도 결국 유속이 있어야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스스로도 수질 개선 등을 위해서는 상시 수문 개방이 답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4대강사업에 따른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차기 정부에게 △ 4대강 후속 사업 중단, △ 4대강 상시 수문 개방 등 긴급조치 이행, △ 4대강사업 전면 재평가, △ 4대강 복원 계획 수립 및 실행, △ 제도 정비 등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 낙동강 함안보에 서리된 어도. ⓒ함께사는길(이성수)


생태민주적인 회복이 필요하다 

사실 4대강사업으로 썩은 저수지로 변해 버린 우리 강을 살리는 길은 강이 지닌 고유성을 회복하는 방법뿐이다. 강은 위에서 아래로 막힘없이 흐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유성이다. 또한 상·하류와 좌우 생태 축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만 이루어져도 극심한 녹조라떼도 어류 떼죽음 현상도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4대강 복원을 단지 강줄기만의 복원으로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4대강사업은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특정 권력자가 사익을 위해 휘둘러 강행한 사업이다. 어렵게 만들고 다듬어 온 법률과 제도를 편법과 탈법으로 일관해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역사와 문화재도 훼손됐다. 22조 원이 낭비됐고, 매년 유지관리비와 수공 이자와 원금 상환으로 수천억 원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4대강 후속 사업으로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뒀음에도 '강 살리기'라는 기만으로 국민을 우롱했다. 4대강 비판을 금기시하다 못해 색깔론으로 대응했다. 건전한 사회 공론의 장을 사유화시켰다. 이는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망가지게 하고 후퇴시킨 것이 바로 4대강사업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따라서 4대강 회복과 복원은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훼손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이성과 상식의 회복 과정이어야 한다. 둘째, 생명의 가치를 바르게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셋째, 유역 복원 개념으로서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정립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넷째, 폭넓은 국민 참여의 장이어야 한다. 다섯째, 4대강사업 책임자에 대한 역사적, 법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4대강 16개 보 철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4대강 회복 또는 복원 개념을 강줄기로만 국한시키면, 유역개념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참여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리 강을 우리 모두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열정과 의지를 충분한 숙의 과정에 녹여 내는 것이 생태민주적인 우리 강 복원일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국민 식수 불안이 가중되고, 생태계가 훼손되고,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들에게 역사적, 법적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 이어 국민 식수 오염, 생태계 훼손, 주민 피해는 웬만한 재난피해 이상이므로 당장 4대강 수문 개방, 주민 생계 지원 등과 같이 국가 재난 지역에 준하는 긴급조치가 있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16개 보의 철거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강은 주위 토양의 특징을 담아서 흐른다'고 했다. 더러운 곳을 만나면 더러움을, 깨끗한 곳은 또 깨끗함을. 결국 강은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 사람들의 의지를 담아 흐르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강에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흐르게 하자. 그것이 답이다.


"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강간"
[함께 사는 길] 이명박근혜의 死대강 ③ 부역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09년 3월 23일 전국으로 방송되는 라디오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평소에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입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실수한 공무원에게는 관대하겠지만, 의도적인 부정을 저지른 공무원은 일벌백계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횡령금의 두 배까지 물게 하고 예산 집행에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겠습니다." 

옳은 말이다. 우리 사회는 "나랏돈은 먼저 빼먹는 게 임자"(실제 이 발언은 2010년 9월 4대강사업을 추진하던 수자원공사 고위관계자 입에서 나왔다)라는 인식이 많다. 사업의 타당성은 외면하고 일단 혈세를 부풀려 따와서 무조건 쓰고 보자는 주의가 팽배하다. 이 때문에 혈세는 '눈먼 돈'으로 인식된다. '눈먼 돈'에는 법칙이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지만, 이득은 몇몇 소수에게 몰린다는 것이다. 그 소수가 바로 해당 사업의 판을 짜고 시행했던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의 예산 낭비를 탈세 못지않은 범죄로 인식하고, 의도적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에게 횡령금의 두 배까지 물리고, 게다가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반갑기까지 하다. 이러한 내용은 투명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예산의 집행의 공정성과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서 그간 민간단체 및 전문가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정책이다.

이 말은 누가 했을까? 양심 있는 전문가? 아니면 국제투명성기구 관계자?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으로 최소 189조 원을 탕진했다고 지목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이 한 말이다. 2015년 출간된

(알마 펴냄)을 공동집필한 전문가 16명은 '의도성'에 주목한다.  

즉, 혈세 낭비가 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의미다. 대통령 재임 기간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이란 평가가 그냥 나온 건 아니었다. 측근 비리가 속출할 때 이명박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칭해,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비아냥거림을 나오게 했다.

▲ 낙동강 달성보. ⓒ함께사는길(이성수)


"4대강사업은 복원을 가장한 파괴"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정권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강행한 사업이었다. 4자방 중에서 명목적으로 따지면, 31조 원이 투입된 자원외교가 22조 원이 소요된 4대강사업보다 크다. 이에 대해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훼손된 습지의 가치 6조 원, 취수원 이전 2.5조 원, 금융비용 0.3조 원 등을 합하면 4대강사업으로 84조 원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매년 4대강 유지관리비가 투입되고 수공이 4대강사업에 부담한 8조 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4대강사업 예산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거기다 도수로 연결 사업, 친수구역 사업 등 4대강 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귀태'사업 때문에 혈세가 계속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4대강사업은 예산 낭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피땀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훼손했고, 생명에 대한 가치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후퇴시켜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다시 만드는 과정은 과거 경험했던 갈등과 혼란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환산하기 어려운 비용이 계속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4대강사업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적나라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 평가했다. 전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현 국회의원)은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 반락"이라 지칭했다. 국제적 명성의 해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한스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헤 대학 교수, 일본의 이마모토 히로다케 교토대 교수, 맷 콘돌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 핸리히 프라이제 독일 연방 자연보호청 하천분석관,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대 교수 등은 한국의 4대강사업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4대강사업은 복원을 가장한 파괴"라고 평가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4대강사업을 비난했다.  

4대강사업은 국내외에서 ‘최악의 구시대적 사업’으로 평가됐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은 강행됐다. 어떻게 추진될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막아내지 못할 만큼 후진적이었을까? 

국가시스템을 동원해 강행된 4대강사업 

그 이유를 몇 가지 프레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욕망 자극 프레임이 사용됐다. 4대강사업의 본질은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서, 정치인들은 대형 사업을 자신의 치적화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개발부처 관료들은 자기 부서의 존속과 예산 확보를 위한 욕망이었고, 대형건설사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토건사업 비중을 유지하려는 욕망이었다. 이런 거대 욕망은 땅 투기를 조장했다. 4대강사업 주요 지역에 외지인 소유 토지 비율이 50퍼센트, 70퍼센트가 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투기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득이 걸려 있는 만큼 4대강사업에 찬성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정치 선동 프레임이 작동했다. 4대강사업의 뿌리는 2007년 이명박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였다. 2008년 6월 국민의 촛불 저항에 이명박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4대강 정비사업'으로 추진했다. 2008년 말 이명박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지만 나는 4대강 재창조로 본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4대강사업은 '4대강 살리기사업'이 됐다. 내용은 강 죽이기이며 대운하사업인데, 포장만 강 살리기가 됐다.

언어의 오염은 의도된 프레임이었다. '살리기'의 전제는 '죽었다'가 된다. 죽은 강을 살리는 것이, 그것도 단기간에 살리는 것이 드라마틱한 성공을 만들 수 있기에 말이다. 그래서 MB 정권 초기 국토부 홍보영상에서 '철새가 찾지 않는 강',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강' 등의 사실과 다른 정치 선동이 나왔다. 여기에 정치인, 전문가, 관료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은 각종 언론매체, 강연회와 조직을 동원해 4대강사업을 기후변화 대비, 수질 개선, 경기활성화 등 못 할 것이 없는 '전지전능한 사업'으로 만들고자 했다. 또한 타당성 부족, 국민 의견 수렴 부족 등으로 한반도대운하를 비판했던 보수언론들이 가세해 국민 여론 왜곡에 앞장섰다. 

셋째, 탄압 프레임이 등장했다. 4대강사업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을 부정한 이들과의 상식 논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과 측근들은 4대강 비판 진영을 '반대를 위한 반대 집단'이라 매도하더니, '좌파들의 전술'이라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비판 진영 폄훼에 이명박이 직접 앞장섰다. 여기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과 정치인,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가기관도 동원됐다. 2012년 초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에는 비판 진영을 불순세력으로 지칭했다. 2013년 3월에는 국정원이 '종북세력',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검찰,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4대강사업을 옹호하면서 비판진영 탄압에 가세했다. 결국 4대강사업은 토건욕망에 사로잡힌 이명박과 그 측근들이 국가시스템과 사회적 공론의 장을 장악해 민주주의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키며 강행한 사업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4대강 범죄 책임져야 할 S급 찬동 인사들 

4대강사업은 혈세낭비와 재앙이 예견됐다. 실제 4대강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해도 될 만큼 피해가 극심하다. 국민의 식수원에 독성 녹조라떼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고, 어민과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어류가 떼죽음 당하고, 새들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은 단지 강을 망쳐버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등 무형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이 받고 있다. 이는 이명박 등 소수의 권력층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에게서 나오는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한 범죄행위였다.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등에서는 4대강사업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이 사업에 적극 찬동했던 이들을 가려냈다. 정치인, 전문가, 관료, 사회인사 등 모두 282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 4대강 대국민 사기극의 부역자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책임져야 할 인사들을 별도로 추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이재오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차윤정 전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등 10명이다. 이들이 '4대강 S(스페셜)급 찬동 인사들'이다.(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환경운동연합 누리집(www.kfem.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나치 부역자 처벌 반대 여론에 대해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다. 4대강사업에 부역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의 4대강사업과 같은 범죄에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을 벌하는 것 역시 사회적 이성이자 상식 아닌가. 4대강 부역자들에 대한 역사적,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