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투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일취월장7 2011. 7. 30. 16:36

투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장성수 건축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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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파산예방 위해 금융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엄격히 관리해야

 

1. 가계대출 937조, 주택담보대출 300조의 위험

 

2010년말 가계부채 잔액은 93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172조8000억원의 80%에 달한다. 증가율은 2009년의 7.3%보다 더 높아졌다. 지난해 수준의 증가율이 이어진다면 올해말 가계부채 잔액은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4분기말인 지난 3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한 61조 7,652억원이 증가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2008년 이후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지속된 초저실질금리와 가계소득에 비해 소비지출이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계부채의 급증에 따른 가계파산과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여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00조원에 육박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2조4000억원이 증가해 총 292조3000억원을 기록하였다. 

 

주택과 같은 부동산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면 대출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어,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더 커지게 되면 또 다시 이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얻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버블이 형성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주택가격의 버블의 형성과 붕괴가 주는 커다란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각국은 가능한 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대출 가운데 약 44%가 변동금리식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상승에 매우 취약하다. 변동금리방식의 대출은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은행은 하나도 지지 않고, 대출받은 사람이 모두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되면 원리금상환부담도 덩달아 커지면서 가계를 압박하게 된다. 따라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계파산으로 이어질까봐 정부는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변동금리 대출의 거치기간을 2년에서 5년까지 연장해 주었는데 이때 연장한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돌아온다. 이자에 더해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에 더해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선진 7개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가계는 부채가 워낙 많아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여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0년 9월 기준으로 153%로 영국의 161%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2. 빚으로 투자하여 늘어난 부채와 부담 

 

가계부채증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대출을 얻어 주택을 장만했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를 붙여가면서 여러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5월 한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156만 9천여가구가 상환능력 이상의 대출을 얻어 무리하게 집을 샀기 때문에 상환부담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연간 신규분양주택공급 물량이 30만호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그 숫자는 매우 비현실적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분석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던 2006년과 2007년의 경우에는 부분적이지만 부채증가를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장기적으로도 가격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에서는 2008년 이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규모도 증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설명할 수는 없다. 주택가격이 안정되어 있고, 주택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가계의 부담이 될 만한 큰 자금을 대출받아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현실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주택을 사는 행태는 크게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대출한 돈이 주택시장으로 환류되었다면 주택시장의 위축은 벌써 해소되었고, 상당한 수준의 과열기조를 보이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4월에 늘어난 주택담보 대출 2조4천억원이면 시가 2억짜리 주택 1만 2천여개의 신규수요가 발생하여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주택거래 실적은 연초부터 계속 감소하여 지난 4월 중에는 1/4분기에 비해 60% 수준으로 더욱 위축되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1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치솟는 물가 탓에 실질국민소득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가계대출 및 주택담보 대출의 근본적인 원인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물가 탓에 소비 지출도 늘어나면서 대출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2010년 말 통계청이 1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작성한 ‘2010년 한국가계금융조사‘는 가계부채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우선 전체 가구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부채 보유 가구는 소득이 높을수록 그 비율도 함께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소득분위별로 3분위는 65%, 4분위 71%, 5분위는 75%에 이른다. 소득이 높을수록 부채도 많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4, 5분위가 전체 가계부채의 64%를 차지하고 있고 3분위까지 합치면 무려 80%에 육박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 부가조사‘는 가계부채가 가계의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최근 6개월간 이자 지급을 연체한 사례가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3%며 소득 감소가 47.3%로 연체 사유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은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보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투자처를 찾고, 금융기관은 안전한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하여 실적을 올리는 구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가계대출에 비해 대출금 상환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중 원금을 갚는 대출 비중은 21.6%에 불과했다. 원금분할상환 대출이지만 거치기간이 적용 중인 대출이 41.1%, 만기 일시상환 대출이 37.3%였다.

 

 

고가의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도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 2010년말 4대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중 담보가액이 9억원을 넘는 대출자의 소득 대비 대출액은 360%에 달했다. 담보가액이 3억원 이하인 주택담보대출의 소득 대비 대출액은 190%로 낮은 편이었다.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자 중 48.5%는 소득의 600%가 넘는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택수요 변화에 따라 고가의 대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고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가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

 

 

3. 금융권의 대출경쟁이 가계부채 증가 부채질

 

저금리 부담을 안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대출을 늘려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확대를 추진하면서 가계부채증가를 부추기고 있어 가계파산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월에 은행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간 금리 차가 역대 최고치인 1.7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에 맞춰 신용대출금리는 조금씩 높아진 반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출혈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두 금리 간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시중은행이 지난 4월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연 6.67%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0.86%포인트 높아진 금리다. 반면 지난 4월에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88%로 전월보다 오히려 0.0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사이의 금리 차가 1.79%포인트에 달해 한국은행이 신용대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9월 이후 금리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이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바람에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금리와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지점의 대출을 늘려 영업이익을 확보하고자 영업점 실적 평가 기준인 ‘핵심성과지표‘ 가운데 ‘외형성장‘ 항목의 가중치를 높여 대출을 유도하는 극심한 대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컬럼을 읽으시는 독자여러분의 경우에도 휴대폰 문자 메세지를 통해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금융권의 친절한(?) 안내를 접한 분도 많을 것이다. 또한 아파트 현관마다 아파트 가격의 70%수준까지 저리로 대출해준다는 전단지가 흘러넘친다. 이 과정에서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300조원에 육박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금리상승과 상환능력부족이 맞물려 가계가 파산하여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위험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로 돈을 벌려는 행태를 하루 속히 바꿔야한다.

 

거시경제상황을 살펴볼 때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변동금리로 주택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얻었을 때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의 증가는 시간문제이다. 지난 6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25%로 결정했다. 지난 3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뒤 삼개월 만의 인상이며, 지난해 7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25%포인트 올린 것이다. 가계대출의 규모와 변동금리 비율을 고려할 때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1조8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금융위기 이전의 기준금리인 5.25%까지 상승한다면 가계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할 이자 증가금액은 무려 14조 4천억원 규모에 이르게 된다(<표>참조).

 

한국은행기준금리 변동추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0.1%포인트 오른 3.56%로 2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은행이 적어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연 3.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계속 올라 현재 5% 후반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로 올라서면 가계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할 것이다. 즉, 금리가 오를 때 소비를 줄여서 대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것이다. 

 

 

4.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적절한 관리가 시급

 

미국 하원의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해 지난 1월 보고서를 제출했다. FCIC가 보고서 첫머리에 내린 결론은 "금융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Crisis was avoidable)"는 것이다. FCIC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경제공황의 위험으로 몰아간 금융위기의 원인은 저금리 정책에 따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가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감독·규제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고위험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할 경우, 가계부채가 불어난 것이 저금리 때문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이나 카드대출의 급증을 조장한 금융권과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가계소득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의 대출을 얻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은 설사 주택가격이 지금 정도의 수준을 하락하더라도 가계에는 그다지 지장이 없다. 그러나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많은 대출을 얻어 금융자산 등에 투자 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대출금은 물론 자칫 주택까지 날려버리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부 가계대출을 규제하는 한편 실제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계에 대해서는 우대금리를 적용하여 대출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요구된다. 가계파산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정교한 가계부채 대책이 마련되어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