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무설계

10명중 3명 5년내 해지…소득수준 따져 설계를

일취월장7 2013. 8. 3. 16:57

10명중 3명 5년내 해지…소득수준 따져 설계를

 

◆ 개인연금 200조시대의 그늘 (上) / 가입자 분석해보니 ◆

#. 2008년 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한 김양현 씨(가명ㆍ43)는 한 달에 40만원씩 보험료를 내왔다. 갈수록 늘어나는 자녀교육비에 부담을 느꼈던 김씨는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보험료 납입을 미루게 됐고, 결국은 계약이 해지되고 말았다. 김씨는 그동안 받았던 소득공제는 물론 수수료도 물어야 했다. 김씨는 "당장 들어갈 돈이 급하다 보니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10년 전 개인연금에 가입했던 사람들 가운데 현재까지도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반에 불과하다. 5년 전에 가입한 사람들의 33%는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연금은 10년 이상 장기 상품으로 그 이상 유지하지 않으면 사실상 손실과 다름없다. 장기 가입 시 소득세가 면제되지만 만기까지 유지하지 않으면 소득세를 물어야 하고 연금으로서 기능도 유명무실해진다.

생명보험ㆍ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 은행의 연금신탁, 자산운용 부문의 연금펀드를 합한 전체 연금저축 상품의 10년 유지율은 올해 3월을 기준으로 55.2%에 불과했다.

개인의 소득 상황이나 지출에 대한 인식 없이 설계사 권유에 따라 무턱대고 가입하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연금 상품 유지율은 현재 각 금융사가 공시하고 있는 개별 상품의 유지율ㆍ유지 건수를 역산해 산출했다.

10년 전 이들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했던 건수는 310만7200여 건으로 이 가운데 현재까지 유지되는 건수는 171만6100여 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절반 이상이 연금에서 탈락했다.

연금 상품의 1년 유지율은 93.4%로 최근 1년간 유지하는 비중은 낮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유지율은 3년차로 넘어갈수록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3년 유지율은 77.2%로 연금 상품에 가입했던 가입자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 연금계약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후 5년 유지율은 66.7%로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이 빠져나가게 되며, 이후 7년 유지율(65.6%)은 안정세를 보이다 10년째에는 전체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일본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연금과 보장성보험 등을 포함한 13개월차 보험 유지율은 일본과 한국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13개월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일본 상위 4개 보험사 평균이 93.5%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상위 3개 보험사 평균은 79.7%로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보험 유지율이 낮은 것은 설계사 정착률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상위 4개사의 설계사 정착률 평균은 62.8%지만 우리나라 상위 3개사 평균은 35.6%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들이 소득과 지출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설계사의 적절한 조언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특히 연금 상품에 가장 많이 가입하는 연령대인 40대는 자녀의 교육비나 부모 부양 등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인데, 그에 맞는 연금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유지율은 조금씩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금저축 공시가 시작됐던 지난해 9월 10년차 연금저축 유지율은 49%에서 지난해 12월에는 54%로 올랐다.

5년차 유지율 역시 지난해 9월 65.8%에서 6개월 만에 1%포인트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일정 가입기간을 충족했을 때는 연금저축을 노후 소득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개인연금 가입자들은 본인의 소득과 지출 수준을 고려해 그에 맞는 연금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며 "금융사 역시 무책임한 개인연금 상품 판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ㆍ보험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