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무설계

보험 가입 전 '이것' 따져라

일취월장7 2013. 9. 18. 10:49

보험 가입 전 '이것' 따져라

 

 

 

 

 

투자는 들어간 돈보다 나오는 돈이 평균적으로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할 때 하는 것이다. 즉 예상되는 기댓값이 원금보다 커야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험은 기댓값이 원금보다 작은 것을 알면서도 위험대비라는 목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상품이다.

 

창립한지 반세기가 넘은 모 대형보험회사의 2012년 3월 사업보고서를 보면 1년간 들어온 보험료수익은 9조7000억원인 반면, 1년간 지불한 보험금은 3조2000억원, 환급금비용은 1조5000억원이다.

 

전체 고객 입장에서 단순계산 시 원금대비 기댓값은 50% 수준이다. 그러나 개인이 보험료를 낸 시점과 보험금을 타는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날 때에는 낸 금액과 받는 금액을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

 

두 시점 사이의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과 금리 등을 고려해야 한다. 보험료로 100만원을 내고 20년 후 110만원을 돌려받을 때 기댓값이 원금보다 크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댓값 높일 수 있는 보험투자

 

보험상품은 원금보다 기댓값이 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넣지만, 이왕이면 기댓값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료를 많이 지불할수록 예상치 않았던 위험을 대비하는 데는 좋지만 기댓값이 손실로 나타나는 곳에 돈이 많이 들어감에 따라 평균적으로는 경제형편이 더 못해진다는 사실을 생각해야한다.

 

보험료로 납입하는 금액만큼 당장의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현재 삶의 질이 떨어진다. 또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가 줄어들어 노후대비용 자산증식에도 불리하다. 위험에 대한 대비를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며 기댓값과 위험대비 두 측면에서 절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이동시 걸어만 다닌다면 자동차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낮은 만큼 위험대비에는 좋지만, 시간당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어 비효율적인 생활이 되고 돈 버는 활동도 불리해진다.

 

극단적으로 생활비 외에 남는 돈을 모두 보험료로 지불한다면 위험대비는 가장 잘 되겠지만 노년을 생각하면 좋은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극심해 오래 살라는 말이 저주처럼 들린다는 노인들이 있을 정도로 노년에 궁핍해지면 사는 게 힘들어진다.

 

수입 중 미래위험 대비용으로 얼마큼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으며 각자의 상황과 경제철학에 달려있다. 이해관계자가 권하는 적정비중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적절치 않으며 각자 판단해야한다. 하지만 납입보험료 대비 얻어지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누구나 지향해야한다.

 

보험료의 기댓값(사고발생확률×사고발생시 타게 되는 보험금)을 높이는 우선 원칙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택하는 것이다. 특정보험에 가입한 사람들 중 보험금을 탈 확률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섞여있을 때 자신이 보험금을 탈 확률이 높은 쪽에 속하는 보험에 드는 것이 유리하다.

 

예컨대 자동차 운전을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성향의 사람도 있다. 또한 개인 성향과는 관계없이 환경이나 업무에 따라 위험노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운전시간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으며, 안전지향 성향이더라도 업무특성상 급하게 운전해야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고 날 확률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똑같은 조건의 자동차보험을 든다면 사고 확률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기댓값이 더 크다. 안전지향형이면서 운전시간 및 강도가 매우 적은 사람이라면 의무적으로 드는 자동차보험(대물배상Ⅰ)만 가입하고 나머지 돈으로 자신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과 관련된 다른 보험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낫다.

 

교통사고시 가해자가 됐을 경우 벌금·교통사고처리지원금 등의 실손비용을 보상해주고 자동차보험에서는 보상하지 않는 형사적·행정적 책임까지 보장해주는 운전자보험 역시 사람마다 기댓값이 다르다.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합의가 필요한 형사적 책임에 대해 최고 수천만원 한도까지 합의금을 보상하고, 법원에서 벌금확정 판결시 특정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벌금을 보상하며 구속영장에 의한 구속이나 검찰에 의한 공소제기(약식기소 제외)시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상해준다는 약관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공짜가 아니므로 똑같은 금액의 보험료로 다른 유형의 보험에 들거나 아예 저축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으므로 잘 검토해봐야 한다.

 

건강보험도 지급 관련규정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무엇을 얼마큼 보장해주고 지급시 조건은 어떤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험사는 보험상품 판매시 약관 설명을 상세히 해주는 것이 의무지만 듣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이해하는지는 별개다.

 

통상 보장범위가 무조건 넓은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상품은 달라도 지급받는 보험금에 대한 기댓값은 결국 비슷하게 나타난다. 소비자 개인적으로 취약한 부분과 생활습관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기댓값을 높이는 길이다.

 

친족 대부분이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면 그와 관련된 보장이 잘 돼 있는 보험이 낫겠고, 생산공장에 근무하는 작업환경을 고려한다면 암과 관련된 보장이 잘 돼 있는 보험이 나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차이를 고려해 보험을 선택하는 것 외에 누구나 일반적으로 고려해야할 요소도 있다. 최근 "낸 돈을 다 돌려받는다"는 원금보장보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역시 보험금에 대한 기댓값을 높이는 것은 아니며 보험금을 타지 않은 채 만기가 됐을 경우 '낸 돈'이 사라지는 것을 아까워할 사람들의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광고에서는 낸 돈을 다 돌려받는 대신 그만큼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보험금 수령조건은 똑같으면서 원금을 날리는 순수보장성보험에 가입할 경우 원금보장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적은 차액만큼 별도로 복리식 저축을 하는 경우와 비교해야한다. 보험만기 시점까지 불어난 금액이 원금보장보험에서 돌려받는 원금보다 많은지 적은지 따져보면 된다.

 

"물가가 올라도, 나이가 많아져도 보험료는 안 오른다"는 광고도 자주 등장한다. 이 경우 물가가 시간에 따라 계속 오르는 그래프와 시간이 지나도 오르지 않는 보험료의 그래프를 중첩해 보여준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데도 내는 보험료는 옆으로 평행인 그래프는 보험료를 가급적 일찍부터 오래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문제 발생시 받는 보험금 또한 시간에 따라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에 따라 물가가 오를수록 고정된 보험금의 실질적 가치는 하락하며, 만기가 길수록 이 영향이 커진다.

 

예컨대 미래 특정상황에서 1억원을 받는 보험을 들 때, 아무래도 현재의 물가상황에서 1억원의 가치를 느끼며 가입하기 쉽다. 광고에서 보험가입 후 빠른 시일 내 문제가 생겨 보험금을 타게 된 사례를 보여주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보험금 효과를 극대화시켜 보여주더라도, 보험금을 탈 확률은 일반적으로 빠른 시일보다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더 높아진다.

 

만약 보험금을 받는 시기가 10년 뒤, 30년 뒤에 온다면 현재 1억원의 가치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 반대로 현재 1억원의 가치가 10년 전, 30년 전에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상품, 젊을때 많이 가입하는 것이 좋다?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젊을 때 보험가입을 하면 좋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MBN TV '황금알' 41회 '당신이 모르는 진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1년 생명표를 보면 남성이 20세일 때 사망확률은 0.045%인 반면 40세일 때 사망확률은 0.158%로, 20세인 남성보다 3.5배 더 높다. 단순계산시 40세 남성이 20세 남성보다 보험료를 2배 내고 보험금이 똑같다면 보험금을 받을 확률이 3.5배 더 높은 40세 남성의 기댓값이 더 커서 유리한 것이다.

 

애초 계약할 때의 생각과는 달리 중도에 사정이 생겨 보험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형보험사인 A사의 경우 종신보험을 5년 이상 유지하는 비올이 54%로 절반에 불과하며, 10년 이상은 36%로 1/3에 불과하다. 장기로 보험을 가입할 때는 중도해약시 손해가 크다는 사실도 고려해야한다. 이런 확률도 실질적으로 기댓값을 낮추는 결과를 야기한다.

 

보험은 비용의 개념으로 투자와는 다르다. 하지만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는 마치 투자하는 것처럼 해야한다. 다른 사람이 투자해 높은 이익이 생겼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성공할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투자의 기댓값이 크거나 작게 나타나는 상품이 다르듯, 똑같은 보험에 똑같은 보험료를 지불하더라도 누구에게나 기댓값이 똑같지는 않다. 보험광고나 소개문구에서는 이러한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다.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얼마나 적절한지를 스스로 판단해야한다.

 

보험에 드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과 대체방법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현명한 선택이 이뤄질 수 있다. 신체건강 관리, 정신건강 관리, 식습관, 운전습관, 일상적인 각종 안전에 관한 태도 등 보험금을 탈 확률이 다른 사람들보다 낮게 생활한다면 보험료 지출을 줄이더라도 미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예컨대 보험금을 탈 확률을 절반으로 낮추는 생활태도를 유지하면서 보험료 지출을 절반까지 줄일 경우 위험대비는 똑같은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절약되는 돈 만큼 노후를 위한 저축과 재테크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