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복지 칼럼

박근혜, 또 의료 민영화? 이번엔 원격 의료!

일취월장7 2016. 6. 15. 11:07

박근혜, 또 의료 민영화? 이번엔 원격 의료!

2016.06.15 11:05:26


[복지국가SOCIETY] 원격 의료, 어떻게 할 것인가?

             
6월 7일, 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 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의료계와 시민 사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 시범 사업을 강행하면서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료계와 시민 사회 및 야권의 반발로 관할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19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박근혜 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재진 환자나 경증 환자, 장기간의 진료가 필요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자와 정신 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원격 의료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19대 국회 때 발의했던 법안과 그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의료계와 시민 사회의 반발,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 등을 감안해볼 때 이 법률안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 의료의 제도화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거침이 없다.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가보자는 태도가 읽힌다. 원격 의료에는 정권뿐만 아니라 총자본과 경제계의 거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 4.13 총선 이후 19대 국회가 임기를 거의 다 마쳐갈 즈음인 4월 29일, 시민·사회단체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던 것이다. 결국 이 법안은 시민 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제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정부는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관련 기사 : 19대 마지막 법사위, '의료 영리화법'에 제동박근혜 의료 민영화, 더민주가 마침표 찍어주나?) 

▲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 의료 전도사'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의료 민영화의 의미와 현황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우리는 집권 세력의 의료 민영화(또는 영리화) 추진 의지가 얼마나 강력하고 집요한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도대체 의료 민영화가 무엇이기에 그런가? 그 의미와 내용부터 살펴보자. 의료 민영화는 국가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공적 영역인 의료 분야를 사적 영역인 민간에 내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공적 성격은 약화되고 시장적 성격은 강화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의료 체계의 전반적 비효율이 심해지고 의료 이용의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 논의를 국가 보건의료 체계를 의료 재정 체계와 의료 공급 체계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 의료 재정 체계의 공공성 수준은 55%로 선진 복지 국가들의 85%보다 크게 부족하다. 이것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재정 지출이 빈약한 데도 기인하지만, 더 크게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지나치게 저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이용 시점에서 발생하는 전체 의료비의 63%만을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준다. 나머지는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서 부담해야 한다. 의료비 부담의 사적 성격이 지나치게 크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이런 의료비 불안에 대해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는다.

국민은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의료비 불안에 대한 해결책을 사적 영역에서 찾는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0개 국가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27위에 불과하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의료비 불안이 매우 크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 70%는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공적 의료 보장 제도를 가진 나라 중에서 보통 사람들이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선진 복지 국가들에서는 국민 의료의 대부분을 공적 영역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유럽 복지 국가들에서는 국민의 민간 의료 보험 가입률이 1~2%이거나 많아도 5% 이내에 머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70%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럽 복지 국가들에서는 의료 재정 체계의 공공성이 확고한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 재정 체계의 공공성이 매우 취약하고 민영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사실,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민간 의료 보험의 총량과 비중이 급격하게 커졌다. 이에 비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노무현 정부 말기의 63%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민간 의료 보험의 활성화를 공약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공약했었다. 그런데도 상황은 같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의료 공급 체계의 공공성도 10%(병원의 병상 수 기준)에 불과해서 선진 복지 국가들의 50~95%에 비하면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 18% 수준으로 높아졌으나 의료 민영화에 집착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의료 공급 체계의 공공성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병원 병상의 90%를 차지하는 민간 병원들 중 비교적 규모가 큰 병원들 대부분이 비영리 병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법은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민간 의료의 비중이 90%나 되면서도 의료 공급 체계의 영리적 성격이 그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영리 병원 허용 문제를 두고 집권 세력과 시민 사회 사이에 전쟁 같은 갈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영리 병원) 허용을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 때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영리 병원) 허용을 놓고 갈등과 투쟁이 벌어졌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외국인 영리 병원 설립은 경제특구와 제주도에 허용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내국인 영리 병원은 시민 사회의 강력한 반대 투쟁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우리 국민은 의료 공급 체계의 본격적인 민영화를 의미하는 내국인 영리 병원 허용을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우회적인 방식의 새로운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의료 민영화 방식, 즉 내국인 영리 병원 허용 대신에 비영리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및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을 추진했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병원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병원은 상품이 되고,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기 위해 영리적 의료 행위에 더 집착하게 된다. 마침내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병원의 체인화를 통해 거대한 프랜차이즈 병원이 등장하게 된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는 주식회사처럼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여 의료법인 병원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돈벌이를 할 수 있다.

의료 민영화 저지를 넘어 국민 건강권 보장해야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가 보건의료 체계를 둘러싸고 큰 갈등을 겪어왔다. 집권 세력과 경제계는 보건의료의 시장적 성격을 더 강화하자고 주장했고, 시민 사회는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충을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의료 민영화 추진 세력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성과가 미미했던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의료 민영화를 지지하지 않았고, 시민 사회가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 건강권이 제도적으로 신장되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아진 게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 민영화 저지 투쟁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반대 투쟁을 넘어 공세적으로 쟁취하고 건설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먼저, 의료 재정 체계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의 70%가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한 지금의 민망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상급 병실료·선택 진료비·간병비 등 3대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병원 입원비의 90%를 보장하고, 연간 100만 원 본인 부담 상한제를 실시한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실손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의료 재정 체계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민간 의료 보험의 활성화라는 의료 재정 체계의 의료 민영화를 극복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유럽 선진 복지 국가들에서 익히 보고 있는 의료 재정 체계의 공적 모습이다.

다음으로, 의료 공급 체계의 공공성을 상당 부분 강화해야 한다. 내국인 영리 병원은 어떤 경우라도 허용해선 안 된다. 그리고 공공 병원의 병상 비중을 높여야 하고, 비영리 법인 병원들의 공공적 성격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에 걸쳐 영리 병원 저지 투쟁을 해오는 동안 의료 공급 체계의 공공성은 18%에서 10%로 줄어들었다. 영리 병원 저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세적으로 공공 병상을 확충하고, 비영리 법인 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영리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우회적 의료 민영화 반대를 넘어, 지역사회의 부실한 의료법인 병원을 정부가 인수해서 공공 병상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공공 병상의 비중을 현재의 10%에서 30% 정도로 높여야 한다.

원격 의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ICT)을 활용하여 원격 의료를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구체화했던 원격 의료는 의료법 제34조에 담겨 있다. 의료법 제34조 제1항에는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 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즉, 노무현 정부의 원격 의료는 오·벽지에 근무하는 의사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대도시 대형 병원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의료 지원 체계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원격 의료가 추진되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의 ICT 활용 방안과는 그 내용과 파장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 의료는 의사-환자 간의 대면 진료를 의사-환자 간의 화상 진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의 원격 의료는 의사-의사 간 원격 의료이고, 박근혜 정부의 그것은 의사-환자 간의 원격 의료이다. 그래서 전자는 ICT를 활용하여 오지나 벽지에 의료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후자는 ICT를 활용하여 일차 의료를 IT와 전자 등 총자본의 영리 추구에 활용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반기부터 원격 의료를 공세적으로 추진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거세게 반대했다. 시민 사회도 대체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원격 의료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비영리 법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과 함께 묶여 의료 민영화 또는 의료 영리화 이슈로 간주되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영리 자회사 허용은 이론의 여지없이 비영리 법인 병원의 사적 성격과 영리성을 강화하는 의료 민영화 또는 의료 영리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격 의료는 영리 자회사 이슈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원격 의료는 의료 공급 체계의 민영화 또는 영리화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다. 

▲ 대한의사협회는 의사-환자 간 원격 의료 도입에 반대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그럼에도 우리는 원격 의료를 의료 공급 체계의 민영화 또는 영리화 이슈에 포함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 의료 도입으로 인해 IT와 전자 등 총자본은 영리 추구에 큰 도움을 얻겠지만, 우리나라의 허약한 일차 의료 체계는 의사-환자 간 대면 진료를 의사-환자 간 화상 진료로 대체함으로써 더 망가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일차 의료는 의료 공급 체계의 중요한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의료의 시장적 성격 때문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일차 의료의 의사-환자 관계는 책임성이 낮고 신뢰가 깊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 의료는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원격 의료를 의료 영리화 이슈로 간주해서 대한의사협회와 시민 사회가 함께 반대하는 데 대해 찬성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과학기술로서의 원격 의료를 반대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한정 반대만 하는 게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 의학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ICT를 포함한 과학 기술의 진보와 성과를 보건의료 분야에 활용하는 데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ICT 기술 수준이라면 원격 모니터링(telemonitoring)과 원격 상담(teleconsultation)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의 원격 의료를 가능케 할 정도로 ICT와 의료기기 분야의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기술적 발전과 성과를 일차 의료 체계의 공공성 강화와 일차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학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언제까지나 도외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ICT 및 의료 기기 분야의 산업적 발전과 일차 의료 체계의 획기적 강화를 함께 이루는 소위 '윈-윈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일차 의료는 마치 시장터 같다. 환자들이 이곳저곳을 쇼핑하듯 방문한다. 일차 의료 기관들도 환자를 손님 대하듯 한다.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이다. 책임성도 낮고 만족도도 저열하다. 이러는 사이에 의료기관 방문횟수는 OECD 평균의 2배를 넘겼다. 우리나라의 일차 의료는 거의 100%가 민간 의료기관들인데,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 통제를 제외하면 마치 시장 같다. '실패한 시장'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실패한 일차 의료를 바로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치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유럽 복지 국가들이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일차 의료 강화 방안이 바로 주치의 제도이다. 주치의 제도에서는 원격 의료가 일차 의료의 근간인 의사-환자 관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좋게 해 준다.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 상담을 통해 자주 소통하면서 신뢰를 더 두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에서 주치의 제도는 주치의와 등록된 주민 사이의 제도적 만남이다. 보건의료에 관한 모든 사항은 반드시 주치의와 논의해야 한다. 주치의가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한다. 상급 병원 이용도 주치의가 연결하고 도와준다. 

나는 우리나라 일차 의료 체계의 강화 방안으로 주치의 제도 도입을 적극 권하고 싶다. 주치의 제도에서는 원격 의료가 주치의의 보건의료 활동을 도와주는 고마운 과학 기술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병원에서 MRI 같은 진단 장비가 병원 의료의 질을 높여주는 유익한 과학 기술이듯이, 주치의 제도 하에서는 원격 의료가 일차 의료 체계의 강화를 위한 유익한 과학 기술이 될 수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원격 의료가 일차 의료 체계(의사-환자 관계)의 훼손이 아니라 일차 의료 체계의 공공성 강화와 일차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방안은 바로 주치의 제도의 도입이다. 즉, 주치의 제도와 짝지은 원격 의료의 도입은 일차 의료와 ICT 관련 산업 발전의 '윈윈 전략'이다.

(이상이 복지 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제주대학교 교수입니다.)



[스크랩] 대한민국 정부는 왜 그토록 민영화에 집착하는가?|【자유게시판】

색즉시공공즉시색 | 조회 460 |추천 1 |2016.06.17. 06:46 http://cafe.daum.net/kseriforum/9Q8k/31697 


 전기와 가스 공급체계가 사실상 민영화 단계를 밟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시장개방정책일뿐 민영화가 결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민영화의 시작단계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번 시행되는 전기-가스사업 민영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에너지관련 공기업 등 8개 기관 상장

- 전력 소매판매 개방

- 가스 도입도매 개방

 

전력의 경우 발전회사들이 전력거래소에 생산된 전력을 팔면 그것을 한전이 사들여서 되파는 구조였습니다만,

이제는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직거래비용을 대폭 낮춰서 일반 대기업들도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게 해준다는 정책이며..

 

가스의 경우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가스의 95%를 지금까지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해왔지만,

이제는 일반 대기업들도 해외에서 가스를 직구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정책입니다.

 

결과적으로..

전력 및 가스라는 공공재를 지금까지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에서 공급해왔는데,

이제는 민간 기업들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엄연히 민영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보아왔던 사례입니다.

보수정권이 되었든, 소위 진보정권이 되었든..

민영화는 공무원개혁과 더불어 정부 및 정치권에서 즐겨쓰는 구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나라 정부는 왜 민영화에 이토록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까요?

 

1. 신자유주의 경제 및 행정이념의 망령

 

신자유주의 이념이란..

'정부가 담당하는 영역을 줄이고 시장이 담당하는 영역을 늘리자는 시장만능주의 이념'입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념은 근본적으로 경제이념입니다만,

여기서 파생되어 행정 역시 시장에 맡기거나 혹은 시장운영원리에 따라 운영하자는

이른바 'New Public management(NPM)' 즉 '신공공관리론'역시 득세하게 됩니다.

 

최근 유럽 및 미국에서는 이러한 신공공관리론이 행정에 많은 부작용을 준다고 하여 보완을 요구받거나

'뉴거버넌스'와 같은 다른 행정이념으로 점차 대체되는 추세입니다만..

항상 선진국의 이념을 한발짝 늦게 수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NPM적 행정이 대세입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정부는 그 기준도 모호한 '성과평가' 및 '경쟁'을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성과평가'에 입각한 대표적인 정책이 공무원개혁 및 노동개혁이며,

'경쟁'에 입각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민영화입니다.

 

이번 민영화를 공표할 때 역시 대통령 및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점구조를 철폐하고 민간시장에 개방함으로써 더 나은 가격 및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여전히 정부영역은 비효율적이고 민간시장영역은 효율적이라는 NPM적 생각을 암묵적으로 전제한 공표입니다.

 

더 나은 가격 및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

과연 누구한테 이를 제공하겠다는 말인지 의미심장한 공표입니다.

 

2.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는 독과점적인 '민간시장'

 

'시장이 효율적이다'라는 전제는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시장구조이어야 성립하는 명제입니다.

독과점 시장의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그 구조가 비효율적인 가격 및 생산량을 설정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는 독과점적인 시장구조입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사조가 들어오면서 이러한 우리나라 시장을 보기좋게 '민간' 또는 '경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포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간시장' '경쟁시장' 얼마나 좋은 개념입니까..

 

민영화의 명분은 항상 이렇게 포장된 시장개념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소수 대기업이 이끄는 독과점구조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포장하려는 것이죠.

 

그렇다면..

재계에서 직접 이렇게 포장을 하면 뭐 이해가 가는 일이겠습니다만,

왜 재계도 아닌 정부에서 직접 나서면서까지 우리나라 시장을 보기좋게 포장하려 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물음이 바로 우리나라 정부가 유독 민영화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3. 경제 이데올로기와 그에 따른 정치구도 편성

 

총선이나 대선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표에 임할까요?

그리고 후보자들은 어떠한 내용을 주로 공약으로 내걸까요?

그 내용은 당연히 '경제'입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의제 역시 주 내용이 경제와 관련된 의제입니다.

그 밖의 사회, 문화, 환경, 인권과 같은 의제들은 부차적인 순위로 밀립니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느냐 못했느냐의 판단기준 역시 압도적으로 경제정책의 성패에 따라 성립됩니다.

 

이렇듯 경제 이데올로기가 압도적으로 지배적인 국가에서는..

당연히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구도가 편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18-20세기 초까지 유럽의 정치구도는 거의 대부분 자본가 계급의 보수정당과 노동자 계급의 노동정당 이렇게

양대 대결구도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편성된 정치구도는 어떤가요?

표면적으로만 보면 새누리당(영남지역기반)-더불어민주당(호남지역기반) 이렇게 양당대립구도입니다만,

이러한 정치구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구도는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당대립구도입니다.

유럽의 보수당(혹은 자유당)-노동당과 같이 이념을 기반으로 한 정치구도는 절대 아니죠.

 

이렇게 이념이 아닌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정치구도가 편성된 국가에서..

정작 지배 이데올로기는 '경제'네요?

현재 편성되어 있는 정치구도가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정치판이 국민의 경제와 관련된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정당들은 굳이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이념적인 차이를 보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됩니다.

즉, 각 정당들은 특정경제이념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한 경제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게 되면, 각 정당들은 그 이데올로기를 수용하여 물흐르듯 따라가죠.

따라서 우리나라 정치권은 경제이념과 관련해서는 대립구도를 보이지 않고 모호한 입장을 보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지배적인 경제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신자유주의 경제이념을 물 흐르듯 수용한 상황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이념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정의당 같은 정당들은 마이너 정당으로 남아있는 상태죠.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신자유주의 경제이념을 따르는 정당이 원내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치권은 신자유주의 이념을 지지하는 집단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이념을 지지하는 집단은 어떤 집단일까요?

당연히 기업들, 특히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되겠죠.

새누리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기본적으로 친기업정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광의의 정경유착

 

따라서 이러한 대기업을 이익집단으로 본다면,

보통 상식적으로 민영화와 같이 대기업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대기업이 정부 및 정치권에 적극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의 정책형성모양이 이루어져야 정상인데..

현실은 오히려 정부가 적극 나서서 민영화를 추진 및 홍보를 하고 정작 대기업은 가만히 있는 모양새입니다.

참 희한하지 않나요?

 

물론 대기업에서 물밑으로 로비를 하여 민영화가 이루어진다는 설명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기엔 민영화에 대한 재계의 반응이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왜일까요...

 

그 전에 일단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성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공공서비스, 즉 공공재에 대한 서비스는 일반 국민이 필연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성격의 재화입니다.

자동차와 같이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재화가 아니죠.

따라서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은 그 소비자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렇게 소비자에 대해 기업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을 '실물시장에서의 독점'이라 합니다.

 

거시경제의 시장은 크게 실물시장, 화폐시장, 노동시장, 주식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 주식시장, 화폐시장 이 3개의 시장은 대기업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카르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장 역시 중소기업은 인력부족현상을 겪는데 비해 대기업은 노동수요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는 상황이며, 금융시장으로 대표되는 화폐시장 역시 금산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이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죠.

 

여기서 이제 실물시장까지 완전히 장악하면 그야말로 거시경제 전체를 대기업이 장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을 옭아맬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데, 그 중 좋은 수단이 바로 공공서비스 공급입니다.

따라서 민영화는 대기업이 실물시장까지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정책이 되겠습니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좋은 민영화를 왜 재계가 아닌 정부에서 굳이 대신 추진하려 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정치권의 절대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독과점적 신자유주의가 자신들에게 편하기 때문이죠.

 

정치인들은 과두정을 원하지 민주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대 현대국가에서는 대의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인해 철저한 과두정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즉, 정치 및 법적으로 국민을 참정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행위는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을 참정으로부터 분리하는 행위는 가능합니다.

즉,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여유를 없애거나,

혹은 국민들이 '정치 < 경제'라는 부등식을 맹신하여 굳이 정치에 참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과두정이 가능하게끔 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뚜렷한 경제이념이 없는 이상...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러한 계산 하에 민영화를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는

동기는 항상 존재하게 됩니다.

이것을 바로 '광의의 정경유착'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즉, 거시적인 정경유착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현재 시행하려 하는 전기-가스 민영화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그것은 그들이 야당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든 민영화는 시행하게 되어있습니다.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등 각 종 민영화의 시작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작품이니까요.

 

5. 결 론 - 대한민국 정부는 왜 그토록 민영화에 집착하는가

 

이렇게 비유하자면 좀 웃기겠지만,

우리나라의 정치구도는 다음과 같이 비유될 수 있겠습니다.

 

'여야의 정치대립은 재계에 대한 충성도를 표현하는 충성경쟁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재계에 충성심을 표현하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이 이와 매우 유사하죠.

 

다른 나라들도 신자유주의 경제이념을 아직까지 주요 이념으로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이렇게까지 재계에 노골적으로 충성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정당체계가 이념정당체계이기 때문에, 노동당 같은 경우는 재계에 충성할래야

충성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는 예외)

 

이렇게 정치인들의 재계에 대한 충성심 표현수단인 민영화는..

1차적으로는 공급하는 공공서비스의 부실화와 가격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기업, 즉 재계가 소비자들을 옭아매어 실물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게끔 만드는 무서운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민영화는 이처럼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서운 정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