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북핵 해결 위한 중재자를 찾아야 한다

일취월장7 2017. 10. 18. 12:00

북핵 해결 위한 중재자를 찾아야 한다

[현안진단]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게임의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2017.10.17 16:31:37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북한의 새로운 도발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북한은 한 번의 핵실험과 열 번의 미사일 도발을 이어왔고, 미국과 북한이 거친 언사들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위기를 키워왔다. 그런 터라 북한이 이번 당 창건일에 즈음하여 또다시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의미하거나 한반도 안보위기가 해소되고 상황이 조만간 바뀔 것으로 기대할 근거는 없다.

한반도 안보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북미대화가 시도될 수 있다는 일부의 전망도 기대로 끝났고, 이달 초에 중국에서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 두세 개 대화 채널을 열어 두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핀잔 섞인 트위터 문자를 받고 힘을 잃었다. 같은 시기에 북한의 고위관리가 러시아를 방문하여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으나 그 결과는 당장 현실 타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10월 7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7기 2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주목을 받았지만, 한반도 상황변화와 관련된 어떤 조짐도 없었다.

김기남, 최태복 등 노장 당 관료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실세들 몇 명이 전면에 포진했으며, 이미 김정은 리더십 아래 활발한 역할을 하는 최룡해, 김여정 등이 추가적인 감투를 몇 개씩 더 차지했는데, 이 같은 당직 인사만으로는 한반도 정세변화의 조짐을 찾기 어렵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최근 긴장이 크게 고조된 정세 속에서 북한이 강도 높은 대북제재의 압박을 견뎌내기 위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등 내부결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정도뿐이다. 이것만으로 북한의 내부적 불안정이 높아질 것이라든가 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라든가 여부를 전망하기는 이르다. 

미국과 북한이 '말폭탄'의 교환을 잠시 멈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태풍 전의 고요'일 수 있다. 하지만 '말폭탄'의 교환만 멈추었을 뿐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북한 영공 근처까지 접근해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군사충돌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 지난 7일 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금의 한반도 게임판에서는 압박도 대화도 성공하기 어렵다

핵‧미사일을 거의 완성한 마당에 외부 압박이 더욱 강화된다고 해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최근 중국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더라도 북한은 자기 주민들을 희생시켜서라도 핵무기를 지킬 가능성이 더 크다. 북한이 정권보다 주민의 안위를 우선했다면 상황은 벌써 바뀌었을 테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현 조건에서는 사실상 어렵다. 설사 협상의 판이 열린다고 해도 한미동맹이 북한에 핵 포기 대가로 줄 만한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보유가 임박한 상황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해결 방안은 핵전쟁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딜레마에 빠진 현재의 게임판에서는 입구도 출구도 안 보인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판을 바꾸어야만 한다. 북핵 문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30년 전 노태우 정부가 '7.7 선언'을 통해 탈냉전의 게임판을 제시한 바 있다.  

핵무기 자체가 위협의 근원이라는 우리의 생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무기 자체가 위협의 근원이라면 10~20개의 핵무기를 가진 북한보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더 크게 느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의 핵무기는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며 우리와 적대관계를 해소한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 핵무기가 문제 되는 것은 아직 정전상태가 해소되지 않아 적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에만 매달려 협상하려는 입구론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거두려면 한반도 냉전구조에 가담한 모든 당사국 사이에 적대관계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먼저 적대관계를 해소한 뒤에 출구에서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게임판이 바뀌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타협점 찾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7.7 선언’은 남북한과 주변국 간 교차승인의 필요성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적성국이던 중국 및 러시아와 수교했고, 북한이 미국 및 일본과 관계 개선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반도의 국제 냉전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7.7 선언’은 한·러수교, 한·중수교 등 절반만 이행되고 북한과 미·일 간의 수교는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한반도의 냉전유산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이 절반만 진행된 채로 30년을 지내오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은 더욱 엄중해졌다. 이제라도 북한과 미·일 간의 국교정상화를 마무리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은 이러한 과정과 맞물려 열릴 것이다.

우리는 냉전구조의 판을 바꾸지 않은 채 한·중, 한·러 수교이후 한반도에서 국제적 냉전질서 고리가 해소되었다는 착시 속에서 대북정책을 편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북핵 협상을 중재하는 일이다

안보리 대북결의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유엔회원국들의 대북제재 참여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당사국 간 협상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제재와 협상은 안보리 결의의 양대 요소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아홉 차례 거듭되면서 제재 쪽의 리스트는 계속 길어졌지만, 협상 쪽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 안보리 결의는 반쪽만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게임판을 마련하는 일도 위기국면의 진행이 중지되고 협상 단계로 들어서야 가능하다. 일단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거나 적어도 당사국들이 협상할 의지를 갖고 있어야 게임의 판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쉽게도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치킨게임에 빠져 먼저 협상 제의를 못 하고 있다. 협상 제의를 하는 쪽이 패배자로 인식되고, 협상 주도권도 뺏길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치킨게임에서 빠져나올 용기를 잃어버렸다. 약소국인 김정은은 사정이 더욱 절박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상을 중개하며 양측의 명분과 체면을 살려주는 중재자가 절실하다. 과거 리비아 핵위기 때 영국이 미국과 리비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았다. 이란 핵 협상 때는 독일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가 되었다. 이처럼 강대 강 충돌 분위기에서는 군사적 압박과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자세를 가진 중재자가 나와야 한다.

그동안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중재역을 맡았던 중국은 지금 핵 협상 중재보다는 미중관계 속에 자신의 입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이후 대북정책과 대미외교의 레버리지가 소진되어 중재 역할이 버겁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고 일본은 대북압박의 선봉을 맡고 있어 한반도 주변에서 협상 중재자를 찾기도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안보리 대북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는데, 회원국들이 협상 중재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도 해야 했다. 

지금은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용기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독일의 메르켈 수상이 협상 중재 의사를 수차 밝힌 바 있다. 독일은 우리와 같이 분단국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다. 그에게 남북한 동시 방문을 통한 협상의 중재를 요청해 볼 수 있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등 중재 역할을 할 만한 누구라도 좋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단초를 열어줄 중재자가 나서도록 하는 일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   


한반도가 '카드 게임' 테이블인가?

[한반도 브리핑] 한미동맹, '전쟁위협 고조'가 아닌 '평화증진' 동맹 되어야
2017.10.18 09:41:16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위협이 도를 넘고 있다. 그 심각성을 살펴보기 위해 한두 달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지난 8월 1일 오전(현지 시각)에 린지 그레엄 미 상원의원(Sen. Lindsey Graham)은 미국 NBC News의 <투데이>에 출연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에 대해 자신에게 직접 했던 말을 밝혔다.

그레엄 의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은 원하지 않지만, "만일 (김정은이 핵무기를 탑재한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면, 전쟁은 그곳(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다. 만일 수천 명이 죽는다면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레엄 상원의원은 미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충성'은 미국 국민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안정'(한국, 일본, 중국이 있는 동북아시아 안정)보다는 '국토안전'(외부위협으로부터의 미국 국토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무기 탑재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한반도에서 수백만 명이 죽는 전쟁은 불기피하며,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 말을 믿는다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 파괴', '태풍 전 고요' 등 일련의 전쟁위협 언사를 점점 강도를 높여 사용하고, 또 자신의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지금은 군사적 수단보다는 우선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때다'는 발언을 하면, 그들에게 때로는 인신 모욕적인 핀잔을 주면서까지 (물론 역할분담을 통해 북한, 남한, 중국 등으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내어 놓도록 하는 전략인지도 모르겠지만)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자신이 군사적 수단을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시작을 '카운트 다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위협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온 것이다. 지난 9월 23일과 10월 10일, 보름 남짓한 기간에 두 번이나, 그것도 깜깜한 밤에 최신예 전략 핵 폭격기 'B-1B 랜서' 두 대를 한반도에 함께 출격시켜 한 번은 동해상에서 평양-원산 선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른 한 번은 동해상에서 북한 폭격연습을 한 후 한반도를 가로질러 서해상으로 가서 또 북한 폭격연습을 하고 돌아간 것은 모두 그러한 맥락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금 이 시간 한미 양국은 미국의 최첨단 전략무기를 대거 투입, 16일부터 동해와 서해에서 고강도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최첨단 전략무기 전개에 대해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을 이곳저곳으로 옮기고 은폐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사일을 은폐한 경우,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 탐지가 그만큼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이번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의 전개는 그 질적, 양적으로 예전과 다르다. 지난 13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격형 핵잠수함인 미시간함(SSGN-727)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그리고 16일부터는 동해에서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중심으로 한 항모강습단(Ronald Reagan Strike Group)이 참가하여 이지스 구축함 10척, 핵잠수함 등 한미 양국의 40여 척의 함정이 함께 항모전단을 이뤄 해상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있으며, 서해에서는 북한 특수작전군의 침투를 저지하는 연습이 이뤄지고 있다. 1개 항모전단이 이렇게 대규모로 편성된 적은 없다.  

그리고 어제 17일부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Seoul ADEX 2017)에 참가하고 있는 미 공군의 5세대 전투기인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 F-22 스텔스 전투기 2기, B-1B 전략폭격기 등도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무장을 갖춰 한반도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 미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 ⓒ미 해군


미국 남감리교대학교(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법대 교수인 안소니 콜란젤로(Anthony J. Colangelo) 교수는 이달 초에 발표한 글("The Duty to Disobey Illegal Nuclear Strike Orders")에서 "불법적인 핵공격 명령을 거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무기는 양적, 질적으로 대량 살상과 고통, 환경파괴 등을 초래하는 '특별한 성격'으로 인해 재래식 무기와 구별되며, 재래식 무기 사용으로 동일한 혹은 비슷한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핵 공격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은 명명백백히 불법이며, 그러한 불법적인 명령의 집행을 거부하지 않으면 그 명령을 이행한 자들도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콜란젤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되지 않은 전쟁위기 고조 행동을 우려하여, 혹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 전쟁 (혹은 핵전쟁으로 비화할 위협이 있는 전쟁)을 개시하도록 명령을 내린다면, 미국의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은 그러한 대량 학살 범죄 명령에 따르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올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북한지도자 김정은이 추구하는 핵무기 보유와 트럼프 대통령의 핵 무기 사용 위협은 모두 불법이며, 이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대통령선거 운동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4월, 만일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제사회가 치르게 될 '어마무시한 비용'에 대해 깊이 우려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미국 대통령 트럼프? 그 '어마무시'한 비용) 필자는 "강대국의 지위와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부담해야 할 몫을 스스로 치르지 않고, 힘으로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여 자신이 치러야 할 몫의 비용을 국제사회에 떠맡기는 미국에 대해 국제사회는 분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카드 놀이하듯이 무력사용 카드를 갖고 한반도에서 수천, 수백만이 죽게 될 전쟁을 위협하는 것은 한 마디로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약소국이 희생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는 강대국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동맹국의 희생도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그가 자신의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괄시하지 않고 우리의 처지와 이익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과 같은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지만,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으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필자도 쌍수를 들고 지지한 발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 이후에 한반도 전쟁 반대 정책과 입장을 명확한 언어와 행동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지 못했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위협 고조 정책과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확히 반대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생각과 가치, 이익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고민하게 했는지 여부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우리 정부가 미 대통령에 대해 전쟁반 대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지 모르겠다. 정부로서는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연히 그러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핵무기를 탑재한 ICBM 기술까지 완성시켜 주변국들은 물론 미국을 위협할 줄을 그동안 우리와 미국이 전혀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다. 다들 알고 있었다. 북한을 비핵화하고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데서 우리가 이렇게 낭패를 본 것은 과거 한미 양국 정부들이 북한에게 핵·미사일 관련 통제 메커니즘을 씌우고, '끝장 협상'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정부들의 대북정책이 실패해서 자기가 이런 엉망진창의 상황을 물려받게 됐다'고 불평하는 것 그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과 경험을 통해 과거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어떤 정책과 방법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통제하고 해결하는 데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었는지 잘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능력 제한을 위해서는 그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정책과 정책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경험과 교훈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정책과 정책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와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30일(워싱턴 현지 시각) 문재인-트럼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대북정책'에서 한미 양국이 마치 '한 나라'인 것처럼 양국의 '보조를 자물쇠로 채운 공조', 즉 전혀 융통성이 허용되지 않는 공조를 '유지'하기로("maintaining lock-step coordination of our policy regarding the DPRK") 약속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관련 정책과 행위에 대해 '통제 메커니즘'인 '합의'를 만들어 냈던 '대화와 협상'은 무시한 채, 이미 실패한 정책인 '압력과 제재'만을 지속하고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전쟁 위협을 고조시켜왔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정합성이 없고 효과가 없는 것으로 이미 수십 년에 걸쳐 경험적으로 판명된 '압력과 제재' 정책에 대해 미국 정부와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자물쇠로 채운' 공조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단순히 압력과 제재의 강화 정책이 아니라 전쟁카드를 갖고 전쟁 위협을 끝없이 고조시키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전쟁 위협의 고조, 그것도 핵 전쟁 위협의 고조 앞에서 전쟁 나면 다 죽은 목숨인 우리에게 전쟁 방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한미 동맹은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동맹이 아니라 평화증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맹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명확히 말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일관된 정책을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문재인 정부가 외교, 안보, 통일 분야에서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조속히 바로 잡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낭패를 볼까봐 깊이 우려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우리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치, 정체성 그리고 이익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하며, 그것들을 지켜내고 증진시켜나가야 할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평화지향적인 큰 비전과 큰 전략을 확립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일본을 거쳐 7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국회에서도 연설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으로부터 들리는 소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큰 연설'(big speech)을 할 것이라고 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의 고조,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 개정에서 남한의 양보 등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힘을 더욱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면, 우리 정부의 '국빈 방문' 초청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결국 지금과 같은 난세에서 우리가 계속 무시당하고 또 괄시당할 것인지 여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다시 강조컨대, 한반도에서 전쟁 나면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다. 우리가 전쟁 위협 고조에 대해 우려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한반도 전쟁 카드를 게임하듯이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김정은과 트럼프에 대해 당장 전쟁위협 고조 행위를 그만두도록 요구해야 한다. 전쟁 나면 다 죽게 될 우리 국민들로서는 한미 동맹이 '전쟁위협 고조' 동맹이 아니라 '평화증진' 동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게 정정당당히 요구할 자격이 있고 또 후손들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한 자격과 책무를 다할 때, 우리는 비로소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합당한 대접을 받을 것이고 전쟁위기를 벗어나 평화증진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