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한국경제, 왜 위기라 말하는가 - 미·중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일취월장7 2019. 12. 30. 12:51


한국경제, 왜 위기라 말하는가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30 10:00
  • 국책 2.3~2.4% vs 민간 1.6~1.9% 전망 엇갈려…관건은 대내외 불확실성 관리

    “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답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새해 경제 상황을 점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국내만 해도 수없이 많은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대외 변수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고, 그 불확실성은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2020년 경제 상황을 예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우린 전문가를 찾는다. 그런데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연말연초에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들은 이듬해 같은 달에 되돌아보면 틀린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년 경제 전망을 쫓아 챙겨본다. 왜 그럴까? 어차피 틀릴 가능성이 높은 분석을 매년 같은 시기만 되면 왜 반복해서 찾아볼까?

    눈 밝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잘 쫓다 보면 어떤 단서와 힌트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과 비관이라는 결론은 달라도 경제 전문가들이 그 판단을 내리는 데 쓰인 근거인 ‘재료’들은 사실 놀랍게도 대체로 비슷한 경우가 많다. 재료에 대한 판단이 다르니 한국 경제 전망이라는 결론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해진다.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리는 데 중요하게 사용한 재료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하고, 그 재료들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엇갈렸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전문가들의 권위에 기대지 않더라도 결론까지의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바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새해 한국 경제 오리무중 속 고군분투”
    “2020년 한국 경제는 ‘오리무중’ 속 ‘고군분투.’”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국내 경제 전문가 43명은 새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핵심 키워드로 이 두 단어를 제시했다. 2019년 제시한 ‘내우외환’보다는 우려의 정도가 덜하다. 왜 ‘오리무중’에 ‘고군분투’일까. 오리무중의 이유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새해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경제의 하락 가능성, 한·일 수출 갈등,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남북경협과 비핵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일, 남북 문제를 제외하면 우리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변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고군분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이 교수는 “세계경제의 오리무중 속에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수출 증가율의 하락, 각종 투자의 정체 및 감소, 성장 없이 일부 고용지표만 개선되는 ‘성장 없는 고용’ 등을 맞닥뜨리며 한국 경제는 고군분투할 것”이라면서 “한국 경제는 성장세 하락, 수출 마이너스, 투자 정체, 분배 악화와 같은 난관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중 경제협상 타결, 이에 따른 수출 회복, 5G 혁신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이 이뤄진다면 새해 상반기까지 침체를 겪은 후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전망은 어떨까. 정부는 새해 한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이 내놨던 전망치보다 최소 0.1%포인트에서 최대 0.8%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새해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2.3%와 2.2%로 내다봤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의 근거(재료)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경기가 새해에는 회복하는 데다 대규모 투자와 재정 확대 정책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2.0%)보다 0.4%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새해 세계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세계경기가 저점을 지났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글로벌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0을 넘어섰다. PMI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 국면을, 50보다 작으면 경기 위축 국면을 나타낸다. 경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OECD 경기선행지수도 지난 10월에는 2017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여기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기구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12.8% 감소했지만, 새해에는 5.9%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 “경기 저점 지나…대규모 투자가 마중물 역할”
    정부는 미·중이 ‘1단계 무역 합의(스몰딜)’에 성공한 점도 낙관적 전망의 주요 근거로 썼다. 김 차관은 “정부 성장률 전망치가 한은이나 KDI보다 0.1%포인트 높은 것은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라는 중대한 상황 변화가 감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 확대 속에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도 성장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새해에 울산 석유화학공장(7조원)과 인천 복합쇼핑몰(1조3000억원) 건립 등 1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신규 사업(15조원)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창동 K팝 공연장 등 15조원 규모의 민자사업과 철도·고속도로·항만 등 공공기관 투자사업(60조원)도 추진한다.

    이런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민간기관 중심의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새해 성장률로 올해 전망(2.0%)보다 낮은 1.8%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 여건이 허약해지고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다며 올해와 같은 1.9%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은 2.1%를 예상했다.

    해외의 시선은 어떨까.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의 새해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2.1%였다. 정부 전망치와 0.3%포인트 차이가 난다. JP모건은 2.3%, 크레디트스위스(CS)·바클레이즈·골드만삭스·HSBC는 2.2%, 모건스탠리·노무라는 2.1%, 씨티는 2.0%다. UBS는 새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전망하며 오히려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민간 “대외변수 불확실…中 경제 경착륙 우려”
    민간기관들은 대내외 여건이 정부가 예상한 만큼 호전되지 못하면 경기 반등의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짜 겨울이 오냐, 아니냐를 가를 핵심 변수는 대외 불확실성이다. 새해 세계경기 전체는 성장하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OECD 전망·올해 2.3%→새해 2.0%)과 중국(6.2%→5.7%)의 성장세는 동반 둔화한다. 한국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경기가 부진하면 우리 경제의 회복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간기관들은 중국 경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전망과 분석도 결이 다르다. 사실 국책은행들 역시 대외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0년 국내외 경제 및 산업 전망’에서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세계 교역 둔화 등 대외 수출 여건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새해 국내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IBK 경제연구소는 ‘2020 경제 및 산업 전망’을 통해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거나 분쟁이 격화할 경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서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협상 교착이 지속하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며 ‘바오류(保六·6% 이상 성장률)’가 깨질 경우 한국 경제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가운데 새해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성장률을) 다소 회복하겠으나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착륙 우려와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 등도 한국 경제의 내수 및 수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료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시아 주요국의 경기둔화, 보호무역 기조, 잠재성장률 하락 등이 2020년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아시아 경제권의 성장세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은 수출은 물론 성장률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소폭 회복되다 곧바로 떨어지는 ‘더블딥’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부진한 내수 등 2019년 한국 경제를 흔든 ‘외환’과 ‘내우’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 실장은 “2020년 화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며, 하방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여부가 산업과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미·중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30 11:00
[기고] 중국 꺾으려는 미국과 굴복 않겠다는 중국, 충돌 이어질 듯
우선 자기 고백부터 해야겠다. 미·중 무역전쟁의 경우, 필자는 이미 여러 번 틀렸다. 처음에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고, 나중에는 아무리 늦어도 2019년 중반 정도까지는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미 실패한 사람이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지금도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변명을 굳이 하자면, 미국은 짐작했던 것보다 더 완강했고, 중국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버텼다. 다만 합의 결과는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진핑은 실속을 차리고 트럼프는 명분을 얻는 수준에서, 그럭저럭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도 그렇게 가는 모양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사실상 ‘휴전’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연간 구매량을 최대 500억 달러까지 늘리는 데 합의했고, 미국은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30%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서구 언론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중국의 승리’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구조적 개혁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무역전쟁은 곁가지, 패권전쟁이 핵심
그럴 만도 한 것이 특별히 주목할 만한 합의사항이라는 게 없다. 핵심 쟁점이라고 해야 할 환율조작 문제, 지식재산권 보호장치 강화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줄곧 요구했던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문제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게 전부다. 트럼프가 협상 결과 얻어낸 것처럼 말하는 농산물 구매나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 정도는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중국이 이미 무역전쟁 직후부터 미국에 약속한 것이었다. 돼지고기는 어차피 중국이 필요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사육 돼지의 약 50%를 살처분해 버렸고, 중국인을 먹여 살리려면 수입을 늘려야 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완전한 딜(complete deal)’이 아니면 거래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제는 말을 바꿨다. 지난 5월에도 협상은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깨졌다. 5월 합의안과 이번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중국의 류허 부총리는 “협조(cooperation)”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른 게 없다는 뜻의 외교적 표현일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트럼프로서는 금융시장을 안심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선거가 있는 해, 사실 미국 대통령은 경제에 충격을 주는 어떤 조치도 어렵다. 의회의 탄핵 표결에 트럼프는 마음이 급해졌을 것이고, 시진핑은 그동안 버틴 대가를 받았다.

따지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것들 자체가 무리였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뿐만 아니라 기술 절취와 보조금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불공정 관행과 산업정책을 바로잡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2016년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돼 지금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달랐을까.

2011년, 오바마 정부는 중국 포위전략을 공식적으로 선택했다. 그 선봉에 선 사람은 당시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었다. 힐러리는 4년 동안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모든 나라를 한 번 이상 방문했다. 포위전략을 숨기지도 않았다. 당시 힐러리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외교-군사정책의 중심은 아시아고, 그 전략의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말로만 한 것도 아니다. 이때부터 미국 정부는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국방비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했고, 전략 항공모함을 아시아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북한의 ICBM 개발을 중국이 막지 못한다면 미사일 방어망으로 중국을 포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관세 공격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다.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미국 기업 대부분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다. 흔히 중국은 생산해서 수출하고, 미국은 수입해서 소비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하고 수입해, 미국에서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관세를 부담한 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에 수출해 번 돈으로 미국의 채권을 다시 사들인다. 중국이 매입한 미국의 채권 규모는 국채와 공채를 합쳐 2조 달러 수준에 이른다. 경제적으로만 보면 미국과 중국은 대립하기보다는 상호의존적이며 보완적인 관계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민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은 없다. 트럼프가 중국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 민주당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종이호랑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현 하원의장은 지금도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018년의 경우 4192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로지 무역적자만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무역전쟁의 원인은 단순히 경제문제에 있지 않다. 국가무역위원장인 피터 나바로는 중국이 무역을 통해 번 돈으로 군비를 확충하고 있다며 이를 국가안보 리스크로 규정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미국 외교협회 강연에서 “중국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은 결국, 세계경제의 패권을 둘러싼 대립이다. 무역전쟁은 곁가지일 뿐이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과 영향, 미·소 냉전보다 더 클 수도
중국 경제는 지금 쉽지 않다. 지난 수년간의 막대한 자금 공급으로 이미 부채가 너무 늘었다. 적지 않은 민간은행들이 채무불이행 직전에 몰려 있다고 한다. 외국계 기업들의 중국 탈출 움직임도 심각해지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갑자기 삼성전자 중국공장을 찾은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무역전쟁을 통해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한 것은 맞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서둘렀어야 하는 경제의 구조개혁 작업을 미뤄야 했다. 하지만 미국의 거센 압력을 생각하면 중국 경제는 오히려 잘 견뎌낸 것으로 보는 게 현실에 부합한다. 시장경제 체제 도입 이후 중국은 해마다 연평균 8%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아 성장률이 급락한 2019년에도 연간 6%를 유지했다. GDP 규모 13조 달러의 나라가 6%의 성장을 이룩한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승부가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잠정적 합의와 휴전, 그리고 다시 상황의 악화와 분쟁, 재협상으로 이어지는 일은 반복될 것이다. 중국의 자세는 확전은 피하지만 그렇다고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 같은 산업정책의 중단과 국유기업에 대한 특혜나 보조금 폐지는 중국으로서는 끝내 받아들일 수 없는 의제일 것이다.

반면 미국도 트럼프와 관계없이 대중국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은 누가 집권하든 그대로일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소 냉전보다 더 충격과 영향이 클 수도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분쟁은 앞으로 50년 또는 100년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