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쉼에도 색깔이 있다, 리조트의 변화

일취월장7 2011. 5. 18. 16:08

쉼에도 색깔이 있다, 리조트의 변화
김국태 | 2011.04.19

사람들의 삶 속에서 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쉼에 대한 니즈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단순 휴식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리조트가 이제는 쉬면서 동시에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강모씨는 최근 색다른 쉼을 경험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가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깊은 숲속 명상센터에서 2박3일을 보냈다. 사과와 청국장으로 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고요한 달빛 속 오솔길을 걷는 명상 등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한결 평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는 여름 휴가도 조용한 사찰에서 자신을 성찰해보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작년부터 하고 싶었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아쉽게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른바 골드미스인 양모씨는 다음 달 연차 휴가를 내고 마카오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단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자이아(Zaia)’를 보기 위해서다. 마카오에 있는 베네치안 리조트는 이 서커스가 아시아에서 상설 공연되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쉬면서 이색적인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집을 떠나 쉴 수 있는 대표적 공간이자 레저문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리조트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화제를 불러모았던 일명 ‘현빈 리조트’다. 원시림 속 고급 별장을 연상시킨 이곳은 실제 아직은 좀 생소하게 느껴지는 힐링형 리조트라 한다. 말 그대로 이 리조트에선 치유를 위한 문워킹, 명상, 요가, 맨발코스 등 숲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단순히 주변을 둘러보고 먹고 자는 숙소로만 여겨졌던 리조트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쉼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쉼에 대한 니즈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와 함께 새롭게 뜨고 있는 신개념의 리조트 사례를 통해 리조트 산업의 발전 방향을 가늠해 본다.

 
쉼의 중요성과 니즈 다양화

 
사람들은 살려고 일하는가, 일하려고 사는가? 일하기 위해 쉬는가, 쉬기 위해 일하는가? 사회나 세대, 그리고 개인마다 각각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그 대답은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일과 쉼이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요즘 사람들은 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으며, 색다르게 쉬고 싶다는 니즈 또한 증가하고 있다. ‘휴테크’니, ‘OFF학’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과거에는 육체적인 쉼 위주였다면, 이제는 정신적 충만에 신경을 더 쓰고, 남들과 뭔가 차별화된 자신만의 특별한 쉼을 추구하는데 열심이다. 그만큼 심신의 건강과 안정을 추구함이 더 중요해지고, 능동적으로 쉴 수 있게끔 제반 여건들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건강한 삶을 위한 쉼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세요 
사는 게 힘들지요 
(중략) 
시계도 없고 달력도 없고 
전화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여긴 없는 게 많아서 
그런대로 지낼 만할 거에요 
(중략) 
좀 쉬세요, 그러다 고장나요 
한두해 살다 그만둘 게 아니라면 
이따금 세상에서 한발짝 물러나  
숨을 좀 돌릴 필요가 있지요

 
‘좀 쉬세요’ 라는 시의 제목처럼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것 같다.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좀 쉬엄쉬엄 하라고 말이다. 삶 속에서 쉼의 의미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현대 사회의 과잉과 결핍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스트레스의 급격한 증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 전체가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인터넷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이 확대되면서 삶의 공간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개개인의 현실은 높아진 행복의 기대치에 못 미쳐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또한 지식경제사회에서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 처리해야 할 업무 증가로 뭔가에 집중하거나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온라인상 가까운 사이라도 실제로는 아는 것 하나 없는 익명의 관계일 뿐이며, 이웃이나 친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바쁜 삶에 밀려나기 일쑤다. 여기에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테러의 위협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의 대지진사태와 같은 자연재해, 환경오염에 대해 제대로 예측하고 대처할 수 없다는 점도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우울증 환자를 비롯한 정신과 상담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것도 스트레스가 극심한 현대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연유로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원하는 쉼이 더 절실해진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정신적 건강만큼이나 육체적 건강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육체적 쉼은 필수적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많은 질병들의 예방과 완치가 가능해졌지만, 만성질환 및 아토피 피부염 같은 새로운 환경성 질병들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추세로 늘어나는 은퇴 후 기간을 고려한다면, 결국 육체적 건강을 위한 쉼의 역할도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 단순 휴식이 아닌 창조적 단절

 
쉬는 것은 단지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창의성 제고를 위해서도 창조적 단절(Creative Break)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키워드로 자주 거론되는 ‘창의성’의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산업간, 영역간 컨버전스가 확대되며 기존 경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급변하는 불확실성 시대의 돌파구로서 창의성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어떤 일을 자신의 해당 분야에만 열심히 몰두하는 것만으로는 미래의 생존마저 확신할 수 없다. 예전에는 관련이 없어 보였던 경영 분야에서 최근 통섭(Consilience)이나 인문학적 상상력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여가나 휴가를 통해 일상적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영역의 다채로운 경험을 할 때 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창조적 단절’이 되는 셈이다.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쌓여갈수록 서로 다른 생각들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새로워질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 제대로 잘 쉬고 싶다

 
쉼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쉼에 대한 가치관뿐만 아니라, 제대로 쉴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최근 여가시간 및 국민소득 증가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구 선진국의 얘기로만 들렸던 ‘쉬기 위해 일한다’는 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날 만큼 쉼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개념이 해체되고 가족 구조가 다양화되는 점도 꼽을 수 있다. 2인 이하 가구, 싱글족, 싱글 키드 가정 등이 늘어나고 있다. 싱글들의 해외 여행이 급증하고 유아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에게 특급 호텔 패키지가 수년 전부터 인기를 더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 레저 분야에서 부부 중심의 소비가 증가하고 내가 좀 더 주인공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고급·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확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생활에 있어서 여성의 영향력 확대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생수 전문 매장인 ‘워터바’가 좋은 예이다. 이 매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수십 또는 백여 가지 고급 생수를 갖춰놓고 ‘워터 어드바이저’로 불리는 물 소믈리에가 고객들에게 다양한 물의 효능과 맛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20, 30대 여성들은 물론이고, 물을 끓이지 않아도 분유가 잘 녹는다는 입소문에 베이비워터를 찾는 젊은 엄마들에게도 인기다. 지난해 한 인터넷 오픈마켓의 프리미엄급 생수 구매자 중 여성구매자 비율이 75% 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여성의 구매력과 여성적 소비 성향의 확대로 감성적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한층 커질 전망이며, 이는 쉬는 방식과 형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능동적인 쉼의 공간으로 리조트가 부상

 
실제로 사람들은 어떻게 쉬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 국민여가활동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된 여가활동으로는 TV나 신문, 잡지를 보거나 목욕, 낮잠 등과 같은 단순 ‘휴식’을 취한다는 비율이 3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희망하는 여가활동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향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관광 활동(36.2%)’을  가장 많이 희망했고, 그 다음으로 스포츠, 취미·오락, 문화예술 관람 등의 순이었다. 집에서 수동적으로 쉬는 것보다는 일상을 벗어나 능동적으로 쉬는, 이른바 ‘레저활동’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재보다 향후 레저활동 비중을 늘리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75.5%로 나타났으며, 레저활동 중에서는 테마파크/놀이공원 가기, 문화유적지 방문, 지역축제 참가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2008 국민여가활동조사). 그 중 테마파크와 놀이공원의 경험률이 높은 것은 가족 중심의 여가패턴과 대형 리조트의 복합화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여가활동이 점차 동적으로 변화하고 가족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집을 떠나 쉴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리조트가 부상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시간이 확대되면서, 레저관련 지출이 증가하고 레저문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리조트 산업이 성장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 성장, 주5일제의 시행에 크게 힘입어 레저시장도 2004년부터 연평균 7%씩 확대되어 2009년 43조 8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리조트 산업도 연평균 8%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그림 1> 참조).

 

공중 목욕탕에서 시작, 복합 공간으로 발전

 
이와 같이 사람들이 집을 떠나 자주 찾게 되는 ‘리조트’의 어원은 프랑스 고어 Resortier (again + go out)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리조트의 여러 정의들을 종합해보면, 단순히 쉬거나 즐기기 위한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일상의 공간을 떠나 건강 회복 등 자신을 재정비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 지역을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리조트 산업은 기존의 숙박과 편의시설 중심에서 테마파크, 문화예술공연장, 명상원, 병원 등 연관 시설 기반 서비스 사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확대되는 추세이다.

 
최초의 리조트는 약 2천 년 전 로마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공 여가 시설인 소박한 공중 목욕탕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14세기경 물과 함께 치유와 요양을 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유럽의 스파 리조트를 거쳐,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대중형 리조트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당시에는 높은 교통비 때문에 장기체류에 적합한 입지성 리조트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리조트는 고급화되면서 연중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한 복합 공간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국내 리조트의 성장사도 큰 흐름에서는 다르지 않다. 스키 리조트의 도입으로 태동된 국내 리조트 산업은 대중화와 복합화를 거쳐 성장해 왔다(<그림 2> 참조). 특히, 2000년대에 기존의 입지적, 계절적 수요 편차를 극복하고자 리조트의 복합화를 꾀하면서 리조트의 개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다수의 유사 플레이어들이 진입하면서 결국 복합-대중형 리조트는 레드오션화되기 시작한다. 대형 워터파크만해도 전국적으로 이미 수십 군데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과거 단순 여가활동을 위한 개념을 넘어 이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신개념의 리조트가 도입되기 시작한다.

 

‘에듀-컬쳐형’, ‘에코-힐링형’ 리조트로 진화

 
문화, 교육, 건강, 힐링 등의 새로운 컨셉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국내외 리조트 사례들을 살펴보자. 
  
● ‘에듀-컬쳐형’, 오직 여기서만 볼 수 있다

 
문화·예술 공연을 통한 감성적 체험이나 특정 테마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는 에듀-컬쳐형(Edu-Culture) 컨셉트가 우선 눈에 띤다. 과거에는 놀이시설이나 오락거리만으로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성에 맞는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기반한 좀 더 차별적인 체험을 원하고 있고 고품격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자 한다. 카지노 중심으로 성장한 라스베가스의 호텔과 리조트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품격 문화 공연의 중심지로 변신에 성공함으로써 컬쳐형 리조트의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공연 도중 관객들의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는 ‘O’쇼를 비롯해, ‘KA’ 등 5개의 태양의 서커스 상설공연이 매일 공연되고 있다. 이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의 아시아 최초의 상설공연장이 설립된 마카오의 ‘베네치안 리조트’ 역시 이 공연 때문에 일부러 찾는 여행객들이 꽤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여름, 쉬면서 배우는 역사·문화 테마형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부여군에 들어선 ‘롯데부여리조트’는 백제를 테마로 한 전통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백제테마정원’, ‘백제예술거리’, ‘역사재현촌’, ‘백제역사문화관’ 등으로 꾸며져 훌륭한 역사 학습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백제테마정원에는 왕의 침실, 생활공간, 연회공간이 각각 재현되어 있어 이용객들은 마치 백제 왕에게 초대를 받은 듯한 느낌으로 당시 왕족의 생활과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 학습을 위해 반드시 유적지 근처에 머물 필요는 없다. 역발상으로 근접성에서 유리한 도심형 리조트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서울의 롯데월드 내에 입주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KidZania)’가 이에 해당된다. 이미 멕시코 시티, 도쿄, 두바이 등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서울에 도입된 이 테마파크는 엄밀히 구분하자면 숙박형 리조트는 아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90여 가지의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에듀 테마파크일 뿐이다. 그러나 어린이를 둔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이 테마파크와 연계한 호텔패키지까지 지속적으로 인기다. 실제로 이 직업 체험을 하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하여 1박을 하는 가족들이나 재방문객들이 상당수에 이를 만큼, 도심형 에듀 스테이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교육과 문화의 영역 및 컨텐츠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러한 컨셉트를 활용한 리조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기존의 서비스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제공하느냐인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감상회가 열리고 있는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Met Opera on Screen)’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전세계 1,500여 개 극장을 통해 상영하는 서비스로, 현장성이 중요한 오페라 같은 공연도 리조트에서 즐기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에코-힐링형’, 자연을 느끼며 치유한다

 
건강, 웰빙을 지향하면서 자연적 치유를 강조하는 에코-힐링형(Eco-Healing) 리조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빡빡한 경쟁과 빠른 디지털 사회와는 반대로 느긋한 삶을 통해 정신적인 편안함에 의지하려는 것이 이젠 더 이상 ‘다운시프트족’ 만의 얘기는 아니다. 정신 없이 달려온 현대 도시인들은 자연에 대한 동경에서 지나친 속도감과 압박감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수년 전부터 성행 중인 에코 스파 리조트도 이 범주에 속한다. 모두 기존의 스파 리조트에 친환경적 요소를 결합해 진화한 경우인데, 재활용 나무로만 지어지고 바람으로 전기가 만들어지는 미국 콜로라도 주의 ‘키스톤 로지 스파’와 리조트 내 정원에 있는 식물이 모두 식용 가능하고 트리트먼트 또한 지역 유기농 식물로만 이루어지는 태국의 ‘식스센스 리조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보다 진일보한 에코-힐링형 리조트는 강원도 홍천에 들어선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자연 그대로의 삶’을 체험함으로써 도시의 삶과 때를 씻어낼 수 있는 복합 휴양 시설이다. 그래서인지 해발 250미터 고지의 숲 속에서 술, 담배는 물론이고 텔레비전, 에어컨, 냉장고도 없는 ‘의도된 불편함’마저 감수해야 한다. 그 대신에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 달린 창문으로 밤하늘도 볼 수 있고, 객실 가운데 있는 정원을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건물은 지열, 태양열 등 친환경적 에너지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벽지, 페인트는 물론이고 객실 내 물품이 모두 친환경 제품이다. 휴식과 치유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숲 치유 명상, 와식 명상, 낙조 명상 등의 다양한 명상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트레킹으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덕택에 면역력까지 높일 수 있다. 한마디로,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파묻혀 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건강한 생활습관도 체득할 수 있는 자연치유의 공간인 셈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리조트도 등장해 병원과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일례로, 필리핀의 ‘산베니토 리조트(The Farm at San Benito)’가 있다. 이 리조트는 자연 그대로의 휴양지 특성을 살리면서도 메디컬센터와 전문의까지 두고 방문객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마사지와 요가, 명상, 식이요법, 스파, 건강검진 등의 맞춤형 건강·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표적인 메디컬 리조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삶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 플랫폼

 
미래 트렌드 변화에 따라 삶의 니즈도 달라지게 된다. 특히, 사람들의 쉼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다양화되면서 리조트는 이제 단순 휴식 공간을 넘어서 색다른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일종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쉬면서 고품격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연장이기도 하고, 현장 체험을 통해 살아있는 학습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연 속에서 치유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건강증진센터의 역할도 하기 시작했다. 향후 이러한 신개념 리조트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삶의 니즈가 변화하고 다양해질수록 리조트로부터 제공 가능한 서비스 영역 또한 확대될 것이다. 가령, 병원뿐만 아니라 실버타운, 타운하우스의 요소까지 들어간 ‘건강관리형 은퇴자 리조트’라던가, 지역 농장, 농산물 직매장과 협력하여 지역사회와도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형 리조트’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서비스 플랫폼으로 리조트의 진화는 불리한 입지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성장해온 한국의 리조트 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을 의미한다. 리조트를 통해서 새롭게 서비스할 수 있는 삶의 니즈를 남보다 미리 간파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차별적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반면 트렌드 따라가기에 급급한 나머지, 일명 뜬다는 컨셉트에 유사한 서비스로 구색 맞추기에 그친다면 국내 이용객들마저 외면할 것이다. 너도나도 워터파크 열풍에 사로잡혀 복합 리조트의 레드오션화를 재촉한 과거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리조트의 어원처럼, 국내 리조트들이 차별적인 체험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진정 ‘자주 찾게 되는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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