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경제 블로그

[스크랩]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덕분에 한수 배웠습니다.

일취월장7 2012. 1. 6. 18:17

 

"배운 사람이 부자된다?" 천만에!

크루그먼 "기술 진보가 화이트칼러 직업도 대체"

기사입력 2011-03-08 오후 3:49:39

 

 

"교육은 경제적 성공으로 가는 필수요소"라는 명제는 전세계적으로 진리처럼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미래사회로 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한국의 교육열을 번번히 격찬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고용 시장이 개선되려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옳은 말 같다.

 

하지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현실은 이런 인식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진보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그들의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는

17번째 이야기와 일맥상통해 주목된다(별도 박스기사 참조).

 

크루그먼 교수는 7일 <뉴욕타임스(NYT)> 칼럼 '고등교육과 돈벌이(Degrees and Dollars)'을 통해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에는 법률 연구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면서  "이 기사에 따르면,

 예전에는 수많은 법조인들이 동원된 연구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문서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고등교육 받으면 좋은 일자리 보장된다는 것은 착각

 

칼럼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법률 연구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디자인 같은 작업도 소프트웨어가 엔지니어를 대체하고 있다.

그다지 고도의 능력이 필요없는 작업만 기술이 대체할 것이고,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은 갈수록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인식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세계적인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노동시장을 보면 이런 현상이 실감난다.

1990년 이후 미국의 노동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급 인력 수요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주화로 줄어들었다.

고임금과 저임금 일자리는 증가했다. 하지만 이른바 중산층 일자리 증가는 지지부진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990년대에 급속히 늘어났던 고임금 일자리들도 최근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반면에 저임금 일자리들은 크게 증가했다.

 

교육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믿음은,

기술의 진보에 따라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컴퓨터와 두뇌를 활용해 일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그럴듯한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오터, 프랭크 레비, 리처드 머네인 같은 경제학자들이

몇년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런 믿음은 현실과 다르다.

컴퓨터는 머리를 쓰는 기존의 화이트칼러 직업들을 대거 포함하는 '명확한 규칙'이 있는 업무를

뛰어나게 수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명확한 규칙을 따르는 작업이 아닌 노동, 즉 트럭 운전이나 잡역 등 몸으로 하는

많은 일자리들은 기술의 진보 시대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

그동안 기계에 의해 대체 가능한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해 미국 고용시장에서 6% 정도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더 줄일 것이 없을 정도인 반면,

현재 고등교육을 받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좋은 이른바 화이트칼러 일자리 중 많은 부문이

조만간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서비스 시장, 해외 외주화 심화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더 큰 변화는 세계화에서 초래된다.

한때 세계화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한 것은 미국의 제조업뿐이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원거리통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원격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프린스턴대 교수 앨런 블라인더와 앨런 크루거의 연구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고임금 노동자들은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저임금 노동자들보다

더 국외로의 외주화가 가능해졌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서비스 시장의 국제교역이 증가할수록 미국의 노동시장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교육정책 노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면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면서

 "대학 졸업장이 좋은 직업을 보장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으며,

갈수록 현실과 맞지 않는 생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졸업장은 이미 존재하지 않거나 중산층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일자리를 찾는

자격증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번영을 함께 누리는 사회를 원한다면, 교육이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그런 사회를 직접 건설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영 의료보험 등 복지제도와 노조 활성화 등에 직접 나서야만

공동 번영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된 장하준 교수의 주장 요약

 

지식이 부의 주요 원천이 되는 이른바 '지식경제'가 출현하면서

교육, 특히 고등교육은 번영으로 가는 열쇠가 되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높은 교육 수준이 국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사실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

 

우선 지식경제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식은 언제나 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산업화와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선진국의 대다수 일자리에서 꼭 필요로 하는 지식요건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배운 사람이 더 많으면 더 부자가 된다는 얼핏 보면 당연한 것같은 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그토록 없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교육이 우리가 믿는 것보다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생산성 향상과 직접 관련이 없다.

또한 지식경제가 되었다고

대다수의 사람이 과거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 많은 업종에서 평범한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의 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선진국에서 더 그렇다.

제조업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선진국 노동자들 중

높은 교육 수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비숙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수가 많아졌다.

슈퍼마켓에서 상품진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햄버거 만드는 일, 사무실 청소 등이

그 예이다.

 

교육을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만 간주한다면,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갈수록

노동자들의 평균 교육 수준을 낮추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가 발전할수록 기계가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대체하게 된다.

그에 따라 개별 노동자들이 과거에 같은 일을 하던 사람에 비해서

자기가 하는 작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된다.

가난한 나라에 널려 있는 작은 전파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삼성이나 소니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아마도 고칠 줄 아는 기계 가짓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기계화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영향력 있는 한 학파에서는

자본가들이 고의적으로 노동자들을 비숙련화한다고 생각한다.

생산공정을 최대한으로 기계화하면 노동자들을 쉽게 대체할 수 있고,

따라서 노동자들을 통제하기도 쉬워지므로

자본가들은 설령 그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계화를 통한 비숙련화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계화의 과정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그 결과는 기술적으로 발달한 경제일수록 교육받은 사람을 덜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분류'라는 제로섬 게임을 위한 고등교육

 

고등교육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낮은 것은

고등교육의 기능 중 경제학에서 '분류'라 일컫는 기능이 강하기 때문이다.

 

피교육자들이 얼마나 고용에 적합한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많은 직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은,

일을 하면서 배워갈 수 있는 전문지식보다는

전반적인 지능, 의지, 조직적 사고력 등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역사나 화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지식은

보험회사나 교통부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는 거의 쓸모가 없겠지만,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의지가 강하며,

조직적 사고력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대졸자를 모집하는 회사는 각 직원의 전문지식보다는

이런 일반적인 능력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얻은 전문지식은 대부분 직장에서 수행할 업무와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한국,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대학 교육의 절반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인 '분류' 과정을 위해 낭비되고 있다는 말이다.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큰 실망을 겪게 될 것이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이승선 기자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초록호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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