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문재인의 '남북관계 복원' 의지 -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른 전작권 환수

일취월장7 2017. 6. 21. 09:44

조명균 통일부 장관, 문재인의 '남북관계 복원' 의지

[정세현의 정세토크] 개성공단 재개-금강산 관광으로 주도권 잡아야
2017.06.19 00:31:33

지난 13일 통일부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초대 외교‧안보 내각의 진용이 갖춰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두고 여야가 마찰을 빚었지만, 일단 내각의 밑그림은 그려진 셈이다.

특히 통일부의 경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통일부 출신 장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조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 후보자가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 철도‧도로,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간 현안의 최일선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9년 동안 사실상 막혀있던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조 후보자 같은 현장 경험이 있는 인사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동을 걸고 이후 비포장도로에서 고속도로까지 나오려면 그런 길을 경험해봤던 사람이 맡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남북관계 복원의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6.15 남북 정상 선언 17주년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하려던 민간단체의 계획은 북한의 거부로 모두 무산됐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 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작은 규모의 지원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규모가 큰 경제 협력 사업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면서 북한이 인도적 지원보다는 경제협력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남한이 실제 북한과 이러한 방식의 경제 협력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저촉될 수도 있고, 경제협력으로 인해 북한에 들어가는 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위한 자금에 쓰인다는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이와 관련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풀릴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남북관계의 복원은 사실상 어렵고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우리의 발언권이나 입지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북핵 문제 해결의 능동적인 주체로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1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13일 통일부‧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이뤄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갖춰졌습니다. 특히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외부에서 수혈한 인사가 아닌, 역대 두 번째 통일부 출신 장관인데요.  

조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기도 했고,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대선 때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논란으로 인해 재판을 서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 통일부 관료 출신으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먼저 확정되고 이번에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까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는 것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은 남북관계가 사실상 모두 중단됐던 시기였습니다. 자동차로 치면 논두렁에 박혀있는 셈이나 다름 없었죠. 이제 이 차를 끌어내서 비포장 도로를 지나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고속도로에 올려 놓아야 하는데요. 이걸 하려면 고속도로가 어디에 있는지, 진입로는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조 후보자는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조 후보자는 제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했을 때 행정관으로 함께 일했습니다. 당시 남북관계 관련해서 북한에서 방송이나 입장이 나오면, 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분석 및 대책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가 출근하기 전에 책상에 가져다 놓을 정도로 순발력과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일하기가 굉장히 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 후보자는 뛰어난 대북 협상가이기도 합니다. 조 후보자는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남북 간 도로 및 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등의 분야에서 실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최전선에서 북한을 상대했죠.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자다가 일어나서도 답변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된 전문가입니다.  

여기에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 등 통일‧외교‧안보 부처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부처와도 능히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을 이때부터 준비한 셈입니다.  

프레시안 : 통일부 내부에서 장관이 발탁됐기 때문에 부처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인사로 보입니다.  

정세현 : 그렇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일부 출신 두 번째 장관 후보자라는 것 자체가 통일부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통일부가 1969년 3월 1일 발족했습니다. 만 48년 좀 더 됐군요. 그런데 그동안 통일부 장관은 정치인도, 학자도 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많았죠. 국방부는 이제 문민 장관 이야기도 나오지만 지금까지 군인 출신이 장관을 맡아왔고 외교부도 외교관 출신이 지속적으로 장관을 맡는 편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통일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 국민 모두가 전문가일 정도로 일반적인 현안이지만, 실제 북한과 문제를 풀어나갈 때는 나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중단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1차적인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수행하려면 이전에 어떻게 남북관계가 진행돼왔는지, 현장에서 이를 직접 보고 겪었던 사람이 장관을 비롯한 주요 정책 집행자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도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잘 굴러갈 때, 차가 고속도로 위에 있을 때는 정치인이나 학자도 자질을 갖춘다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이후 비포장도로에서 고속도로까지 나오려면 그런 길을 경험해봤던 사람이 맡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남북관계 복원의 시간도 단축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지난 9년 동안 남북은 사실상 적대해왔고 국제적인 환경도 상당히 많이 변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도 9년 전과는 다른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정세현 : 지난 15일 6.15 남북 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서 북한의 도발이 없다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북관계 복원의 시작점을 잡으려면 일단 북한이 무엇에 호응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번에 6.15 17주년을 계기로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및 왕래가 물꼬를 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를 비롯해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방북이 줄줄이 무산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북한에서 거부했죠.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문제 삼으면서 방북을 거부했지만, 사실은 다른 속내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사실상 남북 간 접촉이 없었으니, 우리가 북한의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꾸준히 북한과 접촉해오고 그들의 소식을 듣고 있는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작은 규모의 지원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남한과 해외의 몇몇 민간단체가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좀 규모가 큰 경제 협력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북한의 경제가 그나마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그 횟수를 거듭하면서 내용이 강화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실질적으로 뒷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제재에 참여하지만 북한에 필요한 물자들은 다 들어간 셈이죠.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또 북한은 내부 경제 운영과 관련해 중국이 개혁 개방 초창기에 활용했던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농업에서 생산량의 일정 부분을 개인이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이를 거래하기 위한 장마당이 북한 곳곳에 생겨났습니다. 

비료와 농약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북한의 식량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 경제에서 위와 같은 시장 경제적 요소가 자리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식량의 모자란 부분을 메꿔주는 인도주의적인 지원이나 교류 협력은 북한에 매력이 없어진 것이죠.

북한은 식량 자체보다는 단위면적 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료나 농약 등을 개발하는 공장을 짓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을 겁니다. 또는 물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쪽 투자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실제 북한의 SOC 수준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상황입니다. 예전에 북한에 쌀이나 비료를 지원할 때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요. 북한 항만에 접안할 수 있는 선박 규모가 5000톤에서 1만 톤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부두 항만 시설과 철도‧도로의 현대화 등이 북한이 원하는 사업일 겁니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이 인도적인 지원보다는 남북 간 경제협력이나 북한 SOC 건설 투자 등이라면, 일단 중단됐던 개성공단부터 재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세현 :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면 일단 무슨 일만 생기면 문을 걸어 잠그는 식의 조치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조명균 후보자가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개발․운영 관련 대북 협상의 최일선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안도 지금 현실에 맞게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거나 북한 SOC에 투자하는 것이 국내외적인 저항에 부딪히지 않을까요? 당장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나올 것 같습니다.  

정세현 : 그런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우선 안보리 제재는 해석의 문제고, 그걸 어떻게 적용할지는 그때의 상황과 정치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자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개성공단을 다시 열겠다는 거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바로 그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문제 해결이라는 출구로 나가기 위해서 개성공단 이라는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는 걸 설명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돈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 경제와 인민 경제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렇게 북한 경제 운영의 원리도 정확하게 설명해나가면 국민들도 이해를 할 겁니다.    

만약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풀릴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남북관계의 복원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우리의 발언권이나 입지가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북핵 문제 해결의 능동적인 주체로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아직 청와대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인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논리를 펴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지금 국가안보실장은 외교관, 1차장은 군인 출신입니다. 그렇다면 2차장은 남북관계 시각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즉 남북관계도 고려한 대외정책 및 안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인사가 맡아야 합니다. 남북관계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인선해서 실장, 1차장과 2차장이 외교-안보-통일 삼위일체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의 참모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조명균 전 비서관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것이었다면,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의 국방부 장관 지명은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송영무 전 총장은 참여정부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는 작업을 했을 때 합동참모본부의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을 맡았습니다. 이때 전작권 환수 업무를 맡았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 문제를 임기 안에 마무리 지으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송 전 총장을 지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국방 개혁 및 방산 비리 등 국방부를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 않습니까? 송 전 총장이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꾸준히 자문을 해왔고 본인 스스로가 해군 출신이기 때문에 육군에 비해 군 개혁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한반도 문제, 남한이 운전석에 앉기 위해서는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자 공식 정상 간 회담인 한미 정상회담이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취임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너무 빨리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세현 : 다소 빠른 감이 있습니다만, 만약에 미국과 늦게 만난다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대선 후보 시절에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 북한도 갈 수 있다 등의 입장을 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한미 동맹이 불안해졌다는 이야기를 쏟아낼 겁니다.  

이미 잡힌 일정이기 때문에 일단 정상회담을 잘 마치고 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에 있어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 몰리지 않았습니까? 지금 트럼프 머릿속에는 어떤 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그래서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 때 서로 딴소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지난 5월 31일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


그런데 트럼프 변수보다 아쉬운 것은 한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간 아무런 사전 접촉이 없었다는 겁니다. 특사든 물밑 접촉이든 북한의 의사를 파악하고 한미 정상회담에 나섰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좀 더 성과를 내는 회담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특사를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북한이 돼야 합니다. 물론 외교‧안보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북한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피해갈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은 비록 당국과 민간이 만나는 1.5트랙 형식이긴 하지만 미국과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특사를 보낸다고 하면 북한이 받을까요?

정세현 :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사람이면 가능합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를 모두 돌고 난 뒤에 이 내용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직접 친서를 들고 북한의 정책 결정권자를 만나겠다고 하면 북한도 이를 받을 겁니다.

오히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6.15를 계기로 방북하려던 남한의 민간 단체들의 시도가 무산된 것은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는 측면도 작용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주지 않았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남북관계를 중심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에게는 특사도 보내지 않았다면서, 남한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는 의심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남한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보다는 경제협력과 같은 사안을 북한과 논의한다면, 경제적 협력을 매개로 남북한의 안보 상황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과 이런 식의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면 이를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당신도 후보 시절에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김정은과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했으니, 우리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남북 당국 차원의 접촉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조율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또 그동안 미국이 1.5트랙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는데 이를 당국 간으로 격상시켜서 진정성 있는 만남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하면서 우리가 북핵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에 앉아야 합니다.  

물론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는 해야 합니다. 북한에 "너희들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면 그렇게 원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나 강도를 줄일 수 있도록 우리가 미국과 조율해보겠다"고 능동적으로 제안해야 합니다.

남북이 당장 타결을 보지 못하더라도 북한에 이러한 제안을 하고 그 반응을 들어야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미국에 할 말이 생기는 겁니다. 우리가 북한과 접촉을 한 이후에 미국에 "북한에 이 정도를 이야기해뒀으니 나중에 북한과 만날 때 참고하라, 그리고 한미가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중단시키는 방향으로 가자, 그렇게 해서 6자회담의 시동을 걸어보자"라고 제안한다면 상당한 무게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어쨌든 현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사전 조율 없이 미국을 방문하게 됐는데요. 우리가 이렇게 아무런 레버리지를 가지지 못하는 사이에 북한과 미국이 1.5트랙이 아닌 당국 간 대화를 진행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정세현 : 1.5트랙 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미국이 당국 간 접촉을 위한 실무 차원의 협상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리 실무접촉을 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자기들이 먼저 해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지난 13일에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경우 미국에서도 북한에 일정한 사인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이상한 외교를 하는데, 어쨌든 미국이 호응했기 때문에 조만간 공식 접촉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웜비어 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잠시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미국 편향 외교 벗어나나 

프레시안 : 전임 정부였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미 동맹을 과도하게 중시하고, 때로는 신성화시키는 모습까지 보였는데요.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외교 부문에서의 편향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가 외교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 강화는 곧 미국의 무기를 많이 사겠다는 것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스라엘과 일본에 파는 무기를 우리한테는 팔지 않습니다. 무기를 사주는 동맹 국가에도 나름의 '급'이 있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끌려다니기만 하는 외교를 벌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외교의 '자국 중심성'은 확실히 있어 보입니다. 때로는 미국에게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에 'NO'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우회적으로 미국의 행동에 제동을 걸면서 방향을 틀도록 유도했습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한국의 의도대로 끌고 간 적도 있습니다. 이런 선례들을 문 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자세를 가졌습니다. 사실 그러기 위해 이라크에 군을 파병하기도 했죠. 실제로 이라크 파병을 통해 우리가 외교 부문에 있어 자국 중심성을 세울 수 있는 반대 급부를 받아낸 측면도 있습니다. 전작권 환수만 해도 미국에 'NO' 라고 말할 수 있다는 자세가 아니었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물론 해외 주둔 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만드려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군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보였기 때문에 미국도 돌려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에서의 독자성, 그리고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우리가 우리 입지를 확보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남북관계가 축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른 외교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의 장관 및 실무자들이 대통령의 이러한 통일·외교·안보 철학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른 전작권 환수

[양욱의 안보브리핑] 국방부 장·차관 인사 통해 본 文 정부 국방개혁 로드맵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0(화) 13:00:00 | 1444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인 6월11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차관을 잇달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현 정부 국방개혁의 큰 그림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지명한 것은 군 내부에선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사실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때까지 문 대통령 안보 관련 정책을 뒷받침한 것은 백군기 전 의원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대선 본선에서 문 대통령이 안보 이슈로 궁지에 몰렸을 때, 새로운 안보전략을 제시해 돌파구를 찾은 것이 바로 송영무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이후 군에서는 이른바 ‘송영무 장관론’이 널리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송 후보자는 참여정부 후반기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했다. 해군사관학교 27기인 송 후보자는 직선적이고 진중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9년 3월26일 제1차 연평해전 당시 작전을 수행한 제2함대 제2전단장(준장)이었는데, 귀환하는 참수리 부대원들에게 “오늘 우리는 해군 50년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수고했다. 쉬어”라는 간단한 환영사를 한 것이 군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후보자는 대령 이후 합참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육군과 공군에 대한 이해도도 높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전시작전권 전환 업무를 추진하면서도 한·미 동맹에 대한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문민 국방장관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준비된 문민장관’이 없는 현 시점에서 결국 군 출신 인사를 다시 등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왕이면 기존 군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육군 출신보다 해군이나 공군 출신 4성 장군급에서 사람을 찾았고,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캠프 출신인 송 후보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6월1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6월1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방개혁과 전작권 환수는 동전의 앞뒷면

 

서주석 차관은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정치학자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실 실장과 청와대 안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서 차관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자주파로 분류됐지만, 동시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챙겨왔던 온건자주파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송 장관 후보자와 서 차관이 국방부를 지휘할 경우, 한·미 동맹의 틀을 크게 바꾸지는 않는 범위 내에서 국방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송 후보자, 서 차관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보면, 군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육사 출신들을 배제하고 기존의 관행과 틀에서 벗어난 개혁이 가능한 진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이런 국방개혁 방향은 참여정부의 명맥을 그대로 잇고 있다. 참여정부는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핵심 국방과제로 추진했었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두 가지가 새 정부의 핵심과제가 될 것임을 밝혀왔다. 새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이런 내용은 확인됐다.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수훈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은 “국방은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이어지는 자주국방의 기조가 그대로 계속될 것이며, 당시 완성하지 못한 국방개혁과 전작권 환수를 이번에는 상당히 진척시키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5월17일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강조한 것이 바로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지는 책임국방”이다. 전작권 환수를 통해 주한미군에 상당부분을 의존하던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리 군 스스로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기치 아래 전작권 조기전환을 추진했었는데, 오히려 미국이 전환 시기를 더욱 앞당겨 2009년을 제시하자 2012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예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시기는 북핵 억제능력인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2023년 전후로 추정됐다.

 

국방개혁과 전작권 환수는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전작권 환수를 위한 국방능력 강화는 결국 국방개혁이 이뤄져야만 한다. 현 정부는 국방개혁으로 군의 체질을 바꿔 첨단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방개혁은 단순히 병력감축뿐만 아니라 우수한 국산무기체계 개발과 실전배치를 동반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또 다른 이슈가 고개를 든다. 방산비리가 그것이다. 새 정부는 국방개혁을 가로막는 적폐 가운데 하나로 방산비리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지휘관들이 2016년 6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지휘관들이 2016년 6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입맛 맞춰 군대 바꾸진 말아야”

 

국방개혁의 기본정신은 내 나라는 스스로 지킬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그간 미국에 모든 것을 맡기다 보니 스스로 대응능력이 해이해졌다. 북한보다 30배 이상 많은 국방예산을 쓰는데, 북핵 위협에 속수무책인 현상부터 문제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의 전략자산과 핵우산만 믿고 있을 뿐, 독자적으로 북한에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없다는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북핵 위협에 대해 우리 군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한국형 3축 체제, 소위 ‘3K전략’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먼저 탐지해 발사 직전에 선제타격하고(킬체인), 발사된 미사일은 공중에서 요격하며(KAMD), 그래도 막지 못해 피해를 입으면 적에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량응징보복(KMPR)을 실행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촘촘한 정보·감시·정찰 체계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가 막강한 첨단무기체계로 순식간에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우리 군은 2020년대 초까지 10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러한 전력을 구축해 나갈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런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복안이다.

 

‘자주국방’을 추진하더라도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만큼은 확실히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 기대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핵무장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러한 명확한 한계를 알고 선제적으로 미국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방개혁의 본질이다. 즉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맞춰 군대를 바꿔야지, 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군대를 바꾸는 ‘우(愚)’만큼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일단 보유한 핵을 절대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악의 가정 아래 국방개혁을 추진해야만 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핵무장까지 포함하는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만 한다. 그러한 결기 없이 북핵 위협을 막는 자주적 안보대책은 불가능하다. 



文대통령 "김정은이 바라는 게 뭔지 대화로 확인해야"

"북한 핵‧미사일 동결이 우선"…'문정인 워싱턴 발언' 일치
2017.06.21 00:02:42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으로 핵과 미사일 동결을 입구로 삼아 북한 비핵화라는 출구에 이르는 '단계적 접근법'을 강조했다. 연내에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미국 CBS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루어야 한다는 단계적인 접근방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CBS는 '북핵 동결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서 핵 프로그램 없이도 북한이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김정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이 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아마 김정은도 그런 길을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겉으로는 핵과 미사일로 공갈을 하지만, 속으로는 간절히 바라는 바일 수 있다. 어쨌든 그 점은 우리가 대화를 해 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밝힌 북핵 동결을 1차적 목표로 상정한 단계적 비핵화론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의 대가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조건 없는 대화가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그런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했던 발언이 미국 일각에서 '무조건적인 대화 제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가) 미국의 정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도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 때 '김정은과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 '김정은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금년 중으로 (북한과)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에 대한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금년 중에는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대북 선제타격은 한국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문 대통령은 한편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저지를 위한 선제타격론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은) 미국으로서는 점차 다가오는 미래의 위협이지만 한국은 지금 당장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선제 타격은 그 위험이 보다 더 급박해졌을 때 비로소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29~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이 미국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정상회담에서 '북핵 동결'에 관한 양국 정상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앞으로 5년 동안 임기를 함께 할 관계일 뿐만 아니라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그 공동의 목표를 함께 힘을 모아서 이루어낼 수 있다면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대통령에 재임하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최고의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문제에서 최우선순위에 둔 것이 바로 북핵 문제 아닌가. 그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저는 그 점에 대해서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 덕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웜비어 사망 중대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다" 

트럼프 정부를 향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거리 좁히기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으로 미국 내에 북한에 대한 악감정이 증폭된 상황이 큰 변수로 꼽힌다. 

웜비어 씨 사망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하며 "웜비어의 죽음은 이런 정권에 의해 자행된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결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당분간 트럼프 정부가 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곧바로 북핵 동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 국면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금년 중에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한 발언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CBS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사건에 대한 미국 내 반북 감정을 고려한 듯 이번 사건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웜비어의 가족과 미국 국민들이 겪은 슬픔과 충격에 대해서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을 뗀 뒤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다. 부당하고 가혹한 대우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와 같은 북한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억류하고 있는 기간 동안에 발생한 일이다. (북한이 웜비어 학생을 죽였는지) 그 사실까지 저희가 알 수는 없지만 웜비어 학생이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에는 미국민들과 한국 국민 여러 명이 억류 중에 있다"며 "그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아주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나라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런 나라, 그런 지도자를 상대로 우리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해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이유는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해 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게 언론인가
[다른백년 칼럼] 한미 동맹이냐, 한미종속이냐
2017.06.21 15:04:57

지난 수개월간 일어났던 시민촛불혁명의 핵심구호는 '이게 나라냐' 였다. 정신 나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사적 측근들이 국가권력을 농단했던 사실들에 분노한 시민들이 외친 한 줄의 비명이었다.

외교안보특보로 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선 탐색에 나선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지난 17일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격노했다'는 반응을 다룬 국내의 언론 보도를 접하는 필자는 '이게 대한민국 언론이냐'는 비명을 절로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주권국가의 통치자 특보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당당하게 한 문 교수의 발언을 두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한심스런 시각은 차치하고라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응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내린 사드 배치의 과정에 대한 보고를 접한 트럼프 자신이 '욕설까지 동반한 격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 언론보도 기사의 행간에는 마치 종주국 황제의 역린을 건드렸으니 이제 큰 일이 났다 식의 경고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듯하다. 이는 수구 집단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공갈협박( black mail) 수법이다. 필자는 지난 번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미를 수개월 뒤로 연기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정된 일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 문(two Moons)의 환상적 콤비 플레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히려 정당한 보도의 초점은 미주대륙의 절대적 패권국가와 국제정치의 균형자라는 엄청난 지위의 강대국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자격 미달과 오만함을 질책하고 비난했어야 마땅했다.

상기의 기사를 '트럼프의 격노'라는 제목으로 다룬 언론사들은 자신이 속한 국적부터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만약에 자신들이 국적이 대한민국이라면 국가의 주권과 체면을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고, 이러한 비난을 거부하고 싶다면 그들의 실제적 조국이 미합중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재의 한미관계를 좀더 솔직하게 따져 들어가 보자. 

서구가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한 18세기 이래 국제 정치를 판단하는 두 가지 시각 또는 이론이 길항하고 있다 한다. 한가지는 패권적 현실주의이며, 다른 시각은 상호적인 자유주의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벌어진 제국주의간의 식민지 쟁탈과 패권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사의 비극을 대단원으로 국제사회는 치열한 성찰과 반성이 이루어졌다. 수세기에 걸친 전쟁의 원인으로 작동한 패권주의를 견제하고자 다양한 국제기구와 시스템을 구축하여 상호주의의 입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상호주의적 노력은 미소 양 진영의 대립으로 무력화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패전국도 아니며 제국주의의 희생자였던 한반도는 오히려 분단과 민족동란이라는 비극을 거쳐서 오늘까지도 여전히 휴전이라는 잠재적 전쟁 상황에 놓여 있다. 1989년 소련의 붕괴로 냉전적 대결의 종식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를 기대하였으나, 오히려 미국이 일방적 패권주의를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폐해가 심해지는 중에, 중국과 인도의 굴기, 유럽연합의 탄생, 이슬람 문명과 러시아의 재기가 이루어 졌다. 바야흐로 다원적 패권주의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한편에서는 극우적 민족주의가 발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상호주의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제2차대전 직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던 국력이 20%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소프트 파워의 급격한 상실 등 심각한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일본전쟁의 전승국인 미국에 의해 이루어진 해방, 그리고 공산화를 시도했던 북한 때문에 치른 민족동란을 겪었다. 지난 70년간의 세월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편승적인 한미종속이라고 고백해야 한다. 이는 동시에 피동적인 종속관계를 합리적인 동맹관계로 이동시켜야 하는 주권국가로서의 과제상황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의 전개는 역동적이고 이러한 역사의 파고를 능동적으로 타고 넘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지난 70년간의 한미관계는 김대중-클린턴 시절의 3년 기간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일방적 역사이다. 강자에 의해 형성되는 일방적 역사라는 것은 동시에 매우 위험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뜻을 포함한다.  

김대중-클린턴의 황금기 같은 3년은 소중한 기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남북이산가족들이 만나고, 금강산 관광이 이루어지고, 개성공단의 경제적 협력이 이루어졌고, 연평 해전이라는 위기가 있었음에도 굳건한 평화와 국방의 토대가 이루어 졌다. 황금기 같은 3년의 기간 동안에는 한반도 문제를 남한 정부가 주도하고 미국이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후 들어선 부시 정권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1994년 타결된 북미 기본합의(Agreed Framework)가 일방적으로 파기되고, 천하에 무식한 이명박 정권하에 이루어진 '선제적 비핵화 전략- 편승하기(bandwagonning)'와 무책임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라는 허울이 어우러져 극심한 상호불신 속에 한반도의 비핵화는 물거품이 되었고, 북한의 자해적 핵무장 수준이 동아시아 전역과 미국본토를 대상으로 상호확실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 MAD)의 국면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제는 매년 되풀이되는 한미군사훈련에 소위 미국의 전력자산이라는 초현대적 무기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장면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북한 민족 모두에게 일대의 위기국면인 동시에 동아시아와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가는 불장난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분명하게 미국의 대중국봉쇄 의도가 숨겨져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 한국사회의 내부적인 주요 과제는 양극화 완화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불황극복이다. 당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과 경제정책, 교육과 사회정책을 강구해야 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노력과 정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조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국제적으로 상호적인 자유주의가 보장되지 못하면 실제적인 성과를 결코 이루어 낼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한미관계가 그간의 일방적 종속관계에서 합리적 동맹관계로 조정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정치적 번영과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출중심국가인 한국에게는 외적 조건이 내부적 성과를 확실하게 규정한다.

이러한 인식에서 중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패권적 현실주의라는 입장을 인정하면서도 수평적이고 합리적 동맹관계로 가는 중간단계의 종속적 동맹관계라는 과정을 거쳐가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 핵심적 주제는 당장의 현실로 전시작전권의 이양과 장기적인 동아시아의 집단적 안보체제의 구축이다. 한편에서는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위치를 전적으로 인정하되, 한반도의 미사일방어체제로 일방적 편입과 한미일 군사동맹을 동의해서는 아니 된다. 이는 한국을 영구적으로 미국의 절대적 영향하에 종속국가로 묵어두는 함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당하고도 당연하게 법적 근거가 없는 전시작전권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한국적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함한 자주국방의 요지를 미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는 주권국가로서 행사해야 하는 일차적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드의 문제는 잠정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역은 당연히 대한민국이어야 하고 한반도 역사라는 차량의 운전석에는 문재인 정부가 앉아야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시대에 뒤떨어진 퇴행적 패권주의 산물이다. 우선 중국에 맞서 한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현실적인 이해관계에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시에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역사의 흐름에 역주행하는 자살골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다원적 시대에 맞게 공존공영의 상호주의라는 큰 주류를 형성하면서 미국은 국제적 패자로서 동아시아의 균형적 중재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중국의 굴기에서 오는 잠재적 지역 패권의 위험을 견제하는 방식은 대결적 한미일 군사동맹이 아니라, 지역의 관계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나토방식의 집단적 지역방위체계 방향에서 해결해가는 것이 옳다.  

일본의 경우, 과거 대동아권의 꿈을 꾸는 군사대국의 미망에서 벗어나면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함께하는 보통국가로 길이 열릴 것이고, 중국은 과거의 패권적 종주국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보다 경제와 군사의 대국으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것이 근대사의 치욕을 벗어나 중국몽(中國夢)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유러시아의 강국답게 미중일 사이에 이해를 조정하는 보증국가로서 명분과 실리를 살리는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한국, 호주, 베트남, 동남아 등은 중간국가(middle power)로서 균형자적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큰 그림의 시나리오와 연출은 당연히 미국의 몫이어야 한다.

특히 한국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들을 교량하는 중추적, 핵심적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북핵의 문제는 북한정권의 생존과 평화보장의 문제로 접근하면 예상보다 너무 손쉽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남한정부는 통일의 시각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양국관계의 정상화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주변 국가들의 우려와 견제를 덜어내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미국 전략은 그간의 종속적인 한미관계를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맹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의 출발점에 서야 한다. 동맹은 강자의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공동의 이익이라는 기초 위에서 서로간의 다른 시각과 현안을 조정해 가는 관계이다. 

문대통령의 방미 길은 패권국가인 미국의 지위와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뿐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에 대하여 당당하게 한국정부의 입장과 비전을 밝히면서, 이해가 같은 지점에서는 굳건히 악수를 나누고, 입장과 시각이 다른 분야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십분 경청하는 기회가 되어야 하되, 한반도의 안전과 미래에 관해서는 분명한 주도권을 요구해야 한다.  

아닌 것은 미소를 품고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략과 용기와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