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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청춘콘서트`가 아니다. -- 썩어빠진 논평 -- 6개월뒤 보자..

일취월장7 2012. 8. 5. 13:25

정치는 `청춘콘서트`가 아니다

입력: 2012-08-02 18:14 / 수정: 2012-08-03 06:27
선거 5개월 앞두고도 모호한 태도
'불확실성 정치' 이젠 그만둬야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와 대외거래 등 거의 모든 경제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거래의 장이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자본주의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시장의 긍정적인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기능을 잘 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순환구조와 정보의 유통이 중요하다. 특히 정보의 원활한 소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론적으로 말해 정보가 완벽하다면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이나 기구를 고안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체제가 간과한 것은 시장이 생산하는 정보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정부가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는 시장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극적인 예다. 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시장 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무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율시장이론은 이론으로서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효율시장이론은 시장참여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정보를 이용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불확실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불확실성은 시장뿐만 아니라 정치의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은 시장의 불확실성 못지 않게 유해하다. 염려스러운 것은 지금 이 나라의 정치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이 아니라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그 핵심에 안철수 씨가 있다. 그의 정치적인 입장은 참으로 모호하다. 언론은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고 거의 단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조금 잦아들 때쯤 되면 자신을 알리는 이벤트를 해서 세인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인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안철수라는 개인에게도 또 이 나라의 정치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그의 행태로 미뤄 짐작하건대 만일 그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면, 될 수 있으면 대선에 가까운 시점에 공개적인 행보에 나섬으로써 인물검증 기간을 단축하거나 피해보고자 하는 것 같다. 반대로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마음먹고 있다면, 불필요한 정치적인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가 양자 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시기가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다루는 회사의 회장과는 다른 직책이다.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나라를 움직이는 결정에 참여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더욱 철저하게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도력과 인품, 그리고 나라에 대한 사랑은 그 개인의 문제를 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춘콘서트’의 소통이 대통령의 소통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그리고 ‘청춘콘서트’에 숨어서 국민이 자신을 판단할 자료를 내놓기 거부하는 것은 벌써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도자의 길을 가려거든 먼저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고 지도자로서 행동하라는 것이다. 지금 그가 나라와 국민을 대하는 방식은 지도자의 그것이 아니다.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판단력과 결단일 것이다. 지금까지 안철수 씨는 정치적인 면에서 판단력과 결단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굳이 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일 정도라고나 할까.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누구인지 공개하기를 망설일 뿐만 아니라 무엇을 할까를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그가 무슨 결정을 시의적절하게 할 수 있을까? 참으로 기가 막힌 정치현실인 것이다. 이는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이 나라의 짧은 대통령사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안철수식 불확실성의 정치는 이제 끝나야 한다. 지금의 형식으로 그가 정치의 장에 머문다면 나라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이 나라에 유해하기까지 하다.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가 스스로 정치 바이러스가 돼 국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본인과 나라를 위해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조장옥 < 서강대 교수 경제학  choj@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