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굶어서 아프고 아파서 서러운 청춘 - “교육 제도보다 사회적 불신과 가치관 먼저 바꿔야”

일취월장7 2017. 4. 5. 10:14

굶어서 아프고 아파서 서러운 청춘

많은 청년이 주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컵라면 같은 즉석식품으로, 15분 이내에 식사를 해결한다. 이런 부실한 ‘흙밥’은 청년의 건강을 해친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져도 병원에 갈 겨를도 돈도 없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7년 04월 04일 화요일 제498호

서울 노량진 지역의 편의점들은 상품 진열대를 제외한 테이블 공간이 넓다. 이 공간은 인근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주요 식사 장소이다. 지난 3월15일 오후 6시, 노량진역 인근 한 편의점에 놓인 테이블 일곱 개가 가득 찼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수험생들은 삼각김밥·왕뚜껑·크래미·치즈볶이·불닭볶음면 따위를 손에 들고 각자 테이블을 하나씩 잡았다. 줄을 서서 계산하고, 또 줄을 서서 뜨거운 물을 받거나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빈 테이블이 나올 때까지 차례를 기다렸다가 각자의 끼니거리로 저녁 식사를 마치기까지, 아무도 15분을 넘기지 않았다.

흙수저 청년들의 부실한 식사 ‘흙밥’을 결정하는 요인은 메뉴·장소·시간이다. 20~30대 청년층을 포함한 1인 가구가 혼자 식사를 할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메뉴는 라면이다(아래 <그림 3> 참조).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에 이어 빵·김밥·샌드위치도 순위권을 차지했다. 이런 1인 가구의 ‘혼식’ 메뉴 순위는 백반-고기류-찌개-해산물 요리-중식으로 이어지는 ‘가족 식사’ 메뉴 순위와 크게 비교된다(<1인가구 증가 양상 및 혼자 식사의 영양·식행태 분석> 오유진, 2016).


청년들이 이런 간편 메뉴들로 배를 채우는 대표적인 장소는 편의점이다. 2011년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팀 ‘청년암행어사’가 19~40세 청년 347명을 대상으로 한 <먹을거리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일주일에 1회 이상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답했다(위 <그림 1> 참조). 물론 편의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편의점 음식을 먹어도 천천히, 즐겁게 먹는다면 좋은 식사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 식사는 ‘번갯불 식사’를 상징한다. 청년들이 편의점 식사를 하는 주요 이유가 바로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29.6%, 위 <그림 2> 참조)이다. 노량진 지역 한 편의점 점주는 “인근 수험생들이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 10분 정도 짬을 내서 후다닥 라면·도시락 등으로 홀로 끼니를 해결하고 간다. 식당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갖춰져 있지만 천천히 식사를 하고 가는 손님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바쁜 청년들은 밥을 거르기도 일쑤다. 질병관리본부의 <2015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연령대 가운데 19~29세의 아침 식사 결식률이 가장 높았다(아래 <그림 4> 참조). 20대 남자와 여자 모두 절반 가까이(남자 51.1%, 여자 46.9%) 아침을 굶으며 미래를 준비한다.

청년은 아침을 굶으며 미래를 준비한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청년들의 흙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돈’이다. 청년들이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결정적 이유 역시 ‘가격이 저렴해서’(46.9%, 위 <그림 2> 참조)이다. 주머니 사정과 부실한 식사의 관계는 지난 2월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2016 구직자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4년제 대학 4학년 및 졸업유예 혹은 졸업 이후 취업을 준비 중인 만 29세 이하 청년 483명에게 부모의 지원 금액에 따른 항목별 생활비를 물었다. 교통비·통신비·학습공간비 등에 비해 주거비·식비가 유독 계층별 차이가 컸다. 부모에게 한 달 90만원 이상의 용돈을 받는 청년은 한 달 식비로 33만4000원을 쓰지만 30만원 미만의 용돈을 받는 청년은 20만7000원만 식비로 할당했다(아래 <그림 6> 참조). 청년들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할 때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 가운데 하나도 식비(85%)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청년 구직자의 압도적 다수가 식비를 먼저 줄인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청년 구직자의 경제적 빈곤이 영양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청년들 밥상에는 특히 과일과 채소가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9~29세 청년 가운데 과일 및 채소를 하루 500g 이상 섭취하는 인구 비율은 25%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다(위 <그림 5> 왼쪽 그래프). 과일·채소는 소득수준에 따라 그 섭취 비율이 뚜렷이 차이나기도 한다(위 <그림 5> 오른쪽 그래프). 잘살수록 더 많이, 못살수록 더 적게 먹는다.

신선한 식재료 대신 편의점 등에서 허겁지겁 저렴한 인스턴트와 가공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은 청년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만든다. 학술논문 <비만도에 따른 대학생의 혼자 식사 및 함께하는 식사 시의 식행동 비교>(이영미 외, 2012)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20대 비만인은 정상 또는 저체중군에 비해 빨리, 더 많이 먹고 배가 불러도 음식이 남으면 더 먹는다. <한국 성인에서 식사 속도와 심혈관대사 위험요인과의 관련성>(김도훈, 2012)에 따르면 식사를 빨리 할수록 비만도와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게 보고된다.



이런 연구 결과는 실제 국민건강 통계로 나타난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2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초고도비만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또 그 증가율도 청년층이 가장 높았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20~30대 청년층의 초고도비만율은 최대 6배 이상 급증했다(아래 <그림 7> 참조).



혈기왕성할 것 같은 청년들도 이제 많이 아프다. 2015년부터 전주시에서는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검진을 받은 청년 10명 가운데 3명이 ‘유소견자’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수검자 기준으로 ‘고중성지방’과 ‘간기능 수치 이상’ 판정을 받은 청년이 수검자 가운데 10%를 넘었다. ‘고콜레스테롤’ ‘신장기능 수치 이상’ ‘요당·요단백 검출’ 소견을 보인 이도 많았다(아래 <그림 8> 참조).



하지만 이것도 그나마 건강검진을 받아야 이상 증상을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은 아파도 그냥 버틴다. 연령별 병의원 미충족 의료율을 나타낸 아래 <그림 9>를 보자. 병의원 미충족 의료율이란,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비율을 말한다. <2015 국민건강통계> 결과 20대 13.8%, 30대 15.5%가 가고 싶을 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다른 연령대보다 수치가 높다. 청년들은 ‘시간이 없어서’ ‘증상이 가벼워서’ ‘경제적인 이유로’ 아파도 참았다(아래 <그림 10> 참조).



취업 준비생 박성식씨(가명·26)는 시험공부를 하거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 잠을 깨기 위해 커피와 핫식스·레드불과 같은 고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셨다. 그래서인지 취업 준비를 하면서부터 늘 위염과 편두통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병원 가기를 몇 년째 미루다가 최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아파서 내과에 갔다. 내시경 검사로 확인한 위에는 물집이 잔뜩 잡혀 있었다. 의사는 “위에 구멍이 뚫릴 지경이다. 당장 커피를 끊으라”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밤새 자기소개서를 쓰며 ‘깨어 있기 위해’ 다시 커피를 마셔버렸다. 그는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취업 준비에 신경 쓸게 많은데 건강 생각까지 하며 살 겨를이 없다”라고 말했다.

청년은 이제 사실상 ‘건강 취약계층’이다. 취업을 위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부실하게 먹고 불규칙하게 자면서, 병원에 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시간적·심리적 여유도 잃어버렸다. 이들을 위한 건강관리가 필요한데도, 국가 정책상 청년 건강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한 번씩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세워 전 국민의 건강관리 로드맵을 짠다. 특히 건강 취약계층에 관해서는 ‘인구 집단 건강관리’가 들어간다. 모성건강·영유아건강·노인건강·근로자건강·군인건강·학교보건·취약가정건강·장애인건강에 관해서는 따로 세부 계획들을 세우며 건강관리 취약계층을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청년’은 없다.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당뇨병 등 만성 질환에 관한 국가 통계에서도 20대는 아예 빠져 있다.

ⓒ전주시 보건소
2015년부터 전주시는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건강검진 기회가 없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교에서 학생 건강검진을 받거나 청소년 건강에 관한 여러 국가 정책으로 관리가 되고, 취업한 이후로는 직장 의료검진 등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지만, 그 사이 기간에는 어느 누구도 건강 상태를 물어봐주지 않는다.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로 국민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시기도 만 40세부터다. 40세 이전의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은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전주시 등 몇몇 지자체, 청년건강검진 지원


이 문제를 인식하고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전북 전주시다. 전주시는 2015년부터 만 19~27세 전주시민 혹은 전주 소재 대학생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해주는 청년건강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검사 항목은 혈액검사 12종, 요검사 2종, 엑스레이 검사 등 총 15종이다. 반응이 좋고 대상을 더 확대해달라는 건의가 많아 지난해부터는 만 30세까지로 나이 기준을 넓혔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4507명, 5129명의 전주시 청년들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올해도 2월까지 벌써 1261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이 사업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박준석씨(24)는 올해도 추가 검진을 위해 보건소에 들를 예정이다. 박씨는 “평소 중성지방과 간 수치가 높아 걱정이 됐는데 비용 부담 없이 이렇게 주기적으로 체크하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라고 말했다.

전주시에 이어 전라북도 무주군도 올해 청년건강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고양시 보건소에서 시작한 ‘찾아가는 2030 청년건강지킴 사업’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고양시 보건소는 바쁜 청년들을 위해 도서관·대학·취업준비 기관 등을 찾아 간단한 검진을 해준다. 고양시 보건소 관계자는 “실제 유병자를 찾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이런 사업을 통해 식습관이 나쁘고 운동량이 적은 청년들에게 평소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혜택을 받는 대상이 한정되기는 하지만 서울시도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KMI한국의학연구소와 기부 협약을 맺고 저소득 근로 청년 100명에게 건강검진 기회를 줬다. 검진을 신청한 김종원씨(30)는 “만약 내 돈 내고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면 아마 서른다섯 살은 넘은 뒤에야 검진을 생각해보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일부 지자체에 한정된 청년건강검진 정책을 전 청년들을 대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입법안도 제안됐다. 지난해 8월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20·30대 청년을 국가건강검진 체계에 포함하도록 하는 ‘2030 청년건강검진 지원법’을 발의했다. 20·30대가 만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있는 2030 세대를 국가 건강검진 대상자로 포함토록 하자는 것이다.


청년, 몸만큼 정신도 위태롭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7년 04월 04일 화요일 제498호

3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한민혁씨(가명·31)는 매년 시험을 앞두고 3개월 동안은 100% 편의점 음식으로만 끼니를 해결한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산 삼각김밥을, 독서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먹는다. 점심 식사는 독서실에서 학원으로 가는 도중 들른 편의점의 도시락이다. 저녁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났을 때 한씨는 “무엇보다, 다 떠나서… 매우 우울해진다”라고 말했다.

ⓒ윤성희
3월22일 서울 노량진에서 청년 수험생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한씨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꼭 편의점 음식만은 아니다. ‘조금 사치를 부려볼까’ 싶어 찾아간 고시촌 한식 뷔페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바퀴벌레나 철수세미 조각 따위를 발견했다. 학원과 독서실에서 숱한 수험생들과 부대끼지만 모두가 외로운 섬이다. ‘당신도 나처럼 바쁠 것이니’ 괜한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는 관계 맺기도 포기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가족과도 일부러 연락을 피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에겐 부모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도 들여다볼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

이런 환경 속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없다. 서울 동작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 1~2회 노량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해왔다. 수검자 870명 가운데 54%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동작구가 실시한 <수험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험생 80%가 불안·무기력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는 노량진 수험생뿐 아니라 청년 전반에서 심각하다. <2015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일상생활 중에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 즉 ‘스트레스 인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20~30대 청년이다(아래 그림 참조).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 특히 높다.

부실한 식사나 외로움 때문에 공시생 한씨가 우울한 것도 맞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불합격에 대한 공포이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올해도 취직이 안 된다면…’ 같은 걱정이 지금 청년들을 가장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졸업 청년실업과 정신건강의 관계>(신희천 외, 2008)에 따르면 청년들의 취업 여부와 정신건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취업이 안 되면 우울할 뿐만 아니라, 우울하면 취업도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우울이나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지닌 청년 구직자를 위한 정책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라고 논문은 제안했다.


정치권에서 소외된 청년, 방법은?

[미래정치센터] 청년 정치와 만 18세 선거권
2017.04.05 14:50:22

만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 선거권 연령인 만19세와 만18세가 지적으로 무엇이 다른가?'부터 '병역의 의무만 있고 참정권은 없느냐?'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반면,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만 18세의 학업 병행 여부를 문제 삼아 판단력을 의심하고 있다.

만 18세 선거권 논란,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 18~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치에 대한 인식과 생각을 서면으로 물었다.  

▲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1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8세 투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권리 없이 의무만 다하는 것은 부당" VS. "18세 참정권 확대, 사회적 편익 적어"



'만 18세 선거권에 찬성하느냐?'라는 물음에 김상민(가명, 19) 씨는 "의무만 다하고 권리는 부여되지 않는 현실 납득 못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따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좌냐 우냐 하는 확고한 정치사상도 아직 없지만, 이 논란에 있어서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OECD 국가 중 만19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라고 한다. 다른 국가들의 기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만 18세는 선거권을 부여받기에 충분한 나이다"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근거까지 제시했다. 

이와 대비되는 의견도 있었다. 이제 막 선거권을 갖게 된 또 다른 김두영(가명, 19)씨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정치판을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의미 있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선주자들을 분석하며 그들의 공약과 역량을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인터뷰이와 달리 만 18세 선거권 보장 이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비록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통해서 정치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고 만18세 청소년들은 대부분 고3으로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치로 눈을 돌리기가 힘들다.
" 

만18세 선거권 부여의 사회적 편익이 그리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그는 청소년들의 지적 수준이 선거에 참여하는 데에 적합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잘못 주었다가는 정치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시선을 더 가볍게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씨는 충분한 사전 교육이나 의식 개혁 없이는 선거권의 확대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청년들의 여론 또한 생각 외로 다양했으나, 인터뷰했던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이 만 19세 이상의 성인과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진 못했다. 만18세 선거권 확대 문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관계없이 모두가 저마다의 합리성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고 있었고, 정치를 향해 나름의 관심과 참여를 보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는 선택지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24.4%,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58.4%로, 정치·사회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그 주체로 상정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정치, 청년 중심으로 세대교체해야기성 정치권 선거권 확대 노력 절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은 청소년이 주변의 색안경 낀 시선 없이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스마트폰 메신저 앱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과 서로의 주장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았다. 본 기자가 만난 모임은 17세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청년들로 이루어진 단체 채팅방이었다. 해당 모임은 6년간 지속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임원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서 접했다. 비록 대부분이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제도 정치권 못지않은 토론과 설전이 오갔다.

채팅방에서 가장 많은 얘기를 쏟아내는 사람 중 하나인 황찬민(가명, 18)씨는 이 모임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된 청년 진보주의자들의 모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활동을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오프라인에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개인적·사회적 이슈들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채팅방 내부에서는 페미니즘이나 LGBT 문제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있는 사안들까지 토론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 청년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서 논하는 채팅방. ⓒ미래정치센터(강승민)


모임의 리더로 불리는 이준석(가명, 18) 씨는 "많은 청년들이 연예계, 스포츠 등 자신만의 관심사에 열정을 쏟고 있지 않냐"며 "우리도 분야만 다를 뿐 그들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그는 청년들의 참여가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함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사실상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개선하려면 청년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야 하는 게 맞다. 과거엔 학생운동 중심으로 청년의 정치참여가 이루어졌다면 이젠 청년정책의 제시와 활발한 토론으로써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패러다임 변화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정치권에 대한 호소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청년 정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기성 정치세력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첫 삽을 떠줘야 앞으로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18세 선거권 역시 이런 첫 삽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선거 기간인 만큼 정치공학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생길 수 있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시행 전 활발한 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갖는 권리, '기본권'이다. 국민은 국가로부터 불가침의 기본권을 인정받음으로써, 공공의 의무를 행한다. 그러나 만 18세 청소년들에게는 생소하고 공허한 명제일 뿐이다. 역사는 기본권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확대되어왔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이기 때문에 누구나 차별 없이 가져야 할 선거권이 만 18세 청소년에게 부여될 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들은 어른들의 감시와 훈육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위 기사는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강승민 학생(연세대 사학과 1학년)의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미래정치센터는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특히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이해에 부응하는 정책개발과 연구, 시민교육을 수행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2012년 12월 창립됐습니다.

연구소는 청년·학생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쳐버린, 혹은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초 청년기자단을 구성했습니다. 청년기자단(단장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은 청년 문제를 비롯한 정치 및 생활 의제에 대한 고민을 양질의 콘텐츠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정의당과 청년 간 직접적·지속적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 미래정치센터 바로 가기)

“교육 제도보다 사회적 불신과 가치관 먼저 바꿔야”


김혜영 전 경희대 입학사정관 인터뷰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금수저에 복불복 전형’이라며 수능 중심의 정시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학부모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했으며 최근 일반고에도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과거 줄세우기식 획일적 입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학종의 모델인 미국 입사관 제도는 이런 논란을 어떻게 극복해 왔을까?

1920년대 입사관 제도를 도입한 미국에서도 대학들이 입맛에 맞는 학생만 골라 뽑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입사관의 심사는 어차피 주관적이고 완전히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학생의 동질성보다 차이에 가치를 두며 다양한 인재의 선발을 중시하는 게 미국의 교육 문화다. 미국의 입시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김혜영 전 경희대 입사관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의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 제도란 무엇이고 학생 선발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
“대학마다 좀 다르지만 보통 공통지원서(Common Application App)로 지원한다. 크게 개인정보(Profile), 가족(Family), 교육(Education), 시험(Testing), 비교과 활동(Activities), 에세이(Writing)로 구성돼 있다. 매우 자세해서 토플 같은 학교 밖 시험 점수, 교내외 활동 10개까지 기록이 가능하다. 우리의 수시와 같은 조기전형(Early)은 경쟁률이 낮지만 SAT와 에세이(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일반전형(regular)으로 지원한다. 수능과 유사한 SAT는 여러 번 응시할 수 있고 10학년(고1에 해당) 때 보기도 한다. 조기합격 통보 후 고3 때 성적이 떨어지면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보통 2명의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그 이유를 기록한다. 특별한 평가 공식은 없다. 학업성취도, 표준화된 시험 점수(SAT, ACT 등), 비교과, 특별한 재능 등 학생의 특성뿐 아니라 인종과 부모 직업, 집안에 대졸자가 있는지 등 사회경제적 배경도 참고한다. 학교 내신(GPA)을 볼 때 난이도가 높은 심화 과목을 이수했으면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미국 대학은 성적 우수자뿐만 아니라 대학 재정에 기여하고 명성에 영향을 주는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 대입의 가치를 놓고 배타성(exclusivity)과 포괄성(inclusivity), 표준화(standardization)와 다양성(variety), 주제 중심의 지식(subject-matter knowledge)과 학업적성(scholastic aptitude) 사이의 줄다리기가 지속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대 전경.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대 전경.

-미국 입사관 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문제점은 어떻게 개선해 왔나?
“시험 점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종합 평가는 잠재적으로 주관성을 갖는다. 노스캐롤라이나채플힐(UNC) 대학 1학년 앨리슨은 ‘에세이 등 좋은 요소가 많지만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히스패닉이니까 뽑힐 거라고 말하는 고등학생이 있는데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4학년 쉴라는 ‘선생님들이 점수를 잘 주지 않아 내신에 불리했다’면서 ‘SAT 준비 수업이 따로 있는데 6주 과정에 400달러나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에 대한 열정과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입사관제가 더 낫다는 게 쉴라 양의 생각이다. 

저명한 학자 제롬 카라벨 등은 집안의 후광이 아이비리그 같은 엘리트 대학의 학생 선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한편 백인과 아시아계들은 역차별을 받는다며 ‘경제적으로 풍족한 소수 인종’이 실익을 챙긴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립고(boarding)나 차터 스쿨(자립형 공립), 마그넷 스쿨(특수목적고) 등 학교들의 프로그램이 우수해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다고 여긴다. 입사관 제도를 완벽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축소나 폐지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선호한다. 입학도 힘들지만 졸업은 더 어려운 미국 대학의 권위와 선발 재량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미국의 초기 대학은 라틴어, 그리스어라는 간단한 대입 요건을 갖고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소수 학생들을 선발하는 경향이 강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많은 대학이 생기면서 표준화된 시험에 대한 요구로 SAT, ACT와 같은 시험이 생겼다. 그러나 이들 시험은 다양한 지원자, 예기치 못한 유대인 학생의 증가로 나타났고 백인 개신교로 이루어진 미국 주류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이에 하버드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은 현대식 지원서를 도입해 입사관제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종합적인 평가를 1920년대 시작했다. 그 후 에세이와 면접이 추가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듀크대 전경.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듀크대 전경.

-일각에서는 우리가 너무 기계적 공정성이나 교육 평등에 예민하다는 견해도 있던데.
“학생부에 대한 지나친 관심,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에 대한 불신을 접하면 안타깝다.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은 수능대로 학종은 학종대로 대학별 고사는 대학별 고사대로 모두 불신한다. 미국은 부풀려 말하거나 활동을 속여 입학했더라도 학생들이 버틸 수 없는 구조다. 제대로 입학한 학생도 중간에 그만두기도 한다. 학생부가 없어도 자기소개서를 속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대학 서열이 아니라 학과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문화도 입시에 덜 집착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교민 한 분은 ‘아이비리그 신입보다 안 좋은 학부지만 그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을 기업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더라. 물론 미국도 교육에 자본주의 원리가 철저히 작용하는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고 자주 교육제도를 수정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깔린 불신과 교육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가치관부터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도 사교육이 많고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미국도 입시준비로 학생들이 잠이 부족할 정도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SAT II 과목 등 어려운 수업을 골라 듣기도 한다. 전공자가 아닌데도 악기 대회에 나가고 봉사 활동을 하며 테니스 강습까지 엄청 바쁘다. 우리는 학종 준비로 바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퍼블릭(공립), 차터, 프라이빗(사립), 마그넷, NCSSM(과학고의 일종) 순으로 대학 입학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적은 수의 학생과 능력 있는 교사, 좋은 커리큘럼, 학교의 명성 등이다.

자본주의, 능력주의가 강해서 아이비리그 입학생은 초등 때부터 사립을 다니거나 공립에서도 소수 그룹으로 이뤄진다. 부유하고 우수한 학생들은 그들만의 방과후 수업을 만들어 교사를 초빙하고 다른 학생을 잘 끼워주지 않는다고 한다. 상위층의 사교육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다.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 교사들은 개인 교습(tutoring)이 가능하다. 켄터키주는 담임교사가 자기 반 학생도 과외를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처우가 좋지 않아서다.

교육은 그 나라의 문화, 사람들의 기질,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 등 모든 게 결합된 제도이다. 근데 우리의 가치관, 문화는 생각하지 않고 제도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남의 시선과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가 개인 중심의 문화가 강한 미국 제도를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다.”

-한국이 대입에 집착하는 데는 학벌 사회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미국도 대학 졸업자를 월등히 우대하지 않나?
“미국은 학위가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명문대에 대한 열망이 더 높아졌다. 요즘이 20년 전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기 어려우며 살면서 직업을 여러 번 바꾸고 결혼도 수차례 할 수 있기 때문에 명문대 학위가 살아가는 데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아이비리그는 더욱 좁은 문이 됐다. 2015년 합격률이 콜롬비아대 6.1%, 브라운대 8.49%, 하버드대 5.33%, 예일대 6.49% 등으로 매우 낮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의 시간당 임금(2016년)은 17.25달러인 반면 대학 졸업자는 31.93달러를 받는다.”

듀크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듀크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우리의 학종이 미국 입사관제처럼 뿌리를 내리려면 어떤 노력과 보완책, 인식 변화가 필요할까.
“객관적인 시험 요소를 없애지 말고 수능을 여러 번 응시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고등학교에서 과목별 심화 학업능력을 평가받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일반고가 학업 수준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교사의 평가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을 더 늘리고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단점이 있다고 섣불리 축소나 폐지를 논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정치권의 결정보다는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치자.

여러 번의 수능, 심화 과목 등이 학업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의 학업 양태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에서 고1을 마치고 미국 대학에 합격한 한 학생은 ‘한국에선 가만히 앉아 짜인 시간표대로 공부만 하면 되지만 미국에선 성적이 잘 나오는 수업을 택할지 대학 진학에 유리한 수업을 들을지 고민이다. 난이도 높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10페이지 분량의 작문을 하며 학기 중간중간에 퀴즈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 기말 두 번의 시험으로 성적이 결정되는 우리와 달리 과제, 퀴즈 등의 점수로 평가해 시험에 대한 부담이 적다.” 

-학종을 비판하며 다시 수능 위주의 정시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대선주자의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뽑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간단한 요소’로 ‘공정’하게 뽑을까만 논의하고 있다. 객관화된 시험 점수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험 점수로는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지적인 과정을 평가할 수 없다. 정시 확대는 수능 점수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선발하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미국의 SAT도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은 학생이 유리하고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 전략했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의 수능은 더 문제다. 오직 한 번의 응시 기회로 학생 선발의 단독 잣대로 삼는다. 물론 학종도 만능이 아니다. 만약 학종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면 정치권이 아닌 대학에서 먼저 논의할 것이다.”

-학생부에서 대외활동 기재를 금지하고 최근에는 교내 비교과 활동도 비중을 줄여 결국 내신 위주가 되고 있다. 수능의 문제를 피해 학종으로 왔는데 내신이라는 또 다른 정량 평가로 귀결된 것이다. 공정성 논란은 일부 해결했어도 학종의 본래 취지는 퇴색한 것 아닌가.
“학생부 기재에 제한을 하면 할수록 입학사정관들은 ‘볼 게 없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 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교내 비교과 활동마저 줄인다면 학생의 지적호기심, 창의성, 끈기, 리더십 같은 맥락적 요소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결국 반장, 부반장 같은 스펙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과정이 아닌 결과 중심의 평가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평가가 시행된다면 일반고의 내신은 불신하게 될 것이다. 일반고 내신 인플레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일반고 내신에 대한 대학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럼 특목고와 자사고가 대입에 유리해진다면서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를 울부짖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고교의 다양성은 없어지고, 학생들의 수준별 수업도 어려워지며 우열반에 대한 논의가 또 고개를 들 것이다. 비교육적인 행태가 반복될 뿐이다.”

김혜영 씨는 경희대와 세종대 입학사정관을 지냈으며 『입학사정관이 직접 들려주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모든 것』과 『소논문을 부탁해』 등 책을 냈다. 현재 미국 듀크대 객원연구원으로 독서와 인성교육, 미국 입시제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