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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지배하는 '코포라토크라시'의 정체 - 모피아 체제에서 금융 개혁 어림없다

일취월장7 2018. 3. 2. 11:09

세계를 지배하는 '코포라토크라시'의 정체

[김성훈 칼럼] 경세가는 보이지 않고 정상배들만 판치네


지난 1월 31일 자 칼럼 '인류문명이 저지른 죄, 이상 한파와 미세먼지,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 이제는 이윤과 효율 위주의 성장 일변도 정책 기조로부터 지속가능한 자연환경 생태계와 안전한 삶을 우선시하는 재생사회(Regenative Sustainable Society) 정책으로 전환할 때이고 그 해법의 90%는 정치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현 상황의 정치구조에 극도의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많은 지인이 나에게 어떻게 그 해법의 90%가 '정치'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느냐고 힐난하듯 반문(反問)했다.(☞ 관련 기사 : 인류 문명이 저지른 죄, 한파와 미세먼지 그리고...) 

'소련이라 속지 말고, 미국이라 믿지 마라, 일본은 일어선다, 조선아 조심하라'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계에는 바야흐로 색깔론과 편 가르기가 판치고, 1%의 많이 가진 자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민주·민권·민생 회복을 위한 적폐청산도 편 가르기와 색깔론에 파묻히고 만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문은 점점 국민들 시야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그 대신 '대한민국은 대기업(재벌) 공화국이며, 주권은 재벌에게 있고, 권력은 대기업(Corporation/Conglomerate) 자본과 돈으로부터 나온다'로 다시 써야 할 형편이다. 민주주의(Democracy)가 아니라, 대기업 자본주의(Corporatocracy) 세상이다. 돈(이익)만 바라보고 돈의 힘에 기대, 정치하고 정당질하는 것도 예사롭다. 돈이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돈이 정치를 지배한다. 대기업 자본의 이익 말고는 모든 가치가 그에 종속된다. 그리고 대기업 자본주의의 본산지인 미국은 무조건 옳고 선하다고 믿는다. 따지고 보면, 안개 속에 그 정체를 감춘 일루미나티니, 프리메이슨, 그리고 초대형 은행 계열 로스차일드와 JP모건이 미국과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를 쥐고 흔들어댄 지 어언 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경제식민지 격인 한국은 L모 대통령, 또 다른 L모 전 총리, L모와 J모 대기업 재벌총수들이 자발적인 회원이라는 풍문이 무성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치하 특별한 공적 미션 없이 한국을 번지르르하게 찾은 전 미 정부 총리가 세계 정부를 꿈꾸는 프리메이슨 본부의 메신저라는 소문이 돌아다닌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세계적인 전쟁국가 미국(지금도 시리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맹활약 중)은 더욱 무조건 옳고 선한 것이다. 

해방 이후 이 땅에는 어린이들 가운데 '소련이라 속지 말고, 미국이라 믿지 마라, 일본은 일어선다. 조선아 조심하라'라는 동요가 유행했다. 그리고 6.25한국전쟁이 터졌고, 일본 경제만 한국 내전 특수로 패전의 침체에서 경제 대부흥을 이뤄냈다. 미국과 소련을 따르던 국내의 종미 종(從美)·종소(從蘇)파들은 교차해서 된통 서리를 맞았다. 그 무렵부터인가 우리 사회 곳곳에선 사리를 분명히 따지며 올곧은 말을 하면, 묻지마식 '빨갱이'로 무조건 몰아붙였다. 그 사람들과 후예들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들의 가면을 일컬어 '김일성 가면'이라고 시비하며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비아냥거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건 무지의 소치도 아니고 색깔론도 아니다. 그냥 관습이 됐다. 이 같은 행태와 맹목적 색깔론에 대해 이제 뜻있는 국민들은 식상하다 못해 지쳐있다.  

북핵과 미사일은 분명 위험한 요인이며 나쁜 것이지만, '선제 타격 불사론'을 외치는 미국 트럼프 정부는 물론 6.25 동란과 같은 한국전 특수를 노리는 듯 선제 타격론을 부추기는 일본 아베 정권도 우리 국민들에게는 마찬가지로 위태롭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죽어갈 수백만 민생들은 대한민국 민초들이지 수천 킬로 밖의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나라의 자주와 안보는 우리 국민 스스로 똘똘 뭉쳐 지켜야 할 이유이다.

정명(正名)을 잃고 허덕이는 민주(民主), 민권(民權), 민생(民生)

공자(孔子)의 정명론(正名論)에 따르면, 백성이 나라의 주인인 나라이면 민주주의(民主主義), 바꾸어 말해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면 민본주의(民本主義)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백성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진정한 민주주의요 민본주의이다. 대의체제 민주주의하에서는 국민이 그들의 대표로 국회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뽑지 않은 재벌기업 자본과 돈의 권력이 나라를 들었다 놨다 좌지우지하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코포라토크라시(corporatocracy)이다. 그 풍토에서 '삼성공화국' 또는 '현대공화국'이 탄생하고, 사법부·행정부·입법부가 그 하부기관이 된다. 선출 정치가들이 돈 권력과 야합한 정상배(政商輩)로 둔갑해 활개 치고, 정치꾼들의 집단인 정당들 역시 편 가르기와 색깔론 등 안보장사로 재미 보는 돈 권력의 하수인을 자임한다.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사법부도 '재벌공화국'에 봉사한다. 

정명(正名)주의 대로라면 대통령이 대통령다워야 대통령이고, 관료가 관료다워야 참 관료이듯, 농부도 상인도 기업가도 각기 농상공인다워야 참 농민이요, 상인이며, 공업인이 아니던가.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돈의 권력 앞에 제자리를 잃고 헤매고서야 민주주의도 민본사상도 본연의 빛과 생명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민본주의가 이탈한 나라에서 백성의 권리와 백성의 삶(민생)이 온전할 리 없다. 생존이 불안한 서민대중 중에 눈치깨나 밝은 자는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떡고물을 받아먹으랴, 정명을 찾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 피해자가 다름 아닌 춥고 배고픈 서민대중이며 중소 상공인, 농민들 자신인데도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식량 식민국가'인 우리나라에선 생명산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가장 천대받고 무시당한다. 코포라토크라시의 1차 피해자가 된다. 왜냐하면 대기업 자본은 외세에 빌붙어 값싼 해외농산물을 수입할수록 자기들에게 이익이 더 많이 생기고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열악한 산업인 농업이 붕괴되어야 자기들의 이익과 부와 세를 더 불릴 수 있다. 그래서 그 하수인을 자처하는 정상배들일수록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외면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수 더 떠 '농업 포기론'을 부추기기도 한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나쁜 만남과 선한 만남

막스웨버는 일찍이 그의 명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지구촌이 종국에는 탐욕의 자본주의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꽃을 피워 정상배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잘못된 만남은 마침내 '양심이 결여된 과학, 영혼이 없는 학문, 상식이 안 통하는 정치, 이성이 빠진 종교, 염치가 없는 사법부, 그리하여 풀뿌리 백성이 죽어가는 나라'의 탄생이 예지 됐다. 그 결과, 돈과 이윤 등 자본의 탐욕이 지배하는 과학·정치·학문·종교·사법 정의 사회가 시나브로 가장 열악한 산업과 취약한 사회계층부터 짓밟는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로 변환하게 된다. 그 순간 인류 역사에 가장 어두운 시간, 죽어가는 나라(degenerative nation)로 전락하게 된다. 돈과 권력의 위력 앞에 무릎 꿇는 사법재판 사례(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주의 3대 요소 토지·노동·자본 중 자본을 가진 기업 권력이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이 토지 겸병이며 노동력 지배이다. 자본주의는 태생부터 토지 등 부동산 자산의 사유 극대화가 목표이며 수단이다. 짧지 않은 필자의 정부의 정무직 재직 중에 청탁성 압박과 유혹을 가장 많이 받은 부문이 토지용도변경 허가와 국공유지 불하 요구였다. 그 정점에는 어마어마한 간척지 공유지를 사유화해 상공업 용지로 용도변경을 로비한 수십조 원짜리 청탁성 협박이었다. 난다 긴다 하는 샛별 같은 정관계 인사들과 막강한 언론을 동원한 로비는 가히 죽음의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간척지를 더 훌륭한 공공요지로 개발할지언정 절대 특정 자본에게 몽땅 이윤을 몰아주는 특혜조치는 안 된다'는 DJ 전 대통령의 엄중한 교시는 지금도 존경해 마지않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사라져 가는 우리 밀농사를 정부를 대신해 살리려다 파산한 '우리 밀 살리기' 운동본부에게 수백억 원의 부채를 탕감시켜 주라던 대통령의 입에서 그 같은 공공의식의 토지 공개념이 정책으로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선(善)한 만남의 사례이다.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자(Go Back to Basic)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특징은 더러운 인분(똥)이 가득 차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그 선두에는 정상배들이 자리한다. 그래서 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시중에서는 정상배들을 일컬어 '교도소 담벼락 길을 걷는 서커스맨에 비유하며 잘못 디디면 교도소 안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정상에는 '이명박근혜' 일당이나 '최순실' 따위가 대기업 총수들과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수백, 수천? 아니, 소위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이다)!'이다. 

정상배들의 행태에 대항하여 "국회의원, 정치가들에게 최저시급제를 적용하라"는 SNS상의 벌떼 같은 요구가 어느 정도 진정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입만 열면 종북·좌빨 색깔론만 떠들고,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를 휘날리는 '나라 말아먹은' 극우·수구 정당과 정상배들을 어떻게 하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할까. 근거 없는 색깔론과 무고한 편 가르기 정쟁이 소용이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백성들의 소리가 하늘의 소리이며, 하늘의 소리를 따르지 않는 역천자(逆天者)는 반드시 망한다'는 소박한 진리와 진실을 일깨우는 일이 우선이다. 돈의 권력에 자유로운 언론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도 아니 바뀌면 민주·민권·민생의 정도(正道)로 감연히 맞서 일어선 국민들의 함성이 4.19 혁명이나 프랑스 대혁명처럼 승화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진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냉철하게 민본사상과 정명주의로 도덕을 재무장할 때이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며 백성들은 (올바로) 먹고사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세종대왕의 가르침과 실천을 따르는 길뿐이다. 나쁜 먹거리(예를 들어, GMO)는 퇴출시키고 나쁜 정상배들도 몰아내야 한다. 

자연환경 생태계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악취 투성이의 정치·종교·학문·산업 사회도 살리는 길은 누가 뭐라 해도 기본(민주·민권·민생)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생명산업인 농업을 올곧게 살리고, 덩달아 환경생태계와 민생의 삶을 안전하게 간수하는 일에 온 국민이 제1차적인 가치를 둬야 한다. 농업(먹거리) 먼저, 민생(안전) 먼저, 민권·민본 먼저인 사회를 우리 모두 함께 대망해 보자. 

'기승전돈'이 아니고, 생명이 우선시 되는 사회! 

정상배는 가고 경세가(經世家)만 모이는 나라가 그 해답이다.

이 글은 전국농민회가 발행하는 <한국농정신문> 3월 5일 자 '농사직썰'에 게재됩니다.



한국은 지금 우간다와 경쟁 중

[삶은경제] 모피아 체제에서 금융 개혁 어림없다
2018.03.02 11:40:32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책에서 화폐가 '물질적 실체가 아닌 심리적 구조물'이라고 했다. 특히, 신뢰라는 심리는 우리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온갖 유형의 돈을 주조하는데 사용해 온 가장 중요한 원자재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탄생한 화폐 금융 시스템은 인간이 고안한 시스템 가운데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 신뢰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기원전 3천년, 지금의 이라크 지역 수메르인들이 보리화폐(정해진 양의 보리를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재고 교환하는 척도로 사용했다고 한다)를 인류 최초의 돈으로 사용한 이래 오늘까지 화폐와 그 확장판인 금융(화폐의 기능을 시간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약속이라고 정의하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뢰’라는 공공재로 우리에게 공급되고 있다. 

우간다와 경쟁하는 금융사고의 왕국 

당연히 한 사회 금융 시스템 수준은 구성원이 부여하는 신뢰에 비례한다. 10년 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도화선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자 곧바로 비트코인과 그 운용체계인 블록체인 시스템이 등장하는데, 비트코인은 양적완화(화폐가치하락)로 신뢰를 배신한 달러를, 블록체인은 금융 산업을 정조준하며 신뢰가 사라진 영토들을 흡수하고 있다. 

이렇게 화폐와 금융이라는 제도가 신뢰라는 본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상식에 입각해 대한민국 금융 산업을 돌아보면, 말 그대로 절망적이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금융사고의 왕국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이 이어져 수백만 명의 시민이 고통을 겪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태와 2008년 KIKO 사태를 시작으로 2010년 신한은행 내부비리,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증권 CP 불완전 판매 사태, 2014년 카드정보 유출 대란, 2015년 엘시티 특혜 의혹, 2016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MB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얽힌 20억 원 뇌물 의혹, 최순실의 금융조력자로 지목된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의혹 등은 여전히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며,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 금융계의 부패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또 다른 사건이 지난 1월 말 금감원 조사로 알려진 국내 주요은행들의 신입사원 채용비리다. 자식 면접에 버젓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은행임원이 있었나 하면, 대담하게 면접 점수를 조작한 사례가 넘쳤다. 국내 주요은행들의 기막힌 채용실태는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런 충격적 실태를 조사하고 발표한 금융감독원 역시 정확히 1년 전, 자유한국당 정무위(금감원이 피감기관) 소속 국회의원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기준과 서류면접 점수를 조작한 채용비리의 당사자였다. 공공부터 민간까지 금융처럼 썩어도 골고루 썩은 곳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 '모피아'의 핵심으로 꼽혔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요직을 맡았다. ⓒ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장이 알아서 할 일"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한민국 금융은 산업의 성숙도 지표에서 국제적으로 아프리카의 우간다나 가나, 아시아의 네팔, 라오스 같은 나라와 치열하게 순위 경쟁 중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경쟁력 보고서가 그 출처인데, 2016년까지 80위권을 유지하며 우간다, 가나에 뒤졌던 우리 금융 산업이 지난해는 드디어 70위권으로 순위가 올라 우간다를 앞질렀다는 결과가 나와 실소를 자아냈다.  

결국 초점은 하나로 모아진다. 불과 20년 전 외환위기, IMF사태라는 금융의 대실패를 겪고도 여전히 그때만큼이나 구제불능인 대한민국 금융의 해법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해법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쪽을 대표하는 목소리는 이렇다. '금융 산업 종사자들이 전부 억대 연봉을 받고 남들보다 일찍 퇴근하지만 강성노조 때문에 개혁이 안 되니 이 나라 금융 산업이 우간다보다 후지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된 최경환 전 부총리가 현직에서 실제로 한 말이고, 정권이 바뀐 지금도 매일같이 보수 경제지들이 독자에게 전하는 일관된 메시지다. 

반면, 반대쪽에선 이렇게 얘기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이 핵심이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견제와 감시를 강화해서 금융 산업 전체의 공공성을 높이자'는 주장. 이 주장은 금융이 의료나 방송처럼 공공재임에도 금융자본과 금융당국의 타락과 전횡을 제어할 사람이 없음에 주목한다. 회장님의 거수기로 전락한 금융기관 사외이사(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의 사외이사 비율은 이사 총수의 과반을 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당장 시급한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을 추천하는 법적기구인 임원추천위원회에 금융회사의 노동자, 나아가서 금융소비자인 일반 국민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내용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제출하며 구체화됐지만, 개혁의 핵심인 금융 노동자의 임원추천위원회 참여가 제거된 채 시행됐다. 

문재인 정부에게 금융개혁은 무엇인가? 

그런데 놀랍게도 개혁적 기대를 받은 문재인 정부 첫 금융수장으로 발탁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이 문제를 두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발을 뺐다. 지난해 모피아 출신인 최 금융위원장의 기용이 유력해지자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문 대통령에게 금융개혁 의지를 보이라며 쏟아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얼핏 최 위원장의 이 발언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비록 새 정부 국정과제일지언정 민간 금융회사에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는 그럴듯한 현실론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상은 정부에 금융개혁 의지가 없음을 내비친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나라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의 자격요건, 이사회의 구성·운영 등 금융기업의 지배구조 전반에 걸쳐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고 해도 정부의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발 하라리가 언급한 것처럼 금융이 구성원의 신뢰로 만들어진 구조물, 즉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회사 임원에 노동자 추천 임원이나 금융소비자 추천 임원을 포함토록 할 것이냐는 선택 역시 오롯이 민간에 맡겨진 것이 아니며, 우선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다시 해가 바뀌었지만, 현장 금융노동자 입에서는 '춘래불사춘'이란 말만 맴돌고 있다. 금융적폐청산, 금융개혁의 본질적인 의제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실종됐고, 철지난 유행가처럼 권력의 낙하산 논란만 현장을 들쑤시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시민의 삶, 그 자체가 경제라는 철학으로 팟캐스트 형식의 오디오 경제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무금융노조의 팟캐스트 '삶은경제'에서 더 풍부한 내용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삶은경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에서 모두 검색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