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무설계

재테크 열심한 한 그대, 남는 것은 빚…왜?

일취월장7 2013. 11. 18. 15:52

재테크 열심한 한 그대, 남는 것은 빚…왜?

[재테크의 신화 ④] 금융사는 당신의 '동반자'가 아니다

이승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1-18 오후 2:28:59

개인이 재테크를 한다면, 그 결과는 짭짤한 수익일까, 별무소득일까, 빚일까. 정답은 빚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일정 기간 내에서 수익을 거둔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당신도 벌 수 있다"는 '재테크의 신화'가 IMF 사태 이후 사이비 신흥종교처럼 퍼져나간 지난 10여년 사이 가계 재무 상태를 통계로 보자.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 재테크'와 '돈 버는 소비'에 나섰다는데, 가계부채는 충격적일 정도로 급속히 늘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만 해도 190조 원 정도였던 가계부채는 지금 1000조 원에 육박한다. 여윳돈은 물론, 빚까지 동원한 '빚테크'와 "신용카드로 돈 벌어가요"라는 유혹에 넘어가 '빚소비'까지 가세한 결과다.

이 통계를 보더라도 일부 개인들이 재테크의 승자로 기록될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개인의 재테크 결과로 남는 것은 '빚'뿐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를 넘던 가계저축률이 IMF 이후 3%대로 떨어진 것도 사실은 '재테크 실패' 때문으로 봐야 한다. 개인들이 저축을 안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를 산다거나 주식 투자를 한다고 담보대출을 얻고 그 원리금 상환하느라 따로 저축할 돈이 없어진 탓이 큰 것이다.

최근 한 유명 방송인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는 것을 강제로 저축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부동산을 일종의 '이자 많이 붙는 은행'쯤으로 보는 인식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하우스 푸어' 신세라고 고백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가 "정부가 가계저축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한편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일종의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강 교수의 지적처럼 개인들이 재테크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이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개인이 패자가 될 줄 알아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드는, 그리고 그런 패자를 먹이로 삼아 성장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 바로 금융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편집자>

▲ 왜 개인의 '재태크'는 수익이 아니라 부채를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연합뉴스

재테크, 누가 '윈윈게임'이라고 말하나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테크'라는 말은 개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처럼 '금융 재테크' 영역에서는 개인 투자자는 '그들'의 먹잇감에 불과하다. '그들'은 금융자본이다. 이들을 상대로 하는 재테크라는 게임은 개인과 개인이 하는 게 아니다. '그들'과 개인이 하는 것이다. '그들'도 재테크를 하고 있다. 이 게임은 결코 '윈윈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 돈을 딴다면 누군가 잃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개인이 재테크로 이득을 본다면 일시적이거나 극히 일부다. 매스컴에서 '재테크 투자의 성공 케이스'라고 소개되는 사람들은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유혹의 미끼일 뿐이다. 그나마 '재테크 달인'으로 알려진 자들조차 나중에 보면 사기꾼으로 드러나거나, 파산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다.

나아가 재테크에 발을 들여놓은 개인은 '빚테크'를 하게 되어 있다. '빚테크'란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빚'까지 얻어서 투자할 경우에는 이 빚은 '좋은 빚'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서는 특수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빚테크'의 성공사례를 제시한다. 이것은 자랑질은 될 수 있을지언정 '빚테크'의 요령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빚테크'로도 승자가 될 수 있게 해줄 정보를 개인인 나까지 알게 됐다면, 그것은 정보가 아니라 막차에 태우려는 '역정보'다.

심지어 이런 역정보를 돈벌어주는 정보로 믿고 자기 돈 들여서 입수하고, 기어코 돈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윳돈 가지고 하는 재테크라면 있는 돈 털리고 마는 정도에서 그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윳돈을 잃거나 재테크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짜릿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결국 '빚테크'로 가게 되고 그 결과 남는 것은 빚이다. 처음부터 돈 벌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빚까지 끌어들여 재테크에 나선 사람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재테크, 필연적으로 '빚테크'로 간다

개인이 '빚테크'를 하는 경우, 주택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윳돈이 있다는 사람도 알고보면 담보 빚이 있는 데 빚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재테크에 나서는 '빚테크'인 경우가 많다. 이미 주택을 구입하느라 대출 빚도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 '빚테크'에 빠진 사람들은 있는 현금으로 대출을 갚기보다는 새로운 투자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그들은 주택 담보로 최대한 추가 대출까지 받아서 '빚테크'에 나선다.

'빚테크'가 성공적이지 못해도 집을 팔아서 빚을 갚으면 된다는 나름 대비책도 세운다. 하지만 '빚테크'에 나선 이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금융사는 '빚테크'가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을 함께 안타까워는 친구가 아니다. 금융사는 '빚테크'의 패자에게 주택을 제값을 받고 처분할 기회를 줄 만큼 인내심이 없다.

주택은 곧바로 경매처분된다. 그러면 '빚테크'에 나선 개인은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다. 전에 살던 자가주택을 팔고 그 집 또는 근처의 비슷한 주택에 전세라도 살 돈도 없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빚테크'에 나서는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모자라는 돈을 이틀 뒤에 갚기로 하는 '미수거래'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한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대개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큰 손실을 보고 만다.

주식담보대출은 자기 계좌의 담보비율이 보통 125% 정도 이하로 떨어지면 곧바로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미수거래도 마찬가지다. 이틀 뒤에 생돈을 집어넣지 못하면 곧바로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 조건이 걸려있는 이런 주식거래는 자신의 판단과 상관없이 곧바로 자기가 보유한 주식들이 하한가로 팔리기 때문에 이익은 커녕 손실 리스크를 이미 안고 들어가는 게임이 된다.

간혹 미수거래로 선택한 종목의 주가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신용거래의 경우는 주가가 오를 경우 선뜻 팔지 못한다. 자꾸 오를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이자까지 물면서 버티다가 하락세로 돌아서게 된다. 그때라도 빨리 손절매라도 해야 하지만, 다시 오를 것 같아 버티다 더 큰 하락장을 맞아서야 패닉 상태에서 팔게 된다.

"개인은 상승할 때 팔지 못한다"

"개인에게 재테크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론을 펴온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개인은 결코 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 팔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상승장에 팔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다. 하락세로 돌아서서 파는 것도, 매수자가 없을 정도로 추락할 때나 되어서 투매를 하게 된다.

설마 "나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증권가의 투자 고수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들조차 "남의 돈을 굴려서 수수료를 챙기면서 할 때는 어느 정도 냉철하게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고, 실제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내 돈을 가지고, 그것도 빚까지 포함된 자금을 굴릴 때는 마인드 컨트롤이 안된다"고 말한다.

누군가 "이 종목을 사면 오를 것"이라고 정보를 줄 경우 "그렇게 잘 알면 본인이 직접 하지"라면서 자못 냉철하게 의심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정보와 판단이 옳을 수 있다. 정작 알아야 할 것은 자기 돈으로 하면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실제로 수익을 내는 매매시점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테크로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변명 삼아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원래 난 별로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이다. 큰 수익 노린 것도 아니다"라고. 그런데 재테크에 빠지는 유혹의 출발은 욕심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사람 잡는 '손실회피 심리'

욕심없는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게 '손실회피 심리'다. 나만 손해보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 가만히 있지 못하게 된다. 사람들의 손실회피 심리는 강력하다. 몇 푼 이익 준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손실회피 심리'가 발동한다. '빚테크'는커녕 '빚 소비'부터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빚 소비'의 주범인 신용카드를 보자. 신용카드는 개인적으로 끊기 어렵다.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몇 퍼센트 할인해준다고 하면,이런 좋은 신용카드 안 쓰면 나만 손해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상가격을 주고 사면 되지, 굳이 신용카드로 싸게 사려는 것이 욕심이니 '빚 소비'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용카드를 버리라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정상가격이라는 신뢰는 형성돼 있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게 정상가격이다. 그러니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정상가격에 살 수 있게 된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제조업체에서부터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한 개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소비의 길로 유인하는 마케팅이 허용되는 시장이라면, '신용카드 혜택'이 적용되는 '신용카드 구매시 가격'이 사실상 정상가격인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손실 회피 심리'를 버릴 수 없는 개인들은 신용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신용카드의 혜택을 대폭 줄여가는 식으로 시장의 질서를 바꿔야 '빚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빚테크'에 빠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사태의 피해자들도 대부분 스스로는 큰 욕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은행 이자율에 세금까지 더 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시대에 돈을 그냥 가지고 있으면 실질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손실을 최대한 줄이거나 조금 수익을 얻고자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믿을 만한 금융사에서 여러 가지 근거를 대면서 "최소한 원금 보장은 확실히 된다"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손실회피심리로 보자면 개인투자자들이 '소박한 동기'로 금융사를 믿고 투자했을 뿐이다. 신용카드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런 피해자들이 없도록 금융사에 대한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가 보다 철저해져야 '제2의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회는 위기 때 온다"면서 "내가 투자하는 동안에만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로 고위험인 줄 알면서도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보호해줄 금융소비자는 아니다.
 

/이승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