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

상상 속 2020년 vs. 1주일 남은 현실 속 2020년

일취월장7 2019. 12. 26. 09:26

상상 속 2020년 vs. 1주일 남은 현실 속 2020년

  • AhnLab
  • 2019-12-24

‘2020년’이 딱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느 때와 같은 ‘새해’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2020이라는 숫자 때문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보았던 만화나 영화 속에 등장했던 2020년은 대부분 상당히 먼 미래로 그려졌다. 최첨단의 미래 도시거나 암울하고 황폐화된 인류의 미래로 그려졌던 2020년이 불과 며칠 밖에 남지 않았다. 막상 2020년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상상과는 몹시 다른 모습에 다소 허무한 느낌도 들 터. 과거에 그렸던 2020년의 모습과 현실을 짚어보자.

 


 

 

그때를 아시나요? 1965년에 상상했던 2020년 

우리나라 나이로 현재 50대 전후라면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잡지를 기억할 것이다. 만화 ‘심술통’으로 잘 알려진 이정문 화백은 1965년에 21세기를 상상하는 만화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를 그렸다. 당시 이 만화는 허무맹랑한 상상력이라며 코웃음의 대상이 됐을 수도 있지만 2000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작가의 상상력은 재평가됐다. 

 



▲ 이정문 화백의 1965년 만화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 

 

이정문 화백은 1965년에 그린 만화에서 2000년대를 이렇게 예측했다. 전기자동차, 태양열 주택, 로봇 청소기, 움직이는 도로(무빙워크 혹은 에스컬레이터), 전파신문(인터넷신문), 화상공부/원격의료, 홈쇼핑, 휴대전화/휴대TV, 달나라 수학여행 등이다. 물론 현재 시점으로 본다면 달나라 수학여행을 빼고 모두 실현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는 또 몇 년 뒤에 2041년을 예측하는 만화도 내놨다. 여기에선 자율주행자동차, 과속방지도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안경, 동시통역 기계, 냄새나 바람 등이 나오는 4D TV 등을 예측했다. 2000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1965년을 살던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1989년, X세대와 함께한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89년에 2020년을 그린 만화가 있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그것이다. 

 

 
▲ TV 만화 영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엄청난 홍보를 했다. 88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 지원으로 제작된 이 TV 만화 영화는 1989년 KBS에서 13회 분량으로 방영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2020년에 지구에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인류가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독수리호를 우주로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스타워즈 영화의 배경이나 스토리와 비슷하고 은하철도 999나 엄마 찾아 삼만리처럼 가족을 찾아 우주여행을 하는 진부한 설정으로 당시엔 유행을 타지 못했지만 해외 여러 나라에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수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20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본다면 어린이용 만화에서 벌써부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황사로 지구가 멸망해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도 비슷할 정도. 2020년을 앞둔 현재,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예언(?)한 것처럼 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공기 오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삼림 파괴와 온난화 등으로 지구가 황폐화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에 벌어질 일?

이제는 고전이 된 영화 ‘터미네이터’는 앞으로 10년 뒤인 2029년의 미래에서 과거로 인공지능 로봇을 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는 기존 영화에 비해 훨씬 고도화된 형태의 로봇이 등장한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인 터미네이터는 금속 소재의 뼈대를 가졌지만 인간의 육체로 덮여 있는 T-800이라는 로봇이다. 2019년 현재, 전자 피부가 촉감을 느끼게 만든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가장 혁신적인 로봇은 액체금속 로봇인 T-1000이다. 반으로 갈라도 다시 붙고 포탄을 맞아도 금세 상처를 회복하는,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불사신 로봇이다. 이처럼 변형과 복제가 가능한 로봇을 구현하는 건 2020년이 되더라도 현대의 기술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게 과학계의 설명이다.  

 

이미 지나버린 ‘미래’

영화에 등장한 ‘미래’가 우리에겐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영화들도 있다. 1985년도에 제작된 영화 ‘백투더퓨쳐’에서 그렸던 미래는 2015년 10월 21일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으로 간 이들이 본 풍경은 날아다니는 자동차, 초분 단위로 정확한 일기예보,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피와 장기의 교체로 수명 연장, 운동화의 자동 끈, 사이즈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건조기능까지 있는 자켓, 3D 간판, 무인 자동차 수리점, 공중 스케이트 보드, 안경형 전화기 등이다.

 

1982년 제작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라는 미래’를 이렇게 예측했다. 영화 속 2019년의 지구는 핵전쟁으로 인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거대 기업인 타이렐 사는 리플리컨트라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제작된 당시를 기준으로 30여년 후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플라잉카는 2019년 12월 현재 현실화되진 못 했지만, ‘현재진행형’인 것은 분명하다. 세계 가국에서 플라잉 택시 서비스 등을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잉 택시는 블레이드 러너 이후 1997년 제작된 영화 ‘제5원소’에도 등장한 바 있다. 

 

 


▲블레이드 러너​

 

한편, 블레이드 러너의 핵심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리플리컨트들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말하고자 했던 복제인간 이슈다. 2019년 말 현재, 복제인간 역시 AI(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하다.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미래는 온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몇 십년 뒤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어렸을 적 꿈꿨던 어른이 된 후 내 모습과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비슷할까.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 소설이나 만화 속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 미래를 예측했던 그 모습들이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것도 연말을 맞아 의미 있는 일이었을 듯싶다.

 

몇 십 년 전 과거엔 현재를 이렇게 예측했고, 지금 우리는 또 다시 몇 십 년 후, 혹은 몇 백 년 후의 모습을 예측하면서 살고 있다. 인간은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기에 미래 예측은 개인의 자유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영화나 만화에서 그리는 미래의 모습들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의 영화들은 매우 과학적인 이론에 근거하여 치밀하게 만들어진, 상당히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치밀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 영화들이 한결 같이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가겠다.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들을 행복하고 편하게만 이끌지는 않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처럼 ICT 기술의 발전이 빅 브라더를 만들어 모든 것들을 통제하고 사회가 유기체로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유토피아이고 어느 것이 디스토피아인지는 사회가 가진 절대적 기준과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래를 예측한 수많은 영화들은 어쩌면 지금 인류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계가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사회라는 걸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