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킹핀은 ‘산업한류’다” - 위기의 지방, 되살릴 수 있나

일취월장7 2018. 10. 17. 09:55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킹핀은 ‘산업한류’다”

[인터뷰] 박광기 前 삼성전자 부사장 “샌드위치 신세? 발상 전환하면 위기는 곧 기회”

조유빈·김종일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1(목) 08:01:00 | 1512호

지금 한국 경제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모델이 변곡점에 와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침체기에 빠져 있거나 하향세다. 이 변곡점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쇠퇴한다. 청년실업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양극화 등 갈등도 극심하다. 각각의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다. 모든 문제가 긴밀히 연결된 초(超)연결사회에서는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킹핀(king pin)’이 필요하다. 볼링에서 핀 10개를 다 쓰러뜨리려면 1번 핀이 아닌 그 뒤에 숨어 있는 5번 핀을 맞혀야 한다. 이게 바로 킹핀이다.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박광기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구체적인 국가 재도약 전략이 될 수 있는 킹핀으로 ‘산업한류’를 말한다. 우리나라를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시킨 수출형 무역 패러다임을 해외 맞춤형 투자로 전환해, 현지에 공헌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윈윈(win-win)형 글로벌 진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샌드위치 신세라고 자조할 게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소장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동안 대한민국 압축성장의 한복판에서 일했다. 대표적 해외파 기업인으로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시장을 개척하고, 세계 93개국을 방문해 영업과 마케팅, 사업운영 등을 두루 경험한 글로벌 경영자다. 30년간의 경영을 바탕으로 15년 뒤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 그에게, 한국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뉴패러다임’에 대해 물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현재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요 정체기로 고전한다. 경제성장의 변곡점이다. 도태되거나 재도약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새 생명을 넣는 산업을 찾지 않고서는 해법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을 이끌던 대기업들에 변곡점이 오면서 전체적인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노르웨이의 노스세일링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고래를 잡는 포경업을 하다가 포획이 금지되자 고래 관광으로 회사 패러다임을 바꿨다. 경쟁사가 늘어나자 관광범선을 개발하고 디지털 장비를 동원해 ‘생태관광’으로 다시 영역을 넓혔다. 기업이든 국가든 지금의 상황을 돌파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과 일본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에 낀 한국을 두고 ‘위기의 샌드위치’ 신세라고 비유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회의 샌드위치’로 나아가자고 주장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삼성에서 일하면서 많은 해외 리더들을 만났다. 그들 눈에 비친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한국, 미국과 중국에 끼인 한국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다. 현재 우리는 동북아에서 살아남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 경제적으로 일본을 따라잡아야 하고, 중국과의 격차는 더 벌려야 한다는 전략을 내밀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교량적 위치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산업한류에 있다. 지정학적 위치를 인식하는 관점이 바뀌면 한류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뉴패러다임, 즉 킹핀으로 ‘산업한류’를 제시했는데.

“현재 저성장과 저출산, 양극화, 중소기업 문제, 주력산업 문제까지 모든 문제들의 뿌리는 ‘산업 노후화’에 있다. 이를 하나로 아울러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 필요하고, 그 방안으로 제안하는 것이 산업한류다. 한류는 문화 콘텐츠에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과 연계할 수 있다. 한국은 가장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이룬 나라다. 신흥 개발도상국들은 산업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한국에서 찾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낀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 그것이 바로 산업한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산업정책이라는 것은 먼저 어떻게(how)와 무엇을(what)을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 제조시대의 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를 이을 포스트 반도체 산업에 대한 답이 나와야 산업정책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신(新)맞춤형 산업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빈국에서 선진국이 된 노하우를, 우리를 따라오는 개발도상국들에 맞춤형 산업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개도국은 한국의 압축성장 경험과 다양한 제조업종,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인프라 공기업과 대기업, 장년층 기술자와 대졸 청년, 중소기업이 ‘원팀’이 돼 신흥 개도국으로 동반 진출한다. 각국 경제개발 단계에 필요한 산업과 기술로 맞춤형 산업단지를 조성해 산업화의 기본 토대를 구축해 주고,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도 같이 성장하는 글로벌 공생 전략이다.”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사례가 있나.

“우리의 노후화된 사업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 진출한 예로 베트남에 진출한 태광을 들 수 있다. 태광은 처음에는 신발 수출로 시작했지만, 제조업을 거쳐 이제 현지에 화력발전소와 화학공장까지 운영하는 주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도시의 경험’을 파는 예도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내년 3월부터 5년간 싱가포르 모노레일 사업의 운영을 맡기로 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와 손잡고 동남아시아 철강 사업이라는 신시장을 공략했다.”


이런 구상이 현재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있는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단 대졸 청년들에게 현지인을 관리·육성하는 오피스 업무를 맡길 수 있다. 또 각국에 만들어진 맞춤형 산업단지는 도시화로 연결된다. 병원·학교·유통·안전 등 서비스 산업이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진출한 청장년들은 산업단지 안정화 이후 벤처 창업 등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베트남에 한국의 병원이나 호텔, 학원이 진출한 것도 한국 제조업이 대거 진출해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기업은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재건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동반성장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문제가 쉽지 않을 텐데.

“물론 대기업이 2차, 3차 협력사까지 데리고 나가는 리스크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지 시설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현재 가동되지 않는 국내 시설을 갖고 나갈 경우 물류비를 국가가 대주거나, 현지 진출을 조건으로 중소기업은행에서 설비 투자비용을 낮은 이자로 보장해 주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처럼 한계기업에 정책자금을 붓는 식이 아니라 이런 방식이면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살아나는 투자’가 된다.”


산업한류를 이끌 경쟁력 있는 다른 산업은 무엇이 있나.

“21세기 글로벌 디지털 교육혁명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 전 세계가 100세 시대가 돼 평생교육의 장이 열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들도 이뤄지고 있다. 텍스트 교과서에서 게임이나 동영상 등으로 교육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런 맞춤형 교육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 강사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노하우와 콘텐츠가 있다. 게임 역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멀티미디어 기술을 집대성해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창출해 낼 수 있다. 또 한국의 전자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교육 솔루션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미 토도수학·핑크퐁 등 한국 기업들이 개발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들은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 11월15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고향 쿠누에서 당시 삼성전자 아프리카 총괄 박광기 전무 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 11월15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고향 쿠누에서 당시 삼성전자 아프리카 총괄 박광기 전무 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산업한류 프로젝트의 주 역할은 어느 부처에서 해야 할까.

“당장 급한 곳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중소기업중앙회·무역협회 등 5~6개 주체가 중소 제조기업을 돕고 있다. 성장기를 거칠 때는 각자 자기 역할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한 팀으로 융합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체적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산하에 한국해외사업본부 등 조직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인데.

“국내 기업 모두가 해외와 연결돼 있다. 국내의 가계 소득을 올려준다고 해서, 저부가화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거나 다시 살아나지는 않는다. 국민 소득에서 내수 소비는 그 비중이 낮고, 내수의 출혈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의 틀이 외부 지향적인데 우리는 그 문제를 내부에서 풀려 한다.”


정부 역시 신남방정책 등을 통해 산업지도를 넓히려 시도하고 있다. 정부에 제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산업한류의 포인트는 흔한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신산업이라는 한 단계 위의 궤도로 바꿔 타는 것이다. 근본적인 틀을 바꾸려면 기존 산업을 어떻게 살리고 어떤 신산업을 키우겠다는 산업정책의 방향이 있어야 한다. 소득주도는 결국 성장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현 상황이 정체돼 있는 만큼 해외에서 그 성장판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신남방정책의 3P(Peace, Prosperity, People)를 구체화한 것이 산업한류의 산업파트너십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진정한 포용성장을 구체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동반 진출해 새로운 융합사업의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대북 경제개발 지원도 J노믹스의 큰 축 중 하나인데, 국제적 명분과 신용을 얻기 위해서라도 신흥 개도국 개발을 같이해야 한다. 북한을 개발하려는 시뮬레이션을 가지고 있다면, 개도국에 테스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Good City Forum①] 위기의 지방, 되살릴 수 있나

한국도시행정학회-시사저널 10월23일 ‘GOOD CITY FORUM 2018’ 개최

안성모 기자 ㅣ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0(수) 17:00:00 | 1512호

한국의 도시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달로 외형은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은 오히려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바로 도시 발전에 ‘사람’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생명체입니다. 도시는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터’입니다.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한 ‘착한 도시(Good City)’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GOOD CITY FORUM 2018」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위기에 내몰린 지방의 현주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지역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심도 깊게 논의합니다.

 한국의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경제성장과 기술 발달로 외형은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은 오히려 활력을 잃고 있다. 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하나로 요약된다. 바로 도시 발전에 ‘사람’이 빠졌기 때문이다. 도시는 생명체다. 도시는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터’다.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한 ‘착한 도시(Good City)’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GOOD CITY FORUM 2018’을 개최한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위기에 내몰린 지방의 현주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지역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심도 깊게 논의한다.


참여정부에서 4년간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오전 ‘Keynote Speech’(기조연설)에 나선다. 참여정부 마지막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기도 한 성경륭 이사장은 국가균형발전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혁신·복지국가·지방분권 분야 공약의 틀을 만들었다. 오후 ‘Keynote Speech’는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맡는다. 참여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강현수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국토연구원을 이끌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도시재생뉴딜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오전에 진행될 ‘Session1 지방 소멸 위기, 어떻게 대응하나’에서는 《지방도시 살생부》 저자 마강래 중앙대 교수와 《골목길 자본론》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가 강연에 나서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한다. 오후에 진행될 ‘Session2 도시재생, 어떻게 시작할까’에서는 《도시의 발견》 저자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와 《부동산 왜? 버는 사람만 벌까》 저자 심교언 건국대 교수가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 강연한다.


강연 후에는 도시재생 우수 지자체 사례 발표와 함께 도시재생뉴딜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관련한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김상봉 한국도시행정학회장의 사회로 진행될 토론회에는 김이탁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단 단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 상임대표, 변창흠 세종대 교수, 김혜천 목원대 교수, 이상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석연구원, 조준배 서울주택도시공사(SH) 도시재생기획처장이 참석한다.

  

※‘Good City Forum’ 연관기사


[Good City Forum②] “위기의 지방 뭉쳐야 산다”


[Good City Forum③] “골목상권 육성이 도시재생의 핵심”​


[Good City Forum④] “지방도시, 피 돌지 않는 괴사 직전 상태” 


[Good City Forum⑤] “부자든 서민이든 모두 껴안는 포용도시로 가야”



[Good City Forum⑥] “사람이 공간과 주택의 주인이 돼야”

[인터뷰]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9(금) 13:55:29 | 1514호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국가균형발전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정책실장이었고,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은 이력에서 보이듯 그의 관심 분야는 정부혁신·복지국가·지방분권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복지국가 공약의 기초를 닦은 것도 성 이사장이다.
성 이사장은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2018 굿시티 포럼(GOOD CITY FORUM 2018)’에서 ‘Keynote Speech’(기조연설)에 나선다. 그는 지방의 성장과 도시재생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간’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고, 정부가 고용과 복지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 뉴스뱅크

ⓒ 뉴스뱅크


“도시에 ‘공간·경제·문화적’ 활력 가져와야”

‘2018 굿시티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됐다. 어떤 점을 강조할 예정인가.
“한국의 현대사는 긴 공간 이동의 역사다. 산업화에 따라 인구의 지역 이동이 일어났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또 주택을 마련하고 확장하기 위한 도시 내 이동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공간과 비싼 주택의 무게에 눌려 살게 됐다. 이제는 사람이 공간과 주택의 ‘주인’이 돼 제대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 때가 됐다.
또 현재 몇몇 신도시를 제외하면 많은 도시들이 ‘도시화 주기’에서 성숙기와 쇠퇴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에 공간적·경제적·문화적 활력을 가져오고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조연설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주목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낸다면 국민적 연대감과 사회통합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도시와 농촌의 연계발전을 통한 국민 삶의 풍요와 삶의 질도 제고할 수 있다.”

 

최근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을 살릴 방안은 무엇일까.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지방과 농촌으로의 ‘역 인구 이동’ 흐름이 형성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농촌을 방문하거나 관광을 가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귀농·귀촌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지방과 농촌의 6차 산업(1·2·3차 산업의 융복합) 육성, 수도권·대도시와 지방·농촌의 자매결연, 농촌의 빈집을 ‘빈집은행’에 등록해 수리한 후 게스트하우스로 개방하는 방안 등이 있다. 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재능을 ‘재능은행’에 등록해 지방과 농촌의 아동·청년·여성·장년·노인들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지방은 지방·인구 소멸 걱정할 처지”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거의 모든 정부에서 외쳤던 공약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세종시를 만들었지만 성공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장애물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수도권과 대도시는 여전히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경제와 교육, 의료, 문화, 소비 등에서 지방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중앙집권화된 정부 구조도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한 요소다. 권한이나 재원이 중앙정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들의 의식이다. 아직 국민에게는 서울과 중앙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
“서울에서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을 이전했으나 수도권의 흡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고령화가 지방과 농촌에서 더욱 극심하게 진행된 상황이다. 지방 소멸뿐만 아니라 인구 소멸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과거 개발시대에 지방에 배치된 제조업과 중화학공업단지가 최근 들어 극심한 구조조정 단계에 접어들며 지역경제의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세종시를 만들어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을 진행했다. 현재 세종시 정책의 보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행정수도는 먼저 교육·의료·문화·유통·대중교통 등 기본적인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과 세종시를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고속철도망 구축도 필요하다. 혁신도시의 경우에는 행정수도에 요구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보완책과 더불어 혁신도시 내부의 자족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도 늘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 상황을 평가한다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의 연계 추진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립적 경제기반 구축과 관련된 지역산업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재생 및 생활여건 개선사업도 추진돼야 한다. 생활 SOC 사업을 확대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에너지 전환 및 주택전환과 연계해 지역 일자리 창출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책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를 출간했다. ‘포용국가’를 통해 지방 발전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포용국가는 국민 모두를 특권·차별·배제 없이 동등하게 포용하되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배려를 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의 평등한 참여와 안정된 사회보장을 이루는 국가를 의미한다. 포용국가는 곧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취약한 지역과 농촌 주민을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하고, 이들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정책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과거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상대적으로 ‘공간’ 요소에 더 치중했다면 포용국가 정책은 상대적으로 ‘사람’의 고용과 소득, 복지에 더 많은 강조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시사저널 ‘굿시티 포럼’ 참가 소감은
“‘굿시티 포럼’을 통해 지역과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분출하고, 그것이 우리의 지역과 도시를 ‘아래로부터’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