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 |
김현기 | 2011.08.08 |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려면 조직 내 건강한 소통 메커니즘이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소통은 직원 상호 간의 정보 및 지식공유를 촉진시켜 집단창의성을 높이고, 신뢰와 믿음의 조직문화 형성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을 방해하는 원인과 그 해결책을 알아본다.
행동과학자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일하는 시간의 약 70%를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쓴다고 말한다. 이 수치는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말하기(Speaking)’, ‘듣기(Listening)’ 등 주로 손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대상으로 나온 결과다. 만일 눈빛이나 손짓과 같은 몸짓 언어, 눈치나 분위기 파악, 정서적 교감 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적 커뮤니케이션 행동까지 포함한다면,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疏通) 활동은 일하는 시간의 전부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소통 관련 활동이 얼마나 많은 시간 이루어지는가’가 보다는 ‘얼마나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게 될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게다가 최고경영층의 정책이나 방침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조직은 개별 구성원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 조직 차원의 지속적 성과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이 주는 이점
●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정서적 만족감 증대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
1.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결핍
조직 내 소통이란 회사와 직원 간 혹은 임직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 정보 또는 감정상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공식 혹은 비공식적’, ‘수평 혹은 수직적’, ‘상향 혹은 하향적’, ‘언어 혹은 비언어적’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최근엔 스마트 업무 환경 구축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이메일과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하지만 소통 채널과 방식이 아무리 풍성해져도 이를 활용하는 주체인 임직원들 스스로가 건강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아무리 좋은 취지와 생각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 만을 전달하는 소통이라면 이것은 반쪽 짜리 소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소통을 위해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미가 충분히 상호 간에 이해되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고려하여 소통하게 돕는 감수성에 있다. 하지만 소통의 주체인 구성원들의 감수성 부족(Lack of Sensitivity)은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신세대, 여성 인력 및 글로벌 인력 등 조직 내 인력 다양성 증가 현상을 감안한 구성원들의 감수성 문제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다양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학습하는 감수성 배양 노력 없이는 향후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31면 참조).
2. 내재된 심리적 편향성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부족 이외에도 개별 구성원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편향성도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이다.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의 하나가 선택적 지각의 문제이다. 선택적 지각은 소통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배경 등을 토대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심리적 편향성인데, 앞서 언급한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을 지닌 구성원들 간에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의 문제도 유사한 심리적 편향이 작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필터링(Filtering)’과 ‘조작(Manipulation)’의 심리적 편향성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전달받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여과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조직의 계층상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강하거나 조직 내 지위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리더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리더십을 보여 무서운 존재로 비춰질 경우 상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심각히 왜곡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3.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활용
감수성 부족이나 심리적 편향성도 문제가 되지만 잘못된 소통 채널과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건강한 소통을 방해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의료 소프트웨어 제작회사인 서너(Cerner Corp.)社의 CEO 닐 패터슨(Neal L. Patterson)의 일화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패터슨은 평소에 직원들과 소통을 할 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패터슨은 회사의 사업실적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들이 나태해진 모습에 화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400여 명의 중간 관리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통해 ‘관리자들의 기강해이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분노를 표시한다. 이후 간부 회의를 출근시간보다 1시간 빨리 하기로 결정하고, 토요일 아침에도 관리자 회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향후 ‘직원의 5% 정리’, ‘근무시간 기록의 제도화’, ‘휴가로 입증되지 않는 결근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을 철저히 할 것이란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메일 발송 후 불과 한 나절 만에 메일 복사본이 Yahoo 검색 사이트 상에 올라왔고, 3일 만에 회사의 주가는 22%가 곤두박질치면서 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CEO가 직원들의 근무태만이나 기강해이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호되게 야단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감정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메시지들은 간부들과 대면하는 공식 회의 석상과 같은 장소에서 다소 냉철하고 엄중하게 소통해야 한다. 이메일이라는 소통 채널을 활용한 것이 어려운 회사를 설상가상으로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4. 신뢰와 일관성 결여
평소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부족하다면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상대방이 아무리 바른 말을 하더라도 그 뒤에 숨겨진 나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불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리더들이 부하직원과 소통할 때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리더 스스로가 먼저 평소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 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사회학습 이론의 대가이자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 교수는 “행동이 말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직면할 때 말보다는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다시 말해서 리더들이 보이는 솔선수범의 행동 하나는 수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뢰와 믿음에 기반한 소통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관성 없는 리더의 행동은 부하 직원들의 불신과 냉소주의를 유발시킬 수있다.
5. 모호함과 불확실성
‘루머(Rumor)’는 회사와 직원들 간의 소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부산물 중 하나이다. 그것이 좋은 소문이라면 좋겠지만, 나쁜 소문이라면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좋은 소문에 비해 나쁜 소문은 쉽게 확대 재생산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때로는 조직 문화를 와해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쁜 소문이 조직 내에 떠돌게 되는 주된 이유는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예: 정책 및 제도의 변화, 인사발령, 리더 교체, 직무재배치, 다운사이징 등)에 대한 모호함과 불확실함으로 구성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중요한 정책적 변화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임직원들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좋은 점만을 미화해 알리기보다는 변화로 인한 잠재적인 위험까지도 인지시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림 2> 참조).
조직 내 건강한 소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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