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과 변수들

일취월장7 2011. 9. 27. 13:41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과 변수들

김찬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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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시장 바닥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약 5년간의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이제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방시장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공급감소로 인해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구매수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주요이유이다. 그렇다면 과연 주택시장은 이제 바닥을 다지고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집을 사야 될 시점인지, 주택사업을 공격적으로 전환해야할 시점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시장 관련 지표에 대한 검토를 통해 시장회복 가능성을 전망해 보자.  

 

 

주택경기 순환구조

 

일반적으로 경제나 산업은 일정한 순환주기를 갖고 있다. 호황국면에서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면 일정시점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공급 때문에 조정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경제구조나 산업의 특성에 따라 그 주기의 길고 짧음은 다르지만 호황과 침체라는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경기에 대해 10년주기설이 있다. 1970년대 이후 부동산 경기는 거의 10년을 주기로 호황과 침체가 반복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림1]의 1986년 이후 주택가격추이를 보면 호황기와 조정기가 각각 약 5~6년을 기간을 주기로 반복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림1] 주택가격 추이와 주택경기 순환

 

 

97년 외환위기는 특별한 경제적 쇼크로 경제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부동산 경기도 급속한 침체과정을 겪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부동산경기도 유래없이 약 6년간에 걸친 호황기를 경험하였다.(지방시장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짧은 약 3~4년 정도였다.) 경제위기로 표현할 만큼 경기침체의 정도가 컸기 때문에 호황국면에서의 시장과열 양상도 가파르게 진행되었다. 2003년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론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으며, 최근까지도 거품붕괴로 인한 주택가격 대폭락 가능성이 거론되곤 했다.

 

2006년까지의 호황기 이후 서울, 수도권 시장은 2007년부터 조정과정이 시작되었다. 일부 거품붕괴 가능성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완만한 조정과정이 진행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현재시점에서 보면 약 5년간에 걸쳐 주택가격과 공급의 조정이 진행되어 온 것이다.

 

 

조정국면은 끝났는가?

 

그렇다면 과거 부동산 경기가 10년을 주기로 반복되어온 것과 같이, 곧 조정국면을 마치고 호황국면으로 전환될 것인가? 몇 가지 자료를 가지고 최근 5년간의 주택공급과 가격의 조정정도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그림 2]에서 주택공급실적 추이를 보면, 본격적인 호황기인 2001년~2007년까지 주택공급은 연평균 약 50만호 이상이 공급되었다. 조정국면에 진입한 후 2008년~2010년까지 주택공급은 연평균 38만호로 감소하였다. 이전과 비교하면 매년 약 10만호 이상의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그림 2] 주택공급실적 추이

 

 

[그림 1]의 주택가격추이를 보면 주택가격은 2007년 이후 안정세가 지속되면서 비교적 완만한 조정이 진행되었다. 지역적으로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급격한 하락 없이 완만한 하향안정세가 지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격조정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판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조정은 실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또는 소득이나 물가가 상승하여 상대가격이 낮아짐으로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주택가격의 조정정도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경제여건 악화로 2007년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3%의 낮은 수준이었으며. 따라서 개인의 소득증가 없이 물가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소득 감소로 주택가격 조정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림 3] 경제성장률 추이

 

 

회복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조짐

 

올 상반기 부산, 대전, 광주 등 지방 분양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주택건설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수도권 시장은 아직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된 전세가격 상승으로 대기수요자의 구매전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세가비율(전세가격/매매가격)이 60%~70%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국면을 나타내는 미분양 추이에 대해 살펴보자. 공급과잉으로 서울, 수도권에 비해 일찍 침체국면에 들어간 지방시장의 경우, 약 5년간의 조정과정을 거치고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방의 미분양수는 2008년 약 14만호를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1년 8월 현재 약 4만호 수준으로 호황국면이었던 2003년 3만호 수준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반면 서울, 수도권의 경우는 2008년 미분양수가 약 2만5천호로 증가한 이후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4] 미분양 추이

 

한편 전세가격은 2009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울,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비율도 크게 상승하였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전세가비율(전세가격/매매가격)에 맞춰 전세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보통 주택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50~60% 정도인데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세가격도 상승압력을 받게된다.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주택가격 상승기에 전세가격도 상승한 원인이다.

 

한편 주택거래 위축으로 전세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전세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거래가 침체되면 전세시장의 순환구조가 적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전세로 살던 사람이 주택을 구입해서 빠져나가면 신혼부부 등 새롭게 전세시장에 진입하는 수요가 이를 채우게 된다. 그러나 거래가 위축되면 이러한 순화구조가 적체되면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게 되어 전세가격이 오르게 된다. 1990년대 중반과 최근 전세가격이 상승한 주요 원인이다. 특히 2008년 이후에는 신규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하면서 이러한 전세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 것이다.

 

어떤 원인이든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가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주택수요 압력은 높아지게 된다. 임차비용이 높은 만큼 구매로 전환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주택시장이 회복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림 5] 전세가비율 추이

 

 

부동산시장 회복에 발목을 잡는 악재 요인들

 

앞의 주택시장 관련 지표들의 대부분은 부동산 시장의 회복국면 시점이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규주택 공급감소 영향으로 미분양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구매수요 압력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여건에도 불구하고 서울, 수도권의 시장회복에 대한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영향변수는 거시경제 요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요압력이 높아지더라도 실질적인 구매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질수요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점에서 최근 부동산시장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몇 가지 요인을 열거해 보자.

 

첫째, 거시경제여건 악화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요인이다. 세계경제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경기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여 왔지만, 이는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산업과 대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전반적인 개인의 소득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유가상승, 구제역파동, 기후악화 등으로 가계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서민이 느끼는 실질소득은 크게 감소하였다. 소득에서 생활비지출 비중이 늘어난 만큼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주택을 구입할 계획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둘째, 금융시장이 여건이 크게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증가로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된 데다가, 설상가상 미국 및 유럽 발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융경색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도 부정적인 영향에 한 못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특성 상 금융시장 불안으로 유동성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시장회복은 불가능하다.

 

셋째, 미래 주택시장에 대한 성장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주택의 절대적 부족 문제는 해소되었다. 더욱이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성장잠재력을 감소시켜, 중장기적으로 신규주택 수요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주택구매를 통한 소유욕구도 낮아지고 있다.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 조정과정을 거쳐 시장 내부적으로는 회복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여건 등의 악재요인으로 인해 현재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경제가 더욱 악화될 경우, 국내 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경험적으로 볼 때 거시경제와 부동산 경기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