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 MB 비리

4대강사업 그 후

일취월장7 2014. 9. 13. 14:29

4대강의 진짜 괴물은 바로…

[살림이야기] 4대강사업 그 후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8.29 11:18:06

 

'녹조라떼'와 공업용수가 늘어난 4대강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보가 건설된 직후인 2012년 여름부터였다. 강은 초록색 페인트를 쏟아 부은 것처럼 변했다. 물을 떠보면 초록색 알갱이들이 둥둥 떠 있었다. 시료를 채취해서 분석해 보니 독성 남조류가 검출되었다. 미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와 같은 종류에 간암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있다. 남조류가 대량 발생해서 물을 뒤덮는 녹조현상이, 이제 해마다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고 있다.

녹조현상은 저수지나 호수와 같이 물이 정체된 곳에서 나타난다. 이전 4대강에서는 하구 둑에 막힌 일부 하류지역 외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로 막힌 4대강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녹조가 발생하는 요인은 영양염류(쉽게 말해서 오염물질), 햇빛, 수온 그리고 체류시간이다. 4대강사업으로 지은 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막혀 체류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사업이 원인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이상고온이다, 강우량이 줄었다 등등 항상 날씨 탓만 한다.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지구온난화가 어제 오늘 일인가? 문제는 보건설로 인해 인위적으로 체류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물 관리 정책"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날로 더워지는 날씨에 보로 물을 가두는 것은 녹조 발생을 더욱 부추기는 애당초 잘못된 선택이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외면한 4대강사업은 식수원의 수질을 공업용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정부가 수질개선 목표시기로 삼았던 2012년 환경부의 수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COD(화학적산소요구량으로 수질지표 중 하나)를 기준으로 분석대상 20개 지점 중 무려 14개 지점(70%)의 수질이 3급수 이상(생활용수 가능)에서 4급수 이하(생활용수 불가)로 나타났다. 4급수는 공업용수로만 사용 가능하다. 정부에서 만든 <4대강의 진실>이라는 홍보 책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보는 물 저장량을 늘리고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수질을 개선하는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입니다."

4대강사업은 큰 물그릇을 만들었다. 하지만 커다란 그릇을 채운 것은 맑은 물이 아니라, 공업용수와 녹조라떼 뿐이다. 

▲ 경북 상주 중동교 하류. 4대강사업 이전인 2008년에는 흰수마자가 발견되었으나 사업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위 사진은 2009년, 아래 사진은 2012년 모습으로 흰수마자 서식에 필요한 여울과 모래가 4대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박용훈

▲ 경북 상주 중동교 하류. 4대강사업 이전인 2008년에는 흰수마자가 발견되었으나 사업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위 사진은 2009년, 아래 사진은 2012년 모습으로 흰수마자 서식에 필요한 여울과 모래가 4대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박용훈


큰빗이끼벌레가 무슨 죄인가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생물들도 온전치 못하다. 2014년 여름, 때 아닌 괴물 소동이 빚어졌다. 금강을 시작으로 4대강 곳곳에서 발견된 이름조차 생소한 '큰빗이끼벌레' 때문이다. 생김새도 기이하고, 만지면 물컹물컹한데다, 코를 가까이 대면 고약한 하수구 냄새마저 풍긴다. 그래서인지 일부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4대강의 괴물'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국내외 전문가나 연구결과가 많지 않아 많은 논란이 생긴 것은 사실이나, 전문가들 사이의 공통된 의견은 이 생물이 바로 정체된 물에 주로 서식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 벌레가 번성한 것은 그만큼 벌레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점, 다시 말해서 물이 느려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당연히 4대강사업으로 인한 보 건설을 원인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환경부는 실태를 정밀조사하겠다고 말하면서 4대강사업과의 관련성에는 침묵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장까지 나서서 4대강사업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사업 전에도 낙동강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모두 무책임하고 비겁한 모습이다.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때, "담배 안 피우는 사람도 폐암에 걸린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담배를 피우는 만큼 폐암의 위험성이 높아지듯이, 보로 물이 막혀 정체되는 만큼 큰빗이끼벌레 창궐의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그렇다고 큰빗이끼벌레를 마치 외계에서 온 괴물인 양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큰빗이끼벌레가 무슨 죄이겠는가? 그저 저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본능대로 열심히 번식했을 뿐. 큰빗이끼벌레의 번성은 4대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바로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 2012년 낙동강 칠서취수장 부근에 발생한 녹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녹조에 대해 정부는 날씨 탓만 한다. ⓒ녹색연합

▲ 2012년 낙동강 칠서취수장 부근에 발생한 녹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녹조에 대해 정부는 날씨 탓만 한다. ⓒ녹색연합


"30년 어부 생활에 처음 보는 일"

우리 하천 고유의 멸종 위기종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도 지표 가운데 하나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간한 <보 구간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 <수생태계 건강성 보고서> 등은 정부 측 보고서인데도 4대강사업이 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흰수마자, 꾸구리와 같이 여울이 얕고 물 흐름이 빠른 곳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어류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4대강사업 공사과정에서 모래와 습지가 훼손되었기 때문에 살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반면 블루길, 배스와 같은 외래어종은 증가하고 있다. 모두 흐름이 느리고 깊은 물에서 살아가는 종류다. 강변에 만들어진 인공공원 주변에는 외래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수달과 삵과 같은 포유류들도 새로 들어선 공원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있다.

물고기와 조개류의 떼죽음도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0월, 금강과 낙동강에는 초유의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금강에서는 2주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약 30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발견되었다. 매일 수거한 물고기 사체 포대가 쌓여갔지만, 다음 날이면 또다시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사건 당시부터 4대강사업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는데, 충청남도가 실시한 민관공동조사 보고서에서도 이 사실이 인정되었다. 보고서는 "보로 인해 물이 실질적으로 정체하는 정수역으로 변하여 유기물 퇴적이 늘어 용존산소가 급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평가하였다. 한마디로 보가 강물을 막자, 물고기들은 숨이 막혀 죽은 것이다.

2013년에는 남한강에서 조개의 집단 폐사도 발견되었다. 어민들의 제보를 받고 강천보 상류를 조사하던 당시, 수중촬영 화면에 잡힌 것은 강바닥을 덮은 재첩(민물조개)의 무덤이었다. "30년 어부생활에 처음 보는 일이다. 4대강사업 이후 강물이 정상이 아니다"라고 어민들은 증언했다.

물의 흐름이 늦어지며 오염물질이 바닥에 쌓이고, 이로 인해 조개들이 죽은 것이다. 2014년 여름 4대강의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악취 나는 검은 개흙이 강바닥을 덮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보로 강물을 막은 결과다.

▲ '4대강의 괴물'로 불리는 큰빗이끼벌레의 모습. 하지만 4대강의 진짜 괴물은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할 수 있게끔 4대강을 망가뜨린 사람들이다. ⓒ황인철

▲ '4대강의 괴물'로 불리는 큰빗이끼벌레의 모습. 하지만 4대강의 진짜 괴물은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할 수 있게끔 4대강을 망가뜨린 사람들이다. ⓒ황인철


수박이 작아지고 알곡이 여물지 않는 이유

살 곳을 잃고 쫓겨나는 건 물고기들만의 신세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강에 기대어 살아온 농민들도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한강 두물머리 농민들이 대표적이다. 두물머리는 한국 유기농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정부는 두물머리 농민들을 갑자기 공공의 적으로 몰았다. 국토부는 유기농업이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씌웠지만, 실은 농토를 걷어내고 자전거길과 공원을 만들려는 4대강사업을 농민들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팔당유기농단지 72ha(21만 평)를 강제 철거하기로 하였고, 이로 인해 100여 농가의 생존이 위협을 받게 됐다. 농민들은 종교계와 시민들과 연대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펼쳤다. 결국 2012년 8월 가톨릭 측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생태학습장' 조성방안을 두물머리 농민들과 정부가 수용하였다. 농민들은 친환경 유기농업의 정신을 이어갈 생태학습장을 조건으로, 자신들의 오랜 삶터를 떠나야 했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보에 물이 채워져서 하천수위가 상승하면 주변 지하수위 또한 함께 오르게 된다. 지하수위가 상승하면 농작물의 뿌리가 썩는 등 생장이 불량해지고, 배수가 잘 안 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경북 고령은 국내 최대 수박 산지인데, 이곳의 수박이 해마다 크기도 작아지고 수확도 줄고 있다. 낙동강 합천 창녕보가 건설된 후 나타난 피해다. 영산강 죽산보 인근 전남 나주 다시면 일대에는 보리농사를 포기하거나 파종한 보리가 잘 자라지 않는 피해를 입은 농민이 지난해 82개 농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용역을 통해서 침수피해의 원인을 보 설치 때문으로 결론했다. 정부도 4대강사업으로 인한 농업피해를 인정한 셈이다. 4대강사업 과정에서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실시한 농지 리모델링 사업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가을 영산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로 논바닥을 높였던 전남나주 옥정리 들판에서는 알곡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쭉정이 벼들이 수확되었다. 농지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준설토를 마구잡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 돌과 자갈, 폐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쏟아 부어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가 파손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보를 허물어야 한다

이쯤 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4대강 '죽이기' 사업이었음이 명백하다. 국립환경과학원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보 건설 이후 물의 흐름은 2배에서 40배 가까이 느려졌다. 생태계 복원은커녕, 그나마 있던 강의 생명들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댐 반대 환경운동가인 패트릭 맥컬리의 책 제목처럼 4대강은 '소리 잃은 강'으로 변했다.


4대강사업은 거짓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과하는 이도, 책임지는 이도 없다. 현 정부도 다르지 않다. 국무총리실의 조사평가위원회에 모든 책임을 미루고, 죽어가는 4대강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큰빗이끼벌레가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이 아니다. 국민을 속여 22조 원의 혈세로 온 국토를 망가뜨리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이 뻔뻔한 이들, 그들이 바로 4대강의 괴물이다. 이 괴물은 4대강에만 살지 않는다. 또 다른 댐 건설과 하천 개발 사업으로 호시탐탐 자신의 서식처를 넓히려고 하고 있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4대강사업 책임자들에게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때, 공사현장에서 한 건설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해외에서는 자신들이 실패한 역사를 왜 한국에서 반복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들과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외국에서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성공해 낸다는 마음으로 공사를 한다." 자연을 향한 인간의 지배와 개발이 성취요, 성공이라고 여기는 사고방식은 권력의 오랜 습성일지 모른다. "왔노라, 보았노라, 정복당했노라"고 1935년 미국 후버댐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다는 연설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인도의 거대한 댐의 아버지로 불렸던 네루가 훗날 남긴 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거대주의 병'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큰 댐들을 짓는 등 큰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큰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큰일에 착수하거나 큰 공사를 벌이려는 생각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거대한 성취는 필연적으로 권력과 돈이 연결된다.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들에게 강의 모래는 생명의 서식지가 아닌 돈벌이를 위한 골재였을 뿐이다. 강물은 국민들이 먹는 식수가 아니라 건설회사를 위한 시장이었을 뿐이다. 여기에 생명의 가치는 설 자리가 없다. 최근 우리 사회는 생명보다 돈과 이윤이 앞설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너무도 생생히 겪고 있다. 그래서 4대강을 복원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2011년과 올해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에게 4대강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물의 흐름이 있어야 강의 생명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강을 살리는 첫 번째 단계는 강이 흐를 수 있도록 보의 수문을 여는 것입니다." 

수문을 열어야한다. 보를 허물어야 한다. 권력과 자본이라는 거대한 벽을 뚫을 때, 비로소 생명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 2009년 국토부 4대강사업 홍보 동영상. 미국 두와미시강 독극물 유출사진을 마치 4대강의 모습인 것처럼 거짓 홍보했다(왼쪽). 2012년 금강 물고기 떼죽음 현장 사진. 거짓 홍보 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오른쪽). ⓒ황인철

▲ 2009년 국토부 4대강사업 홍보 동영상. 미국 두와미시강 독극물 유출사진을 마치 4대강의 모습인 것처럼 거짓 홍보했다(왼쪽). 2012년 금강 물고기 떼죽음 현장 사진. 거짓 홍보 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오른쪽). ⓒ황인철

강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

[살림이야기] 추억이 흐르는 강, 삶이 펼쳐지는 강

신정일 <새로 쓰는 택리지> 저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8.29 11:20:36

 

꿈에 강을 보면 길조

저물녘 강변에 나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강은 쉬지 않고 서둘러 흘러간다. "시냇물엔 멈춰선 물길이 없다"는 옛말처럼 어디에서 비롯되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물어도, 대답 없이 유유히 흘러서 간다.

열 나라, 백 나라가 쓰러지고 일어섰어도 밤낮을 모르고 그침 없이 흐르고 흘러가는 것이 강이다. 강은 한자 '江'의 음으로 수(水)와 공(工)이 합쳐져 형성된 문자로 보통명사가 아니라 장강, 곧 양쯔강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다. 양쯔강이 흐르며 내는 물소리 '끙끙'(工의 고음)을 본떠 만든 의성어가 강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적인 강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또한 '가람'은 '갈래진 것'을 뜻하여 물줄기의 갈래가 모여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신화에서 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는 강의 신의 딸이었다고 한다. 하느님의 아들 해모수가 유화를 유혹하여 봉신산 아래 압록강 변에서 인연을 맺은 뒤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주몽이었다. 그것은 하늘의 신과 물의 신이 결합하여 땅을 다스리는 지위와 권력을 부여받음을 의미하였다. 그러므로 강은 고구려 건국의 신성한 모태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희망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이자 낙토의 길목으로, 추격병에 쫓긴 주몽이 별의 도움을 받아 강을 건너 졸본부여를 건설하였다.

강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 짓는 경계선을 상징한다. 그래서 "강 건너 불구경"이나 "강 건너 호랑이"라는 말은 강의 거시적 거리만큼 나와는 상관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또 옛사람들은 꿈에 강을 보면 길조라고 했고, 특히 강물이 집안으로 밀려들면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고 하였다. 이처럼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강에 대해 미국의 시인 W. C. 윌리엄스는 말했다. "강은 어디에선가 시작되어야 한다. 강의 시작은 모든 곳의 시작을 의미한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경탄하게 되는 강

성격이 내성적인데다가 친구들로부터 적잖게 따돌림을 받았던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자 자연스럽게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했다. 다름 아니라 내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이 되는 놀이였다.

학교가 파하기가 무섭게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밭을 매는 가는골이나 시암골의 시냇가에서 가재를 잡으며 보냈다. 가재를 잡다 보면 '이 시냇물이 어디를 흘러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져서 삼촌이나 고모에게 물어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프랑스의 시인 프랑시스 잠도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마을의'라는 시에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늘 속에서 그 물이 어디로, 그토록 멀리 어디로 흘러가는 지 나는 궁금해 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물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던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나는 슬플 때나 기쁠 때마다 어린 시절 작은 손으로 돌을 들추며 가재를 잡던 추억을 간직하고 지금까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른 뒤 내가 가재를 잡으며 보낸 꿈같은 유년 시절을 지켜본 그 시냇물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섬진강의 발원지 부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생을 내 곁에서 그림자처럼 떠나지 않는 강에 대한 그리움은 이미 그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강은 그 후로도 나를 언제나 소년처럼 들뜨게 하였고 가끔은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게 하였다. 강에 대한 숙명적인 그리움으로 나는 한강과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을 비롯한 한국의 10대강을 걷는 도보답사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걷기 시작해서 그 강들을 서너 번씩 걸었다.

길은 항상 평탄하지 않고, 낯설었으며, 힘에 겨웠다. 다리가 아파서 쉴 때면 문득 떠오르던 생각. '저 모퉁이 돌아가면 어떤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픈 다리를 일으켜 모퉁이를 돌아가면 기적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타났다. 경북 안동의 가송리 부근, 강원 정선의 구미정 부근, 전북 순창의 장구목 부근과 무주의 용포리 부근. 지금도 그 강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 아름다운 경치를 만날 때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서경덕, 주저앉아서 통곡했던 김시습, 그리고 <파우스트>에서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경탄했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강을 따라가며 느끼는 소회였다. 

강의 시절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랫동안 강을 따라 걸으며 한국 역사 속에서 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은 역모 사건에 몰려 수차례 국문을 받고 오랜 유배생활을 마친 뒤에 사대부들이 살 만한 곳은 어디인지 찾아 나섰다. 그는 이십여 년 간 우리 국토를 헤매고 다닌 뒤 <택리지>를 짓고 다음과 같이 삶터를 규정했다.

"오직 시냇가에 사는 것은 평온한 아름다움과 시원스러운 운치가 있고, 또 관개의 농사짓는 이점이 있다. 이러므로 '시냇가에 사는 것이 강가에 사는 것보다 못하고, 강가에 사는 것이 바닷가에 사는 것보다 못 하다'는 말은 옳지 못하다."

그러한 연유 때문인지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관직에서 물러나면 강가에 터를 잡고, 후학을 가르치거나 공부에 전념하며 남은 생애를 보냈다. 황희 정승은 경기 파주 임진강변의 반구정, 이황은 경북 안동 낙동강변의 도산서원, 이이는 황남 해주의 석담구곡 근처, 송시열은 충북 괴산의 화양동계곡에 거처를 마련했다.

▲ 경북 봉화 청량산 부근에서 낙동강을 따라 걸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된 강은 그래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 ⓒ신정일

▲ 경북 봉화 청량산 부근에서 낙동강을 따라 걸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된 강은 그래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 ⓒ신정일


오늘날은 어떤가? 대도시의 강가에는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가 가격이 비싼데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한적한 강가에는 별장이나 음식점, 펜션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시인 김수영이 '거대한 뿌리'라는 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삶터를 경치 좋고 한적한 강가에 마련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의 삶은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그런 연유로 고대국가는 대부분 큰 강 주변에 생겨났다. 지게나 수레, 말이 운송수단이던 시대에 배가 다니는 강은 고속도로나 하늘길 같은 역할을 했으므로 강가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펼쳐졌다. 모든 길은 강을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졌고, 이 길은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나갔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어 육지 교통이 발달하면서부터 강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도시 근교를 제외하고 강가에 살던 사람들이 자꾸 떠나기 시작했고, 빈집들이 늘어났다. 강이 곧 도(道)이고 길이 곧 도이던 시절은 어느새 사라지고, 강 마을은 소외된 채 길은 속도로서만 존재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안동 똥물 대구가 먹고, 대구 똥물 부산이 먹는" 

현실고대인들은 자연을 따르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여겼고, 노자 역시 "만물은 자연스레 생성한다"고 했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조그만 하천에다 보를 막는 것조차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강을 살리자'라는 구호의 물결 속에서 대운하가 계획되다가 4대강사업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선종의 격언에 "물의 가르침을 이해하고자한다면 그 물을 마셔라"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30여 년 전만 해도 강가에 살던 사람들은 흐르는 강물에 채소를 씻고, 그냥 마셔도 괜찮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낙동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안동 똥물 대구가 먹고, 대구 똥물 부산이 먹는다"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제방에 갇힌 채 오염될 대로 오염된 물을 그냥 마실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동학의 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은 <개벽운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세상의 운수는 개벽의 운수라. 천지도 편안치 못하고 산천초목도 편안치 못하고 강물의 고기도 편안치 못하고 나는 새 기는 짐승도 다 편안치 못하리니, 유독 사람만이 따스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으며 편안하게 도를 구하겠는가? 선천과 후천의 운이 서로 엇갈리어 이치와 기운이 서로 싸우면서 만물이 다 싸우니 어찌 사람의 싸움이 없겠는가?" 이 말처럼 사람과 사람이 싸우고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말해야 한다. 강을 사랑하는 이여, 강에 기대 사는 이들이여.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라. 삼라만상이 내는 모든 소리가 깃들어 있다는 강물소리를 들으며 듣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시라. 이익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된 강이 그래도 머무르지 않고 흐르면서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것을 바라보시라. 작은 물방울에서 비롯된 강물이, 오염되고 작은 물길들까지 하나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겸손하게 낮은 곳으로만 흘러서 망망한 바다로 가는 것이 강이다. 그래서 니체는 말하지 않았는가?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 수많은 질곡의 세월을 거치며 영원의 바다로 들어가는 강을 따라 걸으며 강과 사람이 하나라는 것, 사람도 역시 그 강물처럼 흐른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시라.

시인 T.S.엘리엇은 '네 개의 사중주'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강을 두고 "인간들이 잊고 싶은 것을 회상시키는 자"라고 노래했다. 세세로 흘러온 한국의 강이 오천 년 우리 역사의 숨결과 유장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흐르도록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들의 몫이다. 강이 살아야 사람이 살고, 자연의 미래가 있다.

▲ 강원 정선 부근 한강 줄기에서 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 강이 곧 길이던 시절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강에 기대어 산다. ⓒ신정일

▲ 강원 정선 부근 한강 줄기에서 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 강이 곧 길이던 시절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강에 기대어 산다. ⓒ신정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살림>(모심과살림연구소 펴냄)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도서출판한살림 펴냄)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바로 가기

 

낙동강,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다

[언론네트워크] 쓰레기와 측방 침식, 4대강 재자연화 시급하다

평화뉴스=정수근 객원기자 2014.09.02 11:29:36

 

쓰레기 칠곡보

▲칠곡보 수문에 걸린 각종 쓰레기들. 이른바 생태공원인 둔치에 버려둔 쓰레기와 죽은 잡초 등이 떠내려 와 보에 걸려 있다. ⓒ평화뉴스(정수근)

▲칠곡보 수문에 걸린 각종 쓰레기들. 이른바 생태공원인 둔치에 버려둔 쓰레기와 죽은 잡초 등이 떠내려 와 보에 걸려 있다. ⓒ평화뉴스(정수근)

늦장마가 지난 뒤 나가본 낙동강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북에는 경남과 달리 그리 큰비가 오지 않아 설마했지만, 4대강 보로 인해 장마가 지난 뒤면 어김없이 나타났던 부작용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번 비로 보의 수문까지 모두 열었으니 보아래 강바닥은 또 얼마나 침식과 세굴을 반복할지 걱정입니다.

열흘 정도 계속 된 늦 장맛비가 갠 지난 27일 낙동강 칠곡보에서부터 달성보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봤습니다. 맨먼저 들른 칠곡보에서부터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낙동강 둔치에 이른바 생태공원, 오토캠핑장을 만들어두니 그곳에서 널려 있었던 쓰레기들과 잡초 등이 빗물에 쓸려와 칠곡보에 거대한 쓰레기더미를 만든 것입니다. '쓰레기 칠곡보'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웠던 왜관읍 금남리 버드나무군락이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 오른 강수위로 수장당한 채 고사해버렸다. 거대한 나무 무덤이다.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처이기도 한 숲이 사라진 것이다. ⓒ평화뉴스(정수근)

▲아름다웠던 왜관읍 금남리 버드나무군락이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 오른 강수위로 수장당한 채 고사해버렸다. 거대한 나무 무덤이다.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처이기도 한 숲이 사라진 것이다. ⓒ평화뉴스(정수근)

칠곡보를 뒤로 하고 아래로 내려가 왜관읍 금남리 낙동강변에선 거대한 ‘나무 무덤’을 만나게 됩니다. 4대강사업 전 빽빽한 버드나무군락 장관을 이뤘던 이곳이 지금은 거대한 나무 무덤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에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자 물에 잠긴 채 수장당한 버느나무군락입니다. 무책임한 정부에 의해 수장당한 세월호 아이들을 닮았습니다.

거대한 나무 무덤과 위험한 자전거도로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사면으로 위험해진 4대강 자전거길.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이 자전거길은 폐쇄하는 것이 옳다. ⓒ평화뉴스(정수근)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사면으로 위험해진 4대강 자전거길.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이 자전거길은 폐쇄하는 것이 옳다. ⓒ평화뉴스(정수근)

조금 더 내려가다보니 자전거길이 위험합니다. 오른쪽 사면이 심각하게 무너져내렸습니다. 긴급히 방수포를 덮어뒀지만, 너무나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4대강 자전거길 바람을 타고 많은 이들이 지나가는 자전거길인데 자칫 무너져 내리면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모습입니다. 위험천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곳은 자전거길이 들어서서는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강이 휘어지는 곳으로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면 거센 강물이 들이치는 이른바 ‘공격사면’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침식이 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지요. 이런 곳에 자전거길을 만들어놓으니 무너져 내릴 수밖에요.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자전거도로를 응급복구한 모습. 그리고 그 오른쪽에 더이상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침식방지용 저수호안공사를 수억을 들여 공사를 해둔 모습. ⓒ평화뉴스(정수근)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자전거도로를 응급복구한 모습. 그리고 그 오른쪽에 더이상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침식방지용 저수호안공사를 수억을 들여 공사를 해둔 모습. ⓒ평화뉴스(정수근)

환경단체의 거듭된 문제제기에 국토부는 긴급히 보수공사를 했습니다. 이른바 저수호안공사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공사를 어떻게 한 것인지 또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수십억의 공사비를 들여, 그나마 수장 신세를 면해 살아남은 아름드리 버느나무까지 다 베어내고 공사를 했지만 다시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국민혈세와 수십년은 살았을 버드나무들만 애꿏은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침식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에 자전거길을 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 자전거길은 폐쇄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아니면 강정고령보의 수문을 열어 강 수위를 낮추어 이런 문제가 원천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던가요.

생태공원 아닌 잡초공원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만나게 되는 이른바 생태공원들은 이미 잡초들이 다 점령을 해서 생태공원이 아니라 잡초공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자연 둔치를 인공의 공원으로 만들자 그 틈을 비집고 망초, 가시박 등의 외래종 식물들이 우점해서 하천변을 가파르게 뒤덮고 있습니다. 물억새가 장관을 이루던 우리하천의 아름다움이 하루아침에 망가져버린 것입니다.

▲이른바 생태공원이 거대한 잡초공원으로 방치돼 있다. ⓒ평화뉴스(정수근)

▲이른바 생태공원이 거대한 잡초공원으로 방치돼 있다. ⓒ평화뉴스(정수근)

또 지자체에선 곳곳에 야구장과 체육시설마저 조성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농사를 지으며 야생과 공존을 도모했던 이 하천부지가 도심의 하천에 익숙하게 보게 되는 인공 공원의 모습으로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낙동강입니다. 매년 여름만 되면 큰물이 지는 낙동강에서 이런 시설물들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다른 무엇보다 국민혈세가 줄줄 새어나가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납니다.

달성보도 수문을 모두 열었습니다. 2012년 여름 수문을 완전히 열어젖힌 달성보에서 그후 하천 바닥의 심각한 세굴현상으로 얼마나 많은 복구비가 들었던가요? 올해도 수문을 열었으니, 또 얼마나 심각한 세굴현상과 파이핑 현상이 일어날지 걱정입니다.

▲4-5급수에도서 살아가는 잉어와 붕어들마저 죽어나고 있는 낙동강. 물고기들도 살 수 없는 낙동강에 인간들도 살 수 없다. ⓒ평화뉴스(정수근)

▲4-5급수에도서 살아가는 잉어와 붕어들마저 죽어나고 있는 낙동강. 물고기들도 살 수 없는 낙동강에 인간들도 살 수 없다. ⓒ평화뉴스(정수근)

소수력발전소는 무슨 고장인지 정지해 있고, 힘차게 강물이 흘러나와야 할 곳에는 주검으로 떠오른 큰 잉어 한마리가 낙동강의 바뀐 환경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칠곡보 물고기 죽음 사태가 비단 칠곡보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지요. 낙동강변을 거닐다보면 수시로 만나게 되는 것이 물고기 사체입니다. 특히 붕어와 잉어들까지 죽어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비교적 더러운 4~5급수에서도 사는 잉어와 붕어마저 떠오른다는 것은 낙동강의 수질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4대강 철저검증, 약속을 지켜주세요

▲역행침식으로 용호천을 지나는 교량 사촌교를 받치고 있는 옹벽까지 균열이 간 채 벌어져 있다. ⓒ평화뉴스(정수근)

▲역행침식으로 용호천을 지나는 교량 사촌교를 받치고 있는 옹벽까지 균열이 간 채 벌어져 있다. ⓒ평화뉴스(정수근)

달성보 직하류 1.5킬로 지점에서 낙동강에 합수되는 용호천은 이전에 역행침식이 강하게 일어났던 곳입니다. 4대강사업 전 폭이 20미터 내외였던 이곳이 지금은 50미터가 넘을 정도로 그 폭이 넓어져버렸습니다. 바로 역행침식에 띠른 부작용 때문인데, 해마다 반복되는 그 심각한 부작용을 막고자 지금은 양쪽 제방의 측면을 돌망태로 완전히 도배를 해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안전할까요? 이미 역행침식의 흔적은 5번 국도가 지나가는 사촌교라는 교량에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사촌교를 받치고 있는 옹벽의 균열이 점점 벌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칠곡보에서부터 달성보까지 둘러본 낙동강은 이번 비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었습니다. 그 이전의 안전한 낙동강이 더 위험하고 불안한 낙동강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들였지만, 비만 오면 더 위험하고 불안한 낙동강이 돼버린 것입니다. 하루빨리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보이시나요? 4대강이 하루하루 망가지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4대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약속은 왜 안 지키시나요? 4대강사업은 심각한 범죄행위임이 하루하루 밝혀 지고 있습니다. 왜 이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단죄하지 않습니까?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그래서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 것처럼,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정의가 흐르는 대한민국을 희망합니다. 약속을 지켜주세요. 제발.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4대강 사업으로 생긴 'MB야가라폭포'!

[언론 네트워크] 역행침식으로 무너지고 있는 낙동강의 지천

평화뉴스=정수근 객원기자 2014.09.11 17:27:23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맞아 최근 근황이 무척 궁금한 분이 한분 계십니다. 퇴임 이후로 두문불출이신지 그 소식을 들을 길 없는 MB님의 근황이 무척 궁금해지는 한가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군이래 최대의 대국민사기극으로 평가(김정욱 교수)받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희대의 '꾼' 반열에 올라 전국 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고, 지난 7월에는 경북대로부터 명예 박사학위까지 받을 뻔하다가, 그를 무척 사랑하는 학생들로부터 제지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경북의 달라진 '4대강 민심'을 상징하는 사건인가요? 하여간 그런 그를 위해 2014년 한가위를 맞아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하고  싶어, '4대강 명물'을 추억하며 그것을 올 한가위 선물로 바칠까 합니다.  

때는 2011년 여름이었습니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하천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단'은 4대강 사업 중 일어나는 4대강의 생태환경의 변화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의 제일 핵심 구간인 낙동강을 조사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미보 바로 아래서 낙동강과 만나는 감천과 낙동강의 합수부를 조사할 때 조사단의 눈을 의심할 기막힌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른바 '엠비야가라폭포'의 발견이었습니다. 낙동강의 심각한 준설공사의 영향으로 그 지천에서 발생하는 침식현상인 역행침식에 의해서 감천의 하상이 심각하게 침식이 되어 마치 그 모습이 나이아가라폭포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활동가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이아가라폭포가 외쳐졌고, 그 후 그곳은 이명박 대통령의 작품인 '엠비야가라폭포'로 명명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아 퇴임한 각하께 엠비야가라폭포를 선물로 바치고 싶은 까닭입니다.



▲ 역행침식에 의해 감천에 만들어진 '엠비야가라폭포' ⓒ정수근

▲ 역행침식에 의해 감천에 만들어진 '엠비야가라폭포' ⓒ정수근


ⓒ정수근

ⓒ정수근


4대강 사업식의 준설공사는 4대강의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그 지천의 물리적 변화마저 초래하고 있습니다. 4대강과 그 지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부터 그 지천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침식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서 명명된 '역행침식' 현상은 지천의 물리적 환경에도 심각한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역행침식으로 지천의 강바닥과 양 측면 제방이 무너지는 등의 전혀 예상치 못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낙동강과 바로 구미보 아래서 만나게 되는 큰 지천인 감천은 강바닥이 최소 2~3미터는 깎여나갔고 제방마저 붕괴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 역행침식으로 모래가 쓸려내려간 양을 보여준 감천의 교량 남산교의 다릿발 사진. 최소 2미터 이상의 모래가 쓸려내려가버려 교량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수근

▲ 역행침식으로 모래가 쓸려내려간 양을 보여준 감천의 교량 남산교의 다릿발 사진. 최소 2미터 이상의 모래가 쓸려내려가버려 교량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수근


강바닥의 침식은 '엠비야가라폭포'를 만들었고 또 감천의 강바닥에 매설돼 있던 각종 관로들의 붕괴현상마저 불러왔었습니다. 즉 양수관로와 상수관로 심지어 하수관로마저 붕괴돼 1급수 강인 감천은 똥물을 뒤집어쓰는 수모를 겪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바로 이런 침식현상을 방지하고자 낙동강과 감천의 합수부에 시공하게 되는 이른바 하상유지공 또한 2012년 장맛비로 불어난 거센 강물의 흐름에 완전히 붕괴돼버렸습니다. 자연의 위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엠비야가라폭포에 놀란 국토부가 수억원을 들여 감천에 부랴부랴 시공한 감천 하상유지공이 그렇게 한방에 날라가버리자 자연의 위력에 다시 한번 놀란 국토부는 조금 더 상류에 이번에는 완전히 콘크리트 보를 설치하기에 이릅니다. 최대한 콘크리트를 배제하고 4대강 공사를 벌이겠다는 각하의 다짐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시멘트콘크리트를 쏟아붓지 않으면 붕괴를 막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 역행침식으로 감천의 오수관로고 붕괴돼 1급수 감천으로 똥물이 흘러들고 있다. 2013년 10월. ⓒ정수근

▲ 역행침식으로 감천의 오수관로고 붕괴돼 1급수 감천으로 똥물이 흘러들고 있다. 2013년 10월. ⓒ정수근


▲ 역행침식으로 감천의 상수관로가 드러나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다. 2014년 4월. ⓒ정수근

▲ 역행침식으로 감천의 상수관로가 드러나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다. 2014년 4월. ⓒ정수근


더이상의 엠비캐년을 막기 위해서라도 4대강 재자연화 시작돼야 한다 

낙동강 달성보 아래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인 용호천에서도 또다른 4대강 명물이 탄생했습니다. 이른바 엠비캐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역시 역행침식에 의해 용호천의 제방이 완전히 붕괴돼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졌고 4대강 조사단의 활동가들은 그 모습을 일러 그랜드캐년이 아닌 '엠비캐년'으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엠비캐년 역시 용호천에 몇번의 보강공사를 안겨주었고, 그 제방과 강바닥을 돌망태 개비온으로 완전히 둘러쳐 용호천은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그 용호천의 변천사를 보는 것은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그대로 입증한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행침식현상이 무서운 것은 지천을 지나는 교량마저 붕괴시켜버린다는 것입니다. 역행침식에 의해 붕괴된 교랑만 해도 남한감에만 5개나 됩니다. 이곳 용호천의 사촌교 또한 그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촌교를 바치는 옹벽의 균열현상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4대강사업은 이처럼 4대강뿐만이 아니라 그 지천에서마저 심각한 물리적 환경적 변화를 초래해 계속해서 혈세를 탕진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붕괴되고 재시공하는 작업을 언제까지 계속하게 될런지요?  

4대강사업은 22조2000억 원이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투입해 4대강을 살리기는커녕 그 지천마저 망가트리며 4대강과 그 지천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생태환경적 변화와 물리적 변화를 동반하게 했습니다. 낙동강만도 100여 개 이상의 지천이 흘러드니 그 피해가 또 얼마이겠습니까. 4대강사업을 강행한 MB께 이번 한가위 선물로 엠비야가라폭포와 엠비캐년을 바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런 형편이니 더이상의 부작용과 혈세탕진을 막기 위해서라도 4대강 재자연화 논의는 하루빨리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의 엠비야가라폭포와 엠비캐년를 국민들은 원치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4대강 재자연화는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 4대강 공사 전의 용호천의 모습. 강 폭이 20미터도 채 안된다. 2011년 4월. ⓒ정수근

▲ 4대강 공사 전의 용호천의 모습. 강 폭이 20미터도 채 안된다. 2011년 4월. ⓒ정수근

▲ 4대강 공사로 양쪽 제방이 붕괴돼 ‘엠비캐년’이 만들어진 것을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1년 7월 ⓒ정수근

▲ 4대강 공사로 양쪽 제방이 붕괴돼 ‘엠비캐년’이 만들어진 것을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1년 7월 ⓒ정수근

▲ 제방은 복구했으나 다시 붕괴돼 재시공을 벌여 현재의 인공의 하천의 모습으로 바꿔버렸다. 2014년 4월. ⓒ정수근

▲ 제방은 복구했으나 다시 붕괴돼 재시공을 벌여 현재의 인공의 하천의 모습으로 바꿔버렸다. 2014년 4월. ⓒ정수근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평화뉴스 교류 기사입니다

 

구더기 가득한 물고기들이.. 금강에 무슨 일이?

오마이뉴스 | 입력 2014.09.13 10:25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비단강이라 불리던 금강의 금빛모래사장은 중장비의 소음으로 진동했다. 충남 공주시 공산성(사적 제12호) 앞 모래톱에 준설이 시작되면서 대형덤프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 김종술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물고기 몇 마리 죽었다고 웬 호들갑이냐고? 어떤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심지어 나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해댄다. 금강은 구석기 이전부터 사람이 살아가던 곳이다. 그 곳에서 인간의 삽질에 물고기 수십 만 마리가 죽었다. 고라니가 없어졌다. 이게 별 일이 아닌가? 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치민다. 뭇 생명들의 죽음 뒤에는 바로 우리, 인간이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금강에 반했다

난 친구들을 보려고 새벽녘 금강을 자주 찾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황량한 아스팔트를 5분여 동안 달리면 만날 수 있는 곰나루(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수십 년 동안 인간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살아온 소나무 숲이다. 그 숲길을 지나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드넓은 백사장이 나온다. 그 위를 고라니 녀석이 발도장 찍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곤 했다. 멀리서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 녀석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강에서 물고기가 튀어 올랐다.

첨벙~ 첨벙~ 첨벙~

그 때마다 적막한 새벽 강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꿈틀거리는 생명의 존재를 느꼈다. '나, 말고 너도 거기 살고 있구나!' 이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머리칼에 이슬이 맺혔다. 온몸이 이슬에 흠뻑 젖은 뒤에 말 못하는 친구들과 작별하고 발길을 돌리곤 했다. 금강 주변에 사는 내 오랜 습관이었다.

4대강 사업 전 공주시민들과 강변을 자주 걸었다. 지금은 사라진 공주시 검상동 보리밭.

ⓒ 김종술

연미산 자락은 공주의 상징이자 전설이 깃든 한 폭의 그림이다. 봄이면 여자들이 나물 뜯고, 소풍 온 아이들이 재잘거렸다. 고라니 녀석의 발자국은 인간의 발자국으로 흐트러졌고, 넓은 백사장은 그렇듯 짐승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너른 품이었다. 이뿐인가. 거대한 습지는 야생동식물의 천국이요, 버드나무 군락지는 낚시꾼의 손맛 터로 늘 붐볐다.

하루를 마감하는 붉은 노을이 연미산 자락을 적실 때면 금강 줄기 한가운데에 자리한 버드나무 군락지에서는(공주대교 인근 하중도) 하얀 백로들이 무리 지어 춤사위를 펼쳤다. 내가 공주에 반한 이유는 바로 이런 금강 때문이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있다."

2012년 10월 18일, 한 지인에게 제보를 받았다. 허겁지겁 취재도구를 챙겨 찾아간 곳은 백제보 상류 200m 지점이었다. 수자원공사 차량 적재함과 죽은 물고기를 수거한 하얀 자루가 놓여 있었다. 강물에서는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녔다. 그 위에 수자원공사 보트가 떠 있었다.

환경부 소속 금강지킴이들은 바지 장화를 입고 비지땀을 흘리면서 죽은 물고기들을 건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직원은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말하면서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닥의 자루를 열자 팔뚝만 한 숭어부터 누치, 모래무지 등 각종 물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무식하게 취재한 뒤, 차안에서 눈물

금강 물고기 떼죽음 규모에 대해 환경부는 6만여 마리, 충청남도는 약 30만 마리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금강 주변에 사는 나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다고 본다. 충청남도에서 낸 금강 물고기 집단 폐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수거 인원만 총 904명 동원됐다.

ⓒ 김종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허겁지겁 백제보 하류로 달려갔다. 그곳 상황도 비슷했다. 한쪽에서는 긴 장대로 물고기를 건지고, 강가에서는 공무원들이 삽으로 땅을 파서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물고기를 땅에 묻는 것으로 생각했다. "땅에 묻으면 또 다른 오염원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물고기를 묻은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들은 환경부의 요청을 받고 투입된 부여군 환경과 직원들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내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불룩하게 올라온 곳을 손으로 파헤쳤다. 죽은 물고기들이 튀어나왔다.

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했다. <금강 백제보 부근 물고기 떼죽음... 수천 마리 떠올라>라는 제목의 첫 기사였다. 다음날부터 이틀간 중앙언론사부터 방송사까지 여러 언론사와 환경단체가 강으로 몰려왔다. 방송 기자들은 자루에 담긴 물고기를 바닥에 쏟고 긴 바지장화까지 입은 채 방송 멘트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흔들었다. 단독기사를 쏘아 올렸다는 이유로 나에게 각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어왔다. 어떤 환경단체는 "환경단체에서 해야 할 인터뷰까지 기자가 다 해먹는다"라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장 상황이 열악한 만큼 취재도 어려웠다. 언론이 집중 조명하자 환경부는 떼죽음 당한 물고기 숫자를 축소했다. 죽은 물고기를 수거한 마대조차 매일 장소를 옮기면서 감추었다. 금강에서 죽어나간 물고기의 규모를 알 길이 없었다. 난 '무식하게' 취재했다.

하지만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공무원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난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숨바꼭질을 하듯 곳곳에 숨겨 놓은 물고기 마대자루를 손가락으로 헤아리고 사진을 찍었다. 낮에는 공무원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한 공무원은 나에게 "강아지 새끼도 아니고..."라는 말도 내뱉었다.

그 수모를 참아가면서 취재한 성과도 있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다면서 물고기 사체가 담긴 자루에서 침출수가 줄줄 흐르는 것을 목격했다. 2차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공무원들은 곧바로 자루 안에 비닐 쓰레기봉투를 넣어 이중으로 처리했다. 죽은 물고기를 실어 나르던 차량도 1톤 트럭에서 5톤 압축식 쓰레기 차량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언론 감시의 눈이 시들해지자 압축식 쓰레기 차량의 기사는 강변에 침출수를 방류했다. 내가 그 장면을 목격하던 순간 환경부 직원 10여 명도 그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봤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난 차 안에서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 난리를 치르고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난 죽어가는 물고기를 한 마리라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했는데, 침출수 한 방울이라도 줄여보려고 차량도 바꾸고 비닐 봉투까지 사용하도록 만들었는데... 공무원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과 멱살을 잡고 싸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죄책감이 밀려오면서 서러워 울고 또 울었다.

밀려드는 공포...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낮 상승한 기온으로 인해 강물은 젓갈 국물로 변하고 물고기 사체에선 구더기가 생겼다. 강변에서는 온통 악취가 진동했다.

ⓒ 김종술

13일간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 받았던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2주나 받았다. 지옥같은 그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다.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이글을 쓰면서 두통이 다시 밀려온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취재의 후폭풍은 나에게도 몰아쳤다. 4~5일 동안 물고기 떼죽음을 취재하자 온몸에서 악취가 풍겼다. 두통에 시달려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퇴근하면 공포감이 몰려왔다. 3~4차례 씻고 또 씻었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악취가 나를 괴롭혔다. 강변에 둥둥 떠다니는 죽은 물고기와 야생동물에 찢기고 떨어져 나간 사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서움에 떨며 몇날을 방 한 귀퉁이에 쪼그려 밤을 지새웠다.

한낮에도 차량의 실내등까지 켜고 다닐 정도로 무섭고 두려웠다. 잠이 들면 구더기로 가득찬 물고기가 떠올라 깜짝깜짝 놀라면서 다리를 떠는 버릇이 생겼다. 공주에 있는 한 정신과를 찾았더니 대전에 큰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써줬다. 이후 한 달간이나 약을 먹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때 주변에서 놀리듯 작명해서 내게 붙여준 별명이 '금강의 요정'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뿐만 아니라 물고기 사체 수거에 나섰던 비정규직 직원 일부도 몸살과 쯔쯔가무시병, 정신과 치료 등을 받았다고 한다.

비단결같은 금강의 비극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하면서도 22조2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4대강 정비사업'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불도저와 굴착기로 강을 짓밟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2010년 1월 26일, 4대강 사업 공사를 위해 백제큰다리 밑 돌보를 트면서 공산성 앞 모래사장 웅덩이에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넓은 공사장 곳곳에서는 물고기 떼죽음과 물고기 구출작전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갇힌 물고기를 잡기 위해 뜰망, 훌치기 릴, 쪽대, 투망 등을 들고 달려들었다.

2011년 9월 30일 세종보에서 처음으로 녹조가 확인됐다. 그리고 공주보 인근에 조성된 소나무에 살충제를 뿌리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2012년 2월 29일 공주보 인근에 한겨울임에도 녹조가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2일 또다시 공주보 인근 소나무에 농약을 살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현장을 취재할 때, 관계자들은 내게 욕설을 하며 주먹을 휘둘기도 했다. 결국 소나무에 응애를 잡기 위해서 어독성 1급인 다니톨이라는 살충제를 뿌린 사실을 밝혀냈다.

'젓갈 국물'로 변한 금강, 내년엔?

금강 물고기 떼죽음 7일째 충남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된 길이 대형 메기 사체. 길이 136.5cm 무게 약 40kg으로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큰 대형 메기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종술

그리고 당시 제보를 받고 달려가서 확인한 '금강의 주검'.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까지 물고기 떼죽음이 확산되면서 강변은 썩은 냄새로 진동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환경부, 부여군, 소방서, 수자원공사, 국토부직원까지 150여 명이 동원됐다. 여기저기서 헛구역질 소리가 났다. 물고기 사체를 담은 자루도 하루 50포대에서 100포대 정도로 늘었다. 어떤 날은 하루에 800~1000여 포대를 쌓기도 했다.

매일 정신없이 금강변에서 죽은 물고기들을 취재하다가 부여군 장하리 폐준설선 인근에서 136.5cm 달하는 대형 메기가 죽은 채 떠오른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무게만 약 40kg 정도로 국내에서 발견된 민물고기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금강의 씨메기가 죽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고기 떼죽음 뒤에 강물은 젓갈 국물처럼 변해갔다. 죽어서 떠오른 물고기 사체가 가라앉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강변은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썩은 물고기에서 구더기와 파리가 생겼다. 방치된 자루에서도 썩은내가 진동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썩은 강에 '괴물'이 출몰했다. 큰빗이끼벌레였다. 나의 첫 보도 이후 두 달여 동안 거의 모든 언론이 달라붙어 큰빗이끼벌레를 보도했다. 떼죽음 당한 물고기를 수거해갔던 그 공무원들이 또 금강으로 와서 큰빗이끼벌레의 숫자를 헤아렸다. 수만, 수십만 마리였을 것이다. 지금 강변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없다. 물고기가 썩었던 그 자리에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갔거나 떠내려갔다. 벌떼처럼 달려들었던 언론사의 발길도 사라졌다.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또 잊을 것인가?

낙동강에 이어 금강에서도 녹조가 발생하면서 저수지에서나 생기는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와 같은 태형동물들이 4대강 전역에서 급격히 창궐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을 이후 녹조, 물고기 떼죽음, 큰빗이끼벌레 등이 출몰했다. 내년엔 또 무엇이 출몰할까? 주변 사람들이 종종 물어온다.

지금 금강 일부 구간에서는 더러운 개천 등에서 서식하는 3급수 오염지표종이 종종 눈에 띈다. 여울져 흐르던 금강에 콘크리트 보가 들어선 뒤 수질이 나빠진 증거로 보인다. 아마 내년이면 이놈들이 또다시 세상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들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철저히 검증하고 평가하겠다고 했다. 강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내버려 둘 때가 유지관리가 가장 쉽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인공화된 강은 유지관리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만큼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 보 수문을 열기 어렵다면 탄력적으로 수문 개방을 하는 건 어떨까? 농번기를 뺀 나머지 시간에는 수문을 열어서 강의 숨통을 터주자는 것이다. 강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

난, 오늘도 혼자 강변을 걷는다

아버지와 추억을 따라 걸었던 강변은 4대강 사업으로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가득한 현장으로 변했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강을 되살리기 위해 오늘도 강변을 걷는다.

ⓒ 김종술

난, 오늘도 금강변을 혼자 걷는다. 항상 적막하다. 고라니가 뛰어놀던 모래사장은 사라졌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강에서 뛰어오르던 생명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나물 캐는 아낙의 손길도, 재잘거리던 어린 아이들의 소풍도 볼 수 없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일깨워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자꾸만 떠오른다. 하지만 난 그래도 걷는다. 죽어가는 금강의 현장을 지키는 것이 죽어가는 금강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낙동강 어민과의 대화…"4대강 사업은 재앙"

[언론네트워크]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 뿐…낙동강 물고기 씨가 마른다"

평화뉴스=정수근 객원기자(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2014.09.15 16:27:24

낙동강 어민과의 대화 

준공한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4대강 사업은 해마다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 담수 이후 3년 연속 반복되는, 조류의 대량 증식 현상인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에 이어, 올 여름에 크게 논란이 됐던 것이 바로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 사태였습니다. 

정체 수역의 지표종이자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출현은 4대강 사업 전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4대강이 강이 아닌 호수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주었습니다. 또 큰빗이끼벌레라는 이 외래종 낯선 생명체의 출현은 강의 생태계가 이전과는 달리 심각하게 교란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 어부가 건져올린 그물에는 큰빗이끼벌레만 가득하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 정수근

▲ 어부가 건져올린 그물에는 큰빗이끼벌레만 가득하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 정수근


 ▲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로 뒤덮힌 그물. 무거워서 그물을 들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 정수근

▲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로 뒤덮힌 그물. 무거워서 그물을 들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 정수근


수년째 큰빗이끼벌레를 연구하고 있는 강원대 환경연구소의 최재석 교수의 설명대로, 이들은 수초와 바위 틈 등 물고기와 조개 등 어패류의 서식처 및 산란처에 대량 증식해 어패류의 서식 환경을 잠식, 강 생태계를 심각히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로 4대강에서 어패류들이 산란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과정이 길어지면 강의 생태계가 완전히 괴멸될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생태적 재앙과도 같은 현실은 최근 만난 낙동강의 한 어부의 입을 통해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낙동강에서 수년째 조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만선(가명) 어부를 인터뷰하며 재앙과 같이 바뀐 낙동강의 수생태 환경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부의 육성으로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수생태 환경의 실상을 폭로해봅니다. (이 인터뷰와 관련해 어부가 겪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을 감안해 그의 실명과 구체적인 인터뷰 시기·장소를 밝히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필자)  

큰빗이끼벌레 아직도 여전하다

기자 : 올 한해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이 낯선 생명체는 낙동강에서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나?   

어부 : 올해 4~5월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물을 쳐놓으면 그물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심각히 증식을 해 그물을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물의 큰빗이끼벌레로 봐서 강바닥과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큰빗이끼벌레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조업을 오랫동안 해온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이상한 생물은 사실 10년 전부터 보이긴 했다고 한다. 이놈들이 강 가장자리의 정체된 수역에서 가끔 보이긴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때는 전혀 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물에 걸리지도 않아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이놈들 때문에 고기가 잡히지 않아 정말 미치겠다. 
 
▲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만 가득한 어부의 배 안이다. ⓒ 정수근

▲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만 가득한 어부의 배 안이다. ⓒ 정수근


기자 : 최근 늦장마도 지나고 9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다. 지난 비에 큰빗이끼벌레가 다 떠내려갔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어부 : 누가 그런 소릴 하는가. 아직 그대로다. 아니 더 심하다. 고속세척기를 가지고 들어가서 씻어내지 않으면 조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달라붙어 있다. 미치겠다.

기자 : 그럼 녀석들이 왜 이렇게 증식하는지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부 : 유속인 것 같다. 왜냐하면 작년도 올해와 비슷한 조건인데 큰빗이끼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가 작년 같은 경우는 녹조 현상 때문에 그렇겠지만, 안동댐에서 방류를 계속 좀 했다. 그런데 올해는 가뭄 때문인지 안동댐에서 전혀 방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 흐름이 정말 전혀 없었다. 아마도 그 원인으로 녀석들이 대량 증식하게 된 것 같다.
  
기자 : 그물에 녀석들이 저렇게 달라붙어 있으면 조업이 상당히 힘들 것 같다. 물고기는 예년에 비해 잡히는 것이 어떤가? 

어부 : 4대강 사업 전보다 1/10 정도로 심각하게 줄었다 보면 된다. 강에서 물고기들도 다니는 길이 있고, 숨어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준설공사로 강바닥을 다 파헤쳐 놓았으니 물고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올해는 큰빗이끼벌레까지 등장해 일주일 잡은 양이 지난해 하루 잡은 양보다 적다. 굶어 죽게 생겼다. 4대강 사업 후 강의 변화를 보면 어민들 입장에서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고기들의 서식처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주로 잡는 것이 붕어나 잉어인데 그들의 치어가 없다. 중간 사이즈와 새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잡히는 것은 성어들뿐이다. 정말이지 곧 잉어나 붕어 등의 씨가 마를 것 같다. 향후엔 낙동강에서 조업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니 우리 같은 어민들에겐 재앙과 다름없다. 저렇게 보로 가두어 둔 많은 물을 도대체 어디다 쓸 것인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저놈의 보가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저 보를 빨리 걷어내지 않으면 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 큰빗이끼벌레를 분해해보면 젤리 형태의 몸체에 작은 포자들이 사진과 같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 정수근

▲ 큰빗이끼벌레를 분해해보면 젤리 형태의 몸체에 작은 포자들이 사진과 같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 정수근


물고기의 씨가 마를 것이다

기자 : 말씀대로 물고기가 씨가 말라서인지 정부에서 치어를 방사하던데, 그런 효과는 없는가, 정부에서 어떻게 해야 될 것으로 보는가?

어부 : 정부나 지자체에서 종종 치어를 방사한다. 그러나 그거 해도 아무 소용없다. 아무리 치어 등을 방사해봐야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안 된다. 배스 같은 놈들에게 다 잡아먹혀버린다. 호수에서나 사는 배스나 블루길이 낙동강을 잠식한 것도 참 문제다.  

흐르는 강으로 생태계를 먼저 과거처럼 만들어 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한다. 물고기가 한 번에 알을 얼마나 낳는지 아는가? 한 번에만 몇만 개의 알을 낳는다. 고작 수백 마리의 치어 방사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를 열어야 한다. 보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수질도 깨끗해지고 수위도 낮아져 수초 등이 자라고 물고기들의 서식처와 산란처 등이 되살아나 생태계가 회복된다. 정부가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기자 : 재작년에 일어난 물고기 때죽음 사태와 올해 칠곡보에서 일어난 강준치 떼죽음도 큰 논란거리가 됐다. 그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부 : 그 문제도 서식처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본다. 10월 말~11월 가을로 접어들 쯤엔 고기들도 겨울을 날 곳을 찾는다. 그런데 준설 등의 영향으로 겨울 서식처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2012년 그 해가 4대강 사업 준공 후 맞는 첫 겨울이었다. 그러니 물고기 입장에서는 너무나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것이다. 그런 원인으로 떼죽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예년의 비해 1/10 수준으로 물고기가 줄어버려 생계마저 힘겨운 낙동강 어민.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의 어민들 생계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수근

▲ 예년의 비해 1/10 수준으로 물고기가 줄어버려 생계마저 힘겨운 낙동강 어민.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의 어민들 생계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수근


강도 살고 어민도 살기 위해서는 보를 해체해야

어민의 배에 동승해 낙동강에서 건져올린 그물을 직접 본 순간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그물은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가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심각했다. 그런데 비단 그물 뿐이겠는가? 녀석들에게 잠식당한 낙동강의 상태가 어민의 말마따나 '재앙'과 다름없는 것 같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에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란 어민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적어도 낙동강 어부들은 더 이상 낙동강에서 고기를 잡아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의 어민들의 생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 어민도 살고 낙동강도 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 문제의 보를 걷어내고 예전처럼 강을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주십시오."

낙동강 어민의 간절한 호소다. 정부는 이 어민의 호소에 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